음악극 [미드 썸머] 속 배우 예지원은 제대로 물 만난 듯 했다. 이번엔 범죄 조직의 말단 부하와 만나 우연히 원나잇 스탠드를 하는 골드미스 변호사 ‘헬레나’역이다. 헬레나는 뭘 새로 시작하기엔 어정쩡한 나이, 서른 다섯이다. 관객의 무릎 위에 올라 타기도 하고, 와인을 건네기도 한다. 숨소리도 들릴만큼 가까운 자리에서 관객과 이야기를 나누며, 관객에게 천원권 지폐를 날리기도 한다. 이 모두가 예지원이니까 가능하다. 사실 공주풍의 다른 여배우가 이번 역할을 했다면 거부감을 가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털털 솔직한 배우 예지원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번 공연을 보고 귀여운 예지원의 매력에 빠진 관객 여럿 될 듯하다.

작품은 여름 축제가 한창인 에딘버러를 배경으로 한다. 사회적 지위와 돈, 지성을 갖춘 헬레나는 외적으로는 강해보이지만 워커홀릭에 편안한 가정 역시 이루지 못해 공허함을 느낀다. 일 외에는 모든 것이 서툴고 부족한 여자인 것이다. 그녀의 상대 밥(이석준·서범석)은 철 없는 이혼남에 인생을 제대로 잘못 살아 온 ‘대충 수습 형’인간이다. 이런 두 사람이 만나 흥미로운 사건과 사고의 연속을 보여준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오디뮤지컬컴퍼니 프로듀서 신춘수와 CJ E&M이 제작을 맡은 2인극 [미드 썸머]는 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했지만, 여타의 가벼운 사랑 연극과는 차원이 다르다. 화려한 뮤지컬도 진지한 연극도 아닌 그 중간인 ‘음악극’을 내세웠다는 점이 장점이다. 직접 통기타를 치면서 주고받는 대사와 노랫말 속에서 관객들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동시에 위안을 얻게 되는 것이다. 해설과 연기 및 연주를 번갈아 가며 하는 두 주역배우 외에 무대 사이드에 자리한 최인양의 기타 솜씨를 감상하는 재미 역시 빠뜨릴 수 없다.

소박한 분위기의 포크 팝 '사랑은 아프게 해'와 일상의 고단함을 잊기 위해 스탠드 마이크를 붙잡고 부르는 '망각의 노래'가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는다. 위트가 넘치는 가사 역시 관객을 웃게 한다. 음악이 있는 연극의 파워가 살아나는 지점이다. 연출가 양정웅의 손길도 느껴진다.

[미드 썸머]는 셰익스피어의 '한 여름 밤의 꿈'을 영국의 작가 데이빗 그레이그가 새로이 창작을 구성한 작품. 이외 에딘버러의 인기 작곡가인 고든 메킨 타이어가 참여했다.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인 만큼 두 남녀의 한바탕 소동이 전체 분위기 형성에 한몫한다. 여기서 관객들의 호불호가 나뉠 수 있겠다. 아기자기한 소극장 연극의 묘미, 관객과의 소통을 즐기는 컨셉을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긍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으나, 보다 점잖고 짜임새 있는 연극을 원하는 관객이라면 다소 만족하지 못할 수 있으니 말이다.

뮤지컬보다 더 음악적인 연극, [미드 썸머]는 연극적 메시지도 빠뜨리지 않았다. 극중 헬레나가 무인 주차장 전광판에 써진 'Change is passible'을 '거스름돈 있음'이 아닌 '변화는 가능하다'라고 받아들인 것처럼, 시종 히히덕거리면서 극을 관람하던 관객은 문득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그 후 일상에 지친 본인의 영혼에 거하지도 작지도 않은 '위로 한스푼'을 선사한다.

오디뮤지컬컴퍼니는 2인극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미드 썸머]를 다음달 12일까지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올린다. 그 후,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연극 '블루룸'을 2인극 시리즈로 이어갈 예정이다.

 

정다훈 객원기자 〈탑라이더 otrcoolpen@hanmail.net〉

관련기사

저작권자 © 탑라이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