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1급 소프라노입니다" 17일 서울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라 트라비아타] 기자간담회에서 주인공 비올레타 역으로 캐스팅 된 이리나 드브롭스카야가 던진 한마디이다.

수지오페라단의 정기공연 [라 트라비아타]의 1막 후반에는 비올레타의 대형 2중 아리아가 펼쳐진다. 즉, 알프레도에 대한 사랑을 주저하면서 부르는 '아, 그이인가'부터 복잡한 사랑은 잊어버리고 쾌락을 즐기자는 내용이 담긴 '언제나 자유롭게'로 이어지는 2중 아리아이다. 이 부분에서 소프라노 최고음인 하이E음(E플랫)이 나온다. 이 장면을 완벽히 소화해낸 가수는 1급 소프라노로 인정받게 되고, 관객은 소름이 ‘쫙’ 끼치게 된다. 팬들이 아이유의 3단 고음에 압도되는 것처럼 말이다. 소프라노 도브롭스카야는 그런 점에서 ‘비올레타 그 자체’이자 오페라계의 ‘아이유’이다.

▲ (좌) 데비아, (우) 드브롭스카야

벨칸토 창법에 있어 최고 기량을 지닌 소프라노 마리엘라 데비아(비올레타 역) 역시 이에 지지 않는다. 데비아는 도니체티 오페라[람메르 무어의 루치아]에서 주역을 맡아 ‘라스칼라 최고의 프리마돈나’라는 평을 받은 바 있다. 특히, "‘광란의 장면’에서 최고음 E플랫을 넘어서, 플르트와 고음의 악구를 주고받는 장면에서 플루트리스트가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광적인 무대를 선사"했다고 이날 사회자이자 바리톤 가수인 최종우가 전했다.

간담회에서 연출가 알베르토 팔로시아는 데비아를 “콜로라투라부터 리리코까지 가능한 드문 소프라노”라며 “음악가로서 연기자로서 성실한 가수임"를 강조했다.

▲ 박수지 단장

이탈리아 가로도네 리비에라시 문화부에서 주최하는 2011년 쥬셉피나 코벨리 국제 콩쿨 심사위원장에 아시아 대표로 위축되기도 한 (수지 오페라단)박수지 단장은 “세계 유명극장으로 나가지 않고도 국내에서 좋은 오페라를 올리고 싶었다”고 공연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해외 출연진들이 대부분인 이번 캐스팅에 대해 “클래식 및 오페라 매니아들에게 본토 가수들의 발음 그대로 매력적인 음색을 들려주고자 함이다”고 답했다.

한편, 베르디가 작곡한[라 트라비아타]는 19세기 파리를 배경으로 사교계 여성과 부잣집 청년의 뜨거운 사랑과 애절함, 그리고 뛰어난 음악적 완성도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오페라이다. 제목인 ‘라 트라비아타’는 길을 벗어난 타락한 여인' 이라는 뜻으로 여주인공 비올렛타를 의미한다.

[라 트라비아타]는 수많은 유명 오페라 가운데서도 가장 대중적인 사랑을 받아 한번쯤은 제목을 들어봤을 작품. 특히 1막에서 비올레타와 알프레도가 부르는 '축배의 노래'는 유명 행사나 갈라쇼 마지막을 장식하는 노래이다. 가락은 상당히 흥겹지만, 가사를 살펴보면 다소 의미심장한 내용이 담겨있다. '순간의 쾌락이 모든 것'임을 강조하는 비올레타와 '쾌락보다는 진실한 사랑'을 하자고 알프레도가 주고받는 대목이다. 비올레타의 사랑이 결코 행복하지 않을 것임을 예견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2막의 소프라노와 바리톤의 2중창 역시 핵심적인 장면이다. 비올레타와 알프레도의 아버지 제르몽이 함께 부르는 '나에게는 천사 같은 딸이'가 바로 그것. 약 20여분간 계속되는 이 장면에서 제르몽은 비올레타에게 자신의 아들과 헤어지라고 종용한다. 이에 비올레타는 딸의 심정으로 안아달라고 말하게 되는데, 제르몽은 오직 자신의 아들만을 챙기는 사람으로 그녀를 존중할 줄 모른다. 여기서 더더욱 비올레타의 비극적 운명이 강화된다.

이번 [라 트라비아타] 공연엔 제르몽 역에 목소리 뿐 아니라 외모 역시 근사한 피에르 루이지 딜렌지테와 위트있는 사회자로서의 면모를 뽐냈던 바리톤 최종우가 캐스팅 됐다.

이 외 3막에서 만나는 바이올린 선율과 함께하는 편지 낭독장면인 '당신은 약속을 지켜주었소'와 흐느끼며 부르는 '지난날이여, 안녕'이 유명하다.

마리엘라 데비아는 27일(첫날)과 29일(마지막 날)에, 이리나 드브롭스카야는 28일 저녁 공연에서 만날 수 있다. 예술의 전당 오페라 하우스.

정다훈 객원기자 〈탑라이더 otrcoolp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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