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이 시작되면 은은한 바이올릿, 베이비핑크, 새먼핑크, 싱그러운 연두, 민트 블루등 온갖 파스텔 톤의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이 관객들의 눈을 현혹시킨다. 여자 주인공 스와닐다를 포함 총 9명의 여자 무용수들이 만들어내는 귀여운 몸짓에 바라보고만 있어도 행복해진다. 프란츠를 포함한 5명의 남자 무용수는 어떠한가? 친구에게 장난치는 걸 좋아하며 예쁜 여자가 눈에 들어오면 환심을 사기 위해 별별 짓을 다 벌인다. 장난꾸러기 동네 청년 그대로다. 아이들은 자신과 눈높이를 맞춘 남녀무용수들의 소동에 웃음을 터트렸다. ‘만화처럼 재미있는 카툰발레’라는 컨셉이 유감없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국립발레단의 전막해설발레 [코펠리아](안무 제임스 전)는 과학자 코펠리우스가 만든 코펠리아라는 인형을 마을 사람들이 살아있는 사람으로 착각하면서 겪게 되는 해프닝을 담고 있다. 특히, 청년 프란츠가 코펠리아를 짝사랑 하자 그의 연인인 스와닐다가 이를 질투해 다투는 장면을 재기발랄하게 풀어낸 점이 눈에 띈다. 여기서 코펠리우스 박사는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해 인형을 만들어 추억하는 인물로 안쓰러움을 유발하기도 한다. 코펠리우스 역할은 두명의 무용수가 맡고 있다. 한명은 작품 속에 존재하는 코펠리우스 박사이고 다른 한명은 해설자(코펠리우스)이다.

[코펠리아]의 매력은 이해하기 쉬운 발레 동작, 친절한 해설에 있다. 귀 양 옆으로 팔을 올려 퍼덕거리는 춤, 양 팔을 길게 늘어뜨리거나 한쪽 팔은 올리고 다른 한쪽은 내리면서 물결치는 춤 등 자꾸 따라 하고 싶어지는 춤 동작이 많다. 폴란드의 민속춤곡인 ‘마주르카’에 맞춰 무용수들이 발을 구르고 발뒤꿈치를 치면서 만들어내는 경쾌한 리듬에 절로 흥이 돋는다. 또한, 헝가리 민속춤곡인 ‘차르다슈’를 발레 동작에 응용해 이국적인 색채를 잘 담아낸다. 코펠리우스 박사의 실험실을 보여주는 2막에서는 한국인형을 포함해 각국의 인형들이 민속춤을 춘다. 무용수 김지영이 분한 머리 두개 인형의 뒤뚱거리는 몸짓도 볼만하다. 중간 중간 남자 무용수가 간단한 문구가 적힌 판넬을 들고 나와 아이들의 이해를 도운다.

해설자로 분한 김준희는 프레스 리허설보다 한층 여유로운 모습으로 5월 1일 공연을 이끌어갔다. 무용수가 아니라 ‘일반인’이라고 하는 장면에서 꼬마 관객들의 “진짜야?”라는 질문이 이어져 웃음이 뻥터졌다. 정영재와 김리회는 사랑스럽고 귀여운 캐릭터에 걸맞게 연기를 펼쳤으며 스페인 춤에 이은 마지막 결혼식 장면에서 뛰어난 기량을 선보였다.

꼬마 관객들은 프란츠 역 정영재가 코펠리우스 박사(이수희)에게 쫒기면서 엉덩이를 두들겨 맞는 장면, 김준희가 극중 화가 났을 때 추는 춤을 고릴라 춤처럼 보여주는 장면에서 폭소를 터트렸다. 코펠리아 인형 역을 맡은 박슬기의 무표정한 얼굴, 관절 인형의 용수철이 튕겨나가듯 보여주는 몸짓은 은근히 중독성이 있어 아이들이 자꾸 따라했다. 한가지 더! 관객과의 눈높이를 맞춘 친절한 발레인 만큼 공연 후에는 주역무용수의 싸인회가 기다리고 있다.

한편, 국립발레단은 5월 8일까지 [코펠리아]를 선보인 후 5월 20일과 21일 양일간 두산아트센터에서 창작 발레 프로젝트 ‘컨버댄스(CONVERDANCE)’를 무대에 올린다. <스윙타임><J씨의 사랑 이야기>< 01>총 3가지 안무가 약 80분가량 진행될 예정이다.

먼저, 안무가 안성수의 재즈와 발레의 만남인 <스윙타임>은 모 냉장고 선전에 나와 “씽씽 불어라~”음악에 맞춰 춤을 췄던 김연아 선수를 위한 오마주로 국립발레단 무용수들과의 만남을 스윙음악의 춤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스윙 리듬에 맞춰 여러 버전의 ‘Sing Sing Sing’을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네 쌍의 젊은 남, 여 들이 재회의 기쁨과 인생의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무용수 강효형, 이영철, 정혜란, 윤전일, 이향조, 배민순, 신혜진, 박기현이 출연한다.

안무가 정현옥의 <J씨의 사랑 이야기>는 연극<베토벤 33가지 변주곡>과 발레의 만남을 주선한다. 공항을 배경으로 무용수 유난희, 이수희. 서재민, 박나리, 김종열, 박슬기가 20대, 30대, 40대의 사랑을 그려낼 예정이다. 연극배우 서운경도 출연한다. 연극의 대사가 무용에 활용돼 연극 애호가들의 호기심도 채워줄 예정이다.

세번째 작품 <01>은 안무가 박화경의 작품으로 디지털뮤직과 발레의 만남으로 요약된다. 삶과 죽음의 상태 즉 ‘끄기와 켜기 또는 균형과 불균형’의 상태를 바흐의 골든베르크 변주곡과 재즈 피아니스트 키스 자렛의 음악 연주 안에 녹여낸다. 이에 더해 무한한 시간성을 토대로 한 현대적 컴퓨터 음의 소음을 조합하고 해체해 새로움을 더한다. 무용수 김주원, 송정빈, 정지영, 김윤식, 김경식이 출연한다.

정다훈 객원기자 〈탑라이더 otrcoolp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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