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았던 한 여인이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다. 그것도 '토스카의 키스'라는 섬뜩한 말을 남기면서. 서울시 오페라단이 처음으로 제작한 오페라 [토스카] 2막 후반 장면이다. 주인공 토스카 역으로 분한 소프라노 임세경은 질투->의심->난관->살인->공포->최후의 선택에 이르기까지 아찔한 무대를 선사했다. 소프라노 드라마티코의 매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것은 그녀의 드라마틱한 목소리와 연기 때문이었다. 진한 포도주를 음미하듯 그녀가 선사하는 풍부한 성량과 정확한 음감에 서서히 취해갔음은 물론이다.  

1900년 로마에서 초연한 전 3막 오페라 [토스카]는 프랑스 대혁명 이후 나폴레옹 전쟁 시대의 로마를 배경으로 약 24시간 동안 일어난 사건을 그린 베리즈모(사실주의) 작품. 프랑스 극작가 빅토리앙 사르두의 연극을 오페라 무대로 옮긴 것. 1막의 성 안드레아 성당, 2막의 파르네제 궁, 3막의 성 안젤로 성채로 이어지는 사실적인 무대 외에도 두 명의 주인공은 가수(토스카)와 화가(카바로돗시)로 설정 돼 극 몰입을 도와준다. 캐릭터가 뚜렷한 다른 한명(스카르피아)은 악역으로 두 연인의 사랑을 방해한다.

▲ 토스카 임세경

'스릴러 오페라'라는 수식어가 있을 정도로 [토스카]는 묵직한 선율과 자극적인 불협화음으로 작품에 매력적인 색채를 더한다. 특히, 1막 마지막인 성가합창(테데움)장면에서 파이프 오르간 소리가 배경 음으로 깔리면서 스카르피아가 부르는 '요원 세명, 마차 한대' 장면이 압권이다. 토스카를 탐내던 스카르피아 역 고성현과 최진학은 카리스마 가득한 경찰청장이자 잔인한 악한으로 분해 스펙타클한 긴장감을 선사했다. 두 가수 모두 공명감 있는 목소리가 매력적이었지만 다른 점이라면 고성현이 보다 비열하고 악한 캐릭터로 관객들에게 다가왔다는 점이다.

자유주의자 화가인 카바로돗시 역 테너 박기천은 2막에 이르러서야 본 실력을 내보였으며, 같은 역을 열연한 한윤석은 보다 절절한 감정연기와 풍부한 노래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3막 아리아 ‘별은 빛났건만’에서 한윤석은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떠나야 하는 비장함과 애환을 온 몸에 담아 깊이감 있게 뽑아냈다.

이번 작품은 예술총감독 박세원, 연출 정갑균씨 외에 오페라 전문 지휘자 마크 깁슨의 손을 거쳐 원작에 가까운 [토스카]로 탄생됐다. 3막 초반의 목동의 노래, 클라리넷과 호른 소리로 '서정미'를 뽐내던 무대는 순식간에 귀를 자극하는 총살장면으로 이어진다. 극한에 몰린 토스카는 성벽에서 몸을 날린다. 아름다운 석양은 관객과 함께 숨 죽이며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드라마, 음악, 무대가 조화를 이뤄 감동을 선사했다.


서울시립오페라단은 추후 대구 오페라 하우스에서 4월 29일과 30일 양일간 [토스카] 초청 공연을 올린 뒤, 푸치니 오페라 [쟌니 스끼끼](7/6~10)로 관객들을 찾아올 예정이다. 이외 주인공 ‘토스카’ 역으로 열연한 소프라노 임세경은 이번작품을 끝내고, 국립오페라단의 [카르멜회 수녀들의 대화](5/5~5/8)에서 리두안 수녀원장역을 맡아 열연한다.

정다훈 객원기자 〈탑라이더 otrcoolp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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