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건너 떠나는 백패킹 ‘일본 돗토리현 효노센캠팽장’ 세번째 이야기

길은 곧고 마을은 투명하다. 한땀한땀 손으로 빚은 듯 목조건물이 정갈하게 늘어섰다. 길을 따라 소담하게 난 실개천이 마을에 리듬을 만든다. 무거운 가방을 멘 백패커에게 와카사정은 충분히 이국적이다. 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마을은 ‘고요’가 미덕인양 시간을 멈춰섰다. 인구 4000명 정도의 작은 고장 와카사에 살포시 배낭을 내려놓는다.

▲ 와카사역. 1930년대 지어진 역사건물이 옛 모습 그대로 역을 지키고 있다.

1930년대 일본으로의 시간여행, 와카사역

와카사는 우리네 시골 마을의 단면을 담고 있다. 특히 와카사역에 다다르면 고향 속 간이역이 머리를 스친다. 1930년대 지어진 역사건물이 옛 모습 그대로 역을 지키고 있다. 마을도 어쩌면 그 때와 크게 변하진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오래된 연선 위로 증기기관차가 보인다. 눈을 크게 뜨고 다시 봐도 1930년대 이곳을 지났던 그 증기기관차다.

▲ 1930년대 와카사에서 운행됐던 증기기관차.

여행객의 시선은 증기기관차와 오래된 철로에서 또다른 시설로 넘어간다. 40t 무게의 증기기관차를 인력으로 회전시키는 수동식전차대 시설이다. 여행객이 직접 손으로 돌려 움직일 수 있도록 꾸며놨다. 사소한 것도 관광명물로 만드는 일본인의 아이디어에 흠칫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배낭을 맨 채 연신 카메라 셔터가 바쁘게 돌아간다.

▲ 와카사의 작은 마을. 정갈하고 조용하다.

와카사의 사케를 맛보다, 오오타 주조장

솔로캠퍼에게 밤은 길다. 조용한 정적 속 쉽게 잠이 올 리 만무하다. 캠핑을 간 곳마다 토종술을 구해놨다가 잠들기 전 한모금씩 맛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텐트를 치기 전 와카사정의 ‘오오타 주조장’에 들렀다. 1907년에 창업했으니 100년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마을 면적의 95%이상이 산림인 와카사정은 물 맑고 공기 좋기로 유명하다. 와카사에서 재배한 주조용 쌀과 맑은 물을 이용해 만든 사케는 깔끔한 향과 감칠맛나는 물맛이 일품이다. 식사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정종을 만들기 위해 쌀과 누룩만을 원료로 하는 순미주(지방특산주 벤텐무스메)를 만들고 있는 것.

▲ 1907년에 창업한 와카사정의 ‘오오타 주조장’.

주조장에 들르면 직접 술을 빚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숙성시키기 위해 일렬로 늘어선 술독에서 100년 동안 술 빚고 익히던 손길들을 상상할 수 있다. 양조장은 벌써 3대에 걸쳐 대물림되고 있는데, 덕분인지 직원 한명한명 모두 각각의 술 맛을 이해하고 설명한다. 일본 각지는 물론 호주 시드니에서까지 오오타 주조의 술이 팔리고 있다고 한다.

▲ 숙성시키기 위해 일렬로 늘어선 오오타 주조장의 술독에서 100년 동안 술 빚고 익히던 손길을 상상할 수 있다.

아웃도어천국, 와카사 효노센 자연교류마을

효노센은 돗토리현에서 2번째로 높은 산이다. 해발 1510m. 국정공원으로 지정된 효노센에는 너도밤나무와 졸참나무가 주로 서식한다.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산이면 다 같은 형세 아닐까 생각하지만 그 모양새는 판이하다. 특히 나무의 생김새가 크게 다른데 일본의 나무들은 모두 원시림처럼 곧게 하늘로 뻗어나갔다. 수고가 적어도 30~50m는 훌쩍 될법한 나무들이 효노센을 점령했다.

▲ 효노센의 자연을 한눈에 보려면 ‘히비키노모리’라는 박물전시시설을 둘러보는 게 좋다. 효노센을 자연 그대로 실내로 옮겨놓았는데 효노센에 서식하고 있는 동물 모형도 실제처럼 꾸며놨다.

효노센 곳곳에는 ‘곰’을 조심하라는 표지판이 서있다. 야생동물의 천국이다. 효노센의 자연을 한눈에 보려면 ‘히비키노모리’라는 박물전시시설을 둘러보는 게 좋다. 효노센을 자연 그대로 실내로 옮겨놓았는데 효노센에 서식하고 있는 동물 모형도 실제처럼 꾸며놨다. 또 전시관 곳곳에 도깨비 캐릭터 모형들을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아 어린이가 돌아보기에도 안성맞춤이다.

효노센에서는 스키도 유명하다. 효노센 해발 850m 지점에는 ‘효타군’이라는 숙박시설이 있다. 스키 리프트와도 가까워서 스키나 스토보드를 즐기는 사람들이 주로 머문다. 온천시설이 잘 돼 있어 캠핑을 마치고 몸의 긴장을 풀어줄 수 있다.

▲ ‘효타군’ 숙박시설 내 온천시설이 잘 돼 있어 캠핑을 마치고 몸의 긴장을 풀어줄 수 있다.

효타군에서 조금 더 위로 올라가면 캠프장이 나타난다. 원시림을 방불케 하는 효노센이 발아래 펼쳐진다. ‘이런 캠프장이 한국에도 있던가’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지나칠 만큼 깨끗하고 탁 트인 풍광이다. 대자연 속의 효노센 캠핑장은 천혜의 조건을 갖췄다. 자연 뿐 아니라 시설도 수준급이다. 하룻밤의 호사가 꿈만 같다.

▲ 캠핑장 인근의 나무들이 원시림처럼 펼쳐진다.

* 효노센 캠핑장 정보

오토캠핑장 39동, 일반 야영장 42동, 갑판 위 캠프장 13동, 방갈로 10동 등의 시설이 마련돼 있다. 오토캠핑장을 이용하면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 개수대, 화장실, 그릴 등 시설 모두가 깨끗하다. 모포, 냄비, 장작 등의 장비도 관리동에서 빌릴 수 있다. 캠프장 아래쪽에 위치한 효타군에서도 숙박이 가능하다. 일반 야영장은 1박에 2000엔, 오토캠핑장은 1박에 5000엔이다. 방갈로는 1박에 4000엔이다.

▲ 대자연 속의 효노센 캠핑장은 천혜의 조건을 갖췄다. 지나칠 만큼 깨끗하고 탁 트인 풍광이다.

 

솔로캠퍼 〈탑라이더 g1078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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