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간다.
강물이 흘러간다.
갈퀴 같은 나뭇가지를 빠져나온 바람이 흘러간다..
산마루에 어기영차 뜬 달이 천공을 가르며 흘러간다.
그 뒤를 따라 은하수가 우르르 몰려간다.
세상의 모든 것들 흘러가고,

 

흘 러 간 다.

 

흘러간다.
세월이 간다.
정동길을 함께 거닐던 사랑이 지나간다.
꽃피는 봄날도
이마에 핀 주름도
바람이 되어
구름이 되어
그저 흘러간다.

사람으로 와서 흙이 되고
흙으로 머물다 다시 바람을 타고
낯선 땅에 먼지가 되어 내리고
또 어느 들꽃으로 피어나고 

 

흘러간다.
세상사 모두 흘러간다.
흐르지 않으면 썩는 일뿐
그것도 마지막에는 다른 무언가로 변하는 것
머무는 것은 없다.
우리의 인연도
바람에 흩날리는 먼지
그 이상도 아닌 것을

 

흘러간다.
흘러간다.
흐르고 흘러
내가 너이고
네가 또 무엇이 되는
이 끝없는 윤회의 끝에서
다시 세상은  




다.

김산환 칼럼리스트 〈탑라이더 mountainfi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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