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하다. 희극적이다. 우아하다. 다시 웃는다. 넋을 잃는다. 눈이 호강했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집으로 가는 길, '또 보러 와야지' 마음 먹는다.”

발레 [돈키호테]를 처음 본 관객의 시시각각 반응이다. 유니버설 발레단의 문훈숙 단장이 공연 시작 전 극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발레 판토마임을 친절하게 보여주자 초보 관객들은 상당히 반가워했다. 탬버린, 캐스터네츠, 부채를 들고 추는 세기디야 춤에 이어 정열적인 투우사의 춤, 거리의 무희의 춤이 등장하자 비제의 '카르멘'이 선사하는 에너지에 열광하듯 봄처녀, 봄총각들의 얼굴은 상기됐다. 돈키호테의 시종 산초 판자가 동네 처녀와 청년들에게 놀림을 당하고 공중에 높히 띄어지는 장면에선 어린이 관객들의 웃음소리가 극장을 가득 메웠다. 3막 바질의 거짓 자살 소동이 나오는 장면에서는 관객들의 '킥킥' 거리는 소리로 극장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

유니버설발레단이 창단 27주년을 맞이해 시즌 오프닝작으로 선택한 [돈키호테]는 260년 넘게 정통 ‘희극 발레’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명작으로 유니버설발레단의 장기인 화려함이 돋보이는 작품. 스페인 광장을 재현한 떠들석한 무대와 스페인 풍의 플라멩코, 집시들의 춤들이 다양한 볼거리, 가볍고 경쾌한 루드비히 밍쿠스의 장점이 잘 나타나 있는 음악은 희극발레의 백미를 더한다.

발레 [돈키호테]의 주인공은 가난한 이발사 바질과 그의 연인인 선술집 딸 키트리다. 돈키호테와 산초 판자는 키트리와 바질의 동네를 지나가는 손님으로 존재한다. 그렇다면 ‘돈키호테’에게 떨어진 가장 중요한 임무는? 돈 많고 멍청한 귀족 가마슈를 점 찍어놓은 채 가난한 바질과의 결혼을 반대하는 키트리 아빠(로렌조)를 설득하는 일이다. 키트리와 바질의 발랄함과 익살스런 연기와 기교 역시 눈여겨 볼 대목이다.

25일 프레스 리허설로 한서혜, 이동탁 커플을 보고 27일 본 공연에서 강미선, 이현준 커플을 본 결과 두 커플의 분위기 역시 조금씩 달랐다. 1988년생 동갑내기로 가장 나이가 어린 커플인 한서혜, 이동탁은 싱싱한 연인의 모습을 표현했다면, 노련한 강미선, 이현준 커플은 사귄 지 3년 이상은 되보이는 연인 분위기를 한껏 살려냈다.

특히 이현준은 객석을 손 아귀에 넣고 주무르는 폼이 만만치 않았다. 다리를 180도로 들어 점프하면서 원을 그리는 턴, 제자리 턴등을 어찌나 쉽고 가볍게 소화해내는지 관객들의 입을 벌어지게 했으며, 키트리와의 신경전, 자살 대작전에서 보여주는 능글맞은 연기 내공 역시 상당했다. 에스파다 역으로 나올 때도 분명 눈에 띄었지만 바질로 출연할 때가 자신에게 딱 맞는 옷을 입은 듯 멋스러웠다. 일명 ‘간지난다’는 말이 더 리얼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랑스런 무용수 강미선 역시 박수가 절로 나오는 기교를 뽐냈다. 1막 후반의 아다지오에서 눈길을 끈 후 무대를 대각선으로 가로 지르며 이어지는 '바뜨망 쥬떼'에서는 발굴의 실력을 발휘했다. 3막에서 손에 부채를 든 채 32회전 '푸에테'를 선보이는 장면은 두말하면 잔소리이고, 공중에서 선보이는 한 손 리프트에서 보여준 유연함과 다리 각도 역시 '무대 위에서 쌓아온 경력을 무시할 수 없구나' 하는 말을 내 뱉게 만들었다.

25일부터 28일까지 4일간 총 6회 공연을 선보인 [돈키호테]는 주인공 캐스팅이 단 하루도 같은 날이 없었다. 즉 6회 공연 모두를 봐야 [돈키호테]의 6가지 색깔을 만끽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발레가 대중과 상당히 친밀해진 까닭에 좌석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2011년은 ‘발레와 함께 숨쉬는 사람들’로 빈 좌석을 보기 힘들거라는 기자의 예견이 헛소문은 아니었음이 그대로 증명됐다.

추후 유니버설 발레단은 [심청],[지젤]로 해외투어를 나선다. 서울 공연 일정은 유니버설 아트센터에서 올려지는 [모던발레](6/9~12), 대한민국 발레 축제 참가작 [지젤](6/18)이 예정 돼 있다. 가을에 들어서는 LG아트센터에서 드라마 발레 [오네긴](11/12~19)을 선보이고, 마무리는 [호두까지 인형](12/21~31)으로 한다.

 

정다훈 객원기자 〈탑라이더 otrcoolp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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