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어딘가 떠나려고 할 때 이 때 만큼 좋은 시간이 있을까.
세상은 아직 잠에서 덜 깬
그렇다고 칠흑의 밤도 아닌
동편 하늘이 코발트블루로 물들고
어둑어둑한 세상 속에서
사물들이 희미하게나마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순간.

서둘러라.
하짓날 새벽 5시는 늦다.
늦춰라.
동짓날 새벽 5시는 이르다.
새벽 5시는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봄가을을 위한 시간.

새벽 5시는
이 세상에서 다음 세상으로
징검다리가 되어주는 때
그 징검다리를 밟고 도로를 질주하면
다음 세상에 대한 욕망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온다.  

이때는
아일랜드의 짙은 안개 속을 휘적휘적 걷는 듯한
엔야나 시크리트 가든의 노래를 들으며
잠든 도시를 빠져나가야 한다.
몽환적 환희가 넘치는
뉴에이지의 리듬에 맞춰
우리의 가슴도 주체할 수 없는 희열로 고동치게 해야 한다.

욕망에 굶주린 타락한 영혼과
좌절의 깊은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들
비굴한 눈길로 동정을 구걸하는 사내들
미래를 저당 잡히고 얻은
달콤한 사탕을 정신없이 핥고 있는 사내들
그들이 한데 뒤엉킨 도시를 버리고
영광의 탈출을 시도할 때다.

새벽 5시
다음 세상을 향해 떠날 시간이다.

김산환 칼럼리스트 〈탑라이더 mountainfire@hanmail.net〉

관련기사

저작권자 © 탑라이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