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xus IS-F

렉서스 하면 누구나 가장먼저 머릿속에 떠올리는 이미지는 한없이 부드럽고 조용한 것이다. 그 안에서 가장 스포티한 모델을 꼽자면 단연 IS-250이 일순위 후보지만, 역시나 조용하고 부드러운 성향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런 렉서스가 기존의 이미지를 뒤로하고 IS를 기반으로 만든 본격적인 고성능 스포츠 세단이 바로 IS-F이다. IS-F가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은 지난해 하반기...... 렉서스가 내놓은 이 스포츠 세단은 기존의 렉서스가 가지고 있던 이미지와는 정 반대의 성격을 지닌다. 하지만 외형상으로는 베이스 모델인 IS시리즈와 큰 차이를 느끼기 힘들다. 그러나 정장을 입은 보디빌더 선수가 특유의 왕성한 근육들을 감추는 게 애당초 불가능하듯, 찬찬히 둘러보다 보면 이 IS-F가 심상치 않은 물건임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외관상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를 보이는 것은 단연 큼지막한 BBS단조휠과 특이하게 상 하로 두 개씩 겹쳐 있는 두 쌍의 머플러를 꼽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좌 우로 배치하는 경우는 많지만 이처럼 상하 배치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한층 자세히 살펴보면 보닛의 볼록함도 조금 다르고, 앞 뒤 휀더의 볼륨감도 약간은 차이가 보인다. 전면 범퍼 하단부에는 전륜 브레이크의 냉각을 돕는 에어덕트가 위치하고 있다. 이 외의 기본적인 스타일링은 역시 베이스 모델인 IS시리즈와 닮아있다. 시승차의 색상은 스포츠카에 딱 알맞은 진하고 원색적인 파란색 이었다. 역시 스포츠카에게는 원색이 제격이지...... 외관을 살펴보며 조금씩 느껴지던 심상치 않은 기운은 시동을 걸자 비로소 그 본색을 드러낸다. 조용한 차 제작이 지상목표처럼 보이는 렉서스에서 이런 배기음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상당히 의외였다. 본격 스포츠 세단을 지향하고는 있다고 해도, 어딘지 모르게 느껴지는 렉서스란 이름과의 괴리감을 쉽사리 지울 수 없다. 대 배기량의 힘찬 엔진 덕에 어지간한 시내 주행은 약 2000 RPM 이하로 가능한데, 이 때는 엔진과 배기 사운드는 생각보다 정숙하기에, 역시 렉서스인가? 하는 착각을 잠시나마 할 수 있었다. 한 가지, 도저히 렉서스의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단단한 서스펜션은 한껏 튜닝 한 차량을 타고 있는 착각 속에 빠지게 한다. 그러나 노면을 타는 느낌은 생각보다 적기 때문에, 단단하다는 것만 익숙해진다면 일상생활에서도 편하게 남의 눈치를 의식하지 않고 탈 수 있겠다는 발칙한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실내의 디자인은 IS-250과 거의 대부분 닮아있다. 몇 가지 부위에서는 차별화를 위해 카본이 사용되고 있었고, 계기반의 디자인은 생각보다 많이 다르다. 가운데 큼지막한 RPM게이지가 이 차의 성격을 간접적으로 대변한다. 우측으로 밀려난 속도계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들을 위해 중앙 부위에 디지털로 표시되는 속도계를 마련하는 센스는 렉서스답다. 처음 시동을 걸면 모든 계기반의 지침 바늘이 시작부터 끝 위치까지 왕복하는 세레머니로 드라이버를 반긴다. 굳이 눈에 띄는 특별한 것을 꼽자면 역시 스티어링휠에 마련된 SPORT버튼...... 버튼의 생김새는 얌전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누르기 전에 크게 심호흡을 해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기본 위치가 너무 높아 천정트림에 머리가 닿는 시트 포지션은 꽤 불편하다. 베이스 모델인 IS-250도 마찬가지로 천정 트림에 머리가 닿는다. 혹시라도 트랙에서 이 차를 타야 한다면 키 큰 사람은 레이싱 헬멧을 쓰기 위해서 등받이 각도를 눕혀야만 하니, 시트 포지션 설정에 불편함이 따른다. 고속도로에 올려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본다. 시승 내내 생각보다 조용하던 IS-F는 RPM게이지가 3500을 지나는 순간, 마치 한껏 힘을 준 근육이 말끔한 정장을 찢고 나와 꿈틀거리듯 단박에 변신한다. 이 시점을 기해서 저RPM용 흡기라인에서 고RPM용 흡기라인으로 전환되기 때문일까? 엔진 및 배기 사운드가 순간 자극적인 소리로 바뀐다. 마치 헐크가 변신하듯 드라마틱 한 변화이다. 익히 알려진 대로 엔진 사운드의 튜닝에는 바이크 메이커로 유명한 야마하가 참여했는데, 그 덕분인지 드라이버를 흥분시키는 이 엔진음은 바이크의 사운드와 동질감을 느낄 수 있다. 이 짜릿한 음색에 취해가며 고속도로에서 몇 번의 롤링 가속을 테스트 하고 난 후, 뒤따라 오던 일행에게서 가속해 나갈 때 마다 타이어 타는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고 하니, 그 속도에서도 휠스핀을 발생시키는 강력한 출력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 RPM을 더 올려 붙이면 기계적인 회전음이 좀더 많이 섞여 들려오는 듯한 느낌이지만, 3500대역에서 만큼의 드라마틱한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무게 에서 다소 손해를 보긴 하지만, 단단한 하체 덕에 코너링 성능도 꽤나 발군이다. 고출력 엔진이기에 이븐 스로틀을 유지하는 게 테크닉 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난이도가 있다. 다만 저 RPM부터 두터운 토크가 있으므로 서두르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가속페달을 다루어도 충분히 경쾌한 코너 탈출가속을 하며 뛰쳐나갈 수 있다. 외관은 평범해서 어딘가 모르게 부드럽고 둔할 것 같지만, 그 움직임에는 날카로움이 배어있다. IS-250을 가지고 와인딩을 즐기는 사람의 숫자가 많지 않음을 고려 해 보면, 렉서스가 IS-F를 이 정도 완성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했으리라 간접적으로 가늠 해 본다. 스티어링 휠에 마련된 SPORTS 버튼을 누르면 엔진이나 변속기의 반응이 한층 타이트 해 지는 느낌이다. 아울러 ESP의 개입이 생각보다 많이 늦추어지는 게 아닐까 생각되는데, 시승기간 동안 두 번 정도의 크게 리어가 흐르는 상황에서 ESP의 개입은 흐른 이후에 이루어져 곧 정상 자세를 회복했다. 공터에서 크게 원돌이를 시도할 때, 별도의 개입 없이 선회가 가능한 것을 보면 운전자의 의도를 가능한 한계까지 존중해 주고 있다는 느낌이다. 변속기의 반응은 SPORTS로 바꾸는 것보다, 거기에 수동모드로 전환한 것이 더 극적이다. 비록 듀얼 클러치 방식의 변속기는 아니지만 IS-F를 위해 튜닝된 8단 변속기는 우수한 직결감과 더불어 대단히 빠른 업/다운 시프트 동작을 보여준다. 렉서스가 이런 이단아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사람들은 꼭 한번 시승 해 볼 필요가 있다. 상당히 재미난 경험이 될 것이다. 차량가격은 약 8천 8백만원 선이기 때문에 사실 타사의 여러 고성능 모델과 비슷한 선상에서 경쟁하게 된다. 아무리 수치로 따지고 떠들어도 결국 선택은 항상 구매자의 몫이다. IS-F를 통해 스포츠 세단과 렉서스의 감성을 동시에 느끼고 싶다면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꽂히면 지르는 거다. 글,사진: 탑라이더 객원기자 조혁준(울푸^-^v~!) / 편집: 디자인漁
 

조혁준 객원기자 〈탑라이더 skywolf@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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