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훈의 클릭뮤지컬] '락시터'가 전하는 인생의 월척

[정다훈의 클릭뮤지컬] '락시터'가 전하는 인생의 월척

발행일 2011-03-24 12:15:10 정다훈 객원기자

입소문대로 정말 재미있었다. 소극장의 묘미인 관객과의 밀착된 호흡도 돋보였다. 다양한 인간군상을 맛깔나게 그려낸 멀티맨, 멀티걸의 활약은 공연의 백미였다. 30대와 60대 두 남자를 내세워 세대간의 갈등, 사회문제도 적절히 극 속에 녹여냈다. 관객들은 [락시터]가 던진 그물에 제대로 걸려들었다. 인생의 월척을 건진 관객들은 120분간 행복한 탄성을 질렀다. 촘촘한 그물을 제공했는데도 월척을 낚지 못했다면, 단지 화려함에만 끌리는 부류이거나 그도 아니면 하나 하나 까다롭게 따지는 평론가임이 분명할 듯 보였다.

2010년 초연된 뮤지컬 [락시터]는 이근삼 선생의 원작 ‘낚시터 전쟁’에서 모티브를 얻어 위성신 연출이 직접 극본화한 작품. 어깨가 무거운 30대 가제복과 마음만은 늘 청춘인 60대 오범학이 낚시터에서 벌이는 에피소드를 통해 관객들을 웃길 뿐 아니라 가슴 따뜻하게 한다.

대작뮤지컬에 '지킬 앤 하이드'가 있다면 소극장 뮤지컬에 '락시터'가 있다. '지킬 앤 하이드'가 관객들을 무서울 정도로 강렬하게 관객들을 빨아들였다면, '락시터'는 상당히 인간적으로 관객들과 조우한다. 오히려 이게 더 한국인들 특유의 징한 '정'을 불러일으킨다. 제복, 범하, 할아버지, 할머니가 부르는 넘버 '쌩쌩쌩'이나 제복과 119구급대원들이 부르는 '실종-여긴 그냥 저수지'는 메시지도 전달하면서도 상당히 흡인력이 강하다.

사실, 위성신 연출가의 작품에 대해 평단의 반응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왜? 관객 입장에서 상당히 쉽고 친근하게 극을 풀어내 평론가들의 고차원적인 말이 먹혀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편의 공연이 존재하는 이유는 평론가가 아닌 수많은 관객을 위해 존재하는 법. 그렇다고 한번 보고 금새 휘발되는 삼류 코미디 연애 작품까지 우호할 마음은 없다. 이런 점에서 위성신 연출은 기본적인 작품의 질은 지키면서 관객들을 끌어당긴다. 더더군다나 '나 이렇게 대단한 연출가야! 하면서 폼재지 않는다.

연극에서 뮤지컬로 변한 '사랑에 관한 다섯개의 소묘'가 일반 관객들을 더욱 폭 넓게 수용한 것 처럼, '락시터' 역시 무심코 지나친 일상의 깨알같은 재미와 의미를 무대로 불러냈다. 천재시인 이상의 일대기를 그린 '오감도'는 원작의 무게감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도 관객들이 받아들이기 쉽게 자신만의 스타일이 살아있는 연극으로 만들어냈다.

연극적 소재가 되지 않아 보일 것 같은 일상에서 찾아낸 이야기를 극화하는 것은 위성신 연출의 주특기다. 솔직히 [락시터]의 배경이 되는 ‘낚시터’라는 공간만 해도 여성관객들을 타켓으로 삼는 뮤지컬계에서 보면 어불 성설이다. 그런데 역공략이 먹혀 들었다. 쉽사리 뮤지컬 공연장에 발걸음을 하지 않는 중년 남성들도 끌어들이고, 매번 로맨틱 코미디에 열광하는 여성 팬들의 식견도 넓혀줬기 때문이다. 뮤지컬 속 가사 패러디 그대로 ‘지금 이 순간 뮤지컬계의 공식을 던져버린다’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이다.

[락시터]에 나오는 배우들은 총 4명이지만 한 배역에 3명 내지 4명이 캐스팅 돼 배우들의 조합에 따라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박정표, 유승일, 오의식, 이봉련의 조합으로 본 결과 오랜 호흡을 자랑하는 오의식과 이봉련 멀티 커플의 매력이 한층 빛난 무대였다. 더더구나 웃긴 건 ‘와~연기 잘 하내’라고 마음 속으로 말을 하고 있으면 옆에 앉아있는 어르신께서 똑같이 말을 했다는 점이다. 물론 어르신께서는 거침없이 밖으로 내뱉으면서 말했지만 말이다.

오의식의 여장 분장이 생각보다 예뻐서 깜짝 놀란 것도 잠시 오의식과 이봉련의 거침없는 욕설연기, 능청스런 연기와 춤에 관객들 모두 무장해제 됐다. 유승일의 귀여운 할아버지 연기와 느긋한 여유는 극에 안정감을 더해줬고 박정표의 진지한 연기와 뛰어난 노래 실력은 극에 무게감을 더했다. 배우 박정표에 관한 에피소드를 하나 말하자면, 2004년 경 아직 박정표가 이름을 알리기 전 배우를 뽑는 오디션 장에 취재를 간 적이 있다. 오디션 장에서 가능성이 보이는 배우들(박정표를 중심) 사진을 찍어 그날의 현장 기사로 올렸는데, 몇 년이 지난 후 유명해져 있는 것을 보고 기쁨의 미소를 지른 바 있다.

2011년 축제소극장 공연은 장기적 레퍼토리로 대학로의 소극장 ‘축제’를 형성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락시터]를 선보인다. 소극장 축제에서 월척을 낚은 관객들은 넘버 '비아그라 노래' 그대로 "뮤지컬 락시터야! 커지그라 세지그라, 오래버티그라" 라고 덕담을 건네고 싶어질 것이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300
푸조 고객 3명 중 1명이 선택, 올 뉴 3008 매력은?

푸조 고객 3명 중 1명이 선택, 올 뉴 3008 매력은?

푸조 올 뉴 3008 출시 첫 달 판매분의 31%가 기존 푸조 보유 고객의 재구매인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푸조 올 뉴 3008의 재구매 고객 중 디젤 모델을 소유했던 고객 비중이 60%에 달했으며, 동급의 준중형 해치백 308과 SUV 3008를 보유했던 고객이 50%를 차지한 점이 눈에 띄었다. 기존 푸조 디젤 모델의 우수한 연비와 안정적인 주행감에 대한 만족감이 재구매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올 뉴 3008 스마트 하이브리드의 향상된 효율성과 기술력에 대한

업계소식이한승 기자
볼보 ES90 국내 출시 임박, 세단+SUV..647km 주행

볼보 ES90 국내 출시 임박, 세단+SUV..647km 주행

볼보 ES90이 국내 투입된다. 볼보 딜러사 관계자에 따르면 ES90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공식 출시되며, 일부 딜러사는 현재 비공식 사전예약을 진행하고 있다. ES90은 볼보 차세대 전기차로 세단과 SUV의 장점이 결합됐으며, WLTP 기준 최대 647km를 주행한다. ES90은 볼보의 새로운 플래그십 전기차다. ES90은 세단과 SUV 장점이 결합된 독특한 세그먼트로 자리 잡았다. ES90은 호주와 영국을 시작으로 올해 말 글로벌 출고가 시작된다. 국내에는 이르면 내년 상

업계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기아 PV5 택시 전용 디스플레이 출시, 올인원으로 편의성 '업'

기아 PV5 택시 전용 디스플레이 출시, 올인원으로 편의성 '업'

기아는 PV5를 기반으로 한 택시 영업 특화 사야인 '올인원 디스플레이2(All-in-One Display2)'를 16일 공개했다. 올인원 디스플레이2는 택시 영업에 필수적인 기능을 12.9인치 디스플레이에 통합해 제공하는 PV5 택시 전용 옵션이다. 옵션 가격은 37만원이다. 올인원 디스플레이2는 택시 기사용앱(카카오 T), 내비게이션 앱(카카오내비), 미터앱(티머니모빌리티/이동의즐거움) 등 택시 영업에 필수적인 기능을 12.9인치 디스플레이에 통합해 제공하는 PV5 택시 전용 옵

업계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토요타 bZ7 세단 공개, 그랜저보다 큰 전기차..화웨이 탑재

토요타 bZ7 세단 공개, 그랜저보다 큰 전기차..화웨이 탑재

토요타는 bZ7 세단을 15일 공개했다. bZ7 세단은 토요타와 합작 투자 파트너인 중국 GAC가 함께 개발한 플래그십 세단으로 스포티한 실루엣과 브랜드 최신 패밀리룩이 적용된 전면부가 특징이다. 화웨이에서 전기모터와 OS 등을 제공한다. 올해 말 공식 출시된다. bZ7 세단은 토요타와 중국 광저우 자동차 그룹(GAC)가 합작 설립한 GAC 토요타에서 개발한 플래그십 세단이다. 토요타는 올해 말 bZ7 세단의 판매를 시작할 예정인데, 중국 외 지역 출시 계획은 공개

신차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GMC 아카디아 국내 출시 예고, 팰리세이드 정조준

GMC 아카디아 국내 출시 예고, 팰리세이드 정조준

GMC 신형 아카디아(Acadia)가 국내 투입될 전망이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한국GMC는 최근 신형 아카디아의 인증을 완료, 출시 준비에 돌입했다. 신형 아카디아는 쉐보레 트래버스의 형제차로 외관 및 실내의 고급스러움이 강조됐다. 출시 시기는 미정이다. GMC는 프리미엄 픽업트럭 및 SUV 전문 브랜드로 한국 시장 런칭 이후 시에라 단일 모델만 판매해왔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지난 4월 탑라이더와의 인터뷰에서 한국GMC 국내 라인업 확장을 고려하고

업계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기아 카니발 하이리무진 2026년형 출시, 가격은 6327~9780

기아 카니발 하이리무진 2026년형 출시, 가격은 6327~9780

기아는 2026년형 카니발 하이리무진을 출시한다고 15일 밝혔다. 2026년형 카니발 하이리무진은 편의사양을 강화해 고급감을 높이고 신규 트림 운영으로 고객의 선택 폭을 넓힌 것이 특징이다. 파워트레인은 가솔린과 하이브리드로 운영된다. 가격은 6327만원부터다. 2026년형 카니발 하이리무진 가격은 3.5 가솔린 9인승 노블레스 6327만원, 시그니처 6667만원, 7인승 시그니처 6891만원, 4인승 시그니처 9330만원, 1.6 터보 하이브리드 9인승 노블레스 6782만원, 시

신차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쉐보레 신형 볼트 EV 선공개, LFP 배터리 탑재..세련된 외관

쉐보레 신형 볼트 EV 선공개, LFP 배터리 탑재..세련된 외관

쉐보레 신형 볼트 EV가 선공개됐다. 해외 자동차 전문매체 GMAuthority에 게재된 신형 볼트 EV는 부분변경으로 기존 볼트 EUV를 기반으로 한다. 신형 볼트 EV는 세련된 전면부 디자인을 특징으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탑재가 예정됐다. 올해 하반기에 공개된다. 볼트 EV는 지난 2017년 첫 출시 이후 2023년 생산 중단과 함께 미국, 한국 등에서 순차적으로 단종됐다. 쉐보레는 소형 전기차에 대한 꾸준한 수요를 확인, 신형 볼트 EV의 올해 말 생산 및 출시를 확정

업계소식탑라이더 뉴스팀 기자
[시승기] 쏘렌토 하이브리드, 5천만원에 모든 것을 담았다

[시승기] 쏘렌토 하이브리드, 5천만원에 모든 것을 담았다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 2WD를 시승했다.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적당한 크기와 실내공간, 상품성에 하이브리드를 통한 경제성까지 더해져 국민 SUV로 자리매김 했다. 매년 꾸준히 오르는 가격으로 인해 저항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5천만원 미만에서 구입 가능한 최적의 선택지다. 기아 쏘렌토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SUV다. 현행 모델은 4세대 쏘렌토 부분변경(MQ4 PE) 모델로 2023년 8월 출시됐다. 전후면 램프류 디자인을 변경하고, ccNC와 OTA, 파

국산차 시승기이한승 기자
[시승기] 카니발 하이브리드, 대형 SUV 위협하는 상품성

[시승기] 카니발 하이브리드, 대형 SUV 위협하는 상품성

기아 카니발 하이브리드 9인승을 시승했다. 카니발 하이브리드는 연비와 정숙성을 함께 만족하는 모델로, 비교적 높은 가격에도 인기가 좋아 카니발 디젤의 단종을 앞당긴 것으로 평가된다. SUV를 선호하는 트렌드와 대형 SUV가 관심을 받고 있지만, 다인승 이동시 편의성은 독보적이다. 기아는 카니발 부분변경(KA4 PE)을 지난 2023년 11월, 하이브리드는 12월 출시했다. 사전계약에서 90%의 고객이 하이브리드를 선택하며, 출고 대기가 1년을 넘어서기도 했

국산차 시승기이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