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그랜저, 세단이야 스포츠카야?

[시승기] 그랜저, 세단이야 스포츠카야?

발행일 2011-03-22 14:22:04 김상영 기자

“누구도 넘볼 수 없었던 25년 그랜저 전통을 잇는 스타일”

그랜저에 대한 현대차의 설명이다. 그랜저는 1986년 출시돼 5세대로 진화하는 동안 국내 고급승용차의 ‘아이콘’과 같은 존재로 여겨져 왔다. 대기업 간부나 국회의원들이 운전기사를 두고 이용하는 경우도 많아서 ‘성공한 남자의 상징’으로 불리기도 했다.

▲ 현대차 그랜저

하지만, 그랜저의 상급 모델이 생산되기 시작하면서 그랜저의 이미지도 점차 변화되기 시작했다. 1, 2세대 그랜저는 대형차의 면모가 강했지만 3세대인 그랜저XG부터는 젊고 세련된 모습이 강조됐다. 3, 4세대의 그랜저가 정체성을 찾는 과도기적인 모습이었다면 5세대인 그랜저HG는 자신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찾은 모습이다.

확 바뀐 외관, 새로운 엔진, 첨단 편의사양으로 더욱 젊고 강력해진 그랜저를 시승해보았다.

◆더 이상 ‘노티’나는 차가 아니다

미워도 정이 들어설까, 혹은 디자인이 더 발전했기 때문일까. 소비자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려왔던 현대차 패밀리룩이 그랜저에 이르자 거부감 보다는 호감이 든다.

▲ 5세대 그랜저는 젊고 스포티한 외관을 가졌다

어느 한 곳도 과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폭 넓은 고객층을 염두에 둔 탓인지 각 부분의 디자인은 개성있지만 적당한 수준이다.

전면부는 현대차 패밀리룩의 중심인 쏘나타 디자인을 부드럽게 정돈한 느낌이다. 그릴의 모양과 헤드램프의 모양은 다소 얌전한 느낌마저 든다. 보닛과 범퍼에도 굴곡이 많아 입체적인 느낌도 든다.

측면부는 낮아진 전고 때문에 스포티한 느낌이 크다. 젊고 세련된 느낌이다. 뒷문에서 트렁크부분까지 이어진 벨트라인도 인상적이다. 이같이 철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양산 메이커는 흔치 않다고 한다. 하지만, 입체적인 벨트라인 부분에 접촉사고가 일어난다면 후속 조치가 어렵지 않을까 우려도 있다.

▲ 측면부는 쿠페스타일로, 전고가 낮아져 날렵한 모습이다

후면부는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다. 가로로 길게 이어진 리어램프는 특히 눈에 띈다. 범퍼와 일체형인 듀얼머플러도 인상적이다.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느낌을 주면서도 날렵하고 세련된 모습이다.

◆ 럭셔리카라 외형에도 불구, 잘 나가고, 잘 꺾인다

그랜저는 ‘젊은’ 엔진을 장착해 수려한 외모에 걸맞은 뛰어난 주행성능을 확보했다. 시승했던 모델은 HG300으로 람다Ⅱ 3.0리터 GDi 엔진이 장착됐다. 이 엔진은 최고출력 270마력, 최대토크는 31.6kg·m다. 이전 그랜저 3.3리터 모델에 비해 배기량은 줄었지만 11마력이 상승했고 토크는 0.6kg·m 줄었다. 

리터 당 약 90마력은 꽤 훌륭한 수준이다. 이 엔진의 성능을 느끼기 위해 정지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힘껏 밟아봤다.

휠스핀이 일어나며 rpm이 상승하고 엔진소리도 과격해졌다. 시속 60km, 6200rpm 부근에서 기어 변속이 이뤄졌다. 2단으로 기어가 변속되는 과정에서 약간의 휠스핀 현상도 일어났다. 시속 100km에서 3단으로 변속됐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7.5초 정도다. 국산 준대형차가 이렇게나 빨랐나?

초반 가속에서 약간 더디게 가속되는데도 이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속 100km 이상에서는 경쟁차종보다 더 우수한 성능을 보여줄 것 같다.

▲ 그랜저에는 270마력의 직분사 엔진이 장착됐다

가속 성능과 이어서 제동력을 테스트했다. 높은 속도에서 급브레이크를 밟고 낮은 속도에서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테스트했는데 두 조건 모두 합격점을 받을 만 했다. 고속에서 급브레이크를 밟아도 안정적인 제동력을 보였다. 감속 페달을 밟으며 머리속으로 계산한 거리에 어느 정도 들어맞는 듯 했다. 저속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독일차나 스포츠세단을 타는 운전자라면 평소보다 페달을 조금 강하게 밟아줘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급제동을 5~6차례 반복해 테스트하니 페달이 뻑뻑해지고 밀리는 느낌도 생겼다. 과격한 테스트에 브레이크가 지쳤다고 보면 된다. 이런 극한의 테스트에서나 경험할 일이지 일반적인 주행에서 크게 문제될 부분은 아니다.

◆자동차를 믿어라 'ASCC'…오른발은 거들뿐

그랜저의 가장 큰 특징을 꼽는다면 단연,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을 꼽을 수 있겠다. 그랜저를 시승하기 전부터 가장 크게 기대한 부분이다.

정해놓은 속도를 유지하며 주행하는 크루즈 컨트롤, 앞 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며 감속과 가속을 하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한 것이 어드밴스트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이다.

▲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컨트롤'은 고속도로 뿐 아니라 도심에서도 유용하다

ASCC는 그야말로 스티어링휠 조작만으로 주행이 가능한 기술이다. 스티어링휠 우측에 위치한 온-오프스위치와 속도조절 레버만으로 주행이 가능하다. 앞차와의 간격도 4단계로 설정이 가능하다.

흔히 크루즈컨트롤이라 하면 고속도로나 꾸준한 주행을 할 때만 사용할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상습정체구간인 서부간선도로를 통과하는 출근길에서 그랜저의 ASCC는 더욱 빛을 발했다. 가다 서다를 끝없이 반복하는 도로에서 "완전 편하다!"라는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왔다. 특히, 명절 연휴 고속도로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귀성차량에 매우 유용할 것 같다.

처음 ASCC를 작동하면 스스로 차가 가감속을 하는 신기한 기능이라는걸 알면서도 정작 감속해야할 상황에선 자신도 모르게 브레이크 페달에 발이 간다.

▲ 실내에는 버튼이 매우 많다

처음에는 ‘과연 제대로 설까?’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일단 믿어보자’고 생각하니 몸이 편해졌다. 하지만, 도로에는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고 있으니 오른발은 항상 브레이크 곁에 준비돼 있어야 한다. 또 졸거나 집중력을 잃어서도 안 된다.

그랜저를 시승하고 나니 ‘세상 참 좋아졌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와 같은 첨단 기능은 물론, 성능, 연비, 안전 사양까지 대부분 기능이 너무나 잘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랜저의 가격은 3112만원에서 3901만원이다. 현재는 그랜저에만 장착된 독특한 기능인 ASCC는 상위모델인 노블, 로얄 트림에만 장착할 수 있는 점은 아쉽다.
저작권자 © 탑라이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300
스텔란티스, 테슬라 NACS 충전 적용..한국은 2027년부터

스텔란티스, 테슬라 NACS 충전 적용..한국은 2027년부터

스텔란티스가 자사 전기차 고객의 충전 접근성 및 편의성 강화를 위해 북미 충전 규격(North American Charging System, NACS)을 적용한다. 이를 통해 스텔란티스 산하 일부 전기차 고객들은 북미, 일본, 한국 등 향후 5개 국가에서 총 2만8000기 이상의 슈퍼차저 이용이 가능해진다. 도입 시장 및 시점은 2026년 초 북미를 시작으로, 2027년 일본과 한국에 우선 적용된다. 세부 모델별로는 2026년 북미에서 우선적으로 지프 왜고니어 S와 닷지의 차저 데이토나 전기차 모

업계소식이한승 기자
모범택시3 씬스틸러는 그랜저, 김도기 차바꿨다 

모범택시3 씬스틸러는 그랜저, 김도기 차바꿨다 

하반기 기대작 SBS 드라마 ‘모범택시 3’에 신형 그랜저가 등장한다. 오는 11월 21일 첫 방송되는 ‘모범택시 3’에서 주연 김도기(이제훈 분)가 활용하는 주요 차량으로 그랜저가 등장한다. 고객들은 드라마를 통해 현대차의 플래그십 세단인 그랜저를 주연급 소재인 모범택시로 만나게 된다. 극 중 주인공의 차량으로 그랜저가 선택된 배경을 담은 스핀오프 필름이 지난 11월 15일 SBS 공식 유튜브 채널 ‘스브스캐치’를 통해 공개됐다.

업계소식이한승 기자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 국내 출시..2억7757만원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 국내 출시..2억7757만원

캐딜락이 에스컬레이드 IQ(ESCALADE IQ)를 국내에 출시하고 20일부터 판매에 돌입한다. 에스컬레이드 IQ는 플래그십 SUV 에스컬레이드를 순수 전기차로 재해석했다. 에스컬레이드의 헤리티지 요소를 계승한 풀사이즈 전기 SUV로, 프리미엄 스포츠 단일 트림의 가격은 2억7757만원이다. 에스컬레이드 IQ는 풀사이즈 전기 SUV로 전장 5715mm, 전폭 2055mm, 전고 1935mm, 휠베이스 3460mm의 압도적인 스케일과 공간감을 자랑한다. GM의 혁신적인 아키텍처 설계를 통해 여유로

신차소식이한승 기자
투싼 후속 미리보기? 크레이터 콘셉트 예고

투싼 후속 미리보기? 크레이터 콘셉트 예고

현대자동차가 새로운 오프로더 콘셉트카 크레이터(CRATER)의 공개를 예고했다. 오는 20일(현지시각) LA오토쇼 2025에서 공개될 크레이터 콘셉트는 익스트림 오프로드 쇼 차량으로 기획됐으며, 오프로드 주행성능과 내구성을 갖춘 컴팩트 SUV다. 크레이터의 향후 출시 계획은 미정이다. 크레이터 콘셉트는 캘리포니아 어바인에 위치한 현대 아메리카 기술센터(HATCI)에서 만들어졌다. 현대차가 북미시장에 강조하고 있는 XRT 라인업, 아이오닉5 XRT, 산타크루즈 X

신차소식이한승 기자
혼다, 파일럿 부분변경 공개..존재감 업그레이드

혼다, 파일럿 부분변경 공개..존재감 업그레이드

혼다는 18일(미국 현지시각) 파일럿의 부분변경 모델, 2026년형 파일럿을 공개했다. 신형 파일럿은 기존 모델의 강점인 주행감각과 조향감을 더욱 강화하고, 전면부 그릴 확대, 인포테인먼트 모니터 확대 등 내외관 디자인을 업그레이드했다. 2026년형 파일럿은 미국서 12월부터 출고된다. 전면부는 커진 그릴과 선명해진 스키드 플레이트를 통해 강인한 분위기다. 기존 육각형 그릴은 면적을 키워 사각형 형태로 진화했으며, 패턴 변경으로 남성적인 이

신차소식이한승 기자
폴스타, 고객 로열티 행사 ‘폴스타 데이 2025’ 성료

폴스타, 고객 로열티 행사 ‘폴스타 데이 2025’ 성료

스웨덴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Polestar)가 11월 15일부터 16일까지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첫 고객 로열티 행사 ‘폴스타 데이 2025(Polestar Day 2025)’를 성황리에 마쳤다. 폴스타 데이 2025는 공도에서는 쉽게 경험할 수 없었던 폴스타의 퍼포먼스 DNA를 고객이 트랙 위에서 직접 체험하고, 폴스타가 추구하는 다이내믹한 주행 감성과 운전자 중심으로 설계된 드라이빙 철학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국내 첫 고객 로열티 행사를 기념하기 위해

업계소식이한승 기자
현대차 아반떼 N TCR, '2025 TCR 월드투어' 최종전 우승

현대차 아반떼 N TCR, '2025 TCR 월드투어' 최종전 우승

현대자동차는 '더 뉴 엘란트라 N TCR(국내명: 더 뉴 아반떼 N TCR)'이 11월 13일(목)부터 16일(일, 현지시각)까지 마카오 '기아 서킷(Guia Circuit)'에서 개최된 ‘2025 TCR 월드투어’ 최종 대회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모두 차지하는 더블 포디움을 달성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로써 현대자동차 더 뉴 엘란트라 N TCR은 올해 진행된 TCR 월드투어 총 8개 대회 중 이번 마카오를 포함해 스페인, 이탈리아, 호주, 한국 대회까지 총 5번의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시즌을 마

모터스포츠이한승 기자
르노, 코리아세일페스타 11월까지 연장..그랑 콜레오스 350만원

르노, 코리아세일페스타 11월까지 연장..그랑 콜레오스 350만원

르노코리아(대표이사 니콜라 파리)가 코리아세일페스타 종료 이후인 17일부터 르노코리아만의 세일 페스타로 역대 최고 수준의 고객 혜택을 11월 말일까지 이어간다. 이와 함께 매주 특별한 선물을 제공하는 고객 감사제 ‘르노 메르시 위크’도 올 연말까지 지속한다. 이달 말까지 르노코리아의 베스트셀링 중형 SUV ‘그랑 콜레오스’를 구매하는 고객은 2026년형 그랑 콜레오스의 아웃도어 감성 스페셜 에디션인 ‘에스카파드(escapade)&rsq

업계소식이한승 기자
현대차그룹, 2030년까지 125조원 국내 투자..역대 최대

현대차그룹, 2030년까지 125조원 국내 투자..역대 최대

현대자동차그룹이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국내에 총 125조 2천억 원의 사상 최대 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직전 5년(2021~2025년) 동안 국내에 투자했던 89조 1천억 원을 36조 1천억 원가량 상회하는 규모다. 125조 2천억 원을 연평균 투자 금액으로 환산하면 25조 4백억 원으로, 직전 5년 연평균 투자액 17조 8천억 원 대비 40% 이상 증가한 액수다. 현대차그룹의 대규모 중장기 국내 투자 결정은 그룹의 근원적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차원이며, 글로벌 모빌리티

업계소식이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