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고는 높지만 무게중심은 낮다?”

다소 이질감이 느껴지는 두 개의 특징을 적절히 조합한 차가 있다. 스바루의 포레스터다.

▲ 포레스터는 전형적인 SUV의 모습을 취하고 있다

포레스터는 SUV답게 높은 지상고을 통해 넓은 운전시야를 확보하게 해준다. 외관상 다소 껑충한 느낌이 들기 때문에 무게중심도 높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포레스터에는 포르쉐 등 유럽 스포츠카에도 사용되는 박서엔진이 장착돼 낮은 무게중심을 자랑한다. 덕분에 날렵하고 민첩한 핸들링을 구사할 수 있다.

실은 지난달 개최된 ‘스바루 스노우 익스피리언스’ 시승행사에서도 포레스터를 타봤다. 하지만 당시 눈길 위에서 주행했을 뿐만 아니라 시승 시간도 한정됐었기 때문에 포레스터를 완벽히 이해하지는 못해 아쉬웠던 기억이다. 그래서, 당시 눈길 위에서도 안정된 주행성능이 인상적이던 포레스터를 한층 진지하게 시승했다.

▲ 포레스터는 눈길에서도 안정적이었다

◆스포츠 세단과 맞먹는 핸들링

포레스터에 탑승해 지하주차장을 빠져나가는 동안 많은 것을 느꼈다. 통로가 좁고 코너가 심한 지하주차장을 생각보다 가볍게 빠져나왔다. 스티어링휠이 가벼워 조작하는데 편했고 경쾌한 느낌이었다. 또 머릿속으로 그리는 궤도에 따라 정확하고 민첩하게 움직였다. 덩치가 큰 차량임에도 왕복 2차선 도로에서 여유롭게 유턴하는 것이 가능했다.

연속적인 코너구간이 있는 북악스카이웨이에서도 뛰어난 성능을 뽐냈다. 시속 60km 정도, 기어는 2,3단을 오가며 주행했다. 브레이크를 자주 조작하지 않고 기어의 메뉴얼 모드를 이용해 감속해가며 시승했더니 이 차의 성격을 더 잘 느낄 수 있었다.

유턴에 가까운 헤어핀 구간에서도 속도를 그대로 유지하며 코너를 빠져나가는 것이 가능했다. 스핀현상이 일어나거나 중앙차선을 넘어가는 일도 많지 않았다. 서스펜션은 비교적 탄력이 강했다. 차체의 쏠림도 크지 않았다.

▲ 포레스터는 어떤 환경에서도 잘 달린다

높은 전고를 가졌음에도 놀라운 핸들링을 발휘하는 것은 상시사륜구동과 낮은 무게중심을 가능케 하는 박서엔진, 견고한 단단한 차체의 영향으로 생각된다.

◆상시사륜구동과 박서엔진의 만남

스바루는 1972년 세계최초로 사륜구동방식의 승용차를 판매했다. 스바루의 사륜구동시스템은 후륜에는 55%, 전륜에는 45%의 고정적인 힘을 배분한다. 전자식으로 앞뒤의 구동력을 배분하는 다른 회사에 비해 원초적인 느낌도 든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스바루의 사륜구동방식에 대한 집념이 보인다.

스바루 관계자는 “다른 자동차 회사의 사륜구동은 대부분 연비 향상에 초점을 두어 세팅됐다”면서 “고속 접지력 향상이나 험로의 안정적인 주행을 위해선 고정적인 동력을 배분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 스바루 박서 엔진의 피스톤 구조

스바루의 또 다른 고집은 수평대향형 박서엔진이다. 박서엔진이란 피스톤이 좌우에서 서로 마주 보고 있는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권투선수의 빠른 ‘잽’처럼 보인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스바루 측은 박서엔진의 마주 보고 있는 피스톤의 형태는 소음과 진동을 상쇄시켜주는데 효과적이라고 했다. 또한 높이가 낮은 탓에 무게 중심을 낮추고 무게 배분을 균형적으로 할 수 있다고 한다.

▲ 박서엔진과 상시사륜구동은 뛰어난 핸들링을 갖게 한다

스바루는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각종 랠리대회에서 수많은 우승 기록을 세웠다. 또한 랠리대회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상용차를 더욱 튼튼하고 견고하게 만들었다.

도심형 SUV를 표방하는 포레스터에도 랠리대회에서 쌓은 노하우가 스며있다.

◆가속능력은 평범…스포트모드 아쉬워

뛰어난 핸들링을 가졌지만 가속능력은 평범했다. 포레스터에는 2.5리터 DOHC 4기통 박서엔진이 장착됐다. 최고출력은 172마력이며 최대토크는 24.1kg·m이다.

출력면에서는 부족함이 없었지만 토크가 다소 낮은 것이 아쉬웠다. 꾸준하게 속도는 올라갔지만 치고 나가는 느낌이 부족했다.

패밀리카라는 특성을 생각한다면 크게 아쉬운 부분은 아니다. 하지만 인상적인 출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게 느껴진다.

포레스터는 수동식 SPORT모드를 지원하고 있는데, 4단 변속기 탓인지 D모드와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연비는 리터당 10.6km이다. 연비는 물론, 이산화탄소 배출에 따른 환경 오염 까지 생각한다면 기어단수를 더 늘려야 하지 않나 생각된다. 

포레스터는 미국의 권위 있는 중고차 잔존가치 평가기관인 ALG가 실시한 잔존가치 평가에서 3년 연속 ‘베스트 SUV’를 차지했으며 미국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가 선정한 ‘2011 가장 안전한 차’를 수상하며 그 안전성까지 인정받았다. 차체 설계 및 기본기가 충실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다.

포레스터의 국내 판매가격은 3790만원이다. 

김상영 기자 〈탑라이더 young@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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