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훈의 클릭오페라] '파우스트'-김우경이 서 있는 대한민국이 메트로폴리탄이다.

[정다훈의 클릭오페라] '파우스트'-김우경이 서 있는 대한민국이 메트로폴리탄이다.

발행일 2011-03-17 18:55:11 정다훈 객원기자

조용히 흘러가는 강물을 응시하다 방향이 바뀌는 길목에서 아찔함을 느끼는 기분이었다. 그 '아찔함' 그대로 거꾸로 거슬러 흐르는 물줄기에 파우스트와 함께 손을 뻗고 싶어졌다. 메피스토가 제안하는 '젊음과 영혼의 거래'에 발을 담그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3월 16일 첫 무대에 오른 국립오페라단의 [파우스트](연출 이소영)는 주인공 '파우스트'의 내면과 음밀하게 대화하게 만든 작품이었다.

한국인 테너 최초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주역 무대에 선 김우경의 국내 첫 데뷔작인 [파우스트]는 샤를 구노가 작곡한 5막의 그랜드 오페라이다. 내용은 괴테의 원작 중 1부에 중점을 뒀다. 2010년 [메피스토펠레]에 이어 국립오페라단이 올리는 ‘괴테 파우스트 시리즈’ 두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이소영 연출은 사다리를 연상시키는 철골 구조물과 자연의 품을 떠오르게 하는 숲을 양쪽에 배치해 악마와 인간의 대비, 파우스트와 마르그리트의 고립감을 살려냈다. 웅장한 무대 장치가 생략된 대신 인물들 사이의 갈등을 조명을 이용해 깔끔히 정리해냈다. 또한 하얀 백지로 둘러싸인 파우스트의 방안의 문이 마치 뚜겅이 열리듯 연출한 후 아슬아슬한 공간을 걸어가는 파우스트를 내세워 호기심과 욕망을 향한 주인공의 발걸음에 관객들을 동참시켰다.

김우경이 보여준 [파우스트]는 어떻게 관객들에게 다가왔는가. 파우스트는 젊음을 되찾고 숭고한 선인이 되어 상승하고자 하는 욕망 뿐 아니라 그 이면에는 악의 심연을 맛보고 싶은 또 다른 욕망을 지닌 이중적인 인물이다. 김우경이 목소리 연기로 창조해낸 [파우스트]는 그의 존재 자체가 하나 하나 이야기로 쌓이는 묘한 매력을 발산했다. 즉, 눈으로 드러나는 거대한 성량으로 관객들을 압도하는 것이 아닌 서정적인 목소리 연기로 객석을 사로잡았다. 또한 그가 서 있는 서울 예술의 전당 무대가 세계 최고의 오페라 무대인 ‘메트로폴리탄’을 연상케 해 대한민국 오페라의 현실에도 눈뜨게 만들었다.

사실. 프랑스 오페라 하면 우아한 서정성을 매력으로 꼽지만, 자짓 잘못하면 관객들을 나른한 잠으로 빠져들게 하는 함정이 있다. 누가 주역으로 서느냐에 따라 작품이 색을 달리하게 된다는 말이다. 김우경이 3막에서 부르는 서정적인 독창곡 '정결한 집'은 영상에서는 느낄 수 없는 환상적 울림이 함께한다. 여기에 더해 메피스토 역 베이스 사무엘 레미 할아버지의 품 안에서도 벗어나기 힘들다. 지휘자 오타비오 마리노와 함께 무대 위 군중 뿐 아니라 객석을 지휘하며 마력을 선사한 사무엘 레미의 카리스마 있는 목소리에 고개가 절로 쭈뼛 세워졌다.

그럼에도 18일 단 하루 박준혁이 분할 메피스토펠레를 보고 싶은 욕망은 잠재우기 힘들다. 16일 공연장 로비에서 여러 번 마주쳐 말을 걸고 싶게 만들었던 베이스 박준혁은 ‘아듀 2010 송년 갈라’에서 한 차례 메피스토의 매력을 발산한 바 있다. 보다 부드러운 음색과 젊은 에너지를 가진 박준혁 메피스토는 과연 어떤 색깔의 목소리 연기를 펼칠 지 못내 궁금하다.

주역 한명 한명이 최고의 무대를 선사했다. 순결한 마음을 대변하는 여인 마르그리트 역 알렉시아 불가리두는 외모 자체가 탄성을 불러일으켰으며, 메피스토가 가져다 놓은 보석함을 열어보며 부르는 '보석의 노래'에서 안정적이고 티 없이 맑은 음색으로 감동을 몰고 왔다. 또 한명의 가수 발견은 발랑탱 역의 바리톤 이상민이었다. 함께 관람한 문외한씨의 귀에도 쏙 들어온 이상민의 명확한 가창과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저 가수 도대체 누구야?"라는 질문을 이끌어냈다.

마르그리트를 짝사랑하는 시에벨로 분한 카운터테너 이동규는 바가지 머리를 하고 등장해 소년의 느낌이 물씬 났으며, 사랑의 열병에 시달리는 소년의 내면을 특유의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전달했다. 여기에 더해 2막 후반에 메피스토가 시에벨의 목소리 톤 그대로 '그녀가 떠나버렸내'를 따라해 메피스토의 악동 같은 면 역시 감지할 수 있었다. 묵직한 음색을 내는 베이스 가수가 여성적 음색이 강한 카운터 테너 목소리를 들려줘 예상외의 인상적인 장면을 남긴 것은 두말할 필요 없다.

박호빈이 안무한 발레 장면은 서정적인 프랑스 오페라에 강약을 실어줬다. 2막의 장이 선 광장과 5막의 메피스토가 선사하는 환락의 밤 장면은 반복적으로 나오는 강렬한 리듬의 물결에 맞춰 무용수들이 요동치게 연출됐다. 더욱이 밤 깊은 시간까지 극을 관람하느라 체력이 떨어진 관객들의 숨겨진 욕망까지 끄집어내오며 육체가 그려내는 밤의 향연을 선보여 마지막 집중력을 한껏 끌어올렸다.

20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숨죽인 감동을 선사한 [파우스트]는 사랑하는 여인의 죽음과 영적인 구원, 그리스도의 부활을 바라며 천사들이 ‘구원받았도다’ 외치며 막을 내린다. 아니 그래야 함에도 그러지 못했다. 16일 첫날 공연 중 마지막 영상자막에 실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메피스토펠레가 말하는 ‘심판받았다’란 자막을 끝으로 커튼이 닫히자 내리자 갈길이 먼 관객들은 부랴 부랴 극장 밖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수차례 이어지는 커튼콜 타임에 자막이 떴다. 결국 일찍 자리를 뜬 관객들을 뒤로 하고 마지막 커튼콜까지 지켜본 매너 있는 관객들만이 구원을 받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됐다. 이렇듯 실수가 있었지만 이 역시 상당히 인상적인 공연의 잔상이었다.

추후 국립오페라단은 4월 7일부터 10일까지 마에스트로 정명훈이 지휘하는 오페라 [시몬보카네그라]를 선보인다.

저작권자 © 탑라이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300
[시승기] 아이오닉9, 532km 주행하는 6천만원대 전기차

[시승기] 아이오닉9, 532km 주행하는 6천만원대 전기차

현대차 아이오닉9 HTRAC2 6인승을 시승했다. 아이오닉9은 현대차가 가장 최신 선보인 전기차이자 최신 파워 유닛 기술이 반영된 신차로, 110.3kWh의 대용량 NCM 배터리팩과 3열의 공간을 확보하고도 2WD 시작가격은 6715만원이다.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구성임을 부정할 수 없다. 현대차의 전기차 라인업에서 아이오닉9은 여러 의미를 갖는다. 현대차는 2021년 E-GMP를 공개하고 E-GMP가 적용된 아이오닉5를 출시했다. E-GMP는 배터리, 전기모터, 섀시 구조 등 전기차

국산차 시승기이한승 기자
푸조, 폴리곤 콘셉트 공개..2027년 양산차에 적용

푸조, 폴리곤 콘셉트 공개..2027년 양산차에 적용

푸조는 12일(현지시각) 미래 주행의 즐거움을 새롭게 제시하는 차세대 콘셉트카 ‘폴리곤 콘셉트(POLYGON CONCEPT)’를 공개했다. ‘하이퍼스퀘어’ 조향 시스템과 ‘스티어-바이-와이어’ 전자식 조향 기술, 새로운 아이-콕핏이 선사하는 민첩함과 무한한 개인화, 지속가능성 혁신을 보여준다. 푸조는 지난 4일 폴리곤 콘셉트의 첫 외관 이미지를 공개하고, 글로벌 게임 포트나이트 내 가상 섬 폴리곤 시티를 통해 티징 캠페인을 진행하며

업계소식이한승 기자
혼다, ‘2026년형 뉴 CR-V 하이브리드’ 출시..5280만원

혼다, ‘2026년형 뉴 CR-V 하이브리드’ 출시..5280만원

혼다코리아가 CR-V 하이브리드의 2026년형 부분변경 모델을 국내 출시한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신차는 6세대 부분변경 모델로, 고객 니즈를 반영해 사용자 중심의 안전 및 편의사양을 업그레이드했다. 가격은 2WD 5280만원, 4WD 5580만원(VAT 포함, 개소세 인하분)이다. CR-V는 혼다 SUV 라인업을 대표하는 모델로, 30년간 SUV 시장의 기준을 세워온 글로벌 베스트셀링 SUV다. 1995년 처음 출시되어 ‘도심형 SUV(Urban SUV)’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으며, 이후 150

신차소식이한승 기자
람보르기니 ‘테메라리오 슈퍼 트로페오’ 공개, 하이브리드 제외

람보르기니 ‘테메라리오 슈퍼 트로페오’ 공개, 하이브리드 제외

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가 이탈리아 미사노 월드 서킷 마르코 시몬첼리에서 열린 ‘람보르기니 슈퍼 트로페오 월드 파이널(Lamborghini Super Trofeo World Finals)’ 현장에서 신형 원-메이크 레이스카 ‘테메라리오 슈퍼 트로페오(Temerario Super Trofeo)’를 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해당 모델은 2027년 시즌부터 아시아, 유럽, 북미 지역에서 열리는 람보르기니 슈퍼 트로페오 챔피언십에 공식 출전할 예정이다. 테메라리오 슈퍼 트로페오는 ‘우라

신차소식이한승 기자
현대차, 서울어린이대공원에 ‘현대자동차 정원’ 개장

현대차, 서울어린이대공원에 ‘현대자동차 정원’ 개장

현대차는 지난 12일 서울어린이대공원 정문 광장(서울 광진구 소재)에서 ‘2025 현대자동차 정원 개장식’을 개최했다. 서울어린이대공원의 노후한 정문 광장을 리모델링해 만들어진 ‘현대자동차 정원’은 공원을 찾은 방문객들에게 편안한 휴식을 제공하기 위한 공간으로 꾸며졌다. 행사에는 현대차 국내사업본부장 정유석 부사장, 국내지원사업부장 윤효준 상무, 국내사업지원실장 김경조 상무, 서울시 곽관용 정무수석, 서울시의회 김

업계소식이한승 기자
그랑 콜레오스, 4차 무선 업데이트..노래방 지원

그랑 콜레오스, 4차 무선 업데이트..노래방 지원

르노코리아가 중형 SUV 그랑 콜레오스에 대한 4번째 무선 업데이트를 실시한다고 13일 밝혔다. 펌웨어 OTA(FOTA) 방식으로 진행하는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르노코리아는 기존 그랑 콜레오스 고객들에게 상품성이 더욱 강화된 커넥티비티 서비스 및 ADAS 기능을 제공할 계획이다. 르노코리아는 이번 4차 무선 업데이트를 통해 이전에 판매된 그랑 콜레오스 차량들에도 최근 출시된 2026년형 모델과 동일한 커넥티비티 서비스 업그레이드 사항을 반영할 예정이

업계소식이한승 기자
BMW, X3 30 xDrive M 스포츠 패키지 프로 출시

BMW, X3 30 xDrive M 스포츠 패키지 프로 출시

BMW코리아가 ‘BMW 뉴 X3 30 xDrive M 스포츠 패키지 프로’를 출시한다고 12일 밝혔다. 신형 X3 30 xDrive는 단일 트림으로 출시되며, 마일드 하이브리드가 기본으로 제공된다. BMW 뉴 X3 30 xDrive M 스포츠 패키지 프로의 국내 판매 가격은 8390만원(부가세 포함)이다. BMW 뉴 X3 30 xDrive M 스포츠 패키지 프로의 외관은 BMW SAV 모델 특유의 비율에 현대적인 디자인 언어를 적용했다. 이전 세대에 비해 차제 길이와 폭이 늘어나고 높이는 낮아져 한층 역동적인 비율을

신차소식이한승 기자
아이오닉 6N∙EV6 GT에 적용, 2-스테이지 모터시스템

아이오닉 6N∙EV6 GT에 적용, 2-스테이지 모터시스템

현대차∙기아의 신기술, '2-스테이지 모터시스템'이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한 '대한민국 기술대상' 최초 영예인 대통령상을 수상해 주목된다. 해당 시스템은 고출력 전기차의 구동 시스템으로도 도심과 같은 일상주행에서 높은 효율을 확보하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전기차의 파워유닛은 크게 3가지, 전기모터, 감속기, 인버터로 구성된다. 전기모터는 회전력을 생성하고, 감속기는 그 회전력을 바퀴에 전달한다. 인버터는 배터리의 직류 전력을 교

업계소식이한승 기자
2세대 신형 텔루라이드 공개, 레인지로버 혹은 컬리넌

2세대 신형 텔루라이드 공개, 레인지로버 혹은 컬리넌

기아 2세대 텔루라이드가 공개됐다. 10일(현지시각) 공개된 신형 텔루라이드는 6년만에 선보이는 풀체인지 모델로, 1세대 모델의 고급스러움과 편안한 온로드 승차감을 기반으로 대담하고 정교한 디자인을 통해 존재감을 높였다. 2027년형 텔루라이드는 2026년 1분기 출고가 시작된다. 신형 텔루라이드의 외관은 박시한 스타일과 면을 강조해 미래지향적이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전면부의 대담하고 견고한 이미지를 비롯해 편평한 보닛과

신차소식이한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