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릇푸릇 생명이 움틀 댄다. 꽁꽁 얼었던 대지가 걷히고 물렁물렁한 속살이 새싹을 품는다. 그 어디보다 빨리 봄의 전령을 만날 수 있는 곳은 어딜까. 온갖 새생명을 잉태하는 식물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아기자기한 조형물이 유식물원 캠핑장 구석구석을 수놓는다. 동화나라에 텐트를 친 느낌이다.

식물원과 캠핑장, 그 오묘한 조화

봄을 빨리 맞이하겠다는 욕심에 식물원을 찾았지만 왠지 식물원과 캠핑장은 어울릴 것 같지 않다. 기대 반, 의심 반의 마음으로 368번 지방도로를 지나 포천 갈월2리 마을길로 들어선다. 자동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만한 좁은 시골길. 캠핑장을 함께 운영해 인기를 모으고 있는 식물원이 이런 외진 곳에 있을까하는 의심이 기대를 야금야금 먹어 삼킨다.

삼정리를 지나 구불구불 산으로 인도하는 길을 따라 10분 남짓, 유식물원 입구가 눈에 들어온다. 아니, 입구부터 줄지어 서 있는 차량 행렬이 더 먼저 시야를 가로막는다. 텐트 펙을 고정시키는 망치소리가 산 속 식물원에 ‘탕’ ‘탕’ 울려 퍼지고... 정적일 것만 같던 식물원은 어린아이의 뛰노는 소리에 점령당한다. 자연과 인공, 캠핑과 놀이가 맛있게 버무려진 식물원 속 캠핑 이야기가 펼쳐진다.

▲ 봄에는 아이리스를 비롯한 식물원의 꽃들이 만개한다. (유식물원 제공)

홍대 갤러리를 닮은 동화나라 캠핑마을

유식물원은 흔히 봐왔던 캠핑장과는 너무나도 다른 분위기다. 홍대 갤러리 카페를 연상시키는 아기자기한 조형물이 식물원 구석구석을 수놓았다. 계곡 위로는 목조다리가 아담하게 길을 내고, 그네와 벤치가 쉴 공간을 마련한다. 잣나무 숲에 둘러싸인 식물원에는 탱고의 정원, 얼음골, 산딸나무숲, 하늘정원 등 테마파크가 들어섰고 그 사이사이에 텐트를 치는 공간이 마련됐다. 총 20,000㎡, 6만평이 넘는 부지. 식물원 입구부터 전망대까지는 걸어서 왕복 1시간이 넘게 걸린다. 넓은 공간이라 허술할 법도 한데 주인장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은 없다.

▲ 어린이가 행복한 캠핑장. 대부분의 캠핑객이 유식물원의 강점으로 어린이가 놀기에 좋다는 것을 꼽았다.

유식물원 유상혁 대표는 “처음에는 변절자 취급을 받았어요. 식물원에서 캠핑장을 운영한다고 지인들이 손가락질을 했죠.”라며 입을 연다. 유 대표는 2008년 5월 아이리스전문 식물원을 열었다. 8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친 뒤였다. 캠핑장을 함께 운영하기로 한 것은 2009년부터다. 유대표는 “사람들이 몇 시간만 식물원을 보고 가는 게 아쉬웠어요. 조금 더 자연 속에 머물러주길 바랬죠.”라고 말한다.

▲ 어린이에게 가장 큰 인기를 모으는 레일썰매장

유식물원 캠핑장의 가장 큰 장점은 어린이가 놀기에 좋다는 것이다. 레일썰매장을 비롯해 토끼산책로와 등잔전시관, 아열대온실, 어린이가든 등 어린이 캠핑객을 위한 다양한 장소가 마련됐다. 보물찾기 이벤트가 열리면 아이들은 식물원 지도를 펼쳐들고 보물찾기 삼매경에 푹 빠진다.

식물원 정상에 있는 전망대까지 산책 코스도 매혹적이다. 여유 있게 둘러보면 왕복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식물원 남쪽에 위치한 탱고의 정원에서 시작해 아열대온실, 등잔전시관, 꽃창포원, 자연림, 산딸나무숲, 아이리스원을 지나 전망대에 오를 수 있다. 산정호수까지 넓게 펼쳐지는 풍광에 심호흡을 한 뒤, 내려오는 길에는 휴양림, 하늘정원, 썸머왈츠, 암석원을 지나 식물원 입구에 다다른다. 봄의 향내를 물씬 머금은 봄꽃의 속삭임이 어느새 온몸을 간질이고 있다.

▲ 아직 날이 쌀쌀하다. 아열대온실에서 몸을 녹이며 관람을 하는 것도 괜찮다.

* 가는 길

서울북부에서 의정부를 지나 포천시청에서 368번 지방도로에 오른다. 백궁가든이 보이면 우회전해서 유식물원 표지판을 따라 오면 된다. 내비게이션에는 ‘경기도 포천시 신북면 삼정2리 산38’을 입력.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포천시청 농협중앙회 건너편에서 57번 버스를 타고 갈월2리에서 내리면 된다.

▲ 인공적인 느낌을 싫어한다면 식물원 휴양림 인근에 위치한 곳에 자리를 잡는 것도 좋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다른 사이트와 다르게 자연 속에 폭 파묻힌 느낌이 든다.

* 시설정보

오토캠핑사이트 100동, 캠핑장비가 마련돼 있는 캠핑하우스 20동이 있다. 24시간 온수가 나오는 샤워실과 개수대가 식물원 중앙에 마련돼 있다. 별도로 캠핑장 곳곳에 간이화장실이 설치돼 있다. 캠핑장에서는 전기는 물론이고 무선인터넷도 사용할 수 있다. 식료품을 사려면 식물원 바깥으로 5km 이상 나가야 하므로 들어오기 전에 사가지고 오는 것이 좋다. 장작, 전기릴선, 전기등, 토치 등 다양한 캠핑장비를 식물원에서 대여할 수 있다. 이용요금은 오토캠핑 1박에 비수기 28,000원. 성수기 30,000원이다. 캠핑비용에 식물원 이용료, 전기 사용료, 레일썰매 체험비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텐트를 포함한 캠핑장비를 모두 대여해 1박을 할 경우 이용료는 7만~13만원이다.

솔로캠퍼 〈탑라이더 g1078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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