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이 3D영화관이냐 뮤지컬 극장이냐’ 헷갈릴 정도이다. 2010년 초연에 이어 2011년 3월 다시 막이 오른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이 곳이 바닷 속이라고 치자, 혹은 저기가 감옥임을 감으로 때려잡아라’라는 암묵적 동의로 진행되는 여타의 뮤지컬 작품과 다르게 실감나는 영상으로 관객들을 몰입시켰다.

▲ 몬테크리스토 포스터

단순히 영상만 무대 뒤에 깔아놓았다면 관객들은 ‘쉬’빠져들지 않았을 것이다. 뮤지컬은 여러개의 스크린을 적절히 활용해 배우들의 연기 장면에 중첩시켜 실감나는 입체 무대를 만들어냈다. 특히, 물방울이 선명하게 투사된 스크린은 눈 앞에서 실제 파도가 넘실대는 듯한 바닷 속 탈출 장면에서 힘을 발휘했으며, 와이어를 몸에 설치한 주인공 에드몬드가 자루에서 나와 바다를 헤엄치는 장면은 다시 봐도 압권이다. 주인공 남녀의 시공간을 함께 배치한 장면 역시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했다.

[몬테크리스토]는 ‘삼총사’로 잘 알려진 프랑스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가 쓴 소설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원작. 복수극의 고전답게 주인공 에드몬드가 억울한 14년의 감옥생활 후 보물섬에서 얻은 금은보화로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된 이후 보여주는 처절한 복수를 극 속에 어떻게 녹여냈는지가 뮤지컬의 성공을 가늠하는 열쇠이다. 초연 무대 이후 언론은 일제히 2막의 복수 장면 이후 순식간에 이뤄지는 용서와 화해를 약점으로 꼽았다.

▲ 몬테크리스토 위선자 3인

수정과 보완을 거쳐 대극장 무대에 오른 2011년 [몬테크리스토]는 2막에 각별히 신경을 쓴 듯 보였다. 몬테크리스토가 왜 복수를 할 수 밖에 없는지 보다 친절하게 설명해 줘 관객들의 이해도를 높였다. ‘탐욕’ ‘위선’ ‘배신’으로 명명될 수 있는 빌보트, 당글라스, 몬데고 이외 메르세데스의 환영에 핀 조명이 들어오면 관객들은 몬테크리스토의 심경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초연 때 다소 장면 연출이 깔끔하지 못했던 후반 복수 장면 역시 위선자 3인이 몰락해가는 과정을 압축적으로 풀어냈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천국의 눈물’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은 어디서든 빛이 났다. 여기에 더해 배우 류정한이 충무아트홀 대극장 지붕을 뚫을 성량으로 ‘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을 들려준다. 그 누구도 아닌 류정한이 선사하는 지옥이라면 어디든 따라갈 태세로 관객들은 전율했고 이어 기립했다. 몬테크리스토와 메르세데스가 함께 부르는 사랑 노래 ‘언제나 그대 곁에’ 장면에서는 최현주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귀를 잡아 끌었다. 새롭게 캐스팅 된 해적선 여선장 루이자 역의 김영주 역시 ‘해적선’과 ‘진실 혹은 대담’ 넘버에서 이에 지지 않는 존재감으로 무대를 장악했다.

▲ 몬테크리스토역의 류정한

알버트 역의 김대현은 꽃남 전동석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지난해 뮤지컬 ‘왕세자 실종사건’에서 ‘구동’역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그는 이번작품에서 후반 몬테크리스토와 대치 장면에서 디테일한 연기를 선보였다. 몬데고 역의 강태을은 최민철이 보여준 비열함에 더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여인으로 인해 갖게 되는 외로움이 객석에 더 잘 전달됐다. 자코포로 분한 배우 김철무의 덤블링을 이번 무대에서 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었다.

화려한 볼거리 안에 ‘정의는 구하는 자들의 것. 사랑은 베푸는 자들의 것임’을 제대로 보여주고 들려주는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4월 24일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주인공 몬테크리스토 역은 류정한, 신성록, 엄기준이 번갈아가며 출연하고 차지연, 최현주가 상대역을 맞는다. 4월부터는 여주인공 메르세데스로 분한 옥주현을 만나볼 수 있다.

▲ 몬테크리스토 카니발 장면

 

정다훈 객원기자 〈탑라이더 otrcoolp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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