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 코란도C는 현대기아차와 반대로 시트포지션을 높이고 남성적인 이미지를 더했습니다"

이재완 쌍용차 부사장은 22일, 현대기아차가 투싼, 스포티지등 SUV 신차를 내놓으면서 차체를 낮추고 지나치게 여성적인 CUV로 만들고 있다며 쌍용차는 이와 반대로 만들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투' 전략에서 벗어나 코란도 특유의 남성적인 이미지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겠다는 설명이었다.

과연 쌍용차가 현대기아차와 전혀 다른 차를 만들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폈다.

◆실내 인테리어…남성적이면서 거칠어

과연 시트에 앉아보니 최근 현대기아차가 내놓는 소형 SUV의 느낌은 찾을 수 없었다. 운전석 시트가 높아서 정체된 도로에 섰을때 전면 시야가 여유롭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경쟁모델에 비해 지상고(차체하부 높이)가 높은 것은 아니어서 험로 주파 능력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을 듯 했다.

실내는 남성적 취향이지만 약간 거친 느낌이었다. 운전대에서 시작해 대시보드나 센터페시아를 이루는 각 플라스틱 부품은 질감이나 조립품질이 시대에 뒤떨어진 느낌이었다. 내장 오디오 음질도 기대에 크게 못미쳤다. 물론 예전 쌍용차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품질이 향상 됐지만, 최근 현대기아차나 수입차 인테리어 수준은 따르지 못했다.

실내 공간, 특히 뒷좌석 공간은 합격점을 줄 만 했다. 경쟁모델에 비해 축거(바퀴 앞뒤간 거리)가 10mm가량 길고 차체 높이(전고)를 20mm~40mm 높인 덕분인지 뒷좌석 무릎 공간도 더 넓은 느낌이 들었다. 경쟁모델은 승객이 약간 눕혀진 상태로 다리를 앞으로 뻗어 앉는 스타일이라면 이 차는 그보다는 약간 정자세로 앉게되는 느낌이었다.

◆주행성능 강력하진 않아도…대체로 우수

엔진은 수치로 보면 대단한 수준이다. 181마력, 토크 36.7kg.m을 내는 엔진은 시보레 올란도에 장착된 2.0리터 디젤 엔진(161마력)에 비해 월등하고 현대기아차나 BMW의 디젤엔진 (184마력)에도 육박한다.

운전대를 꺾고 출발하며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보니 ESP(전자자세제어장치)의 불이 연신 깜박였다. 바퀴를 미끄러뜨릴 정도로 엔진의 성능이 우수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차의 4륜구동 시스템이 상시 4바퀴에 힘을 전달하지 않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평상시는 전륜에 힘이 상당부분 전달되고 필요한 경우 후륜으로 절반가량 힘을 보내는 방식으로 만들어져 있다.

쌍용차 측은 이 차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시속 100km로 정속 주행시 경쟁모델에 비해 소음이 적다"고 밝혔지만, 정작 주행 느낌은 그다지 정숙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노면 소음은 적게 들리는 듯 했지만, 공회전이나 가속시 엔진 소음은 경쟁모델에 비해 심했다.

자동 변속기는 최근 중국에 피인수된 호주DSI의 제품인데, 부드럽긴 하지만 동력 전달의 직결감은 떨어졌다. 감속중 변속되는 시점도 의외여서 최근 국내 소비자들의 요구사항을 잘 반영하지 못한 듯 했다.

엔진성능은 경쟁 차종보다 약간 부족할 뿐이었지만 차체 무게가 140kg이상 무거운데다 변속기 록업(직결)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가속감이 더디게 느껴졌다. 뿐만 아니라 시속 140km 이상에선 가속력이 눈에 띄게 줄었다.

경쟁모델에 비해 시트 포지션이 높은 만큼 코너를 접어들기 전엔 약간 걱정됐다. 하지만 일단 코너에 들어서니 기울어짐이 크지 않고 노면을 단단하게 받쳐주는 느낌이 우수한 편이었다.

스포티한 주행을 즐기는 차가 아니라 패밀리카로서 이 정도 주행 성능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란도C '옵션' 자세히 살펴야

조수석에 앉아 시트 조작을 하면서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운전석은 전동시트였지만 조수석 시트는 수동이었기 때문이다.

시승차는 '코란도C 클래시 럭셔리 모델'(2735만원)에 AWD(180만원),7인치 내비게이션(130만원)을 더해 3045만원에 달하는 차다. 경쟁차종인 현대 투싼ix(1870~3011만원)나 스포티지(1855~3000만원)의 상급모델보다 비싸다. 사실 수입차인 혼다 CR-V나 도요타 RAV4 2륜구동모델과 맞먹는 동급 최고 가격이다. 이 가격의 차가 유용한 기능인 조수석 전동시트를 옵션으로도 선택할 수 없다니 안타까웠다.

또, 타사에서 기본으로 장착하는 사이드&커튼에어백(60만원),엑티브헤드레스트 등 안전장비가 옵션으로 빠져있는 점도 의외다. 요즘 소비자들의 선호옵션인 가죽시트도 최상급(클래시)에다 별도 패키지를 더해야만 장착된다.

쌍용차 측이 '동급 최고연비'라고 밝힌 17.6km/l의 연비는 '기본형(chic모델)'에 수동변속기 기준이다. 자동변속기 연비는 15.0km/l(1등급)라고 밝혔는데 이는 또 '기본형(chic모델)'에만 해당하는 연비고, 나머지 모델은 모두 14.6km/l로 2등급이다. '기본형'은 나머지 차종에 비해 많게는 100kg이나 가볍다. 어찌된 일인가 자세히 살펴보니 '기본형'은 모든 내외장 악세서리 부품을 다 떼고 에어컨은 아예 장착할 수 없게 만들어놨다. 이는 실제 판매용이라기 보다 연비 측정용으로 만들어진 차로 보였다. 자동변속기에 4륜구동을 장착한 차의 연비는 13.1km/l로 국산차 수입차를 통틀어 동급에서 가장 뒤떨어진다.

코란도C의 팜플렛은 유독 잘못된 정보를 얻기 쉽게 만들어져있다. 영업소에 가기 전에 옵션 먼저 꼼꼼히 살피는 것이 좋겠다.

◆아쉬움 남지만…남성적 스타일, 넓은 실내공간이 포인트

약자를 응원하지만 돈은 강자에게 건다는 스포츠 격언이 있다. 최근 쌍용차가 겪은 어려움이 차에 대한 냉철한 판단을 주저하게 만든다. 몇몇 기자들도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이만한 차를 내놨다면 훌륭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신의 돈 3000만원을 내고 이 차를 사겠냐고 물으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코란도C가 처음 국내 도로에서 위장막을 씌우고 주행시험을 하던 2008년에는 경쟁모델에 비해 우월한 요소가 많았다. 그때 나왔어야 할 차가 3년 늦게 나온 느낌이다. 그동안 경쟁사들은 너무 강력한 경쟁상대들을 내놓고 말았다. 코란도C의 절대적인 가치는 큰 부족함이 없지만 막강한 경쟁 모델에 비해선 여러 부분에서 약간씩 미진하다. 쌍용차 이유일관리인은 "코란도C는 현대기아차 처럼 대량 생산을 통해 이익을 많이 남기는 차가 아니라 4점식 엔진 마운트와 밸런스샤프트 등 경쟁 업체에 비해 고급 부품을 많이 사용한 차"라고 강조했다.

코란도C의 'C'는 클래시(Classy;세련됨,고급스러움)의 약자라고 하는데 차의 성격은 정반대다. 부드럽고 세심한 이미지보다는 당당하고 남성적인 면이 더 부각돼 있었다. 달리기 성능 등 잘 갖춰진 기본기에 개성있는 SUV 스타일과 더 여유로운 실내공간이 필요한 소비자들을 위한 차였다.

김한용 기자 〈탑라이더 whynot@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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