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GM대우가 한국GM으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마지막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장에서 GM대우 관계자들은 새로 내놓는 브랜드가 '시보레'가 아니라 '쉐보레'라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GM대우가 Chevrolet라는 브랜드명을 '쉐보레'로 적겠다고 나오면 언론과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름이 통일되지 못할 것이 불보듯 뻔하다.

본래 시보레의 어원은 회사 창업자 이름을 딴 것으로 본래 발음대로 표기하면 "쉐벌뤠이(ʃɛvrəˈleɪ)"와 비슷하다. 하지만 GM대우가 '쉐벌레이'라 쓰지 않은 이유는 우리 정서상 그런 표기법을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물론 외래어 표기는 정서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로마자의 한국어 표기는 1986년에 개정된 외래어표기법을 따른다. 여기 따르면 외래어를 한국어로 표기할 때는 24개 주요자소만 선택해 쓰도록 돼 있다. 모음은 이,위,에,외 등 7가지만 사용된다.

또, 1991년 정부와 언론은 외래어심의공동위원회를 구성하여 외래어 표기를 심의하여 한글 표기를 결정해 왔다. 위원회는 GM의 브랜드명을 한글로 적을때는 시보레, 창업주는 루이 셰브럴레이로 적도록 분명히 해왔다. 외래어표기법이 개정되면 몰라도 그 전까지 언론사들은 한국GM이 자칭 "쉐보레"라 하더라도 "시보레"라고 적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GM대우는 그동안 차 이름으로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나 '라세티 프리미어' 등 생경한 명칭을 고집해왔다. 그러나 이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실제 구글 웹사이트에 검색을 해봐도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라는 이름이 적힌 문서는 44만6000개에 불과하지만, 네티즌들이 궁여지책으로 내세운 약어인 '마크리'라는 이름은 199만개로 오히려 4배가 넘게 사용되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GM대우는 그동안 자사의 이름을 'GM DAEWOO'라고 적어왔다. 여지껏 멀쩡한 한국 어원을 버리고 굳이 뜻도 통하지 않는 알파벳을 동원하더니 이제는 반대로 미국식 영어 발음을 한국인들에게 강요하는 듯 하다. '오렌지'를 '어륀쥐'로 발음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정치인은 된서리를 맞았다. 한국에 차를 팔면서 외래어표기법이라는 한국 맞춤법을 무시하고 나름대로 방식으로 적겠다니 한국에서 장사를 하겠다는 입장인지 영어를 한수 가르쳐 주겠다는 입장인지 아리송하다.

김한용 기자 whynot@top-rider.com <보이는 자동차 미디어, 탑라이더(www.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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