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18일 부산에서 개최된 신형 그랜저의 시승 행사장에서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을 소개하고 기자들이 직접 시연해 볼 수 있도록 했다.

버튼을 눌러서 차의 최고 속도를 180km로 설정하니 가속페달을 밟지 않았는데도 차가 엄청난 속도로 가속이 됐다. 먼 발치에 차가 나타났지만 기자가 탄 차는 아랑곳 않고 돌진하는 듯 해서 무척 무서웠다. 첨단 장치가 장착돼 추돌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뗄 수 없었다. 앞차가 약 200미터 앞까지 가까워지자 브레이크가 스스로 작동하면서 앞차의 속도와 같은 속도로 감속됐다.  신기한 광경을 목격한 기자 한명은 "차에 귀신이 붙었나보다"라고 농담을 했다.

이 차에 장착된 ASCC는 운전자가 일일히 브레이크와 엑셀 페달을 밟을 필요 없이 차가 스스로 달리고 서는 기능으로, 고속도로나 막히는 도로에서도 활용할 수 있어 운전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장치다. 이 기능이 장착된 차는 운전 편의성이 향상될 뿐 아니라 충돌을 근원적으로 막기 때문에 안전성도 향상된다.

█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무엇이 다른가

크루즈 컨트롤이라는 기능은 속도를 한번 정해놓으면 차가 정해진 속도에 맞춰 달리도록 하는 기능이다. 이 기능을 쓰면 가속페달을 밟지 않아도 꾸준한 속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발이 편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유용한 기능이지만 차가 많은 도로에서는 사용할 일이 거의 없었다. 이 때문에 세계 자동차 제조사들은 차량의 정체에 따라 차가 스스로 속도를 감속하거나 다시 가속하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장착했다. 차가 레이더를 통해  앞을 살피다가 차가 끼어들거나 정체 되면 이에 맞춰 차가 스스로 감속 되는 기능이다.

기존 현대 제네시스나 에쿠스 같은 국산 고급차에는 이런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이 장착돼왔다. 그렇지만 이 기능은 기술적인 이유로 시속 60km 이상으로 주행할 경우에만 사용이 가능했다. 속도가 60km 이하로 줄어들면 변수가 훨씬 많아지기 때문에 기능이 정지된다. 앞차가 멈춰선다면 운전자가 스스로 브레이크를 밟아서 차를 세워야 하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는 앞차가 정지하면 이에 따라 스스로 차가 정지하고, 앞차가 출발하면 따라서 출발하는 기능까지 갖춰져 있다. 장애물이 나타나면 차가 스스로 제동을 해서 충돌을 어느 정도 방지하는 기능도 있다. 운전자가 운전중에 잠시 한눈을 팔아도 앞차를 추돌하지 않게 된다. 이 기능은 기아 K7에도 조만간 장착된다.

사실 우리나라에선 볼보 XC60 같은 수입차들이 먼저 추돌방지 기능을 갖췄다. 이와 유사한 기능이 국산차에도 도입되기 시작된 것이다. 일단 국산차에 도입됐으니, 점차 널리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기능을 장착하면 사고 대부분을 차지하는 추돌사고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 '차선 이탈 방지(LKAS)' 기능은 무엇

원래 현대차는 이번 신형 그랜저에 ASCC와 함께 차선 이탈 방지 기능(LKAS;Lane Keeping Assist System)을 장착할 예정이었다. 이 기능은 차선을 지켜보고 있다가 차가 스스로 핸들을 돌려 차선을 유지하도록 하는 기능이다. 이 기능이 장착되면 운전자가 핸들에서 손을 놓아도 차가 알아서 달리게 된다. 현대차 측에 따르면 기술적 완성도는 95%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신형 그랜저는 출시 직전에 이 기능이 삭제됐다. 시험차량에 장착해 한국의 다양한 도로에서 테스트를 해본 결과 예상보다 차선이 지워진 구간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현대차 측은 밝혔다. 차선이 지워지고, 역광까지 받으면 간혹 오작동으로 차선을 넘는 경우가 있어서 이번 양산에선 빠지게 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미 폭스바겐 CC등 경쟁 브랜드의 동일 기능에 비해 인식률이 우수한데다, 기술을 더 향상시켜 수년내는 양산차에 장착할 예정이라고 현대차 측은 밝혔다.

█ 다양한 첨단 기술 장착하면 자동차 사고가 완전히 사라지나

장차 자동차 사고가 사라지도록 하는게 자동차 회사들의 목표지만, 아직 그 정도 수준에 이르지는 않았다. 자동차 회사들은 도로망과 차가 통신해 교통신호, 교통량 등을 파악할 수 있고, 차끼리의 통신이 이뤄져 일부 자율주행이 가능해지는 시기를 이르면 2020년부터로 보고 있다. 운전자가 없이도 차가 달리고, 장애물을 피하는 등 '자율주행 자동차'에 대한 연구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장차 차가 고장나지 않는 이상 서로 충돌하거나 사람을 다치게 하는 일은 없어질 것이라는 것이 자동차 업계의 정설이다.

첨단 기술로 사고를 일정 부분 줄일 수는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현대차는 이번 그랜저에 장착한 ASCC 기능을 안전 장치가 아니라 편의 장치라고 소개하고 있다. 현대차 측은 운전자가 ASCC나 LKAS 등의 기능을 사용하는 동안 반드시 전방 시야를 살펴야 하고, 오른 발은 반드시 브레이크 패달에 올려놓고 있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커브길이나, 언덕길, 급하게 끼어드는 차 등도 완전히 파악하지는 못한다.

주차보조시스템도 기술 발전이 눈부신 분야 중 하나다. 현대 아반떼를 시작으로 해서, 국산차들도 일렬주차시 자동으로 핸들을 돌려주는 기능도 장착하게 됐다. 그랜저에도 장착됐고 앞으로 기아K7이나 쏘나타 등에도 장착된다. 이 기능을 이용하면 주차하면서 벌어졌던 사소한 접촉사고도 상당수 막아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한용 기자 whynot@top-rider.com <보이는 자동차 미디어, 탑라이더(www.top-rider.com)>

김한용 기자 〈탑라이더 whynot@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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