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더 뉴 말리부 E-터보를 시승했다. 말리부 E-터보는 차세대 1.35리터 터보 엔진을 얹고 경량화 차체를 통해 동급에서 가장 뛰어난 연비를 확보했다. 특히 새로운 다운사이징 엔진과 VT40 무단변속기와의 완성도가 뛰어나 합리적인 중형세단으로 주목할 만 하다.

국산 중형차 시장에 엔진 다운사이징 바람이 불고 있다. 쉐보레 말리부는 1.5리터 터보 엔진을 앞서 적용한데 이어 1.35리터 E-터보 엔진을 적용해 다시 한번 앞서기 시작했다. 현대기아차는 신형 쏘나타와 3세대 K5 출시와 함께 1.6리터 터보의 비중을 크게 높였다.

더 뉴 말리부 E-터보는 말리부의 부분변경 모델로 지난해 11월 출시됐다. 쉐보레의 새로운 패밀리룩이 적용돼 듀얼포트 아래쪽 그릴의 면적을 키웠다. HID 헤드램프 대신 LED 헤드램프를 탑재하고 신규 주간주행등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세련된 분위기를 강조했다.

측면은 부분변경 전 모델을 기준으로 출시한지 4년이 넘었지만, 최근 출시된 차량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매끄럽게 떨어지는 C필러는 2도어 쿠페를 연상시키며 후륜 구동 기반의 세단과 유사한 비율이다. 후면 리어램프는 면발광 LED를 적용하며 디테일을 강조했다.

실내는 부분변경을 통해 고급감을 높였다. 모던한 크림 베이지 인테리어 컬러를 도입하고, 8인치 슈퍼비전 클러스터를 새롭게 적용했다. 동급 최대 수준의 전장과 휠베이스를 통해 넓은 실내공간과 적재공간을 확보했다. 윈도우 프레임 마감 등에서는 경쟁차를 앞선다.

쉐보레는 더 뉴 말리부를 통해 파격적인 다운사이징을 선보였다. 중형차 최초로 3개의 실린더를 사용한 1.35리터 E-터보 엔진과 VT40 무단변속기는 최고출력 156마력, 최대토크 24.1kgm를 발휘한다. 복합연비는 17인치 기준 14.2km/ℓ(도심 12.8, 고속도로 16.2)다.

말리부의 E-터보 엔진은 알루미늄 소재를 기반으로 엔진무게를 최소화시키고 전자식 워터펌프를 적용해 엔진 내부온도를 제어한다. 이와 함께 전자식 웨스트게이트 시스템과 전자유압식 브레이크 부스터인 e-부스터를 탑재하는 등 효율성을 극대화한 최신 유닛이다. 

줄어든 실린더와 배기량에도 성능은 오히려 향상됐다. 지난해 열린 더 뉴 말리부 미디어 시승 행사에서는 말리부 1.35 터보와 말리부 1.5 터보의 가속력 대결에서 1.35 터보가 압도적으로 빨랐다. 제원상 1.35 터보는 최고출력은 10마력, 최대토크는 1.4kgm 강화됐다.

실제 주행에서도 배기량이 무색할 만큼 경쾌한 가속력을 전달한다. 1500rpm부터 발생되는 최대토크는 무단변속기를 통해 매끄럽게 출력을 전달한다. 일상적인 환경에서의 가속력과 주행감각은 경쟁사의 전통적인 2.0리터 자연흡기 중형차를 크게 앞서는 수준이다. 

급가속과 고속주행에서 무단변속기는 마치 8단 자동변속기처럼 리드미컬하게 동작한다. 과거 무단변속기의 단점인 고회전에서 머물며 속도를 올려가는 타입이 아닌, 토크컨버터 방식의 변속기처럼 각각의 기어 단수를 거쳐가는 설정으로 엔진과의 매칭이 좋은 편이다. 

실제 가속력에서도 뛰어난 모습을 보이는데, 쉐보레의 새로운 VT40 무단변속기는 동력 전달 효율을 높이기 위해 스틸 벨트 타입이 아닌 Luk 체인 벨트를 적용했으며, 변속 모드를 구현했다. 제원상 최대토크 40.0kgm에 대응하도록 설계돼 높은 내구성을 확보했다. 

정차시 실내는 가솔린 중형차 특유의 정숙함이 강조됐다. 3기통 특유의 진동을 억제하기 위해 엔진 실린더 블록 중앙에 밸런스 샤프트를 적용하고 엔진 마운트를 강화해 엔진의 소음과 진동을 줄였다. 주행시에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을 통해 소음을 줄여준다.  

파워트레인은 엔진 회전 3000rpm를 사용하는 일상 주행과 고회전을 사용하는 적극적인 주행에서 성향이 반전된다. 고회전 사용시에는 3기통 엔진 특유의 사운드와 질감이 전달돼 호오가 나뉠 수 있겠다. 고속에서의 풍절음과 노면 소음은 경쟁차 대비 우수한 수준이다. 

고속도로에서의 풍절음은 승차감을 크게 좌우하는 부분으로 말리부의 경쟁력이 부각된다. 최근 출시된 경쟁차 신형 쏘나타나 3세대 K5의 경우 규정속도를 벗어난 추월 구간이나, 바람이 많이 부는 상황에서 실내로 전달되는 소음이 크게 증가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고속주행시 안정감은 말리부의 여전한 매력이다. 속도에 따라 묵직해지는 스티어링 휠과 차체와 노면의 일체감 높은 주행감각은 운전자에게 안정감을 전한다. 전반적인 설계가 고속주행 중심으로, 실제 차량의 속도보다 운전자가 체감하는 속도가 낮게 느껴진다.

승차감은 근래에 보기 힘든 상당히 부드러운 설정이다. 낮은 편평비의 19인치 휠과 타이어가 적용됐음에도 노면의 요철을 꽤나 부드럽게 소화한다. 주행성능 강화를 위해 단단해진 경쟁차와는 다른 대목이다. 그럼에도 고속에서의 롤과 피칭은 효과적으로 억제했다. 

급격한 제동시 차체는 불필요한 흔들림 없이 안정적으로 속도를 줄여나간다. 말리부 1.35 터보의 공차중량은 1415kg으로 경쟁모델 대비 가볍다. 아울러 무게를 줄인 다운사이징엔진 덕분에 차량 앞부분의 무게가 줄어들어 코너링시 앞쪽의 움직임이 꽤나 경쾌하다. 

고속 코너링은 말리부 여전한 강점으로 손꼽을 수 있다. 전륜구동 모델임에도 한계내에서 차량의 뒷부분이 부드럽고 깔끔하게 따라온다. 리어 쪽의 그립이 예상보다 높은 것도 높게 평가할 수 있겠다. 적당한 롤링은 허용하돼 범위가 크지 않아 안정감이 유지된다. 

말리부에 기본으로 적용된 보쉬사의 랙 구동형 파워스티어링(R-EPS)은 최근 대부분의 차량에 적용되는 전자식 스티어링 휠 중에는 피드백이 우수한 편이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로유지보조, 전방충돌경고, 사각지대경고 등 최신 안전장비도 빠짐없이 지원한다.

말리부 1.35 터보의 가장 큰 강점은 연비다. 퇴근길 60km의 정체 구간에서의 주행에서 복합연비보다 높은 16.2km/ℓ를 기록했다. 90km/h 전후의 고속주행시에는 평균 20km/ℓ를 훌쩍 넘기는 연비를 보여줘 소형차는 물론 연비 좋은 디젤차와도 비교되는 수준이다.

국산 중형세단 시장은 최근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풀체인지를 거친 신형 쏘나타와 3세대 K5가 투입되며 활력을 찾는 모습이다. 쉐보레는 더 뉴 말리부 출시와 함께 가격을 100여만원 내려 2364만원부터 시작, 경쟁력을 높였다. 치열한 경쟁으로 소비자는 즐거워졌다.

김한솔 기자 〈탑라이더 hskim@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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