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K7 프리미어 3.0을 시승했다. K7 프리미어는 부분변경 모델로 내외관 디자인의 큰 변화와 함께 IoT 신사양을 적용해 상품성을 높였다. 경쟁차 그랜저 대비 여전히 나긋나긋한 승차감과 차음 글래스 적용으로 정숙해진 실내는 과거의 플래그십 오피러스가 연상된다.

K7 프리미어가 속한 국산 준대형 세단은 국산차 중 가장 가격 대비 가치가 높다. 소형차 구입시에도 2천만원에 가까운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이런 저런 최신 옵션을 더하면 가격이 중형차 수준까지 올라선다. 중형 SUV라도 구입하려고 하면 3천만원을 넘어서기 일쑤다.

3천만원 초반에서 시작되는 국산 준대형 세단은 신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에게 공간과 동력성능, 고급스러움을 두루 만족시키는 정답에 가까운 선택지다. 특히 기본형 모델에도 다양한 옵션이 충실히 적용돼 있어 비용 때문에 아쉬운 선택을 할 가능성도 적다.

이런 상황은 고스란히 신차 판매량에 나타난다. 국산 준대형 세단 대표 모델인 그랜저는 매달 1만대 전후의 판매를 기록하며 항상 판매 상위 모델에 랭크된다. 하지만 K7의 경우 매번 그랜저에 밀려 월간 판매량 3천대 수준에 머문다. 그래서 준비한 카드가 K7 프리미어다.

K7 프리미어에는 5종의 파워트레인이 마련됐다. 과거 7개 파워트레인을 자랑했던 현대차 LF쏘나타가 연상되는 대목이다. 경쟁차 그랜저에서는 단종된 디젤 모델까지 포함된다. 특히 가장 판매가 많은 2.4 가솔린은 스마트스트림 G2.5 가솔린으로 파워트레인이 변경됐다.

가장 궁금한 모델은 새로운 G2.5 모델이지만 이번 미디어 시승에서는 기존과 동일한 파워트레인의 3.0 가솔린 모델이 준비됐다. K7 프리미어의 외관 디자인은 변화의 폭이 상당하다. 과거 램프류 디자인만 변경하던 것과 달리 펜더와 보닛의 금형까지 달라졌다.

전면부는 커진 그릴과 함께 날렵하게 다듬은 헤드램프의 위치를 내려 밸런스가 좋아졌다. 수직형 음각 크롬바를 적용해 이탈리안 브랜드 마세라티가 연상되기도 한다. 헤드램프 일체형 방향지시등을 범퍼로 내린 점은 자사 프리미엄 브랜드와의 차급 구분으로 보인다.

후면부 디자인은 디테일은 개선된 반면 디자인 완성도는 후퇴했다. 금형 변화의 폭이 제한적인 상태에서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하려는 욕심이 불러온 불상사다. 하지만 야간에 나타나는 LED 시그니처의 존재감은 확실하다. 차세대 모델 디자인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실내에는 12.3인치 인포테인먼트 모니터와 동일한 크기의 LCD 클러스터가 적용됐다. 안그래도 넓은 공간에 수평형 레이아웃을 적용해 공간감이 탁월하다. 공조장치 조작부 디자인을 변경하고, 전자식 기어레버, 엠비언트 라이트 적용을 통해 고급감을 높였다.

운전석에 오르면 넓은 전방시야와 크고 넉넉한 사이즈의 시트가 특징이다. 광활한 사이드미러 시야각은 최고 수준으로 방향지시등을 켜면 계기판에 나타나는 선명한 후측방 화면으로 인해 사각지대는 제로에 가깝다. 루프에 적용한 스웨이드 내장재는 오버 센스다.

시승차는 3799만원의 K7 프리미어 3.0 시그니처에 파노라마 선루프 108만원, 컴포트 88만원, 스타일 123만원, 드라이브 와이즈 59만원, HUD팩 123만원, 모니터링팩 113만원이 더해진 4413만원 사양이다. 풍부한 옵션과 6기통의 댓가로 기본형 대비 1311만원 비싸다.

K7 프리미어 3.0 가솔린 모델은 3.0리터 V6 가솔린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돼 6400rpm에서 최고출력 266마력, 5300rpm에서 최대토크 31.4kgm를 발휘한다. 19인치 휠 모델의 경우 공차중량은 1660kg, 복합연비는 9.8km/ℓ(도심 8.6, 고속 12.0)다.

정차시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과 진동은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진동이 스티어링 휠이나 기어레버, 시트로 전달되지 않아 실내는 그저 편안하고 안락했다. 4기통으로의 다운사이징으로 직분사 터보엔진이 적용된 신형 E클래스나 신형 5시리즈 대비 정숙성은 월등하다.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그저 부드럽고 매끄럽다. 배기량이 여유로운 만큼 저회전에서도 여유롭게 거동한다. 하지만 연비를 위해 무디게 설정된 가속페달은 스포츠모드에서도 즉각적인 반응을 기대하기 어렵다. 변속기는 저단에서도 빠르게 락업 클러치가 걸려 연비를 높인다.

K7 프리미어에는 신규 댐퍼가 적용돼 승차감을 개선했다. 기본적으로 부드러움을 강조한 서스펜션 셋업이지만 신규 댐퍼를 통해 과속방지턱을 넘는 동작에서 빠르게 자세를 추스린다. 고속 코너링에서도 롤을 상당히 허용하지만 롤 이후에도 상당히 잘 버텨준다.

하지만 좌우로 반복되는 거친 핸들링에서 차체는 거칠고 불안한 움직임을 보인다. 차체와 휠베이스가 길고 전륜에 하중이 집중되는 전륜구동 준대형 세단의 물리적인 한계는 극복하지 못한다. 이런 거동에서는 비교적 단단하게 설정된 그랜저의 셋업이 적합하다.

부드럽지만 노면의 자잘한 요철은 운전자에게 전달되는데 주요 원인 중 하나는 편평비 40의 19인치 타이어다. 저편평비 타이어의 경우 조종 안전성이 향상되고 외관 디자인이 개선되는 반면 타이어가 흡수해야 할 노면으로부터의 충격을 그대로 전달하는 경향이 있다.

2열 공간은 광할하다. 운전자가 바짝 당겨 앉는 포지션을 취할 경우 2열 레그룸은 스트레치드 리무진이 연상될 정도다. 파노라마 선루프 적용으로 헤드룸이 낮아진 상태지만 대부분의 성인을 포용할 정도로 여유롭다. 2열 차음유리 적용으로 소음 유입도 크게 줄었다.

고속에서는 바닥이나 트렁크 쪽에서 소음이 유입되는데 쇼퍼드리븐이라면 불만 사항이겠지만 이제는 패밀리카에 가까운 K7에서는 납득 가능한 수준이다. 전륜구동 대형세단의 태생적 단점인 피쉬테일 현상으로 인한 승차감 저하가 이제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반자율주행 기능의 경우 국산차와 수입차를 통틀어 가장 진보된 수준이다. 완성도를 결정짓는 차로유지보조(LFA) 기능의 경우 10분 이상의 주행을 거뜬히 소화한다. 차로이탈방지보조와 달리 스티어링 휠 우측의 버튼을 누르거나 고속도로주행보조가 동작해야 한다.

기아차는 K7 프리미어의 승차감과 주행감각 등 기본적인 특성을 그대로 유지하는 선택을 했다. 여기에 현대적인 디자인과 카투홈 등 최신 IoT 기능을 적용해 상품성을 높였다. 과거 오피러스 시절의 나긋나긋하고 여유로운 세단을 원한다면 그랜저보다는 K7이 답이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hslee@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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