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베리 뉴 티볼리를 시승했다. 새로운 내외관 디자인과 강력해진 엔진이 적용된 베리 뉴 티볼리는 그간 단점으로 지적되던 부분을 완전히 보완했다. 다양한 신규 옵션 선택시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것은 아쉽지만 티볼리의 공간과 디자인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2015년 출시된 티볼리는 올해로 출시 5년차를 맞이한다. 연간 판매량 3만2천여대에 불과했던 국내 소형 SUV 시장은 2018년 15만3천대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다. 세계적인 소형 SUV 시장의 확대도 이유지만 높은 상품성의 티볼리가 시장을 키웠음을 부인할 수 없다.

쌍용차 티볼리, 쉐보레 트랙스, 르노삼성 QM3에 불과했던 국내 소형 SUV는 현대차 코나, 기아차 스토닉이 가세한데 이어 하반기에는 현대차 베뉴와 기아차 셀토스가 추가된다. 국산 자동차 시장에서 유일하게 전 브랜드가 1종 이상의 모델을 보유해 가장 치열하다.

쌍용차 입장에서 티볼리는 다른 어떤 차종보다 중요한 모델이다. 쌍용차 부활의 원동력이자 볼륨 모델이기 때문에 심혈을 기울일 수 밖에 없다. 시장 규모가 제한적인 대형 SUV G4 렉스턴이나 독점에 가까운 픽업트럭 시장의 렉스턴 스포츠와는 상황이 다르다.

쌍용차는 부분변경 모델인 베리 뉴 티볼리에 풀체인지급 변화를 적용했다. 생존을 위한 변화다. 헤드램프와 리어램프, 범퍼와 휠 디자인을 바꾸는 기본적인 변화는 물론 엔진을 바꾸고 대시보드를 비롯한 실내 디자인을 완전히 바꿨다. 또한 섀시 강성도 끌어올렸다.

베리 뉴 티볼리의 전면은 안개등을 감싼 일체형 범퍼와 또렷한 캐릭터라인의 후드를 비롯해 새롭게 적용된 풀 LED 헤드램프, LED 안개등을 통해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는 LED 시그니처를 새롭게 적용해 스포티함과 현대적인 감각을 강화했다.

대시보드 중앙 태블릿 타입으로 변경된 센터페시아는 모던하고 심플하게 정돈된 디자인에 인체공학적으로 배려된 설계를 통해 조작편의성을 높였다. 설계 변경으로 안락함을 높인 1열 시트와 동급에서는 드물게 리클라이닝을 지원하는 2열은 그대로 유지됐다.

시승차는 1.5리터 가솔린 터보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돼 5500rpm에서 최고출력 163마력, 1500~4000rpm에서 최대토크 26.5kgm를 발휘한다. 기존 티볼리가 최고출력 126마력, 최대토크 16.0kgm 임을 감안하면 출력은 29%, 토크는 65% 대폭 강화됐다.

일상주행에서의 가속력을 좌우하는 토크 부분을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최대토크가 실용영역 구간인 1500rpm부터 발휘되기 때문에 여유로운 가속이 가능하다. 가솔린 자연흡기 모델로 치면 준대형차에 사용되는 배기량 2700cc 엔진이 소형 SUV에 탑재된 셈이다.

아이들링시 실내로 전달되는 소음과 진동은 대폭 감소했다. 기존 티볼리의 경우 간접분사 엔진임에도 진동이 다소 전달됐는데 직분사로 바꼈음에도 오히려 정숙하다. 필러에 흡음재를 추가하고, 전후방 서브프레임과 다이내믹 댐퍼와 4점 마운팅을 적용한 것이 이유다.

새롭게 적용된 공회전 제한시스템(ISG)은 정차시 연료소모를 줄여준다. 디젤차의 경우 시동을 켜고 끄는 동작에서 불쾌한 진동이 전달되기 쉬운데, 가솔린 엔진의 티볼리는 부드럽게 동작한다. 극심한 정체가 이어지는 도심에서는 ISG 만으로도 아끼는 연료가 상당하다.

차선변경이나 추월시 가속에서는 바뀐 엔진으로 인해 펀치력이 대단히 좋아졌다. 가볍고 작은 차체의 소형 SUV에서는 차고 넘치는 출력이다.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적용된 현대차 코나나 기아차 쏘울이 폭발적이라면 티볼리 쪽은 진지하고 매끄러운 가속을 전한다.

풀가속시 엔진의 감각은 출력 일부를 봉인한 감각을 전한다. 모든 힘을 쏟아내기보다는 힘들이지 않는 구간을 활용해 달리는 감각이다. 유럽 사양으로 공개된 신형 코란도 가솔린의 제원상 출력은 티볼리와 동일하나 토크는 28.5kgm로 티볼리 대비 2.0kgm 앞선다.

이런 설정은 연비면에서 잇점을 보이는데 가혹한 고속주행에서도 연비는 두 자릿수를 유지한다. 밸런스가 강조된 설정이다. 티볼리의 강력해진 출력은 고속구간에서의 재가속에서 빛을 발한다. 100~120km/h에서 180km/h 부근까지 속도를 높이는 시간이 아주 빨라졌다.

고속주행시의 빠른 차체 거동에서도 안정적인 모습이다. 구조용 접착제와 차체 패널의 강성을 높임과 동시에 서스펜션의 요철 포용력은 오히려 진화했다. 적절한 승차감을 유지하면서 기본적인 안정성은 놓치지 않았다. 티볼리의 셋업은 대부분 밸런스에 집중했다.

하지만 한계 코너링에서의 움직임은 인상적이지 않았다. 탄탄한 주행감각으로 높은 한계를 보여줄 것 같았지만 실제 코너링 한계는 높지 않았고 몰아붙이면 쉽게 언더스티어를 보인다. 강력해진 엔진으로 인한 기대가 높은 것으로 섀시의 변화는 비교적 미미한 수준이다.

주행시 엔진으로부터 들려오는 터빈과 웨이스트 게이트 소음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1500rpm 부근에서 시작돼 나즈막히 들리는 소리로 청각이 예민한 운전자라면 거슬릴 수 있다. 스포티함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부분으로 사운드 혹은 노이즈로 생각된다.

시트는 동급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안락함을 보이는 반면 새롭게 더해진 요추받침은 시승내내 거슬렸다. 시트의 사이즈, 형태, 착좌감, 촉감에서 만족스러웠지만 허리부분이 지나치게 단단하다. 요추받침을 완전히 집어넣은 상태에서도 단단해 코너에서 몸이 겉돈다.

디지털 클러스터와 9인치 내비게이션은 달라진 티볼리의 실내 분위기를 주도한다. 160만원의 패키지로 구성됐는데 2355만원의 V7에서만 선택이 가능하다. LED 헤드램프와 블레이즈 콕핏 패키지를 V3 트림에서 옵션으로 제공한다면 티볼리의 경쟁력은 한층 높아진다.

2열 공간 거주성은 티볼리의 강점이다. 레그룸은 물론 헤드룸에 여유가 있을 뿐만 아니라 2열 리클라이닝까지 지원한다. 흡차음재 확대로 소음이 줄어든 것도 패밀리카로서 가치를 높여주는 요소다. 부싱의 변화로 노면의 자잘한 요철을 보다 효과적으로 흡수한다.

베리 뉴 티볼리의 변화에서는 전사적인 혼신의 노력이 묻어난다. 하지만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경쟁사의 공격적인 신차 출시는 위기 상황이다. 매력적인 옵션을 더하면 준중형 SUV를 바라보는 옵션 구성만 조절한다면 티볼리의 성공은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hslee@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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