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딜락 XT5 플래티넘을 시승했다. 에스컬레이드와 함께 캐딜락 SUV 라인업을 구성하고 있는 XT5는 벤츠 GLC, BMW X3, 볼보 XC60과 경쟁하는 모델로 경쟁차 대비 큰 차체와 고급스러운 실내 구성이 특징이다. 편안한 승차감을 지녀 여성 운전자들에게 추천한다.

최근 6천만원대 수입 SUV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해당 시장에는 벤츠 GLC, BMW X3, 볼보 XC60 등 풀체인지를 거친지 2년 이내의 신차가 포진하고 있어 디자인과 상품 경쟁력이 높다. 이들은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등 중형 수입세단의 대체재로 주목받고 있다.

캐딜락은 최근 SUV 라인업을 대폭 강화하고 나섰다. 대형 SUV 에스컬레이드와 XT5의 단촐한 구성에 최근 소형 SUV XT4를 추가했으며, 내년 초 에스컬레이드와 XT5의 간극을 메울 3열 7인승 SUV XT6를 더할 계획이다. XT6은 2019년 하반기 국내에도 도입된다.

동급 경쟁차 대비 큰 차체

캐딜락 XT5는 지난 2016년 국내에 출시됐다. 캐딜락의 새로운 크로스오버 아키텍처를 그반으로 설계돼 기존 중형 SUV 대비 가벼운 공차중량과 넓은 실내공간을 확보했다. XT5는 전장 4815mm, 전폭 1905mm, 전고 1705mm, 휠베이스 2857mm의 차체를 갖는다.

이는 경쟁 모델인 벤츠 GLC의 전장 4660mm, 전폭 1890mm, 전고 1640mm, 휠베이스 2875mm와 비교된다. 휠베이스의 차이는 각각 전륜구동과 후륜구동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XT5는 국내에서 프리미엄, 프리미엄 플래스, 플래티넘의 3개 트림으로 판매된다.

XT5의 외관은 다른 SUV와는 구분되는 스타일을 보인다. 캐빈룸 비율이 디자인으로 인해 사진상으로는 차체가 커보이지 않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큰 차체를 갖는다. 전형적인 SUV 보다는 크로스오버에 가까운 비율이다. 기본으로 적용된 휠 사이즈는 20인치에 달한다.

고급감 강조된 실내 구성

전면은 캐딜락의 최신 디자인이 적용됐다. 대형 그릴을 중심으로 세로로 위치한 LED 주간주행등은 CT6나 CTS 등 세단 라인업에도 적용되는 디자인 요소다. LED 광원 기반의 인텔리빔 헤드램프가 적용됐다. 그릴 내에는 전동으로 개폐되는 액티브 셔터가 위치한다.

후면은 개인적으로 가장 호감가는 부분이다. 캐딜락 특유의 세로형 리어램프 내에는 브레이크등과 방향지시등이 위치한다. 도어 핸들에는 광선빔을 연상케하는 조명이 적용됐다. 그 밖에 울트라 뷰 선루프, 크롬 루프 레일, 크롬 듀얼 배기구가 기본으로 적용된다.

실내에는 가죽과 스웨이드, 브론즈 카본 인레이 등 고급 소재를 아낌없이 사용했다. 소재의 고급감은 동급 경쟁차를 넘어서 상위 모델 수준이다. 아쉬운 점은 블랙 테마의 시승차에서는 고급감이 적다. 플래티넘 모델의 경우 메이플 슈가 컬러 적용시 보다 매력적이다.

최고출력 314마력, 최대토크 37.4kgm

XT5에는 3.6리터 V6 가솔린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됐다. 6600rpm에서 최고출력 314마력, 5000rpm에서 최대토크 37.4kgm를 발휘하며, AWD 시스템이 기본이다. 공차중량은 프리미엄 2015kg, 플래티넘 2030kg, 복합연비는 8.7km/ℓ(도심 7.6, 고속 10.6)다.

운전석에서는 넓은 전방시야가 확보된다. 사이드미러의 넓은 시야각을 포함해 서라운드 비전 카메라가 기본으로 적용돼 사각지대가 거의 없다. 시트포지션은 전통적인 SUV 보다는 전고가 높은 세단에 가깝다. 이런 설정은 운전시 피로감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메모리 기능을 포함한 1열 전동시트와 전동식 텔레스코픽, 후방 영상을 보여주는 룸미러가 적용됐다. 2열 공간은 여유롭다. 폴딩을 고려해 다소 작고 쿠션감이 적은 시트를 적용한 SUV와 달리 풀사이즈가 적용됐으며, 전후 슬라이딩과 리클라이닝을 지원한다.

6기통 가솔린엔진의 가치

정차시 소음과 진동은 가솔린 모델답게 정숙하다. 디젤보다는 가솔린 모델이, 4기통 보다는 6기통 모델이 좋은 승차감을 만들어낸다. 다운사이징으로 인해 고가의 모델에도 4기통 엔진 적용이 일반화되고 있지만, 대배기량 다기통 엔진의 회전 질감의 가치는 여전하다.

XT5의 승차감은 부드러움이 강조됐다. 단단한 차체와 비교적 긴 스트로크 댐퍼의 조합은 SUV 보다는 세단에 가깝다. 높은 무게중심을 기반으로 주행 안정성과 승차감을 함께 만족시켜야 하는 SUV에서 부드럽고 탄탄한 승차감은 생각처럼 쉬운 부분은 아니다.

XT5의 엔진은 회전수에 따라 리니어하게 출력을 전달한다. 평소에는 2000rpm 이하의 낮은 엔진회전을 통해 연비를 높이려는 성향이 강하다. XT5의 사륜구동 시스템은 어드밴스드 트윈 클러치가 적용돼 전륜 혹은 후륜에 토크를 100%까지 배분하는 것이 가능하다.

고속주행시 낮은 속도감

엔진의 성능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서는 가속페달을 다소 깊게 밟는 것이 필요하다. 엔진은 3000rpm부터 본격적인 힘을 발휘하기 시작해 4000rpm을 넘어서면 314마력의 파워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고회전까지 매끄럽게 상승하고, 6000rpm에서도 힘이 꺽이지 않는다.

8단 자동변속기는 변속이 부드럽고 업시프트가 빠르다. 풀가속시에는 평소보다 빠른 변속을 지원한다. 강력한 엔진과 다단 변속기로 인해 200km/h 부근까지는 손 쉽게 도달한다. 150km/h에서 체감되는 속도는 일반적인 차량의 70-80km/h 수준으로 낮은 편이다.

고속에서의 안정감은 XT5가 갖는 의외의 매력이다. 무게중심이 높은 SUV 임에도 롤과 피칭을 효과적으로 억제한다. 고속에서의 빠른 차선 변경에서도 안정감을 잃지 않는다. 최고출력 600마력 이상의 CTS-V를 판매하는 브랜드답게 고속주행에서 잇점을 갖는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과 차선유지

XT5 플래티넘에는 전방충돌방지와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이 적용돼 장거리 주행에서의 피로를 덜어준다. 앞차와의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시키는 동작과 전방차량 제동에 따른 움직임은 매끄럽다. 다만 차선유지기능은 차선을 벗어나지 않게 하는 수준에 머물러 아쉽다.

캐딜락은 최근 슈퍼크루즈라는 레벨3 수준의 반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해 추후 개선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차선을 벗어나려는 상황에서 경보음을 대신해 시트 진동으로 경고를 전달한다. 또한 자동긴급제동 동작시에는 안전벨트가 자동으로 조여진다.

시승기간 동안 XT5의 누적 평균연비는 8.0km/ℓ를 기록했다. 테스트 주행이 포함된 것을 감안하면 준수한 수준이다. 운전 성향에 따라 연비 편차는 있지만, 과격한 주행에서 터보엔진처럼 크게 요동치지는 않는다. 90km/h 정속주행시에는 15km/ℓ까지 연비가 개선된다.

캐딜락 XT5는 다양한 부분에서 매력적인 요소를 갖고 있다. 동급에서 큰 차체와 존재감을 강조한 외관 디자인, 편안한 승차감, 그리고 고급스러움이 강조된 실내는 가격 이상의 가치를 보인다. 동급 경쟁차 대비 고출력 엔진이 기본으로 적용된 점도 매력적인 요소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hslee@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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