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THE K9을 시승했다. 신형 K9은 새로운 플랫폼과 디자인,신기술로 무장해 전체적인 상품성이 향상됐다. 나긋하지만 탄탄한 서스펜션은 주행안정성이 향상됐다. 하지만 유럽차와는 구분되는 부드러움도 갖고 있어 다양한 고객을 만족시킬 것으로 보여진다.

신형 K9은 17일 기준 영업일 19일 만에 3200대의 계약대수를 기록했다. 연령대별로는 40-50대가 70% 이상이었으며, 3.8 가솔린이 80%를 차지했다. 3.3 터보는 17%로 비교적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국내 판매목표는 올해 1만5000대, 연간 2만대, 수출 6000대다.

1세대 K9은 사실상 실패한 모델이었다. 당시 국산차 최초의 신기술을 다양하게 담아냈지만, 위로는 에쿠스, 아래로는 제네시스DH에 밀리며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역대 국산 대형차 중 가장 잦은 디자인 변경과 상품성 개선 모델을 출시했음에도 그랬다.

최신 트렌드를 담아낸 외관 디자인

2세대 K9은 이런 실패를 경험한 기아차가 야심차게 내놓은 신차다. 새로운 플랫폼과 디자인이 적용됐으며, 실내외 고급감이 큰 폭으로 향상됐다. 차체는 전장 5120mm, 전폭 1915mm, 전고 1490mm, 휠베이스 3105mm로 휠베이스가 60mm 확대됐다.

THE K9의 전면부는 풍부하고 섬세한 면처리와 아일랜드 파팅 기법이 적용된 후드, 빛의 궤적을 형상화한 주간주행등(DRL), 시퀀셜(순차점등) 방식의 턴시그널 램프가 적용된 듀플렉스 LED 헤드램프, 쿼드릭 패턴 그릴, 와인 빛 기아 엠블럼이 적용됐다.

측면부는 휠베이스 확대를 통해 균형 잡힌 비례감을 기반으로 스테인레스 재질의 윈도우 서라운드 몰딩과 견고해 보이는 C필러 디자인이 조화된 DLO(Daylight Opening), 입체적인 사이드 크롬 가니쉬, 변화감 있는 이중 캐릭터라인을 적용했다.

실내 고급감은 K9의 강점

후면부는 헤드램프와 통일된 디자인 그래픽을 적용해 일체감을 구현하면서도 램프 주변에 메탈릭 베젤을 적용한 LED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 퀀텀(5.0), 마스터즈(3.3T), 플래티넘(3,8) 등 엔진별 트림명을 차별화된 레터링을 적용해 고급감을 높였다.

인테리어는 실내공간 각 부분들의 연결감을 강화하여 앞좌석 운전자와 탑승자를 포근히 감싸고 있는듯한 안락한 공간감을 강조했다. 균형잡힌 실내 레이아웃은 수평으로 간결하게 전개됐다. 특히 상급 프리미엄 모델을 모티브로 한 소재와 디자인은 만족스럽다.

시승한 모델은 3.3T AWD로 3.3리터 V6 트윈터보 엔진이 적용돼 6000rpm에서 최고출력 370마력, 1300-4500rpm에서 최대토크 52.0kgm를 발휘한다. 8단 자동변속기와 사륜구동이 적용됐다. 공차중량은 2085kg, 복합연비는 8.1km/ ℓ(도심 7.0, 고속 10.1)다.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52.0kgm

시트포지션은 비교적 낮은 수준이며, 시트는 방석 부분과 등받이의 쿠션감이 뛰어나 포근한 감각이다. EQ900과 유사한 느낌을 전한다. 스포츠모드에서는 사이드 볼스터가 조여지기도 한다. 다만 텔레스코픽 거리가 짧고 시트가 앞으로 바짝 당겨지지 않는다.

컴포트모드나 에코모드에서는 여유로운 가속감이 돋보인다. 1300rpm부터 발생되는 최대토크는 사실상 발진과 함께 전 구간에서 발생돼 대부분의 주행을 1500rpm 미만의 낮은 엔진회전으로 소화한다. 3.3 터보엔진은 사실상 V8 엔진을 대체하는 수준이다.

일상주행에서는 부드러움이 강조됐다. 실내로 유입되는 엔진 소음과 진동은 EQ900 수준에 가깝게 올라섰다.  승차감이나 차가 전하는 감각은 G80 대비 확연히 부드럽다. 시장에서 경쟁할 6천만원대 E클래스, 5시리즈 등 수입 럭셔리 중형세단과 비교하면 월등하다.

완성도 높은 8단 변속기

스포츠모드에서는 엔진 회전이 2000rpm 이상으로 유지되며 엔진 반응성이 빨라진다. 현대기아차의 후륜 8단 변속기의 완성도는 이제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섰다. 빠른 업시프트와 매끄러운 변속감, 변속로직까지 만족스럽다. 에코모드에서는 타력주행까지 지원한다.

스포츠모드에서는 액티브 엔진 사운드가 동작돼 호쾌한 사운드가 연출된다. 스팅어에서 선보인 사운드가 좀 더 정제된 감각이다. K9의 3.3 터보엔진은 현대기아차의 다른 모델과 유사한 특성을 보인다. 고회전까지 회전 질감이 매끄럽고 고회전에서도 강력하다.

트윈터보가 적용된 K9은 200km/h를 넘어서는 것이 너무나 쉽다. 최고속도 부근에서의 안정감도 우수한 수준이다. 빠른 차선 변경에서도 차의 리어가 빠르게 따라 붙는다. 차체는 크지만 적극적인 주행에서의 움직임은 일반적인 전륜구동 중형차보다 민첩하다.

스포츠모드에서의 변화는 적은 수준

K9의 3.3 터보는 중고속에서의 풀가속에서 빠르고 신속한 가속이 특징이다. 작은 모델에서 폭발적인 감각을 전했다면 이쪽은 좀 더 안정감이 높다. 프리미엄 대형세단 다운 설정이다. 시승차는 AWD 시스템이 적용돼 급가속시 후륜이 요동치지 않고 안정적이다.

스마트모드나 컴포트모드에서도 80km/h 이상 고속에서는 댐퍼가 다소 단단하게 조여진다. 중저속보다는 탄탄하다. 스포츠모드에서는 보다 단단하게 변경되나 다른 모드와의 차이가 큰 수준은 아니다. 종합적으로 최적의 설정을 정해두고 단단함을 더한 것으로 보여진다.

차와 서스편션의 감각은 제네시스와 비교하면 G80 보다는 EQ900에 가깝다. 부드러움 속에 탄탄함이 묻어난다. 서스펜션의 설정 뿐만 아니라 차체와 서스펜션이 연결된 부싱과 마감재도 EQ900 수준으로 향상된 감각이다. 가격을 고려하면 신형 K9의 경쟁력은 분명하다.

다소 아쉬운 점은 최고속도 부근에서의 강한 브레이킹에서 나타났다. 강한 제동시 패드가 미끄러지는 느낌이다. 주행거리 100km 남짓한 신차의 길들여지지 않은 신품 브레이크 패드가 문제로 보여진다.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필요한 만큼의 제동이 가능하다.

EQ900에 가까운 주행감각

시승 전 가장 궁금했던 부분은 주행에 있어서 K9의 성격이었다. 현대기아차가 선보인 후륜구동 프리미엄 라인업 중 제네시스 EQ900와 G80, 그리고 G70와 스팅어는 각기 다른 성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신형 K9은 제네시스 EQ900의 축소판이다.

제네시스 G80를 통해 선보인 플랫폼의 개선된 확장형이 EQ900라고 말할 수 있는데, 신형 K9에서는 EQ900의 감각이 상당히 많이 나타난다. 부드러움을 강조한 듯 보이지만 고속주행에서는 탄탄해지는 모습, 과속방지턱을 넘는 부드러운 감각 등이 아주 흡사하다.

하지만 EQ900는 이제 부분변경을 통해 대대적인 변화를 앞두고 있다. 시기상 신형 K9은 EQ900의 좋은 점을 그대로 답습하고도 하극상을 벌이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내년 선보일 차세대 G80과 GV80을 기점으로 유럽차 성향으로 변경된다.

K9의 주력 시장은 한국과 미국

신형 K9은 국내에서는 제네시스와 일부 고객층이 겹칠 수 있지만 해외에서는 다르다. 신형 K9의 주력 시장은 국내 시장으로 연간 총 판매목표 2만6000대 중 2만대를 국내에서 판매하게 된다. 나머지 6000대의 주요 시장은 북미로 유럽에는 선보이지 않는다.

주력 시장을 살펴보면 신형 K9이 다소 나긋한 성격으로 출시된 것이 이해가 된다. 국내와 북미시장은 유럽시장 대비 부드러운 주행감각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차들도 주행성능을 강조하고 나선만큼 신형 K9 역시 기본적인 주행성능은 확보했다.

마지막으로 신형 K9의 운전보조시스템은 현재까지 출시된 국산차 중 수소전기차 넥쏘와 함께 가장 진보된 사양이 적용됐다. 고속도로에서는 10km 넘는 구간을 스스로 조향하며 코너에서는 속도까지 줄여준다. 스티어링 휠의 개입에 상당히 자신감이 넘친다.

방향지시등을 켰을 때 사각지대를 계기판에 띄워주는 기능은 후측방경고와 함께 차선변경 사고를 줄이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50m 이상 길이의 터널 진입 5초 전 창문을 닫아주고 내기순환모드로 바꿔주는 기능은 기발하고 참신한 부분이다.

신형 K9을 타고나니 고급 패밀리카로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넓고 안락한 실내공간과 다양한 편의장비, 그리고 국산차의 강점인 유지보수의 편리함은 수입차를 한 번쯤 경험한 소비자들이 충분히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K9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hslee@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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