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G70 2.2D HTRAC을 시승했다. G70 디젤은 제네시스 라인업 유일의 디젤 모델로 세미액티브 엔진마운팅 기술이 적용돼 정차시 진동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특히 디젤 모델 특유의 높은 실주행 연비와 매끄러운 가속감은 G70 디젤의 강점이다.

G70 디젤은 G70 라인업 중 가장 판매량이 적다. 동급 경쟁모델로 거론되는 BMW 3시리즈나 벤츠 C클래스의 높은 디젤 판매비율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선뜻 선택되지 않는 이유는 가격이다. G70 디젤은 2.0 터보 대비 330만원 비싸다.

같은 차종에서 동일한 배기량과 대등한 출력이라는 가정하에 디젤 모델은 가솔린 모델 대비 비싼 가격이 책정된다. 특히 최근 강화된 배기가스 규제로 선택적환원장치(SCR), DPF 등 비교적 고가의 배출가스 후처리 장치는 가격 상승 요인이다.

디젤 트림 판매가 저조한 이유

수입 경쟁차의 경우 옵션 구성을 달리해 디젤 모델과 가솔린 모델의 가격대를 유사하게 책정한다. 한 예로 190마력의 BMW 320d과 184마력의 320i의 가격은 5150만원으로 동일하다. 그러나 320i에는 럭셔리 라인이 적용돼 320d 대비 추가 옵션이 더해진다.

하지만 제네시스 G70는 330만원의 가격 차이를 제외하고는 동일한 구성이다. 오히려 동일 트림 가솔린 모델과 달리 1인치 작고 못생긴 휠이 적용된다. 시승차와 같은 18인치 휠을 적용하려면 4325만원의 슈프림에 220만원 옵션이 더해져 4545만원까지 상승한다.

상시 프로모션이 제공되는 수입차와 달리 프로모션이 거의 없는 점을 감안하면 G70를 구입하려면 비슷하거나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G70 2.0 터보나 3.3 터보의 돋보이는 가격 경쟁력이 유독 디젤 모델에는 적용되지 않아 상품 재구성이 필요하다.

매력적인 외관 디자인

제네시스 G70 라인업 중 외관상 디젤임을 알 수 있는 표식은 머플러팁이다. 듀얼 머플러가 적용된 가솔린 라인업과 달리 G70 디젤에는 싱글 트윈 머플러팁이 적용됐다. 다소 과하게 느껴지는 19인치 휠 대신 적용된 멀티핀 타입 18인치 휠은 매력적이다.

시승차에 적용된 블레이징 레드는 G70 외장컬러 중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되는데, 흐린 하늘 아래서는 마치 버건디 컬러처럼 차분하게 보여진다. 블레이징 레드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여러 도색 공정이 추가되는데 가격이 더해지지 않아 공짜처럼 느껴진다.

후륜구동 특유의 안정적인 프로포션과 낮고 와이드한 디자인, 두툼한 리어펜더, 그리고 그릴과 헤드램프, 펜더, 사이드미러까지 정교한 디테일이 특징이다.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은 G70 양산 직전 전고를 크게 낮춰 디자인을 완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2열 공간에 대한 느낌

시그니처 디자인 셀렉션이 적용된 시승차의 실내는 크림색 퀼팅 나파가죽과 스웨이드 헤드라이닝이 적용돼 고급스러움이 강조됐다. 상급 모델인 G80 보다도 고급스럽게 느껴진다. 더러워지기 쉬운 곳에 어두운 컬러가 적용됐음에도 조화롭게 완성했다.

운전석에서의 시트포지션은 국산차 중 가장 뛰어난 수준이다. 낮은 시트높이와 넓은 전방시야, 넉넉한 사이즈의 시트와 세부적으로 조절이 가능해 철저히 운전자에게 집중했다. 각종 버튼류의 조작감도 우수하다. 다만 스티어링 휠은 다소 미끄럽게 느껴진다.

2열은 비교적 좁게 느껴진다. 최종 단계에서 낮아진 루프 디자인으로 인해 희생된 것으로 보여진다. 위안이라면 엉덩이가 닿는 부분의 면적이 동급에서 가장 넓은 수준이고, 등받이도 완만하게 누워있어 편안한 자세가 만들어진다. 어쨌든 시각적으로는 좁다.

세미액티브 엔진마운팅

G70 디젤에는 2.2리터 4기통 디젤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돼 3800rpm에서 최고출력 202마력, 1750-2750rpm에서 최대토크 45.0kgm를 발휘한다. AWD 18인치 휠 기준 공차중량은 1785kg, 복합연비는 13.5km/ℓ(도심 12.2, 고속 15.6)다.

실내로 전달되는 진동과 소음은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인상적인 점은 D레인지 정차시 아이들링스탑이 동작하지 않는 상황에서의 진동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점이다. 영하의 추운 날씨에서는 아이들링스탑이 동작하지 않아 중요한 부분이다.

기본적으로 소음과 진동의 실내유입을 꼼꼼히 막아낸 점도 유효하지만, 주목할 부분은 세미액티브 엔진마운팅 기술이다. 정차시 전자식으로 엔진마운트 강성을 낮춰 적극적으로 진동을 낮추는 기술이다. 전자식 바이패스 타입 최초로 양산차에 적용됐다.

디젤엔진의 특성

일상주행에서 엔진회전을 크게 높이지 않아도 여유로운 가속은 디젤 터보차의 특권이다. G70의 경우 가솔린 모델에도 터보차저가 적용돼 저회전에서의 가속이 빠른데, 그와는 다른 감각이다. 점진적으로 꾸준히 가속되면서도 연비하락은 적다.

정차와 가속이 반복되는 도심주행에서도 평균 12km/ℓ를 기록한다. 평균 속도 90km/h의 고속주행에서는 18km/ℓ 수준을 유지한다. 유사한 상황에서 20km/ℓ를 넘어서는 경쟁차 보다는 낮다. 사륜구동, 높은 배기량과 출력을 위해 희생된 것으로 보여진다.

G70 디젤은 G70 라인업 중 가장 출력이 낮지만 실제주행에서는 부족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220km/h 이하 구간에서는 차고 넘치는 수준이다. 특히 3000-4000rpm 구간에서는 본격적으로 힘을 쏟아내며, 고회전에서의 토크 하락도 적은 수준이다.

고속 장거리 주행에 제격

고속 항속주행에서는 디젤엔진의 강점이 드러난다. 150-160km/h 속도의 주행을 꾸준히 이어갈때에도 연비는 평균 14km/ℓ를 유지한다. 비슷한 상황에서 가솔린엔진은 10km/ℓ를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 고속 장거리 주행 빈도가 많다면 디젤이 답이다.

브렘보 브레이크가 적용되지 않았음에도 제동력은 충분하다. 고속주행에서 제동시 브레이크 어시스트가 개입해 적은 힘으로도 강한 제동력을 끌어낸다. 다만 제동이 길게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브레이크 어시스트가 좀 더 강하게 개입할 필요는 있겠다.

가장 매력적인 제네시스 G70는 3.3 터보임이 분명하다. 강력하고 자극적이며 짜릿하다. 하지만 매일 차를 운행하는 사람에게 3.3 터보나 2.0 터보의 유류비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경제적으로 G70를 운영하고자 한다면 G70 디젤이 제격이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hslee@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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