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뉴 420i 럭셔리 그란 쿠페를 시승했다. 뉴 4시리즈는 단단해진 서스펜션를 적용해 주행성능을 높였으며, 럭셔리 라인은 기본으로 제공되는 사양이 늘어 실내 고급감을 높였다. 반면 기존 모델과 신형의 차이점이 크지 않은 점은 아쉬울 수 있는 부분이다.

BMW는 3시리즈를 비롯한 전통적인 홀수 라인업과 트렌드를 앞서가는 짝수 라인업으로 크게 구분된다. 4시리즈는 3시리즈를 기반으로 쿠페와 컨버터블, 그란 쿠페 등 스타일을 강조한 모델 라인업으로 구성돼 트렌디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4시리즈, 그 중에서도 4시리즈 그란 쿠페는 막강한 3시리즈의 판매량이 바탕되는 BMW 만이 시도할 수 있었던 모델이다. 전통적인 세단형 차체나 쿠페로는 만족시킬 수 없는 고객들을 위해 4도어 세단의 실용성과 쿠페의 실루엣을 적용해 탄생했다.

이같은 도전에 대해 세단보다 불편하고, 쿠페보다 덜 멋지다고 폄하할 수 있겠지만, 한 대의 차를 통해 스타일과 실용성을 함께 충족하려는 고객들에게 4시리즈 그란 쿠페는 훌륭한 대안이다. 국내에 선보인 그란 쿠페는 420i, 420d, 435d의 3가지 파워트레인이다.

시승한 모델은 420i 럭셔리로 2.0 4기통 가솔린 터보엔진이 적용돼 5000rpm에서 최고출력 184마력, 1350-4600rpm에서 최대토크 27.6kgm를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100km/h 가속은 7.6초, 최고속도는 236km/h다. 공차중량은 1665kg, 복합연비는 11.1km/ℓ다.

부산에서 진행된 이번 시승은 제한된 차량으로 인해 기자 4명이 한 대로 이동했다. 2열에 성인 두 명이 더해진 환경은 가속력이나 제동성능, 코너링 감각 등 대부분의 주행성능에서 손해보는 상황이다. 때문에 미세하게 단단해진 서스펜션을 느끼는 것은 어려웠다.

오히려 운전자에게 전달되는 차의 성격은 소프트하게 느껴진다. 스티어링 휠 조작감은 가볍고 부드럽게 변경됐고, 페달의 감각도 포근해졌다. 진짜 가죽으로 덮은 대시보드 상단과 꼼꼼한 스티칭, 7시리즈 분위기의 우드 인레이와 함께 좀 더 고급차 냄새를 풍긴다.

420i에 적용된 가솔린엔진의 말랑말랑하고 경쾌한 느낌은 디젤 모델과는 전혀 다른 감각이다. 8단 변속기와 4기통 디젤엔진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말도 안되는 연비를 포기하는 일이 쉽지는 않겠지만, 4기통 엔진에서는 가솔린엔진의 승차감이 월등히 앞선다.

앞이 트인 도로를 만나 풀 가속을 시도한다. 4000rpm부터 분출되기 시작하는 본격적인 힘은 6500rpm 부근까지 꾸준히 이어진다. 터보엔진 임에도 고회전에서의 가속력이 쳐지지 않고 꾸준히 속도를 높여간다. 고속에서의 안정감과 브레이킹 반응은 흠을 잡기 어렵다.

그러나 성인 4명이 탑승한 채로 원하는 가속력을 만들어내기에 184마력은 부족하다. 꾸준한 가속에서는 무난한 모습을 보이나 제동과 재가속이 반복되는 상황에서는 정확히 수치만큼의 가속력을 보인다. 그럼에도 빠르고 영리한 변속기의 반응에서는 감탄이 나온다.

BMW는 뉴 4시리즈를 출시하며 서스펜션을 단단하게 변경해 주행성능을 강화했음에도 승차감은 더욱 향상시켰다고 말했다. 동일한 섀시로 상반되는 두 가지 성향이 함께 좋아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데, 뉴 4시리즈 변화의 핵심이라니 그냥 넘길 수도 없다.

고속주행과 일부 굽이진 국도를 1열 혹은 2열에서 경험한 바에 의하면 그들의 말은 옳았다. 승차감을 높이기 위해서 롤을 억제하는 시점을 다소 늦췄다. 일상주행에서는 부드럽게 느껴진다. 그러나 일정 수준 이상의 롤이 들어오면 예전보다 단단하게 버텨낸다.

대부분의 운전자가 일상적인 범위 내에서 운행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납득되는 설정이다. 전반적인 승차감의 쾌적해 졌다. 그러나 한계상황을 마주할 때 부드러웠던 서스펜션이 갑자기 단단하게 느껴지며 성격이 바뀌는 점에 대해서는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4시리즈의 NVH 성능이다. 4시리즈 그란 쿠페는 프레임리스 도어가 적용되는 등 3시리즈 대비 소음 유입에 불리한 구조를 갖는다. 그러나 일상적인 주행은 물론 고속주행에서도 4시리즈 그란 쿠페의 실내는 3시리즈 이상의 정숙함을 유지한다.

또한 럭셔리 라인에 포함된 다코타 가죽시트, 대시보드 상단과 하단, 센터페시아에 둘러진 가죽의 촉감은 7시리즈를 연상케한다. 4시리즈는 인디비쥬얼 오더가 가능해 풍부한 색감의 외장 컬러와 다양한 실내 컬러를 선택할 수 있는 점도 강점이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hslee@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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