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자동차 2017년형 뉴 파일럿을 시승했다. 파일럿은 대형 SUV 특유의 존재감과 넓은 실내공간, 그리고 동급 최고 수준의 안전성이 특징이다. 특히 차량의 패키징을 고려하면 1억을 호가하는 수입 SUV와의 경쟁에서도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갖췄다.

혼다코리아는 지난달 23일 상품성을 높인 2017년형 뉴 파일럿을 출시했다. 2017년형 모델에는 기존 블랙, 화이트, 실버 외장컬러에 그레이 색감의 모던 스틸을 추가했다. 또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는 애플 카플레이와 아틀란3D 내비게이션을 적용, 편의성이 강화됐다.

▲ IIHS 스몰오버랩 테스트(위:파일럿, 아래:익스플로러)

IIHS 안전성 최고등급

신형 파일럿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안전성이다. 파일럿은 고장력 에이스 보디구조와 다양한 능동적 안정장비를 통해 최근 미국에서 실시한 NHTSA 테스트 뿐만 아니라, 스몰오버랩 테스트를 진행하는 IIHS에서도 탑 세이프티픽 플러스의 최고 안전등급을 획득했다.

이는 국내에서 가장 직접적인 경쟁 구도를 펼치고 있는 포드 익스플로러와 대조되는 부분이다. 신형 익스플로러 역시 NHTSA에서는 별 5개의 높은 안전성을 인정받았으나, IIHS 스몰오버랩 테스트에서 파일럿의 G 보다 한 등급 낮은 M 등급을 획득하며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큰 차체와 넓은 전방시야

신형 파일럿은 전장 4955mm, 전폭 1995mm, 전고 1775mm, 휠베이스 2820mm의 덩치를 갖는다. 포드 익스플로러나 기아차 모하비와 유사한 크기다. 포드 익스플로러는 전장 5035mm, 전폭 2005mm, 전고 1780mm, 휠베이스 2865mm, 모하비는 전장 4930mm, 전폭 1915mm, 전고 1810mm, 휠베이스 2895mm다.

덩치에서 오는 존재감은 대단하다.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큰 차체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도심주행에서도 비교적 높은 시트포지션을 통해 탁 트인 전방시야가 확보되는데, 여느 SUV 보다 한 뼘은 높게 느껴진다. 반면 높은 시트포지션에도 불구하고 승차감은 부드럽다. 다소 튀는 감각의 프레임 타입 SUV와는 차이를 보인다.

고급감 강조한 외관 디자인

전면은 LED 헤드램프와 크롬바를 통해 최신 혼다차의 분위기를 풍긴다. 당초 혼다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어큐라에 적용되던 디자인으로 고급스러움과 스포티함을 함께 강조하고 있다. 후면은 LED 광원을 통한 심플한 디자인으로 현대적인 이미지를 담았다. 특히 LED 헤드램프의 야간 시인성은 수준급이다.

측면에서는 보닛이 비교적 짧게 느껴진다. 상대적으로 캐빈룸이 크게 디자인됐기 때문인데, 5미터를 넘어서는 대형 SUV 대비 넓은 실내공간을 확보한 것은 이런 프로포션으로 인함이다. 전장이 5미터를 넘을 경우 국내 주차라인을 벗어나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이 크다. 일상 용도를 고려한 최대 차체는 전장 5미터로 생각된다.

직관적인 실내 구성

1열은 수평형 대시보드를 통해 공간감을 강조했다. 인포테인먼트 모니터를 통해 애플 카플레이를 새롭게 지원하며, 아틀란3D 내비게이션은 해상도가 향상됐다. 설정 메뉴를 비롯한 다양한 기능을 터치 화면에 포함시키면서 공조장치는 별도로 마련해 직관적인 사용이 가능하다.

대시보드 상단은 부드러운 소재와 스티칭 장식을 적용해 고급감을 높였다. 가죽으로 마감된 스티어링 휠 등 손에 닿는 부분에 부드러운 소재를 적용하는 한편, 하단부에는 단단한 내장재를 적용해 내구성을 높였다. 무심한듯 하지만 꼼꼼한 마감품질은 파일럿의 상품성을 높이는 요소다.

독특한 8인승 구조

실내는 3열 8인승의 독특한 구성을 갖는다. 일반적인 3열 SUV가 7인승으로 승인된 것과 달리 파일럿의 3열 공간은 3인 승차가 가능하다. 실제 3열 시트의 폭과 형상, 무릎공간은 비교적 여유로운 수준으로 성인도 승차할 수 있는 수준이다. 3열 승차시에는 워크인 스위치를 통해 힘 들이지 않고 시트를 젖힐 수 있다.

2열 공간에는 독립식 공조장치와 열선시트가 지원된다. 사륜구동을 지원하는 모델 임에도 편평한 바닥공간을 구현해 가운데 시트 승차자도 다리를 편안하게 놓을 수 있다. 등받기와 전후 거리 조절 등 다양한 포지션이 가능하다. 필요시 3열 시트는 차체 바닥으로 수납돼 완전히 편평한 트렁크가 확보된다.

최고출력 284마력, 최대토크 36.2kgm

혼다 파일럿은 3.5 V6 SOHC i-VTEC 가솔린엔진을 통해 6000rpm에서 최고출력 284마력, 4700rpm에서 최대토크 36.2kgm를 발휘하며, 6단 자동변속기와 조합된다. 공차중량은 1965kg, 복합연비는 8.9km/ℓ(도심 7.8, 고속 10.7)다. 상시 사륜구동 시스템이 기본으로 적용됐으며, 타이어는 245/50R20 규격을 사용한다.

6기통 가솔린엔진이 적용된 파일럿은 정차시 소음과 진동을 느끼기 어렵다. 최근 디젤엔진 SUV의 소음과 진동이 크게 감소된 것을 감안해도 가솔린엔진, 특히 6기통 가솔린엔진의 정숙성과 회전질감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국내에서 비교적 저렴한 경유의 가격과 비교적 높은 연비를 제외하면 4기통 디젤엔진은 비교대상이 아니다.

ECON에 숨겨진 동력성능

파일럿에는 대시보드 좌측 하단에 ECON 버튼이 위치한다. 혼다차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스위치로 엔진의 반응성과 공조장치를 조절해 연료 소비효율을 높일 수 있다. ECON이 활성화된 상태에서는 다소 무딘 반응을 보인다. 좋게 표현하면 부드럽고 나쁘게 표현하면 한 템포 느린 반응을 나타낸다.

반면 ECON을 해제하면 파일럿 본연의 잠재된 동력성능이 나타난다. 공차중량이 2톤에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가속페달의 입력에 따라 차체를 툭툭 앞으로 밀어내는 넘치는 힘을 보여준다. 자연흡기 가솔린엔진 임에도 저회전에서의 토크가 상당해 매끄러운 가속력을 보인다.

엔진의 완성도는 정상급

파일럿의 반전은 고속주행에서 나타난다. 혼다의 i-VTEC 시스템의 장기인 고회전에서의 꾸준한 토크가 전 영역에서 발휘된다. V6 엔진의 매끄러운 회전질감과 고회전까지 이어지는 폭발적인 가속력은 파일럿의 정체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크고 높은 차체, 비교적 부드러운 서스펜션 세팅에도 차체의 안정성은 꾸준히 유지된다.

파일럿의 타이어는 전후 동일한 245mm 폭의 컨티넨탈 크로스컨택 제품이 적용된다. 245mm는 국산 중형차 18인치 모델에 흔히 적용되는 폭으로 파일럿의 큰 차체를 감안하면 왜소하게 느껴진다. 트레드 패턴 역시 하이그립 제품을 사용하는 독일산 대형 SUV와는 다른 설정이다. 그럼에도 고속에서의 안정감은 대등한 수준이다.

혼다 센싱 적용

국내에 판매되는 파일럿에는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을 비롯한 차선이탈경보 및 차선유지보조, 전방충돌경보 및 비상 자동브레이크가 기본으로 탑재됐다. 눈에 띄는 부분은 차선유지보조 기능이다. 스티어링 휠의 움직임이 자연스럽고 적절한 반발력을 갖는다. 코너링에서는 차가 운전자를 리드하는 감각을 전한다.

파일럿의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은 30km/h 이하의 저속과 정차시에는 해제되는 타입이다. 고속화도로에서 사용시 조향지원과 전방 차량과의 거리조절을 지원해, 장거리운전에서 운전자의 피로도를 낮추는데 용이하다. 비상 긴급브레이크의 경우 큰 차체를 의식해 다소 민감하게 동작하는 경향이 있다.

다양한 수납공간

실내수납 공간은 SUV 보다는 미니밴에 가깝다. 슬라이딩 방식으로 열리는 대형 센터콘솔을 비롯해 1열 도어트림에는 2단으로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2열 도어트림과 3열 좌우에도 음료수를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 점은 장거리 여행에서 돋보이는 요소다.

마지막으로 점검한 부분은 연비다.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대형 SUV와 가솔린엔진은 흔치 않은 조합이다. 대형 SUV는 무거운 차체로 인해 6기통 이상의 대배기량 엔진이 적용되는데, 이로 인한 세금과 연비, 유류비의 차이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시승에서 파일럿의 누적 평균연비는 9km/ℓ를 기록했다.

고속에서의 연비는 수준급

평균연비 9km/ℓ는 공인연비에 근접한 수치다. 한 자리수 연비를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파일럿의 평균 9km/ℓ는 상당한 수치다. 동일한 구간에서의 유사한 주행시 2.0 4기통 디젤엔진의 국산 중형 SUV가 10km/ℓ 수준의 연비를 기록하기 때문이다. 두 모델은 최고출력에서 100마력 가까운 차이를 보인다.

특히 파일럿은 장거리 항속주행에서 좋은 연비를 기록했다. 100km/h 크루즈컨트롤을 설정할 경우 14~15km/ℓ의 평균 연비를 기록한다. 장거리 여행을 위해 SUV를 구입하는 고객이라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연비다. 반면 정체되는 도심주행에서는 덩치와 배기량을 그대로 반영한 한 자리수 연비를 벗어나기 어렵다.

혼다 파일럿은 장비와 공간, 주행감각과 안전성 부분에서 흠을 잡기 어렵다. 핸디캡이라 생각되던 연비도 장거리 주행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비슷한 체급의 프리미엄 SUV 가격이 1억원 수준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파일럿의 경쟁력은 상당하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hslee@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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