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G80 스포츠를 시승했다. G80 스포츠는 BMW의 M 퍼포먼스나 벤츠의 AMG 스포츠와 유사한 서브 퍼포먼스 성향을 갖는다. 특히 스포츠모드에서의 변속 로직은 국산차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설정으로 유쾌한 엔진음과 함께 주행감성을 높이는 요소다.

G80 스포츠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번째 퍼포먼스 모델이다. 그래서 절대적인 성능에 앞서 G80 스포츠를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알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G80 스포츠는 제네시스 브랜드가 추구하는 고성능에 대한 컬러를 담고 있음과 동시에, 앞으로 출시될 콤팩트세단 G70과 스포츠 쿠페에 대한 예고편과도 같다.

제네시스 G80이 속한 세그먼트에는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렉서스 GS와 같은 쟁쟁한 경쟁자들이 포진하고 있다. 독일계 브랜드는 이미 AMG나 M의 라인업에 보다 대중적인 AMG 스포츠, M 퍼포먼스와 같은 서브 브랜드를 선보였으며, 렉서스도 F와 F 스포츠를 완성했다.
 

고성능 에브리데이카를 지향

결론부터 말하면, 제네시스 G80 스포츠는 AMG 스포츠나 M 퍼포먼스, F 스포츠와 같은 준 퍼포먼스 모델을 겨냥했다. 370마력이라는 최고출력과 내외관에서의 차별화된 패키징, 그리고 차량의 셋팅이 그렇게 말한다. 특히 렉서스 GS F 스포츠를 정조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유사한 패키징을 갖추며 출력에서는 비교우위를 보인다.

G80 스포츠의 외관 디자인은 스포티한 성격에 맞게 전후면 범퍼와 헤드램프, 전면 그릴, 휠을 변경했다. 특히 국산차 최초로 적용된 시퀀셜 타입의 방향지시등은 기존 G80과 차별화 되는 요소다. 헤드램프와 전면그릴 내부, 휠 캡에는 핑크골드에 가까운 코퍼 크롬 재질을 적용했는데, 디테일의 고급감을 높이는 요소다.
 

차별화된 내외관 디테일

리어에서는 북미형 G80 V8 모델과 유사한 쿼드 머플러팁을 적용했으며, 3핀 타입의 디퓨저를 적용해 스포티한 감각을 연출했다. 그 밖에 블랙컬러 사이드미러나 다크 크롬 윈도우라인 크롬장식, 로고가 새겨진 브레이크 캘리퍼 등 세부적인 디테일에 공을 들였다. 19인치 다크 스터퍼링 휠은 디자인과 완성도가 뛰어났다.

실내에는 무난한 디자인의 전용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을 적용했다. 차별화된 사양으로는 블랙 스웨이드 헤드라이닝과 리얼카본과 알루미늄으로 구성된 인레이가 적용됐다. 스포티한 분위기 연출을 위한 아이템은 모두 동원한 셈이다. 카본 인레이의 감각은 렉서스의 고성능 모델 GS F가 연상된다.

적당히 단단한 시트는 낮은 포지션을 지원해 다양한 운전자세를 지원한다. G80 스포츠에는 사이드 볼스터가 강조된 세미 버킷시트가 적용되며, 등받이 버킷의 각도가 조절되는 타입이다. G80 파이니스트와 동일한 프리미엄 나파 가죽이 적용됐는데, 내구성을 보강해 표면 질감이 미세하게 변경된 것이 확인된다.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52.0kgm

G80 스포츠에는 EQ900을 통해 먼저 선보인 3.3 T-GDi 트윈터보 엔진이 적용됐다. 6000rpm에서 최고출력 370마력, 1300-4500rpm에서 최대토크 52.0kgm를 발휘한다. 8단 자동변속기가 기본으로 적용되며, 상시사륜구동 시스템을 선택할 수 있다. 공차중량은 AWD 기준 2090kg, 복합연비는 8.0km/ℓ(도심 7.0, 고속 9.8)다.

G80 스포츠는 아이들링시 실내외로의 소음·진동 전달이 거의 없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였음에도 직분사엔진 특유의 소음이 전달되지 않는다. 이 부분에 대한 처리는 경쟁사를 앞선다. 본격적인 고성능 세단에서 나타나는 울림과 배기음이 없어, 데일리카로의 쓰임에 충실하다. 정확히 얘기하면 일반적인 G80과 차이가 없다.
 

V8 엔진급 저회전 토크

G80 스포츠는 일상주행에서 매끄러운 가속감을 강조한다. 터보의 적용으로 최대토크 발생시점이 기존 3.8 자연흡기 엔진의 5000rpm에서 1300rpm으로 크게 낮아졌다. 최대토크 역시 40.5kgm에서 52.0kgm로 22% 향상돼 일상주행 영역에서의 여유있는 토크감이 인상적이다. 1000-2000rpm 구간에서의 움직임은 5.0 V8 엔진과도 비견된다.

아이들링을 제외한 저회전 구간에서도 가속페달을 밟는 양에 따라 엔진음을 들려준다. 엔진음과 흡기음을 강조한 사운드로 BMW가 느껴진다. 4000rpm을 넘어서는 싯점에서는 터프하고 농후한 사운드를 들려주기도 한다. 액티브 엔진 사운드는 실제 엔진음을 증폭시켜, 준비된 사운드와의 조합을 통해 엔진음을 연출한다.

도심주행과 90km/h 전후의 항속주행에서의 승차감은 부드럽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기존 G80 대비 미세하게 단단해진 감각이며, 스포츠모드에서도 본격적으로 딱딱함이 드러나지 않는다. 제조사에 따르면 스프링 강성이 10~15% 강화됐다. 전자제어 서스펜션의 적용으로 스포츠모드와 컴포트모드의 승차감은 분명히 구분된다.
 

변화의 핵심은 변속기 소프트웨어

눈에 띄게 변한 부분은 스포츠모드에서의 변속 로직이다. 스포츠모드에서 엔진회전이 3000rpm 부근에서 머물며 가속페달의 입력을 기다리는 설정은 기존과 다름 없다. 그러나 가속페달을 강하게 다룬 이후의 상황에서 업시프트가 진행하지 않고 현재 기어 단을 유지한다. 동일한 상황에서 업시프트가 진행되던 일반 G80과는 다른 설정이다.

특히 스포츠모드 풀 가속 상황에서는 인위적인 변속충격까지 연출하는 장기를 부린다. 6200rpm에서 기어가 빠지고 다음 단에 들어가는 찰나, 스로틀 닫힘을 지연시켜 엔진회전을 6700rpm 부근까지 상승시킨다. 이후 엔진회전이 상승된 상태에서 다음 단이 체결, 변속 충격이 연출된다. BMW의 8단 자동변속기에서나 접할 수 있었던 설정이다.
 

0-100km/h 가속 6.0초

트윈터보의 적용으로 크게 강화된 부분은 가속력이다. AWD 모델 기준, 정지상태에서 100km/h 가속은 성인남자 2인 탑승시 6.0초~6.1초를 기록했다. 차가웠던 노면 온도를 감안하면 5초대 진입도 노려볼만 하다. 최고속도는 240~244km/h 구간에서 제한된다.

특히 가속력이 강화된 구간은 100km/h를 넘어서는 중고속 영역으로, 100km/h 부근에서의 재가속 이후 220km/h를 넘어서는 속도까지 쉬지 않고 가속된다. 해당 구간에서의 가속력은 3.8 자연흡기 엔진과 확연히 구분된다. 또한 스포츠모드에서는 스티어링 휠이 무거워지며 직진 안정감을 높여준다.
 

무거운 차체중량은 단점

3.3 터보엔진이 적용된 G80 스포츠의 복합연비는 8.0km/ℓ다. 무거운 차체와 상시 사륜구동, 그리고 고출력 엔진이라는 조합에서는 좋은 연비를 기대하기 어렵다. 3.0 V6 바이터보 엔진으로 333마력을 발휘하는 메르세데스-벤츠 S400L 4매틱의 복합연비가 8.2km/ℓ라는 점이 위안이 될 수도 있겠다. 

G80 스포츠는 전반적인 주행성능이 업그레이드 됐다. 하지만 타이어 그립과 제동성능에서는 개선의 여지도 확인된다. 일상적인 주행과 간혹 추월가속하는 상황에서는 충분한 수준이나, 200km/h 전후의 고속주행과 가혹한 가감속이 반복되면 제동력과 제동 밸런스에 아쉬움이 생긴다. G80 스포츠에서는 브레이크 패드 재질의 변경을 고려해 볼 만하다.
 

진화된 스마트 센스

그 밖에 아쉬움이 나타나는 점은 출고용 타이어의 그립력이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경우 2.0 디젤엔진이 적용된 기본형 모델에도 그립이 강조된 타이어가 적용되는데, G80 스포츠에는 무난한 성격의 컨티넨탈 타이어가 적용됐다. 수입차 브랜드의 경우 얌전해 보이는 벤츠나 볼보가 의외로 그립이 좋은 타이어를 사용하는 점을 참고할 만하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제네시스 스마트 센스로 진화하며 완성도가 높아졌다. 정지상태에서 200km/h를 넘어서는 구간까지 폭 넓은 구간에서 동작되는데, 차선 인식률과 도로에 따른 능동적 조향개입 기능이 강화됐다. 다만, 초고속 영역에서 조향개입으로 인해 안정감이 떨어질 수 있는 점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제네시스 G80 스포츠는 기본가격 6650만원, 모든 옵션을 더하면 7700만원까지 상승한다. 기본형 모델은 메르세데스-벤츠 E220d와, 풀 패키지는 E300 4매틱과 유사한 가격이다. G80 스포츠의 파워트레인과 옵션 구성은 1억원 남짓한 E400과 비교된다. 선택은 고객의 몫이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hslee@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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