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2017 티볼리를 시승했다. 동급 SUV 중 처음으로 적용한 능동형 운전자 보조 시스템은 높은 완성도는 물론, 저렴한 가격으로 대중화의 길을 열였다. 그 밖에 텔레스코픽 스티어링 휠을 새롭게 채용하고 동승석 통풍시트, 2열 리클라이닝 범위를 확대하는 등 상품성을 대거 강화해 독주 체제를 굳히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2017 티볼리에서 변화의 핵심은 능동형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의 적용이다. 패키지 옵션으로 구성된 ADAS는 전방추돌 경보장치(FCWS), 긴급제동 보조장치(AEBS), 차선이탈 경보(LDWS), 차선유지 보조장치(LKAS), 스마트 하이빔(HBA)로 구성된다.

사고 발생 가능성을 낮추는 ADAS

티볼리에 적용된 능동형 운전자 보조 시스템은 그 동안 고급차를 중심으로 채용되기 시작한 장비로 치명적인 사고를 예방하는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에서는 긴급제동 보조장치가 적용된 차종에 한해 최고 안전등급인 탑세이프티픽플러스(TSP+)를 부여해 안전성 평가의 중요한 지표로 삼고 있다.

이같은 능동형 운전자 보조 시스템은 제네시스 G80과 기아차 K9 등 고가의 플래그십 모델에 적용되기 시작해, 최근에는 아반떼에서도 선택할 수 있어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최상급 모델에서만 선택할 수 있고 옵션 가격이 높아 보급형 모델에서 이를 선택하는 운전자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티볼리 ADAS의 강점

하지만, 쌍용차는 2017 티볼리와 티볼리 에어의 중간 트림부터 능동형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선택할 수 있도록 옵션을 구성하고, 옵션 가격도 60~80만원으로 비교적 저렴하게 책정했다. 해당 옵션 선택 시 5가지 ADAS가 추가됨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설정이다. 특히 차선유지 보조장치(LKAS)는 제네시스 급 옵션이다.

이번 티볼리에 적용된 ADAS에는 볼보 XC90이나 BMW 최신 모델에 적용되는 영상인식칩과 동일한 제품을 사용해 신뢰성을 높였다. 영상인식칩은 능동형 운전자 보조 시스템의 핵심 장비로 전방의 차량이나 보행자, 차선을 인식한다. 2017 티볼리에 적용된 칩은 이스라엘 모빌아이 제품으로 전 세계 마켓쉐어가 80%에 달한다.

시승한 차량은 2017 티볼리 디젤로 ADAS 옵션인 스마트 드라이빙 패키지가 추가된 모델이다. 2017 티볼리의 외관은 기존 모델과 동일한데, 스포티한 이미지를 연출하는 외관 데칼이 선택할 수 있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텔레스코픽 스티어링 휠 적용

실내에서는 다양한 부분에서 변화가 확인된다. 특히 가장 큰 불만이었던 텔레스코픽 스티어링 휠이 적용돼 보다 이상적인 운전자세의 확보가 가능하다. 쌍용차에서 그 동안 상당히 인색하던 부분인데, 2017 티볼리를 시작으로 확대 적용될 것이 예상된다. 2017 티볼리는 디젤에서는 LX 트림, 가솔린은 VX 부터 기본이다.

그 밖에 시거잭 라이터를 대신해 USB 충전기가 적용되고, 동승석 통풍시트의 선택이 가능하며, 2열 히팅시트가 등받이까지 확대됐다. 또한 트렁크에 티볼리 에어에서 선보인 2단 러기지 보드를 적용해 활용성을 높였으며, 2열 리클라이닝 시트 각도를 5도 추가해 최대 32.5도까지 기울일 수 있다. 전 모델에 2열 센터 암레스트가 추가됐다.

이번 시승은 경부 고속도로와 일부 지방국도를 경유하는 코스에서 진행됐다. 차량의 첫 느낌은 편안한 시트와 함께 텔레스코필 스티어링 휠의 지원으로 운전 자세가 한결 편해졌다. 많은 운전자들이 스티어링 휠을 멀리 잡는 습관을 갖고 있는데, 이런 습관은 급박한 상황에서 조향이 힘들어 빠른 대처가 어려운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실용구간에서의 여유로운 가속력

티볼리 디젤은 1.6 4기통 디젤엔진으로 4000rpm에서 최고출력 115마력, 1500~2500rpm에서 최대토크 30.6kgm를 발휘하며, 6단 아이신 자동변속기와 조합된다. 일상주행에서 가장 사용 빈도가 높은 2000rpm 전후에서 최대토크가 발생돼 여유로운 주행이 가능하다. 고회전을 사용하지 않아도 돼 연비 향상에 도움을 준다.

60km/h 부근에 접어들면 계기판에 차선이 인식됐다는 표시가 나타난다. 이때부터 차선이탈 경보장치와 차선유지 보조기능이 활성화 된다. 실선과 점선을 모두 인식하는 시스템으로 비가 오는 환경에서도 인식률이 뛰어난 모습을 보인다.

특히 차선유지 보조기능에 의한 조향에 대한 개입이 상당히 강한 것이 특징이다. 차선유지 보조기능은 차체가 차선에 근접하면 개입하는 방식과 차선 중앙을 따라 주행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나뉘는데, 티볼리는 차선 중앙을 따라 주행하도록 유도하는 타입에 가깝다. 스티어링 휠을 살짝 쥐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거리를 주행할 수 있다.

신뢰성 높은 시스템 개입

또한 전방추돌 방지장치는 전방차량과의 거리를 시간 단위로 운전자에게 알려준다. 3단계로 구성된 전방추돌 방지장치는 1단계와 2단계에서 지나치게 가깝거나 앞차와의 거리가 지나치게 빠르게 가까워지는 상황에 경고음을 울리며, 추돌 직전 브레이킹이 개입하며 추돌을 방지한다.

시승 구간에서는 앞차의 갑작스러운 제동 상황에서 빠짐없이 경고음을 울리며 운전자에게 추돌 가능성을 알렸다. 다만 주의해야 할 상황도 확인되는데, 앞차와의 거리가 가까운 상황에서 과속으로 추월을 시도하면 추월 상황에서 제동이 개입하는 경우도 발생됐다. 추돌 방지장치를 끄기 위해서는 ESP를 완전히 꺼야하는 점은 아쉬운 설정이다.

전방추돌 방지장치와 긴급제동 보조장치의 테스트는 충남 천안에 위치한 자동차부품연구소에서 진행됐다. 차량 모형과 보행자 모형에 대한 테스트가 30~50km/h 환경에서 이뤄졌다. 전방추돌 방지장치의 동작 범위는 0~180km/h, 긴급제동 보조장치는 60km/h 이하에서 동작한다.

추돌사고에서의 생존성 확보

전방 차량이 완전히 정차한 것을 가정한 테스트에서 티볼리는 1차 경고 후 바로 풀 제동이 개입되는 모습을 보였다. 차량 모형과의 속도 차이가 크기 때문인데, 지난 휴가철 터널 입구에서 발생됐던 대형 사고와 유사한 상황이다. 시스템에 의한 브레이킹은 일반적인 운전자의 제동보다 강력한데, 티볼리의 짧은 제동거리도 한 몫 거들었다.

갑작스러운 비로 인해 노면이 젖은 상태에서도 티볼리의 긴급제동 시스템은 한결같은 제동력을 유지해 높은 신뢰감을 줬다. 이번 테스트에서 긴급 제동에 실패한 경우는 단 한 차례로, 시스템의 동작 속도를 넘어선 65km/h 속도를 강제로 유지했을 때 발생됐다.

그러나 해당 상황에서도 긴급제동이 개입하며 전방차량과의 충돌 속도를 10km/h 미만으로 줄이며 제동했다. 실제 상황이었다면, 사망자나 중상자가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경미한 전방 추돌사고로 마무리할 수 있는 점에서 높게 평가된다.

최근 자동차 업계에서는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넘어서 자율주행에 근접한 시스템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은 일반인들이 구입하기 어려운 고가의 차량을 중심으로 적용되고 있다. 반면, 2017 티볼리에 적용된 운전자 보조장치는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해, 능동형 안전장비 대중화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hslee@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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