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에는 "운전이 즐겁다"라는 표현이 종종 등장한다. 이는 차의 기본기라고 말하는 가속과 선회, 제동에 있어 운전자의 의도를 정확히 표현하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본질은 이동성에 있기 때문에 자동차가 존재하는 한 이런 가치는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많은 소비자가 자동차 성능에 대한 첫 번째 관심을 출력에 둔다. 새차가 나오면 몇 마력인지부터 궁금한다. 그러나 출력만큼 잘 돌고 잘 서는 재미에 더 자주 운전대를 잡게 된다. 다시 말해, 핸들링과 브레이킹이 출력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뜻이다.
 

주행 중 가속페달을 몇 초 밟지 않는 것보다 운전대를 몇 초 조작하지 않는 게 훨씬 위험한 것처럼, 사용빈도 면에서도 조향장치는 엔진이나 변속기보다 앞선다. 운전대는 운전하는 내내 두 손으로 붙잡고 시종일관 조작하는 물건으로 정교함에 있어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세계 각국에는 다양한 자동차 제조사가 존재하는데, 회사의 슬로건을 '순수한 드라이빙의 즐거움(Sheering driving pleasure)'이라고 주장하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BMW다. 최근 다양한 브랜드에서 마케팅 도구로 사용하는 전후륜 무게배분 50:50, 낮은 무게 중심을 앞서 강조한 브랜드가 BMW다. BMW는 운전의 즐거움을 BMW의 존재 이유라고도 말한다.
 

전후 무게 배분 50:50

핸등링 특성을 결정짓는 요소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 무게 배분다. BMW의 측면 디자인은 거의 모든 차에서 동일하다. 기다란 보닛과 후진 배치돼 있는 캐빈, 이를 표현하는 호프마이스터 킥 등이 대표적이다. 흔히 말하는 롱 노즈 숏 데크 프로포션이다.
 

이는 단지 멋진 디자인을 위해서가 아니다. BMW가 태초부터 중요시하는 전후 무게 배분에 대한 결과물이다. 지금으로부터 41년 전에 탄생한 1세대 3시리즈나 현행 3시리즈 모두 앞서 표현한 측면의 특징적인 비율은 크게 다르지 않다.
 

효율적인 무게배분을 위해서 BMW는 엔진을 앞바퀴와 실내 사이 공간에 배치하는 프론트 미드십을 채택했다. 더불어 구동축을 뒷바퀴에 두어 앞바퀴에 대한 부담을 한 번 더 덜어내 결과적으로 프론트 미드십 구조를 위해 앞바퀴를 최대한 전방 배치해 앞 오버행이 줄어들고 보닛이 길어졌다. 이를 통해 지금과 같은 디자인 프로포션이 탄생했다.
 

가변형 조향 시스템

즐겁고 편한 핸들링을 위해서는 주변 상황과 속도에 따라 조향장치가 달라져야 한다. 방향을 크게 바꿀 일이 많은 저속에서는 입력 값이 작아도 많이 반응해야 좋고, 예리한 컨트롤이 필요한 고속에서는 커다란 입력 값에도 작고 세밀하게 반응할수록 좋다. 이는 즐거움 뿐 아니라 정교하고 안정적인 핸들링에도 큰 도움을 준다.
 

BMW가 이를 위해 가변형 조향 시스템을 내놓은 것은 약 14년 전인 2002년이다. 각종 센서와 모터, 전자장비의 도움으로 다양한 상황에 따라 앞바퀴의 조향 비율을 바꾸는 액티브 스티어링이 탄생했다. 단순히 입력 값에 따라 반응하는 것이 아닌, 운전자가 원래 의도했던 만큼 움직이는 새로운 조향 시스템이다.
 

액티브 스티어링은 또한 다른 주행 안전장치를 도와 더욱 자연스럽게 위험한 상황을 회피할 수 있는 장점을 갖는다. 특히 액티브 스티어링을 통해 주행안정장치의 개입을 늦출 수 있다. 액티브 스티어링이 오버스티어를 줄여주기 때문이다. 출력을 줄이는 주행안정장치의 개입량이 약해지는 것을 통해 운전자는 보다 적극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후륜 조향 시스템

또한 인테그랄 액티브 스티어링을 통해 큰 차체로도 민첩한 움직임이 가능하다. 이는 후륜에 조향장치가 추가됐기 때문인데, 앞바퀴뿐 아니라 뒷바퀴도 조향이 가능해 차체의 민첩한 움직임을 지원한다. 뒷바퀴의 조향각은 3도 수준이나, 주행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작동 방법은 속도와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르다. 저속에서는 스티어링 휠의 조향방향과 반대로 뒷바퀴가 꺾인다. 전방을 오른쪽으로 돌리면서 동시에 후방을 왼쪽으로 밀어내 회전반경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며, 50km/h 이상 고속에서는 동일한 방향으로 후륜이 꺽여 빠르고 안정적으로 차체를 이동시킨다. 이런 과정을 통해 큰 차체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움직임이 가능하다.

이한승 기자 〈탑라이더 hslee@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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