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타임머신을 타고 2008년 상반기로 돌아가보자 이 당시 국제유가는 역사상 최고수치를 속속 갱신하면서 한때 배럴당 15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 당시 휘발유 경유 가격은 1L에 2,000원을 훌쩍 넘었으며 한 때 휘발유보다 경유 가격이 더 비싸기도 했다.

따라서 디젤 SUV, 승용차 판매량이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했던 LPG, 휘발유 엔진을 탑재한 승용차, SUV 수요 및 문의가 늘었다. 가솔린 SUV는 정숙성이 디젤보다 뛰어나고 엔진오일 등 소모품 교체 비용이 상대적으로 디젤보다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디젤보다 연비가 좋지 않고 2008년 이후 다시 국제유가 거품이 빠르게 걷어지면서 경유가격이 다시 휘발유 가격 아래로 내려가면서 디젤 승용차 SUV 수요가 다시 회복되었고 반대로 가솔린 SUV 판매는 상대적으로 위축되었다. 투싼 IX의 경우 가솔린 판매 비율이 8%에 불과했고 스포티지R은 261마력 2.0 T-GDI 엔진이 탑재된 고성능 모델을 추가했지만 가솔린 비율은 약 13% 정도에 그쳤다. 다만 QM5는 가솔린 비율이 약 20%로 상대적으로 가솔린 비율이 높다.

사실 연비는 운전자의 발끝에 따라 결정되는 요소가 많기 때문에 배기량 2.5L 이하 컴팩트 가솔린 SUV 모델은 연비운전을 실천하면 리터당 10km/l 이상의 연비를 낼 수 있다.

압축비 10.0:1 렉서스 NX 200t

올해 상반기 렉서스 NX 200t를 두 번이나 시승했었고 그 중에서 한 번은 용인스피드웨이 서킷에서 경험했었다. 렉서스 NX 200t는 고속도로에서 80-120km/h 주행 시 높은 연비를 기록했고 무게중심이 높은 SUV 모델 임에도 용인스피드웨이 타이트한 코너에서 거침없이 돌아나가는 주행안전성을 보여주었다.

렉서스의 2.0 가솔린 터보 엔진은 성능 보다는 연비와 친환경성이 돋보인다. 비록 연비는 디젤 엔진의 효율성을 능가할 수 없어도 디젤 엔진의 높은 효율성에 조금이라도 더 근접할 수 있는 기술들이 탑재되었기 때문에 뿐만 아니라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많은 신경을 썼다.

엔진 내부 안으로 숨긴 배기매니폴더

1990년대 출시한 자동차 그리고 현재 출시되는 자동차 보면 현재 출시되는 자동차들 배기매니폴드가 눈에 띄게 짧아진 것을 볼 수 있다. 배기매니폴더를 짧게 설계하는 가장 큰 이유는 환경 때문이다. 자동차 모델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처음 시동 걸 때 rpm이 2,000rpm 근처까지 치솟다가 서서히 떨어진다.

엔진 온도를 정상적인 수준으로 올리기 위해 평소보다 많은 연료가 투입되면서 공연비가 농후해져 불완전 연소된다. 따라서 자동차 업체들은 냉간 시 공해물질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배기매니폴더를 최대한 짧게 설계하게 되었다.

하지만 배기매니폴더는 매우 높은 온도의 배기가스가 지나는 통로이기 때문에 배기매니폴더를 무작정 짧게 설계할 경우 매니에 크랙이 발생되는 등의 문제가 야기되어 무조건 짧게 설계할 수도 없다. 렉서스 2.0L 가솔린 터보 엔진은 배기매니폴드가 아예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실린더 내부에서 통합 시킨 걸 감안하면 높은 내열성을 확보했으리라 생각된다.

수냉식 인터쿨러

가솔린 터보 엔진이 탑재된 승용차를 소유한 운전자 특히 스포츠주행을 많이 즐긴다면 여름철과 겨울철의 가속력과 연비가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여름철에도 흡기온도를 최대한 낮춰야 높은 성능과 연비를 확보할 수 있고 과급된 공기를 낮추는 역할을 해주는 해결사가 바로 인터쿨러이다.

하지만 인터쿨러의 경우 공기로 냉각시키는 방식이기 때문에 더운 여름철 저속 주행을 하거나 스포츠주행을 하는 경우 과급된 공기를 제대로 냉각하지 못한다. 그래서 추가된 것이 수냉식 인터쿨러이다. 수냉식 인터쿨러는 공기 외에 별도의 냉각수로 흡기온을 낮출 수 있다.

렉서스 NX 200t는 흡기포트 바로 옆에 붙은 인터쿨러는 겉에서 볼 때 작지만 수냉식 인터쿨러 덕택에 여름철에도 출력이 저하되는 단점이 개선된다고 한다. NX 200t는 다목적 SUV 모델이기 때문에 스포츠주행을 할 일이 별로 없겠지만 향후 출시 예정인 IS 200t 모델의 경우 여름철과 겨울철 출력 차이가 없거나 크지 않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엣킨슨 사이클

가솔린 엔진의 연비 하락 주범인 펌핑 로스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엔진이 엣킨슨 사이클 엔진이다. 엣킨슨 사이클은  압축비를 높이면서도 가솔린 엔진의 내구성 하락 요인이 되는 노킹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흡입 압축비와 연소 압축비가 다른 엔진이다. 쉽게 설명하면 실린더 내부의 피스톤이 올라갈 때 일반적인 엔진은 높이가 일정하지만 엣킨슨 사이클 엔진은 높이가 각각 다르다.

다만 모든 주행 상황에서 엣킨슨 사이클이 활성화되는 건 아니며 렉서스 NX 200t는 공회전 상태 또는 주행 중 엑셀레이터 페달에서 발을 뗄 때만 이 기능이 활성화된다.

디젤 엔진에 대항하는 렉서스 8AR-FTS 엔진

렉서스 NX 200t에 탑재되는 엔진의 정확한 명칭은 8AR-FTS 엔진이다. 이 엔진은 NX 200t를 시작으로 NX보다 위 급 모델인 RX 그리고 국내에서도 출시 가능성이 높은 IS에도 탑재될 예정이다.

엣킨슨 사이클이 적용된 이 엔진의 레드존은 6,000rpm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6,500rpm에서 레드존이 시작되는 일반적인 가솔린 엔진과 비교해서 고회전에서 짜릿한 느낌은 덜하지만 가솔린 엔진의 장점인 정숙성 특히 매끄러운 주행질감은 다른 완성차 업체의 4기통 가솔린 엔진과 비교해서 우위에 있다.

우리나라에 소개되지 않았지만 렉서스는 과거 2세대 IS 시리즈에 유럽 시장을 겨냥해서 2.2L 디젤 엔진을 탑재한 IS 220d 모델을 판매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렉서스에 디젤 엔진이 탑재된 모델이 없고 대신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확대 적용하거나 가솔린 엔진의 연소효율성을 꾸준히 높이고 있으며  비록 디젤 엔진 만큼은 아니지만 렉서스 8AR-FTS 엔진은 기존 가솔린 터보 엔진보다 효율성을 더욱 높이고 가솔린 엔진의 장점인 정숙성과 매끄러운 회전질감을 내세워 경쟁력을 높였다.

이 엔진이 미래의 확실한 대세라고 말하기에는 단정 지을 수 없다. 하지만 유로 6 등 엄격한 배출가스 기준을 통과한 디젤 승용차, SUV가 실제 주행테스트에서 유로 6 배출가스를 크게 초과한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디젤 엔진을 친환경 엔진으로 봐야 할까? 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가솔린 엔진이 주목 받고 있다. 8AR-FTS 엔진은 앞으로 렉서스의 성장에 밑거름이 되어 줄 것이다.

김진우 기자 〈탑라이더 kimjw830@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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