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도록 사랑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

2015년 여름, 최고의 감성 어드벤처 <고녀석 맛나겠다2: 함께라서 행복해>(이하 <고녀석 2>)가 오는 7월 30일 개봉을 확정한 가운데 본 작품의 1편을 수입하고 2편의 제작 및 기획을 총괄한 프로듀서의 이야기를 듣는다.

<고녀석 맛나겠다2> 강상욱 총괄 프로듀서
애니메이션 매니아로 출발해 제작에 이르기까지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에 대한 고민과
현장에서 겪은 '제작 비하인드' 전격 공개

세계적으로 유명한 동화 원작과 100% 국내 자본 및 기술력이 만나는 남다른 제작방식으로 애니메이션 제작에 있어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고녀석 2>. 개봉에 앞서 총괄 프로듀서를 담당한 (주)미디어캐슬 강상욱 이사와의 1문 1답을 진행했다.

2011년 극장에서는 아쉬운 흥행성적을 거뒀지만 부가판권 시장에서 시간이 지나도 꾸준한 관심으로 성공적인 결과를 보이고 있는 <고녀석 맛나겠다>의 후속편을 늘 염두에 두고 있었던 그는, 시장성과 흥행 가능성을 검토한 후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고녀석 2>의 제작에 착수했다.

[강상욱 프로듀서 인터뷰 전문]

 

1. 애니메이션을 수입해오다가 제작까지 결심하게 된 이유는?

수입영화 혹은 애니메이션을 한국시장에서 릴리즈하는 사업구조의 성장성에 한계를 느끼게 됐다. 한국 영화시장은 갈수록 덩치가 큰 메이저 작품들만 원하고, 관객들의 취향과 정서 또한 극장이 만들어 가고 있는 느낌이 강했기 때문에 그런 것에 구애받지 않고 세계시장에도 통할만한 ‘내 콘텐츠’가 필요했다.

 

2. 수많은 애니메이션 중 <고녀석 맛나겠다> 2편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제작 자체가 처음이기 때문에 안정성을 고려해야만 했다. 동화에 대한 충성도, 작품성, 1편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 수익 등 모든 측면을 고려해야 했고, 불명확한 한국시장뿐 아니라 글로벌로도 통할만한 작품이 필요했다.

3. 한국에서 <고녀석 맛나겠다> 2편을 제작하겠다고 했을 때 원작자나 일본 측 반응은?

일본은 본인의 원작을 영화화하겠다는 것에 대해 매우 ‘고마워’ 하는 입장이다. 이런 면에서 일본은 정확한 비전과 계획만 제시하면 전혀 까다롭지 않다. 분명히 배울 점이 있는 부분이다.

 

4. <고녀석 맛나겠다> 1편, 특히 원작동화가 상당히 많은 인기를 누렸다.

   2편 제작에 대한 부담은 없었는지?

매우 부담이 됐고, 지금도 그렇다. 그래서 선택한 것은 대상 연령층을 낮추는 것이었다. 1편은 소재나 주제 자체가 상당히 유니크한 것은 물론 제작비만큼 완성도 높은 작품이었지만 원작자조차 자신의 1편이라고 부르는 것을 꺼려할 만큼 원작동화의 세계관이나 그림들과 완전히 다르다. 일본 특유의 사무라이 액션 같은 부분도 많고 어떤 장면은 그로테스크하게도 느껴진다. 물론 이러한 부분들이 한국의 부가판권시장에 통했겠지만, 2편도 1편을 따라간다면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의 대상인 아이들을 외면하게 될 것 같아 1편에 비해 대상 연령층을 확 낮추고 원작동화의 세계관과 메시지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다.

 

5. 제작 과정이 독특하다. 100% 우리 자본으로 프리 프로덕션은 일본에서, 메인 프로덕션은 한국에서, 그리고 중국도 참여한 것으로 안다. 이렇게 제작하게 된 이유는?

일단 이 이야기를 하려면 애니메이션의 제작공정에 대한 이해도가 필요하다. 애니메이션은 기획개발-프리 프로덕션-메인 프로덕션-포스트 프로덕션의 과정을 거치며 기획개발과 프리 프로덕션을 묶어서 진행하기도 한다. 프리 프로덕션의 과정은 트리트먼트-시나리오-콘티-캐릭터 개발-색지정-배경지정 등의 과정이며 메인 프로덕션은 레이아웃-원화-동화컬러채색-촬영, 포스트 프로덕션은 편집-더빙-녹음 등의 과정을 거친다.

영화와 달리 애니메이션은 프리 프로덕션에 가장 많은 기간을 할애하는데 배우들이 연기하는 것이 아닌 캐릭터가 연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캐릭터 설정이 가장 중요하다. 한국 극장 애니메이션의 저변은 그리 넓지 못한 대신 원화와 밑그림 등 드로잉 실력은 거의 독보적이라 할 정도로 뛰어나다. 또한 동화컬러채색 등은 노동집약적인 공정이기 때문에 3국이 가장 잘 하는 분야를 맡아 일본은 캐릭터 설정 등을 포함한 프리 프로덕션을, 한국은 레이아웃, 원화, 연출 등 메인 프로덕션의 대부분을, 중국은 동화컬러채색 등의 노동집약적인 공정을 담당했다.

 

6. 시나리오 개발 단계에서 원작자가 직접 참여했다. 때문에 어떤 인터뷰에서는 이 작품이 자신의 첫 영화라고 말하기도 했다. 직접 원작자에게 시나리오를 맡긴 이유와 참여 정도는?

앞서도 잠시 언급했는데 원작자는 1편의 폭력성과 그림에 대해 상당히 비관적이다. 우리의 캐릭터를 훨씬 좋아했다. 처음에는 1편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시나리오를 [원피스]로 유명한 '스가 요시유키'에게 맡겼다. 그런데 시나리오 초고를 본 원작자가 주인공이 폭력적으로 묘사됐다며 본인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뜯어 고쳤다. 어느 정도 참여가 아니라 이 시나리오는 미야니시 타츠야의 것이라고 봐도 무관하다. 본인이 쓴 것이기에 특별한 요구사항은 없었고, 우리도 1편과 다른 관점에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 위해 고민했기 때문에 큰 불만사항은 없었다.

 

7. Full CGI 3D 애니메이션으로 어린 관객들이 익숙해진 상황에서 <고녀석 맛나겠다2>는 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다. 그렇게 선택한 이유는?

익숙해진다는 것은 어른들이 익숙하게 강제로 만드는 거 아닌가? 그럼 세상의 그림책과 동화책은 모두 CGI로 만들어져야 하고 그림책과 동화책도 없어졌어야 하는데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3D 애니메이션(정확한 용어는 Full CGI 3D 애니메이션)이 모든 것을 표현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원작이 지니고 있는 감성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옮기기에는 한계가 있다. 수만, 수십만의 폴리곤(polygon: 컴퓨터 그래픽의 기본 요소)으로 이 영화를 제작한다는 것은 원작에 대한 잘못된 해석인 것 같았다. 스크린은 평면이며 평면 위에서 만화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대한 호기심으로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가 태어났다. 평면 위에서, 태생이 평면인 만화를 움직이게 담는 것이 애니메이션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Full CGI에 많이 길들여졌다고 해서 원작의 감성을 해쳐가면서까지 만들 수는 없지 않겠나.

 

8. 연출은 물론 각본, 음악 등 우리나라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답게 국내 스태프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국내 스태프들의 장점은 무엇인가?

드로잉 실력이 매우 뛰어나다. 이건 셀 애니메이션 왕국인 일본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한국인의 손재주가 뛰어나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며 작업속도 또한 상당히 빠르다. 무엇보다 의사소통이 쉽지 않은가!

 

9. 완성본이 나오고 우리나라는 영화제를 통해, 일본에서 먼저 개봉하게 됐다.

반응 여부와 한국 관객과 일본 관객의 차이는 어떠한가?

완성피로 시사회(일본의 VIP 시사회 명칭)에 초청을 받아서 갔는데, 영화 도중 여기저기서 크게 흐느끼는 소리에 적잖게 놀랐다. 그리고 영화제든 시사회든 영화가 끝날 때까지 아이들이 집중해서 보는 것을 보고 자신감이 생겼다. 일본 개봉은 6월 6일 월드프리미어로 있었는데 자세한 결과는 최종적으로 받아보아야 하겠지만, 평이 굉장히 좋다고 한다. 주로 아이들과 함께 간 부모들의 평은 ‘울었다’가 상당히 많았다. 원래 울릴 의도는 아니었는데…(웃음) 한국 관객과 일본 관객의 차이는 일본 아이들이 감수성이 좀 더 예민하다는 것. 집중도는 비슷한 것 같았다.

 

10. <고녀석 맛나겠다2> 제작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오래도록 사랑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것에 힘을 줬다.

 

11. <고녀석 맛나겠다2>에서 가장 강력 추천하는 장면이 있다면?

제작자 입장에서는 모든 장면이 강추 장면인 것이 당연하지 않겠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천하라면 미르와 훌쩍훌쩍의 위험한(?) 우정이야기, 키라리와 미르가 처음 만나는 장면이다.

 

12. <고녀석 맛나겠다> 3편 제작 등 추후 계획은?

앞으로 계약 기간이 많이 남아있고, 계약한 책도 많기 때문에 당연히 3편 그 이후도 제작하려 하고 있다. 제대로 된 공룡 캐릭터 프랜차이즈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다.

 

<고녀석 2>는 천방지축 티라노사우르스 미르가 무한한 친화력으로 육식, 초식공룡 모두와 친구가 되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찾아 떠나는 특별한 모험 이야기. 원작과 1편에 대한 팬들의 관심과 국내 제작진의 오랜 노력이 만들어 낸 결과물인 만큼 얼마나 어린이와 가족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을 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7월 30일 개봉, 전체관람가.

강지현 객원기자 〈탑라이더 anco@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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