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또는 전쟁영화를 보면 승리를 위해 많은 병력과 물자 등을 동원한 물량공세라는 말을 보고 들었을 것이다. 물량이 많다고 해서 꼭 승리를 보장한다는 법은 없지만 적보다 더 많은 물량을 확보했다면 적을 공격하거나 적의 공격에 방어할 때 한층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차지한 영역을 유럽, 미국, 일본 수입차 업체들이 연합하여 신모델이라는 엄청난 물량공세를 내세워 파죽지세로 수입차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으며 2014년 이미 19만6천여 대를 판매한 만큼 2015년 한 해 수입차 판매량은 적어도 20만대를 크게 초과하여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질세라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수입차 업체들의 엄청난 물량공세에 나름대로 대응하고 있지만 수입차의 판매량은 기가 꺾일 줄 모르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33만6000대를 판매했으며 2014년 상반기와 비교해서 약 3만대 정도 판매량이 감소한 수치라고 언급했다. 반면 수입차는 6월 사상 최대 판매량을 달성하면서 국내 자동차시장을 겨냥한 수입차의 공격력이 점점 날카로워지고 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수입차의 공격력을 막기 위한 대규모 물량공세를 준비하고 있으며 7월 9일 경원재 앰배서더 호텔에서 1.6 터보, 1.7 디젤 엔진을 탑재한 쏘나타 신모델을 선보였다. 쏘나타 1.6 터보는 아반떼, K3 등의 준중형차와 같은 연간 29만원의 저렴한 세금만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1.7 디젤은 하이브리드에 버금가는 리터당 16km/l 높은 연비를 자랑한다.

현대기아차 1.7L 디젤 엔진은 이미 i40, 투싼에서 시승한 경험이 있는 만큼 이번 시승기는 쏘나타 1.6 터보 모델 위주로 작성하도록 하겠다.

1.6 터보의 장점 세금절약 빠른 가속력

위 도표는 교육세를 제외한 자동차세 비교표이다. 쏘나타 2.0L 가솔린 모델의 경우 교육세를 제외한 자동차세는 399,800원을 납부해야 하지만 쏘나타 1.6L 터보 모델은 222,740원을 납부하면 됩니다. 여기에 교육세를 포함하면 쏘나타 2.0L 가솔린 모델은 약 52만원 쏘나타 1.6L 터보 모델은 약 29만원을 신차구매 후 3년간 1년씩 납부한다.

기존 2.0L 가솔린 모델과 비교해서 세금 뿐만 아니라 연비도 더 좋고 출력과 토크가 더 높기 때문에 가속력은 2.0L 모델은 물론 LF 쏘나타 처음 출시할 때 판매 되었다가 단종된 2.4 GDI 모델보다도 더 강력하다. 0-100km/h까지 걸리는 시간 추월가속 모두 쏘나타 1.6 터보가 2.0, 2.4 GDI 모델보다 더 뛰어나다.

사실 쏘나타 1.6 터보에 탑재되는 1.6L T-GDI 엔진은 이미 벨로스터, K3 쿱에 탑재되고 있어 즉 완전한 신형 엔진은 아니다. 다만 최고출력을 204마력에서 180마력으로 줄이고 대신 최고출력이 나오는 시점을 6,000rpm에서 5,000rpm으로 대폭 앞당겼다. 최대토크는 27kg.m로 동일하지만 최대토크가 나오는 시점을 기존 1,750rpm에서 1,500rpm으로 앞당겨 2,000rpm 이하에서도 여유로운 드라이빙을 보장하고 시내 주행에서 연비 향상을 도모한다.

그 결과 쏘나타 1.6 터보 모델 공인연비가 벨로스터 1.6 터보 DCT 모델보다 오히려 더 높다. 공차중량이 150kg 더 무거운 쏘나타 1.6 터보가 연비가 더 좋은 비결은 응답성이 더 뛰어난 터보차저가 적용되고 텀블 강화 흡기 포트를 적용하여 흡기 흐름이 더욱 원활해지며 압축비를 10.0:1까지 높였으며 엔진 내부의 타이밍 체인의 마찰계수를 낮추어 연소효율성 향상을 이루었다.

쏘나타 1.6 터보 시승을 위해 운전석에 탑승하고 스티어링휠을 잡았다. 1.7 디젤을 먼저 시승해서인지 상당히 조용하다. 터보차저가 적용되었지만 터보랙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으며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과 거의 비슷하다. 오히려 급 가속할 때 반응성은 작년에 시승한 2.0 CVVL 모델보다 1.6 터보가 더 빠르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위 영상은 같은 구간에서 쏘나타 1.6 터보, 쏘나타 1.7 디젤 60-160km/h 롤링 영상이다. 계기판 화면이 나오는 순간 딸깍 하는 소리가 들릴 것이며 기자가 가속력 테스트를 위해 엑셀레이터 페달을 꽉 밟은 소리다.

초반스타트는 비슷하거나 오히려 토크가 더 높은 1.7 디젤 속도가 조금 더 높아 보이는 듯 하지만 이내 디젤보다 훨씬 더 높은 rpm을 사용하는 1.6 터보가 맹렬하게 속도가 올라가기 시작하더니 1.6터보가 계기판 기준으로 160km/h에 도달할 때 1.7 디젤은 시속 140km/h 살짝 넘기는 수준에 그쳤다. 디젤이 토크가 훨씬 더 높지만 1.6 터보 최고출력이 39마력 더 높은 건 무시할 수 없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겠다.

주행안전성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올해 초 시승한 쏘나타 2.0 터보 모델이 고성능 이미지에  걸맞게 서스펜션 감쇄력과 스프링 강성을 크게 증대시켜 주행안전성을 크게 향상시켜 상당히 인상적인 모델이었던 것에 비해 1.6 터보의 서스펜션은 스포츠주행 보다는 승차감에 치중한 평범한 수준이다. 주행안전성이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이왕이면 서스펜션을 더 하드한 방향으로 설정했다면 더 좋았을 텐데 그 점이 아쉽다.

짧은 구간을 시승한 것이기 때문에 연비는 측정하지 못했다. 다만 인천대교 평지 구간에서 시속 100km/h 정속 주행할 때 순간연비는 리터당 20km/l 내외를 유지한다. 차후 쏘나타 1.6 터보를 길게 시승하게 되면 정확한 연비를 측정해 보도록 하겠다.

쏘나타 1.6 터보 모델 프런트 디자인은 쏘나타 2.0 터보 모델과 동일하지만 리어 디자인은 쏘나타 2.0 CVVL, 1.7 디젤 모델의 디자인과 동일하다. 날렵하고 강인해 보이는 프런트 디자인과 비교해서 리어 디자인이 밋밋하다는 느낌이 든다. 

정숙성과 부드러운 운전에 중점을 둔 쏘나타 1.7 디젤

1.7 디젤 엔진이 탑재된 i40, 올 뉴 투싼을 시승하면서 경험했기 때문에 앞서 시승한 모델과 전반적으로 비슷하다. 다만 i40과 비교해서 주행감각이 더욱 부드러우며 변속 속도가 i40 1.7 디젤보다 조금 느린 느낌이다. 같은 7단 DCT지만 쏘나타에 탑재된 DCT는 i40 대비 좋게 말하면 부드럽고 나쁘게 말하면 헐거운 느낌이다. 

기어비도 약간 다르다. 시속 100km/h 주행 시 i40 1.7 디젤은 거의 2,000rpm 근처에 가리키는데 반해 쏘나타 1.7 디젤은 1,700rpm을 유지한다. 순간펀치력은 i40 디젤보다 조금 떨어진다고 느껴졌지만 DCT의 단점인 부드럽지 못한 출발 그리고 변속충격은 i40 디젤보다 덜한 느낌이다.

시내 구간에서 높은 연비를 확보하기 위해서인지 정차 시 시동이 꺼지고 출발 시 시동이 걸리는 ISG 기능이 상당히 적극적이다. 심지어 기자가 정지 상태에서 엑셀레이터 페달을 꾹 밟아 5,000rpm까지 높인 뒤 엑셀레이터 페달을 떼어도 ISG 기능이 활성화되어 시동이 바로 꺼진다. 가혹한 상황에서도 터빈 내구성을 확보한 것일까? 흥미로운 것은 기어 레버를 중립에 두고 ISG 기능이 활성화된 상태에서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아도 시동이 걸리지 않고 D 레인지로 변경해야 그제서야 시동이 걸린다.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고속으로 주행 시 급제동 테스트를 했었는데 쏘나타 1.6 터보와 비교해서 1.7 디젤 제동거리가 조금 길고 브레이크가 밀린다는 느낌이 있었다. 타이어는 1.6터보 1.7 디젤 둘 다 한국타이어 벤투스 노블2가 적용되었으며 타이어 사이즈는 235/45/18인데 1.7 디젤 엔진이 더 무거운 만큼 프런트에 가해지는 하중이 더 무거워 제동거리가 1.6 터보 모델보다 더 길어졌다고 본다.

따라서 1.6 터보는 벤투스 노블 2 타이어가 궁합에 맞지만 1.7 디젤의 경우 마른 노면에서 제동성능이 더 좋은 타이어로 교체해야 제동성능도 만족스러울 것이다.

신모델 물량 앞세운 진격의 수입차 VS 신모델 물량 앞세워 장벽을 쌓는 현대기아차

일본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을 보면 식인 거인이 나타나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잡아먹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식인 거인들을 막을 거대한 성벽을 축성하면서 거인들은 더 이상 사람들을 잡아먹지 못한다. 거인 = 수입차라면 장벽 = 현대기아차라고 비유할 수 있다.

현재 수입차의 점유율을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지속적으로 올라가고 있고 사상 최고의 판매량을 달성하고 있는 상황에 현대기아차는 더욱 신모델을 출시하면서 적극적으로 방어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입장에서는 수입차를 구매하고 싶은 고객들을 어떻게든 돌려야 자사의 판매량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쏘나타 1.6 터보, 1.7 디젤에 이어 쏘나타의 형제차 기아 K5 신모델이 조만간 국내 출시할 예정이다. 그리고 1,000만대 판매를 달성한 현대 아반떼 후속모델도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쏘나타 1.6 터보, 1.7 디젤 그리고 곧 출시할 신형 K5는 진격의 수입차를 가장 먼저 방어하는 월 마리아 역할을 할 것이다. 진격의 수입차에 월 마리아가 뚫릴 것인가? 아니면 현대기아차 희망대로 국내판매량이 크게 회복될 것인가? 올해 말 판가름 날 것이다.

김진우 기자 〈탑라이더 kimjw830@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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