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모델 구분이 무의미해지는 시대가 오는 것일까? 처음 4 시리즈 그란 쿠페를 보는 순간 조금 더 납작한 3 시리즈 아닌가? 라는 반문이 들 정도였다. 쿠페는 그래도 좌, 우 도어가 2개만 있어야 한다는 고정 관념을 가진 사람이라면 4 시리즈 그란 쿠페를 포함한 4, 5도어 쿠페를 쿠페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냥 멀리서 잠깐 보면 3 시리즈와 별 차이 없을 뿐 자세히 보면 3 시리즈와 4 시리즈 그란 쿠페는 전혀 다르다. 3 시리즈와 비교해서 루프가 더 낮고 C 필러가 완만해 전체적으로 더 날렵해 보인다. 낮은 전고와 완만한 C 필러 덕분에 쿠페 필수 요소인 롱 노즈 숏 데크 디자인이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거기에 쿠페의 상징인 프레임리스 도어까지 적용되어 있다. 다만 뒷좌석에 편리하게 탑승할 수 있는 도어가 추가되면서 2도어 쿠페가 아닌 뒷좌석 탑승자들을 배려한 그란 쿠페라는 명칭이 부여 되었다.

2도어 쿠페, 컨버터블, 5도어 그란 쿠페 취향대로 선택 가능한 4 시리즈

일단 4 시리즈는 2도어 쿠페가 기본이며 일전에 428i를 시승하면서 뛰어난 주행성능을 경험할 수 있었다. 428i는 국내 수입 판매되는 4 시리즈 모델 중에서 탑 퍼포먼스 모델인 M4를 제외하면 가장 날렵하고 가장 운동성능이 뛰어나며 가장 빠르다. 428i보다 성능이 더 뛰어난 435d, 435i도 존재한다. 이 중에서 435i모델은 아직 국내 수입 판매되진 않고 있으며 0-100km/h 도달 시간이 4.8초에 불과한 435d xDrive 그란 쿠페가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 모델은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국내에서 25대를 판매했다.

겉에서 볼 때 4 시리즈 그란 쿠페는 4도어 세단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리어 글래스까지 통째로 열리는 해치 도어가 추가된 5도어 모델이다. 이러한 장점 덕택에 그란 쿠페는 트렁크에 부피가 큰 화물을 적재할 때 편의성을 보장한다.

그렇다면  4 시리즈 2도어 쿠페 그리고 5도어 그란 쿠페 둘 중 누가 더 많이 판매되었을까?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4 시리즈 쿠페, 그란 쿠페 판매량을 보면 2도어 쿠페는 322대, 그란 쿠페는 400대를 판매 그란 쿠페 판매 비율이 2도어 쿠페보다 조금 더 높다.

디자인 측면에서 본다면 2도어 쿠페가 더 세련되었지만 아무래도 뒷좌석 탑승 편의성 측면에서 그란 쿠페가 더 높기 때문에 4도어 그란 쿠페 판매량이 조금 더 많지 않았나? 추측해 본다. 4 시리즈 경쟁모델인 아우디 A5 또한 2도어 쿠페보다 스포트백 판매량이 더 많다.

뒷좌석 탑승은 편리하지만 3 시리즈보다 편안하진 않다.

4 시리즈는 컨버터블, 2도어 쿠페, 그란 쿠페 등 모델 별로 제원이 조금씩 다르다. 전고의 경우 2도어 쿠페가 1,377mm인데 반해 그란 쿠페는 1,389mm로 12mm 더 높으며 운전석과 조수석 헤드룸은 그란 쿠페, 2도어 쿠페가 동일하지만 뒷좌석 헤드룸은 그란 쿠페가 27mm 더 넓다.

따라서 뒷좌석 거주성은 2도어 쿠페보다 그란 쿠페가 더 낫지만 D 세그먼트 패밀리 세단 3 시리즈와 비교해 보면 뒷좌석 거주성이나 시트 등 모든 부분에서 3 시리즈보다 떨어지며 유일하게 3 시리즈와 비슷한 건 뒷좌석 레그룸 뿐이다.

그란 쿠페가 뒷좌석 편의성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패밀리 세단 모델인 3 시리즈보다 뒷좌석이 불편한 건 감안해야 하며 따라서 중학생 이상 키 큰 자녀를 두었다면 4 시리즈 그란 쿠페보다는 3 시리즈가 더 낫다고 볼 수 있다.

높은 연비로 운전자를 절로 미소를 짓게 만드는 420d xDrive 그란 쿠페

같은 4 시리즈에 속하지만 420d 2도어 쿠페 모델이 1,390kg에 불과하다. 반면 420d XDrive 그란 쿠페 공차중량은 1,600kg에 달할 정도로 무거운 편이다.

무거운 공차중량 거기에 동력손실이 후륜보다 조금 더 큰 XDrive가 탑재되었지만 420d XDrive 그란 쿠페는 높은 토크를 앞세워 비교적 빠른 가속성능을 낸다. 0-100km/h까지 도달하는데 7.5초 라고 표기되어 있는데 실제로 측정해보니 계기판 기준으로 약 8초 정도를 기록했다. 이 정도면 가속성능에 대한 불만은 없을 것이다.

연비는 말이 필요 없다. BMW 420d 그란 쿠페 2.0L 디젤 엔진은 연비가 뛰어나기로 유명한 N47 엔진이며 높은 공인연비 만큼 실제연비 또한 상당히 뛰어난 엔진으로 정평이 나 있으며 장거리 주행은 물론이고 시내 주행에서도 하이브리드 만큼은 아니지만 같은 배기량 가솔린 엔진보다 훨씬 더 높은 연비를 보여준다.

위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경기도 하남시부터 서울 가산동까지 시내 주행하면서 측정한 연비는 리터당 14.4km/l이다. 1,600kg에 달하는 무거운 공차중량 거기에 날씨가 더운 관계로 에어컨을 가동한 상태 임에도 420d 그란 쿠페는 공인연비 시내 기준만큼 높은 연비를 보여주었다.

흔히 디젤은 고속도로, 장거리 주행에서 높은 연비를 보여주고 시내 주행 상황에서는 연비가 기대 만큼 높지 않다고 하지만 복잡한 시내 주행에서도 14.4km/l라는 준수한 연비를 기록했다. 참고로 같은 구간에서 BMW 428i는 리터당 9.7km/l를 기록했다.

한 가지 불만이 있다면 420d xDrive 그란 쿠페 진동과 소음이 큰 편이다. 특히 스톱앤고 기능이 활성화 된 상태에서 에어컨을 가동하는 경우 그냥 정차한 상태에서도 시동이 저절로 걸리는데 시동이 걸리는 순간 큰 진동과 소음이 동반된다. 시동이 걸릴 때마다 커다란 진동과 소음을 느끼기 싫다면 차라리 스톱앤고 기능을 끄는 것이 좋다고 본다.

서스펜션이 부드럽지만 낮은 무게중심 덕택에 운전재미 돋보여

무게중심이 낮을 수록 코너링 성능, 주행안전성이 향상되며 롤링이나 피칭 등의 불필요한 움직임도 더욱 억제된다. 일부 자동차 매니아들은 다운 서스펜션을 장착하면 무게중심이 낮아지는 거 아니냐? 라고 주장하지만 서스펜션 낮춘다고 해서 무게중심이 획기적으로 낮아지진 않는다.

420d xDrive 그란 쿠페는 4 시리즈 2도어 쿠페보다 전고가 조금 더 높지만 웬만한 세단 보다는 전고가 낮다. 서스펜션 감쇄력이 비교적 부드럽기 때문에 슬라럼 테스트에서 좌우 롤링을 어느 정도 허용하고 고속도로 주행 시 요철이 많은 구간에서 차체가 울렁거리지만 속도를 크게 높여도 불안감은 들지 않는다.

현재 판매되는 대부분의 BMW 모델이 그렇듯 타력주행을 활성화하여 연비상승을 도모하는 주행모드인  에코-프로부터 기본 주행 모드인 컴포트, 스티어링휠 반응이 빨라지고 무거워지는 스포츠, 그리고 주행안전장치가 해제되는 스포츠플러스 주행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같은 4 시리즈 모델이지만 그란 쿠페는 실용성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코너를 돌 때 4 시리즈 2도어 쿠페 만큼 꽉 짜여진 느낌은 받지 못한다. 만약 서킷, 와인딩 등을 주로 달린다면 뒷좌석 탑승이 불편하더라도 2도어 쿠페를 구매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합리성과 애매함의 경계에 있는 420d xDrive 그란 쿠페

뒷좌석 승.하차가 편리하고 리어 글래스를 포함하여 열리는 해치 도어가 적용되어 화물 적재가 용이한 420d 그란 쿠페는 2도어 쿠페보다 모든 면에서 실용적이다. 하지만 가족이 있는 30-40대 젊은 가장이 날렵한 디자인에 혹해서 4도어 세단 모델인 3 시리즈 대신 4 시리즈 그란 쿠페를 구매하게 되면 후회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분명히 2도어 쿠페보다 실용성이 좋지만 뒷좌석이 3 시리즈 세단보다 불편하기 때문이다.

애매할 수도 있지만 5개의 도어가 탑재된 그란 쿠페는 날렵한 쿠페 디자인과 실용성이 겸비된 합리성을 갖추었다.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서 BMW 4 시리즈를 구매하고 싶은 소비자 중에서 뒷좌석에 사람이 탑승하는 비율이 적고 부피가 큰 짐을 적재하는 경우가 많다면 420d xDrive 그란 쿠페가 제격이다.

시승한 모델은 BMW 420d xDrive 그란 쿠페 스포트라인이며 국내 판매가격은 6,110만원이다.

김진우 기자 〈탑라이더 kimjw830@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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