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렉서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바로 잔고장 없는 뛰어난 내구성 그리고 도서관, 스튜디오 내부처럼 매우 조용하고 정숙한 브랜드로 인식되었다. 과거 LS430을 우연한 기회로 운전한 적 있었는데 매우 조용한 방음 수준을 경험하면서 상당히 놀라운 경험을 했었고 아래 급 전륜구동 세단 ES 330 또한 기대 이상으로 정숙성이 좋았었다.

조용한 정숙성이 일품이었던 렉서스는 그러나 불과 10년 전만 해도 달리는 즐거움, 고속 주행안전성과는 거리가 있던 브랜드이며 이 때만 해도 렉서스는 독일 럭셔리 3사 만큼 주행성능까지는 아니라는 평가를 받았고 기자 또한 비슷한 생각을 했다.

하지만 2005년 2세대 IS, 3세대 GS 시리즈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조용하기만 했던 렉서스에 강력한 가속력을 갖춘 파워트레인과 단단해진 서스펜션 정교한 스티어링휠 반응 덕택에 달리는 즐거움이 가미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렉서스는 BMW M3, 아우디 RS4 등의 독일 럭셔리 3사 컴팩트 고성능 모델과 당당하게 겨룰 수 있는 IS의 고성능 모델인 IS-F를 출시하기도 했다.

그리고 더욱 역동적인 스핀들 그릴이 본격적으로 적용된 3세대 IS, 4세대 GS가 출시되면서 더욱 자극적인 스포츠주행 감성이 이식되었다. 4세대 GS 350은 구형 모델과 비교해서 가속력이 크게 향상된 것은 아니지만 사운드 제너레이터 등이 적용되어 질주본능을 부추기며 서스펜션이 더 하드하고 타이어 사이즈가 다른 F-스포츠 모델의 경우 더 높은 주행안전성을 얻을 수 있을 정도였다.

렉서스 어메이징 익스피리언스 데이 RC-F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용인스피드웨이에서 열린 렉서스 어메이징 익스피리언스 데이 행사는 렉서스의 고성능 모델 RC-F가 주인공이지만 렉서스의 다른 모델들도 용인스피드웨이에서 시승할 수 있었다.

처음 시승한 모델은 렉서스 하이브리드 모델 GS 450h 이다. 지금까지 GS 350 모델만 시승했었기 때문에 GS 450h의 주행성능이 궁금했었는데 운이 좋게도 이번 행사를 통해서 GS 450h를 시승할 수 있게 되었다.

V6 3.5L 가솔린 엔진은 압축비가 높은 엣킨슨 사이클 그리고 직분사 시스템이 결합되었으며 최고출력 290마력에 이르며 V6 3.5L 엔진의 동력을 보조하거나 독립적으로 동력을 전달하는 전기모터는 200마력의 높은 출력을 낸다. 엔진과 전기모터가 합산된 총 시스템은 출력은 345마력

별도의 수동모드가 있지만 CVT가 탑재되었고 rpm 게이지가 아닌 파워게이지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수동모드가 크게 의미가 없다. 변속의 즐거움 부재가 아쉽지만 GS 450h는 조용하면서도 매끄럽게 가속 되었으며 내리막 구간이 포함된 용인스피드웨이 직선 구간에서 시속 200km/h 가까이 속도를 붙일 수 있었다.

코너를 돌면 후륜구동 특성인 오버스티어가 발생하는데 여기서 렉서스의 VDIM(차체역학통합제어시스템)이 발휘하면서 오버스티어 현상을 방지하고 운전자가 의도한 대로 코너를 돌아나간다. 이 시스템은 타이어 스키드음이 날 때부터 오버스티어 현상이 두드러지게 날 때까지 자연스럽게 차체를 제어를 하는 것이 특징이다.

렉서스 NX 200t

올해 상반기 렉서스 NX 200t 미디어 행사를 통해 경험한 렉서스 SUV 모델 NX 200t는 사실 서킷에서 아주 재미 있게 달리는 모델은 아니다. 앞서 주행한 GS 450h는 움찔거리는 오버스티어를 간간히 느끼며 짜릿한 주행을 할 수 있었지만 NX 200t는 뉴트럴 특징을 보여준다.

앞서 시승한 GS 450h 만큼 짜릿한 주행감각은 없지만 NX 200t는 코너에서 욕심만 내지 않으면 코너를 깔끔하게 돌 수 있다. 하이브리드 모델이 아니기 때문에 6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되었는데 수동 모드에서 운전자 의도대로 변속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 모델은 다음 달에 한번 더 개별적으로 시승할 예정이기 때문에 NX 200t 서킷 주행느낌은 여기서 줄이겠다.

렉서스 RC-F

지금은 단종 되었지만 최근까지 렉서스의 탑 퍼포먼스 모델이었던 렉서스 IS-F를 과거에 시승했던 적이 있었다. IS-F는 얼핏 보면 구형 IS 250과 비슷해 보였지만 더 넓은 와이드 바디, 좌 우로 2개씩 묶은 배기시스템 포르쉐처럼 계기판 중앙에 타코미터가 적용된 렉서스의 고성능 모델이었다.

IS-F는 당시 유압으로 동력을 전달하는 8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되었음에도 토크컨버터 그리고 클러치 컨트롤 셋팅 변경을 통해 변속시간을 0.2초 이내로 크게 단축했었는데 과거에 시승했던 IS-F는 황홀하고 짜릿한 가속성능과 함께 구형 IS 250보다 두껍게 설계된 시트 덕택에 의외로 승차감이 좋았던 모델로 기억한다.

드디어 이번 행사의 주인공 렉서스 RC-F를 시승하게 되었다. 렉서스의 가장 강력한 고성능 모델 IS-F 후속이라고 볼 수 있는 RC-F는 V8 5.0L 최고출력 473마력, 최대토크 53.7kg.m에 달하는 강력한 힘을 낸다. 배기량은 이전 IS-F와 비슷하지만 최고출력 최대토크가 종전 IS-F보다 최고출력 50마력 최대토크 2.2kg.m 상승했다.

출발하는 순간 8기통 특유의 배기음과 함께 전자 엔진 사운드 ASC가 결합되어 하이톤 음색을 운전자에게 들려주는데 운전자에게 빨리 달리라는 듯한 마약 같은 사운드를 낸다. 기사 맨 위 영상 재생해서 RC-F 시승장면을 재생하면 매혹적인 RC-F 사운드를 듣게 될 것이다.

피렐리 P 제로 타이어는 마른 노면에서 끈끈한 접지력을 발휘하며 높은 한계치를 보여준다. 무슨 말이 필요 있을까? 다만 473마력에 달하는 고출력 모델인 만큼 VDIM을 해제한 상태에서 코너를 돌 때 엑셀레이터 페달을 깊게 밟고 코너를 돌면 차체가 바깥으로 살짝 밀린 후 후미가 갑자기 바깥으로 빠지면서 순식간에 오버스티어가 발생한다. 따라서 숙련된 운전자가 아니면 VDIM은 해제하지 않는 것이 좋다.

렉서스 RC-F는 독일 럭셔리 브랜드의 BMW M3가 터보엔진을 탑재할 때 터보엔진이 아닌 자연흡기 엔진을 고수했다. 자연흡기 엔진은 순간적인 펀치력은 터보엔진보다 낮지만 꾸준히 밀어주는 힘과 자연스러운 엔진 반응이 장점이며 터보 엔진보다 관리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예전 IS-F를 시승할 때 승차감이 좋아서 서킷주행 뿐만 아니라 데일리카 용도로 쓸 수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RC-F 또한 데일리카 용도로 쓸 수 있을 만큼 승차감이 나쁘지 않고 편한 주행이 가능하다. 물론 배기량이 5.0L에 달하기 때문에 연료비 그리고 세금 부담이 크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 모델을 구매할 수 있을 정도의 재력이면 유지비가 부담이 크진 않을 것이다.

렉서스 국내 진출 15주년 다시 한번 성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과거 10년 전만 해도 달리는 즐거움을 위해 렉서스를 구매한다면 주위 사람들이 크게 비웃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달리는 즐거움을 위해 렉서스를 구매한다면 렉서스를 구매하는 합당한 이유가 될 것이다.

오히려 달리는 즐거움 거기에 조용한 정숙성을 보장하는 일상적인 주행 그리고 하이브리드 모델의 경우 시내에서 높은 연비까지 보장하기 때문에 렉서스는 일단 구매하면 대부분 오너들이 만족한다.

이번 익스피리언스 데이 행사의 주인공은 RC-F 였지만 사실 시승을 통해 기자가 제일 마음에 들었던 모델은 GS 450h였다. CVT가 탑재되어 운전자가 의도한 대로 변속할 수는 없지만 빠르면서도 조용하며 서킷에서 높은 주행안전성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이브리드 모델이기 때문에 연비 특히 시내연비가 좋다는 장점까지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는 디젤 승용차 비율이 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디젤 승용차는 관리가 까다롭고 소음 진동이 크며 무엇보다도 유로5, 6 등의 규제를 만족하는 자칭 클린 디젤 승용차도 실제 주행에서 유로 5, 6 규제치를 크게 초과하는 질소산화물, 미세먼지를 배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렉서스가 국내 진출한지 15주년이 되는 해인데 어떻게 보면 디젤 엔진 라인업이 없는 렉서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본다.

김진우 기자 〈탑라이더 kimjw830@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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