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전설에 어울리는 존재는 3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된다고 생각된다. 하나는 전설 속 주인공은 남들과 비교해서 출중한 능력을 갖추고 있고 두 번째는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는 점 세 번째는 대중들에게 추앙 또는 지지를 받고 있는 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전설의 스포츠스타들은 위 세가지를 모두 만족한다.

그렇다면 사람이 아닌 자동차 모델을 보면 위 3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모델이 있을까? 지금 이 글을 본다면 국산차, 수입차 모두 포함해서 어떤 자동차 모델이 기자가 제시한 조건을 만족시킬 수 있는지 생각해 보자. 대부분 어 3가지 모두 만족하는 자동차 모델을 찾기 쉽지 않네? 라는 결론을 도출할 것이다.

전설의 3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혼다 레전드

1990년대부터 레전드는 우리나라에서 대우 아카디아 출시로 자연스럽게 알려진 모델명이다. 1994년에 출시한 아카디아는 일부 플라스틱 내장 부품을 제외한 나머지는 2세대 혼다 레전드와 동일한 모델이다. 아카디아는 전륜구동 모델이지만 직렬 6기통 3.2L 엔진을 후륜구동에 흔히 쓰이는 방식인 세로배치 형태로 설계했으며 프런트 오버행을 최대한 짧게 설계해 프런트 무게 부담을 줄였다.

따라서 전륜구동의 약점인 헤비 프런트를 완화시켜 코너링, 주행안전성이 출중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동력성능 또한 직렬 6기통 220마력 이라는 강력한 힘 1,580kg 이라는 가벼운 공차중량 덕택에 0-100km/h까지 도달하는데 4단 자동변속기는 8초, 수동변속기는 7초대의 성능을 기록한 모델이다.

여담이지만 아카디아 출시 후 현대가 뉴 그랜저 V6 3.5L GOLD 모델을 출시하고 최고출력 225마력으로 경쟁 모델인 아카디아보다 5마력 더 높았지만 무거운 공차중량 등으로 실제 동력성능은 아카디아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1998년 아카디아 단종 후 레전드는 우리나라와 인연이 없었지만 2007년 SH-AWD 시스템을 갖춘 4세대 레전드가 출시되면서 국내에서도 수입 판매되었다. 그리고 2015년 우리나라에 신형 직분사 엔진 시스템을 갖춘 신형 레전드가 국내 출시되었다.

레전드는 예나 지금이나 기자가 생각한 출중한 능력, 무에서 유를 창조, 대중들에게 추앙 및 지지를 받고 있는 모델이라고 생각된다. 세로배치 전륜구동 레이아웃, 세계 최초로 좌, 우로 구동력을 배분한 SH-AWD 시스템 그리고 주행상황에 따라 토우 인 아웃이 변형되는 세계최초 정밀조향기술 P-AWS 시스템이 탑재되었다.

2세대 레전드인 아카디아부터, SH-AWD가 탑재된 4세대 레전드 그리고 현재 판매되는 신형 모델까지 대부분 소유자들이 만족하고 있으며 특히 레전드의 역대 모델들 대부분 뛰어난 주행성능과 안전성이 돋보였으며 이번에 판매되는 신형 레전드 또한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프런트타이어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P-AWS

전륜구동 자동차의 가장 큰 문제점은 프런트타이어가 조향과 구동 모두 이루어지기 때문에 프런트타이어 마모가 빠르고 오랫동안 서킷을 주행하면 프런트타이어 그립이 후륜구동보다 빨리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전륜구동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프런트 무게부담을 줄이거나 프런트 오버행을 최대한 앞으로 설계하는 등의 연구를 혼다는 오래 전부터 진행했었다.

5세대 레전드는 세계 최초로 P-AWS 시스템이 탑재되었는데 사실 이전에도 혼다는 2도어 스포츠쿠페 프렐류드 등에 4WS 라는 조향시스템을 적용한 적이 있다. 다만 그 당시는 전자식이 아닌 기계식이기 때문에 정지 상태에서도 스티어링휠을 좌우로 돌리면 리어타이어가 스티어링휠 돌리는 방향과 반대로 꺾인다.

P-AWS 기술의 가장 큰 핵심은 주행 상황 그리고 운전자의 스티어링휠 돌리는 각도에 따라 가변적으로 변화하는 토(toe) 값이다. 토는 자동차의 진행 방향을 의미하며 자동차의 진행 방향대비 타이어가 안쪽으로 꺾이면 토우 인, 반대로 바깥쪽으로 꺾이면 토우 아웃이다. 직진 주행상황에서 리어타이어 토는 자동차 진행방향과 평행하게 유지하지만 코너를 돌거나 제동 등의 상황에서는 토가 가변적으로 바뀌며 기계식이 아닌 전자제어 시스템이기 때문에 더욱 정밀하게 리어타이어를 토를 제어한다.

그래서일까? 일반적인 전륜구동 승용차가 타이어가 밀려 코너 바깥으로 슬슬 나가는 속도에서 레전드는 꿋꿋하게 코너를 돌 수 있다. 서스펜션이 부드럽지만 좌우 롤링을 잘 억제해 와인딩 로드나 서킷에서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4세대 레전드의 SH-AWD가 빠지고 선택사양 조차 없는 건 아쉽지만 P-AWS 덕분에 전륜구동 약점인 언더스티어가 줄어든 건 혼다 레전드의 가장 큰 장점이다.

주행 상황에 따라 다른 스티어링휠 반응과 서스펜션

스티어링휠 반응과 서스펜션 또한 레전드만의 독특한 특징을 느낄 수 있었다. 일단 저속 주행하는 상황에서는 스티어링휠 반응이 의외로 둔하다. 거기에 서스펜션 또한 부드러운 셋팅이라서 저속 주행만 한다면 레전드는 편안함을 중시하는 중, 장년층을 겨냥한 대형세단으로 착각할 것이다.

하지만 와인딩 로드 서킷 주행에서는 스티어링휠 반응은 일반적인 주행과 다르게 민감하고 정교해지며 성격이 달라진다. 또한 낮은 속도에서는 상하 바운싱을 약간 허용해주며 부드러운 승차감을 유지하지만 시속 100km/h 이상에서 고속도로 요철 구간을 지나면 저속 주행과는 다르게 승차감이 딱딱하고 튄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서스펜션 감쇄력이 단단해진다.

덕분에 레전드는 남녀노소 누구나 만족할 수 있는 대형 세단이다. 편안한 수트를 입는 듯한 시트 착석감 덕택에 장거리 주행에서도 몸이 전혀 피곤하지 않는 점도 레전드의 장점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레전드가 동급의 렉서스 GS 시리즈, 인피니티 Q70과 비교해서 고속안전성이 가장 좋다고 느껴질 정도로 고속안전성 또한 너무 좋았다.

레전드는 동급 모델인 인피니티 Q70처럼 배기음이 박력 있게 유입되진 않는다. 변속 감각 또한 빠르다기 보다는 부드러움에 가깝다. 스포츠모드가 있지만 자극적이기 보다는 부드러움 속에 보다 더 높은 엔진회전수를 사용하고 스티어링휠이 조금 더 무거워지는 정도이다.

만능 엔터테인먼트 수준의 V6 3.5L 가솔린 직분사 엔진

유럽 완성차 업체 중심으로 대세로 자리잡은 다운사이징 가솔린 터보 엔진은 엔진 배기량을 2.0L 이하로 낮추면서 종전 V6 3.0L 이상 배기량을 가진 자연흡기 엔진과 비교해서 출력과 토크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다. 하지만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아직까지는 종전 자연흡기 엔진을 고집하고 있으며 기존 자연흡기 엔진의 효율성을 늘리고 있다.

혼다 레전드의 파워트레인은 기대 이상이며 특히 연비가 좋다. 고속도로 주행에서 레전드는 정속주행을 하지 않고 1차선을 자주 사용하는 승용차들의 흐름에 맞춰 달렸음에도 리터당 15km/l 정도의 연비를 보여주었다.

기자가 전라남도 영암에서 연료경고등이 들어온 상태에서 고급휘발유 5만원 주유 후(레전드는 고급휘발유 권장 모델이다)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해서 서울 가산, 사당동을 거쳐 경기도 하남시까지 도달해서야 다시 연료경고등이 점멸될 정도로 연비가 좋았다. 장거리 주행 비율이 높다면 디젤 엔진을 탑재한 대형 세단이 정답이겠지만 디젤 엔진 특유의 소음과 진동이 싫다면 레전드 또한 고려할 수 있다.

시내 연비도 기대 이상으로 좋다. 경기도 맨 위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경기도 하남시부터 서울 가산동까지 시내연비를 측정한 결과 리터당 8.1km/l라는 높은 연비를 기록했다. 8.1km/l가 높은 연비냐? 라고 반문하겠지만 지금까지 시승한 V6 3.5L 이상 대형 세단 중에서 가장 높은 기록이다. 심지어 아래 급 모델인 어코드 V6 3.5L 보다 연비가 더 높게 측정될 정도로 놀라운 수준이다.

6단 자동변속기는 어떠한 주행 상황에서도 즉각적인 반응과 적절한 변속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며 저속 주행 중 가속할 때 변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순간적으로 가속이 되지 않는 변속 히스테리 현상도 없었다.

혼다의 실린더 컷 오프 기술인 VCM은 큰 힘이 필요로 하지 않는 정속 주행에서 6개의 실린더를 모두 쓰지 않고 3개의 실린더만 작동해서 연료를 절약한다. 이전에 V6 3.5L 엔진을 탑재한 혼다 어코드에서도 경험했고 고속도로 주행 시 연비가 상당히 좋았지만 VCM이 활성화된 상태에서는 미세한 진동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레전드에서는 이러한 진동도 느낄 수 없었다.

레전드는 직접 보고 시승해 봐야 진가를 알 수 있다.

이번 시승기는 인테리어, 익스테리어 디자인에 관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이 모델은 시승기로 정보를 얻고 판단하기 보다는 매장에 직접 보고 시승한 뒤 판단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처음 레전드를 보면 낯선 쥬얼아이를 포함해서 조금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프런트 디자인 때문에 약간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지만 도어를 열고 내부를 들여다보고 착석한 뒤 운전을 해 보면 아 이차는 구매 가치가 높은 모델이구나 라는 감탄을 하게 될 것이다. 만약 운전기사가 따로 있고 뒷좌석만 주로 탑승한다면 레전드 대신 뒷좌석 옵션이 풍부한 다른 경쟁 모델을 선택하는 것도 좋겠지만 직접 운전을 하는 경우 특히 고속, 스포츠주행을 즐긴다면 레전드는 기대에 부응해 줄 것이다.

혼다 레전드는 국내에서 단일 트림으로만 판매되며 가격은 6,480만원 이다.

김진우 기자 〈탑라이더 kimjw830@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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