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변속기 수동변속기 DCT의 단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가속 시 운전자 의도대로 혹은 자동적으로 마치 계단을 올라가는 것처럼 다음 단 변속이 된다는 점이다. 적어도 우리나라 운전자들 거의 대부분은 이렇게 단계적으로 변속되는 변속기를 탑재한 자동차를 타고 있고 거기에 익숙해졌다.

밀레니엄 시대라고 일컫는 21세기에 접어들 때 GM대우 마티즈 그리고 현대기아차 EF쏘나타, 옵티마는 수동변속기도 자동변속기도 아닌 이상한 변속기를 탑재하기 시작했는데 속도에 따라 다음 단으로 변속되는 수동, 자동변속기와 다르게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은 만큼 rpm이 오르락 내리락 하며 가속이 되며 CVT(무단변속기)라는 명칭이 부여되었다.

CVT는 상시적으로 크기가 변하는 두 개의 풀리 사이에 벨트를 연결하거나 두 개의 레이스에 상시적으로 각도가 변하는 롤러를 삽입해서 운전자의 엑셀레이터 페달 개도량에 따라 상시적으로 기어비가 변형된다. 무단변속기는 변속이란 개념이 없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변속충격이 존재하지 않으며 유압으로 변속하는 자동변속기와 다르게 물리적으로 동력을 전달하기 때문에 동력 손실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CVT는 변속과정이 없기 때문에 운전재미를 중시하는 운전자라면 CVT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물론 CVT에도 별도의 수동모드가 있지만 내리막 구간에서 저단으로 변속해 강한 엔진브레이크를 거는 용도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런데 CVT가 탑재된 닛산 캐시카이는 위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수동모드 뿐만 아니라 D 레인지에서도 가속할 때 계단을 올라가 듯 다음 단으로 변속이 된다. 캐시카이는 주로 유럽에서 판매되는 컴팩트 SUV 모델인데 변속 감성을 중시하고 수동변속기 선택 비율이 높은 유럽 운전자들의 취향을 반영한 것일까

주행감각이 마냥 부드럽진 않다.

2013년 가을 닛산의 소형 SUV 쥬크가 처음 출시될 때 수동 모드에서는 마치 DCT처럼 빠른 변속과 운전자가 거슬리지 않을 정도의 변속충격을 선사하며 재미 있는 운전을 할 수 있었지만 D 레인지에서는 대부분의 CVT 자동차처럼 운전자가 밟으면 밟는 만큼 변속 과정을 거치지 않고 부드럽게 가속이 되었다. 하지만 캐시카이는 한발 더 나아가 D 레인지 상태에서 가속할 때 계단을 올라가는 것 처럼 변속과정을 거치며 가속된다.

만일 CVT를 탑재된 다른 자동차를 운전해 보지 않았다면 캐시카이는 7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고 착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CVT는 부드러운 주행감각이 돋보이지만 캐시카이 CVT는 부드러움보다는 운전의 재미를 우선적으로 설정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시내 구간에서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을 때 껄덕거리는 충격이 약간 동반되며 이 때 순간연비 게이지가 크게 낮아진다.

캐시카이 국내 공인연비는 복합 기준-15.3km/l, 시내 기준-14.4km/l, 고속도로 기준-16.6km/l이며 1.6L 디젤 엔진이 탑재된 것을 감안하면 공인연비가 아주 뛰어난 수준은 아니다. 경기도 하남시부터 서울 가산동까지 시내 구간을 주행하면서 측정된 트립 연비는 리터당 13km/l 아주 나쁜 수준은 아니지만 과거 르노삼성 QM3가 같은 구간에서 리터당 18km/l라는 매우 높은 연비를 기록했었던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결과다.

CVT가 물리적으로 동력을 전달하지만 어디까지 이론일 뿐이며 일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제외하면 출발 시 힘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는 토크컨버터가 내장되어 있는데 캐시카이 시내 연비가 기대 이하의 결과가 나온 이유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토크컨버터가 그리고 풀리를 제어하는 로직의 개입 시기가 매끄럽지 못한 듯 하다. 이 부분만 개선된다면 더 부드럽게 동력을 전달할 수 있고 시내 연비도 더 좋아질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시승차에 장착된 19인치 휠 225/45/19 UHP 타이어는 아무리 저회전 토크가 높은 1.6L 디젤 엔진이라도 부담스럽다. 국내 수입 판매되는 캐시카이는 S, SL, 플래티넘 등 세 가지 트림으로 구성되는데 시승차는 가장 상위 트림인 플래티넘이다. S, SL 트림에는 17인치 휠, 215/60/17 타이어가 탑재되는데 보다 더 높은 연비를 원한다면 S, SL 트림을 구매하는 것이 좋다.

고속도로 주행 연비는 만족스럽다. 공인연비 고속도로 기준이 16.6km/l지만 시속 100-110km/h 정속 주행을 하면 리터당 20km/l 이상 무난하게 표기된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D 레인지 상태 그리고 수동 모드에서 7단으로 변속 후 주행할 때 rpm이 다르다. D 레인지에서 시속 100km/h 항속 주행하면 2,000rpm을 살짝 넘기며 수동 7단 모드에서는 1,700rpm을 유지한다.

최고출력 130마력, 최대토크 32.6kg.m의 힘을 내는 1.6L 디젤 엔진은 스펙만 따져보면 경쟁력이 뛰어난 편이지만 1,575kg의 무거운 공차중량 때문에 가속력이 빠른 수준은 아니다. 평지에서 0-100km/h 도달한 시간은 약 11초 정도 측정되었다.

빠른 스티어링휠 반응과 단단한 서스펜션

캐시카이를 시승하면서 가장 돋보인 부분이 빠르고 정교한 스티어링휠 반응이다. 이것을 선호하는 유럽 운전자들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캐시카이는 스티어링휠 반응이 빠르고 정교하면서도 좌우로 돌릴 때 제법 묵직한 편이다. 캐시카이를 포함한 컴팩트 SUV 모델의 구매 타겟층은 40대 이하 젊은 소비자들이고 운전의 즐거움도 중시하며 캐시카이는 이러한 고객들의 특성을 잘 반영했다.

SUV에 승용차 주행감각이 접목된 캐시카이의 단단한 서스펜션은 주행 중 스티어링휠을 급격히 돌려도 쉽게 흐트러지지 않는다. 전고 및 최저지상고가 승용차보다 높지만 와인딩 로드에서 타이어 스키드음을 내며 주행해도 롤러코스터처럼 돌아나가며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높여도 불안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풍절음이나 노면 소음의 경우 소형 SUV 모델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으며 정차 시 진동이나 엔진음 유입이 적어 대체로 정숙성은 만족스럽다.

의외로 넓고 편안한 실내공간

캐시카이 크기는 현대 투싼 IX, 기아 스포티지 R, 쌍용 코란도 C 등과 비교해서 비슷하거나 약간 작다. 특히 승용차 주행감각을 살리기 위해 전고가 위에 언급한 모델들과 비교해서 낮은 1,590mm에 불과하다.

전고가 낮은 만큼 헤드룸이 좁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했지만 의외로 헤드룸은 넉넉하다. 1열과 2열 헤드룸은 비교적 여유 있으며 헤드룸 이외의 다른 실내 공간도 넉넉하다. 무엇보다도 시승차는 개방감이 상당히 뛰어난 파노라마 글래스 선루프가 적용되어 있는데 운전하다가 잠시 휴식을 취하며 시트를 뒤로 젖히고 하늘을 볼 수 있다. 물론 햇빛이 강한 날에는 이러한 행동을 하면 눈부시겠지만 말이다.

낮은 전고에 넓은 헤드룸 확보 거기에 승용차 주행감각까지 더해져 시트포지션은 승용차처럼 낮은 편이다. 전면시야가 조금 더 높다는 점을 제외하면 승용차 운전하는 느낌과 비슷하다. 스티어링휠 그립감을 부드럽지만 미끄럽지 않으며 운전자가 3시, 9시 방향으로 스티어링휠을 잡은 상태에서 편안하게 조작할 수 있도록 스티어링휠 리모콘은 스티어링휠 좌우 스포크에만 집중 배치되었다.

2열 시트 좌우에 약간의 굴곡을 주어 장거리 탑승할 때 탑승자를 최대한 배려했다. 시트 가운데 암레스트를 마련했으며 암레스트 위쪽에 컵홀더를 마련했다. 공간활용성의 기본이라 볼 수 있는 6:4 폴딩기능은 당연히 캐시카이에도 있다.

시승기 맨 위에 있는 영상을 보면 2L 규격의 페트병 6개를 하나로 묶은 생수들을 트렁크에 적재하는 장면이 나온다. 10 묶음 까지는 여유가 있었고 마지막 1 묶음을 넣기 애매해서 처음에 미리 적재된 생수 위에 올려놓았지만 트렁크가 닫히지 않았다. 다행히 약간의 적재 공간이 남아 있어 마지막 1 묶음 생수를 적재할 때 약간의 힘을 주어 누르니 딱 맞게 적재되었다.

닛산에서 발표한 캐시카이 트렁크 넓이는 430L 눈으로 볼 때 소형차 모델인 현대 엑센트, 기아 프라이드 4도어 모델과 비슷한 수준이다. 트렁크 바닥에는 듀얼 플로어 시스템이 적용되어 두 개의 손잡이를 위로 올리면 작은 물품들을 수납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편의사양도 많다. SL 트림 이상은 파노라마 선루프, 루프 레일, 인텔리전트 키 푸시 시동 버튼 등이 적용되었으며 최고 사양인 플래티넘 트림에는 어라운드뷰 모니터 등의 고급 편의 사양과 함께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 운전자 주의 시스템 그리고 주차가 편리한 인텔리전트 파크 어시스트 등이 마련되어 있다.

2014년 영국 SUV 판매량 1위를 달성한 닛산 캐시카이

닛산 캐시카이는 2014년 영국 자동차 판매순위 6위를 차지했으며 SUV 부문에서는 1위를 달성했다. 영국 베스트 10위 자동차 모델 대부분이 폭스바겐 등 독일 자동차 모델인 점을 감안하면 비 유럽 자동차 브랜드 모델 닛산 캐시카이의 선전은 놀라운 결과라고 볼 수 있겠다.

캐시카이가 영국에서 크게 인기 얻는 이유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단단하면서도 요철 구간에서 승차감을 최대한 살린 서스펜션 정교하고 빠른 스티어링휠반응 운전 중 조작이 편리한 인테리어 디자인 설계 등 유럽 운전자들의 취향을 철저히 반영했고 유럽에서 가장 선호하는 유선형 해치백과 SUV 디자인을 절묘하게 접목한 익스테리어 디자인 덕분에 높은 판매량을 달성할 수 있었을 거라 생각된다.

다만 영국을 포함한 유럽에서 판매되는 캐시카이는 엔진은 4종류, 변속기는 2종류 그리고 전륜구동과 AWD를 선택할 수 있지만 국내 수입 판매되는 닛산 캐시카이는 최고출력 131마력 1.6L 디젤 엔진과 Xtronic CVT 한 가지만 탑재되며 트림은 세 가지로 구분된다. 국내 판매 가격은 가장 저렴한 S 3,050만원, 중간형 SL 3,390만원, 그리고 상위 트림 플래티넘 3,790만원 이다. 

 

김진우 기자 〈탑라이더 kimjw830@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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