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상반기 볼보는 완전히 새로 바뀐 파워트레인을 공개했다. DRIVE-E 파워트레인이라는 명칭을 지닌 새로운 파워트레인의 가장 큰 특징은 가솔린 디젤 둘 다 엔진 실린더 개수를 4기통으로 줄이고 배기량을 2.0L 딱 한가지로 설정해 블럭을 공유하며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에서 8단 자동변속기로 업그레이드 되었다는 점이다.

DRIVE-E 파워트레인 출시 전 볼보는 디젤 엔진만 선택할 수 있었다. 2011년 까지만 하더라도 최고출력 254마력을 내는 직렬 5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 라인업이 있었지만 낮은 연비 그리고 배출가스 규제 등으로 2011년 이후부터 2014년 상반기까지 국내 수입 판매되는 볼보 모델 중에서 직렬 6기통 3.0L 가솔린 엔진이 탑재되는 S80 T6를 제외한 나머지 모델은 모두 디젤 엔진이었다.

거의 대부분 디젤 엔진만 탑재해서 판매했던 볼보는 효율성을 크게 끌어올린 DRIVE-E 파워트레인을 공개하면서 리터당 17km/l 이상 높은 연비를 보여준 D4 디젤 엔진과 함께 T5 가솔린 엔진은 4기통 2.0L 가솔린 엔진을 두 종류를 공개했다. T5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245마력, 최대토크 35.7kg.m의 강력한 성능을 내며 2011년식 구형 T5 엔진이 직렬 5기통 2.4L 가솔린 터보 엔진으로 최고출력 254마력, 최대토크 36.7kg.m인데 이 엔진과 비교해 보면 배기량이 0.4L 낮아졌지만 출력과 토크는 각각 9마력, 1kg.m 정도만 하락한 수준에 그쳤다.

출력과 토크는 신형 T5 엔진이 구형 엔진대비 조금 낮아졌지만 연비는 과거 직렬 5기통 2.5L 가솔린 엔진과 비교해서 크게 상승했다. 위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2011년식 S60 T5가 공인연비 그것도 과거 연비기준으로 10.2km/l에 불과했지만 새로운 T5 엔진은 S60에 탑재한 경우 공인연비 복합 기준으로 리터당 11.7km/l, 그리고 S80에 탑재하면 리터당 12km/l라는 놀라운 수준의 연비를 인증 받았다.

이번 시승기는 자동차 모델이 아닌 T5 엔진이 주인공인 만큼 S80 T5, S60 T5 주행성능과 연비 위주로 시승기를 작성하겠다.

공인연비 복합 기준 12km/l S80 T5

S80은 국내 출시된 지 8년이 되어가고 있는 오래된 모델이지만 탄탄한 섀시, 경추까지 보호하는 인체공학적인 시트, 쓸데없는 진동을 거르면서도 노면 정보는 운전자에게 전달하는 정직한 모델이었다. 특히 장거리 주행에서 S80을 운전하면 피곤한 느낌이 거의 들지 않을 정도로 편안한 운전감각이 돋보인다.

약 1년 전에 시승한 S80 D5는 215마력 44.9kg.m라는 시속 200km/h 이상 속도를 내도 여유가 있을 정도로 강력한 힘이 인상적이었다. 5기통 디젤 엔진이어서 언더스티어를 쉽게 유발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245/40/18 피렐리 P제로 로쏘 UHP 타이어는 언더스티어를 최대한 억제하는 끈끈한 접지력을 보여주며 와인딩 로드에서 롤러코스터처럼 돌아나갔다. 의외로 운동성능이 훌륭했었으며 특히 세 단계로 서스펜션 감쇄력을 조절하는 Four-C 덕택에 편안한 승차감부터 스포츠주행까지 두루 만족시켰던 기억이 있다.

S80 T5는 D5 보다 최고출력은 30마력 더 높고 대신 최대토크는 9.2kg.m이 낮다. 그래서인지 주행 중 엑셀레이터 페달을 꾹 밟을 때 순간적으로 치고 나가는 힘은 S80 D5 보다는 약하게 느껴지지만 6000rpm 이상 고회전까지 올라가면서 쭉 치고 나간다. 0-100km/h까지 걸리는 시간은 S80 D5가 7.8초 S80 T5는 6.5초로 표기되어 있지만 실제 두 모델 가속력은 큰 차이가 없었다.

디젤 엔진보다 무게가 가벼운 가솔린 엔진은 무게밸런스가 좋다는 장점이 있고 프런트 타이어에 가해지는 부담이 덜한 만큼 프런트타이어 마모가 덜하고 코너를 돌 때 한계속도가 조금 더 높다는 장점이 있다. D5하고 T5 타이어사이즈 및 타이어모델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비교하긴 힘들지만 D5가 코너를 돌 때 묵직하게 돌아나간다면 T5는 한결 가벼운 느낌이다.

T5 모델은 거기에 엔진 무게가 가벼워 프런트 서스펜션이 디젤 모델보다 더 부드러워 승차감이 좋다. 그러면서도 과속방지턱을 빠르게 넘어도 차체의 상하 바운싱을 잘 억제했고 와인딩 로드에서 좌우 롤링은 어느 정도 허용하지만 크게 불안한 느낌은 없다.

하지만 T5에서 돋보이는 장점이 바로 뛰어난 정숙성에 있다. S80 D5의 경우 5기통 디젤엔진 특유의 진동과 소음이 유입되지만 T5 가솔린 엔진은 그러한 진동과 소음조차 크게 억제되어 있다.

특히 BMW 2.0L 가솔린 터보 엔진과 최고출력 최대토크 수치가 서로 약속이나 한 듯 동일하다. 볼보가 직접적으로 BMW를 겨냥한 것일까? 두 엔진 모두 완성도는 훌륭하다고 느껴진다. 다만 고회전에서의 정숙성은 개인적으로 볼보 T5 엔진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S80 T5 장거리 연비는 어떨까?

가솔린 엔진은 강제로 점화하는 시스템이고 디젤보다 열량이 낮은 가솔린 연료 특성상 디젤 엔진보다 효율성이 떨어지지만 디젤 엔진처럼 직분사 시스템과 터보가 접목되면서 가솔린 엔진도 효율성이 크게 올라갔다.

S80 T5의 공인연비는 복합 기준으로 12km/l 2.0L 엔진이라고 하지만 S80 T5 공차중량이 1,600kg이 넘고 시승하면서 서울에서 부산까지 장거리 고속도로 연비측정을 했다. 거의 대부분 고속도로 구간이었으며 서울 상일동 근처 셀프주유소에서 고급휘발유를 가득 주유하고 부산까지 주행 후 부산 벡스코 근처 셀프주유소에서 다시 고급휘발유를 가득 주유해서 주행거리를 주유량으로 나눈 실제 연비까지 측정했다. 참고로 볼보는 T5 엔진을 포함한 대다수 가솔린 엔진에 옥탄가 98 이상의 고급휘발유 주유를 권장하기 때문에 일반휘발유가 아닌 고급휘발유를 주유했다.

목적지인 부산 벡스코 일대에서 약간의 지체, 정체 구간을 겪은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구간이 모두 원활했다. 다만 대구에서 상습 정체 구간이 있는 신대구부산고속도로 대신 경주 언양까지 도는 기존 경부고속도로를 주행했으며 중간에 휴게소 두 번 들렀다.

연비는 기대 이상이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장거리 고속도로 주행 연비 결과를 보면 트립에 표기된 평균연비는 리터당 16.9km/l라고 표기되었지만 주행거리에 사용된 연료량을 나눈 실제 연비는 리터당 17.2km/l가 나왔다.

실제 연비 측정한 결과 S80 T5의 장거리 연비는 기대 이상이다. 여기에 넓은 실내공간과 조용한 정숙성 편안한 승차감은 경쟁모델인 BMW 528i, 벤츠 E300 등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거나 더 뛰어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공인연비 복합 기준 11.7km/l S60 T5

T5 엔진을 탑재한 또 다른 모델 S60은 BMW 3 시리즈, 벤츠 C 클래스 아우디 A4 등과 경쟁하는 D 세그먼트 모델이다. S80보다 차체가 작고 가벼우며 스포츠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서스펜션이 대체로 S80보다 단단한 편이다.

시승차는 T5 엔진이 탑재되었고 거기에 R-디자인 패키지가 적용되어 있다. R-디자인 패키지가 적용된 S60과 일반 S60 모델과의 차이점을 나열하자면 익스테리어는 19인치 R-디자인 전용 알로이 휠 그리고 235/40/19 브리지스톤 S001 UHP 타이어가 장착되어 있고 리어 범퍼에 디퓨저 그리고 좌, 우로 분리된 스테인레스 원형 머플러가 일반 S60 모델과 다르며 조금 더 고성능에 어울리는 디자인이다.

익스테리어 뿐만 아니라 인테리어에서도 차이가 있다. 스티어링휠 중앙 스포크에 R-DESIGN 이라는 문구가 각인되어 있다. 센터스택 재질 또한 메탈릭이 아닌 블랙 유광으로 변경되었다.

운전석과 조수석 시트 착석감이 상당히 다른데 R-디자인에 적용된 시트는 시트백과 엉덩이 시트에 굴곡이 큰 버킷 시트이며 착석할 때 등과 엉덩이를 좌우로 감싸준다. 보통 버킷 시트는 시트 쿠션이 얇아 승차감에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지만 R-디자인 시트는 시트 쿠션이 의외로 두꺼워 승차감 저하가 별로 없다.

스포츠성향이 강하고 거기에 R-디자인 스포츠 패키지가 적용되면서 서스펜션 감쇄력도 기존 S60보다 더 단단하다. 거기에 편평비가 얇은 235/40/19 타이어 덕택에 노면에서 올라오는 충격이 강하지만 편안한 시트가 그 충격을 상당 부분 흡수한다.

서스펜션 감쇄력이 단단한 만큼 S60 R-디자인은 좌우로 스티어링휠을 급격히 돌려도 전혀 흐트러짐이 없다. 날씨가 좋고 기온이 적당하면 서킷이나 와인딩 로드에서 스포츠주행을 마음껏 만끽했을 터인데 날씨가 춥고 눈이 쌓여 빙판길이 군데군데 있었던 겨울철에 시승한 것이 참 아쉬웠다.

S60 T5 시내연비는 어떨까?

대형 세단 모델인 S80 T5 장거리 고속도로 주행 연비가 리터당 17.2km/l를 기록했었다. S60 T5의 공인연비를 보면 복합 기준으로 11.7km/l로 S80 T5 대비 더 작고 더 가볍지만 공인연비는 오히려 낮다. 고속도로 기준은 S80 T5 모델과 비슷하지만 시내 연비는 S80 T5가 10.2km/l, S60 T5가 10km/l로 표기되어 S80 T5가 근소하게 더 높다.

S60 T5 시내 연비를 측정해 보기 위해 경기도 하남시에서 서울 가산동까지 시내 구간을 주행했으며 주행 과정, 연비 측정 결과는 아래 영상을 재생하면 나온다.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트립 평균 연비는 리터당 11km/l라는 결과를 얻었다. 트립 연비이기 때문에 실제 연비와 동일하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쏘나타 말리부 등 2.0L 엔진을 탑재한 중형 세단 모델들이 10km/l 이하였던 점을 감안하면 훌륭한 연비라고 볼 수 있겠다. 기어비가 촘촘한 8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되고 탄력 주행이 용이한 ECO+ 모드로 주행한 덕택에 엑셀레이터 페달을 덜 밟게 되어 기대 이상의 연비를 보여준 듯 싶다.

참고로 기자가 시승한 S60 T5는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을 때마다 간간히 노킹 소리가 들리는데 보통 고급휘발유 권장 모델에 일반휘발유를 주유하는 경우 노킹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S60 T5는 일반휘발유가 주유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고급휘발유가 주유되었다면 연비는 조금 더 올랐을 것이다.

효율성을 크게 끌어올린 볼보 T5 엔진

2012년에 S80 T6 모델을 잠시 시승해 본 적이 있었다. 304마력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이 탑재되어 6기통 특유의 부드러운 주행감성 그리고 전 영역에서 강력하게 치고 나가는 힘은 인상적이지만 공인연비가 복합 기준으로 7.9km/l에 불과한 낮은 연비는 S80 T6의 경쟁력을 저해시키는 요인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신형 T5 엔진은 다르다. 강력한 힘과 가속력은 물론 기대 이상의 연비를 기록하면서 볼보 T5 엔진은 상품성과 경제성 측면에서 큰 이점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디젤은 물론 동급 가솔린 엔진과 비교해도 매끄러운 회전질감과 정숙성까지 구비한 T5 엔진은 수입차를 선호하지만 디젤 엔진을 선호하지 않는 소수의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김진우 기자 〈탑라이더 kimjw830@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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