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디젤 승용차 국내 판매가 허용되면서 연소효율성이 가솔린 엔진보다 뛰어난 디젤 승용차들이 속속 출시되었고 높은 연비 뿐만 아니라 낮은 엔진 회전수에서 가솔린 엔진보다 월등히 높은 최대 토크를 내면서도 시내 주행, 추월 시, 오르막 구간에서 힘이 좋은 디젤 승용차들이 운전하기 편하다는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디젤 특유의 진동과 소음 그리고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 배출은 지금도 디젤 엔진이 해결해야 하는 숙제가 되었다.

특히 유럽은 우리나라와 달리 진동과 소음에 관대하다. 아무리 연비 좋고 힘이 좋아도 진동과 소음에 관대한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아니기 때문에 과거 일부 자동차 브랜드들은 국내 수입되는 디젤 승용차들의 엔진 마운트를 국내에서 별도로 작업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하면서 진동과 소음은 해가 갈수록 줄어들었다. 디젤차에 대한 거부감이 있던 소비자들도 이제는 주저 없이 디젤 엔진을 선택하고 있으며 자동차 메이커들은 변화되는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춰 다양한 디젤 모델을 출시하고 있다.

넓은 트렁크 공간을 갖춘 아우디 A3

아우디 A3 세단은 지난 2013년 뉴욕오토쇼에서 처음 공개된 이후 올해 상반기 국내에서도 출시 되었다. 그 동안 아우디의 C세그먼트 컴팩트 세단 모델은 A3 위 급 모델인 A4였지만 2008년 이후 현재 아우디 A4가 출시되었고 4.7m 이상의 차체 길이를 가지면서 D세그먼트로 등급이 올랐다. 하지만 북미와 아시아에서는 여전히 4도어 세단의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아우디는 A3 세단을 출시했다.

A3 세단은 A3 5도어 해치백 대비 차체 너비가 11mm 더 넓고 대신 높이가 조금 더 낮다. 대신 해치백보다 공기 흐름이 원활한 만큼 공기저항계수가 조금 더 낮고 차체가 조금 더 낮고 길기 때문에 주행안전성은 세단이 해치백보다 유리하다. 무엇보다도 트렁크 공간이 해치백보다 더 넓고 트렁크와 실내공간이 연결된 해치백과 달리 세단은 뒷좌석 시트와 격벽 때문에 트렁크 공간과 실내 공간이 완전히 분리되었다.

A3 세단은 차체 길이 4,456mm, 너비 1,796mm, 높이 1,416mm의 크기를 지녔으며 국산 소형차와 준중형차 중간 크기이다. A3 세단은 장점은 차체는 국산 준중형차보다 작지만 420L의 넓은 트렁크 공간을 제공하며 뒷좌석 시트백을 폴딩 하면 총 880L라는 매우 넓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6단 DSG, 150마력 2.0L 디젤 엔진

아우디 A3 세단은 1.4L 가솔린 터보 엔진부터 2.0L 디젤 엔진, 가솔린 터보 엔진 등 다양한 엔진 라인업을 갖추고 있지만 국내 출시된 아우디 A3 세단은 1.6L 디젤 엔진을 탑재한 A3 25 TDI, 2.0L 디젤 엔진을 탑재한 A3 35 TDI 두 가지만 수입 판매되고 있다. 대부분 알겠지만 A3 세단 모델명의 25, 35는 중력 가속도 1g를 100으로 볼 때 가속 성능을 5단위 기준으로 표기했으며 숫자가 클수록 강력한 성능을 지닌 모델을 뜻한다.

시승차는 A3 35 TDI 모델이며 최고출력 150마력, 최대토크 32.7kg.m의 힘을 내는 2.0L 디젤 엔진을 탑재했다. 상위 모델인 A6 그리고 Q3, Q5등의 SUV 모델에는 같은 배기량이라도 177마력까지 출력을 끌어올린 엔진을 탑재하고 있고 타사 메이커에서는 2.0L 디젤 엔진의 최고출력을 200마력 이상 크게 끌어올려 출시하고 있는 상황에 150마력 이라는 최고출력은 성에 차지 않는다.

그렇지만 A3는 공차중량 1,390kg에 불과한 컴팩트 세단이다. 가벼운 공차중량에 150마력 2.0L 디젤 엔진을 탑재한 A3 35 TDI는 시속 100km/h 이하 중, 저속에서는 밟으면 밟는 대로 튀어 나간다. 물론 출력이 낮아서 시속 100km/h 이상에서는 가속력이 둔화되지만 편안한 패밀리 세단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A3 세단에 150마력 2.0L 디젤 엔진은 과분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사실 A3 정도의 크기와 공차중량이면 1.6L 디젤 엔진을 탑재한 A3 25 TDI 로도 충분하다 생각된다.

자연스러운 스티어링휠 반응과 세련된 서스펜션

기자의 기억 속에서 아우디는 메르세데스-벤츠, BMW와 비교 시 과거 독일차의 전형적인 특성인 무거운 스티어링휠, 단단한 서스펜션, 갑갑한 실내공간 등 과거 독일차 특징이 가장 늦게까지 남아있었던 브랜드로 기억된다. 혼자서 스포츠주행 즐기기에는 더없이 좋았지만 운전자 이외의 탑승자들은 어딘가 모르게 불편했고 스포츠주행 이외에 센터페시아 조작성은 썩 좋은 편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2011년 하반기 현행 아우디 A6 모델이 국내 출시되면서 아우디 특유의 불편한 부분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작년 하반기 시승한 아우디 소형 SUV 모델 Q3의 경우 시트포지션이나 느린 네비게이션 반응 등의 불편한 요소가 있긴 했지만 조금씩 편안하게 개선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A3 세단의 운전석 시트포지션이 낮은 편이지만 대시보드 또한 낮게 설계되어 있어 전방시야가 좋다. 그리고 센터페시아 버튼이 간결해 찾기 쉬우며 비상등, ESC등의 버튼은 위에서 아래로 누르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에어컨을 포함한 공조장치 버튼은 약간 돌출되어 수직 배치되어 있지만 운전석에서 조작성이 편리하다.

아우디 폭스바겐 등에 폭넓게 탑재하는 듀얼클러치 미션의 경우 동력 손실이 전혀 없고 변속이 매우 빠른 장점이 있지만 과거에는 저속 주행에서 엑셀레이터 밟았다가 놓을 때 거칠게 속도가 줄어드는 수동변속기 특징이 그대로 담겨있어 편안한 변속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러한 부분이 개선되었다. A3 또한 저속에서 엑셀레이터 페달을 급격하게 밟았다 떼어도 자연스럽게 속도가 감소되면서 거친 느낌이 많이 완화되었다.

A3 세단은 과거 모델에서 느꼈던 불편한 요소조차 사라지면서 더욱 편안한 주행을 할 수 있게 되었으며 특히 부드러운 서스펜션으로 승차감이 편안하면서도 속도를 올려도 불안감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주행안전성이 좋았다.

전륜구동 승용차에 가솔린 엔진보다 더 무거운 디젤 엔진을 탑재하면 프런트에 무게가 더해지기 때문에 중, 저속에서의 코너링 한계는 높지는 않다. 중, 저속에서는 언더스티어가 명확히 드러나며 A3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스티어링휠 반응이 자연스럽고 스티어링휠 돌릴 때 차체가 따라오는 느낌도 좋다.

브레이크 또한 반복 제동을 해도 페이드 혹은 베이퍼록 현상은 거의 느낄 수 없었으며 국산차 일부 디젤 승용차들의 경우 브레이크를 반복 제동할 때 페이드 현상이 빨리 일어나 제동거리가 크게 길어지는 것과 대비된다.

환상적인 장거리 주행 연비

디젤 승용차는 본래 고속도로 장거리 주행에서 큰 진가를 발휘하며 최근의 디젤 엔진은 리터당 20km/l는 물론 30km/l까지 넘볼 정도로 효율성이 크게 좋아졌으며 언론매체, 각 자동차 동호회, 자동차 커뮤니티 등에서 올라오는 디젤 승용차 시승기들을 보면 배기량에 관계없이 연비가 기대 이상으로 좋다는 의견들이 많다.

아우디 A3 세단의 장거리 주행 연비는 어떨까? 주말에 시승한 것이라 장거리 연비가 궁금해서 트립 연비 뿐만 아니라 실제 연비를 측정해 보기로 했다. 경기도 과천에서 경유를 가득 주유 후 연비관련 트립을 모두 리셋했다. 정확한 실제 연비를 구하기 위해 경기도 과천 셀프주유소에서 연료를 가득 주유했다.

연비 측정 구간은 과천의 셀프주유소부터 학의분기점에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진입 후 조남분기점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해서 목포까지 주행했으며 목포 시내에 있는 셀프주유소에서 다시 가득 주유하여 실제 연비를 측정했다. 트립 연비는 리터당 23.3km/l로 표기되었으며 경기도 과천에서 목포까지 15.912L의 경유가 주유되었다. 주행거리 354.6km에 주유된 경유 15.912L를 나눈 실제 연비는 리터당 22.3km/l였다. 아래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목포에서 가득 주유할 때 주유구에 연료가 넘칠 정도로 가득 주유했다.

기자의 경험상 트립 연비가 높으면 높을수록 실제 연비와의 오차도 큰 편인데 아우디 A3는 트립 연비보다 실제 연비가 1km/l 덜 나왔다. 트립 연비가 리터당 23km/l 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 실제 연비 오차는 적은 편이라 생각되는데 사실 오차가 1km/l 난다고 해서 모든 A3 세단의 트립과 실제 연비 오차가 동일하게 1km/l 난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 같은 모델이라도 조금씩 다르고 주유했던 주유소 상태가 달라도 오차가 달라질 수 있다.

트립과 실제 연비 오차를 감안하더라도 2.0L 디젤 엔진이 탑재된 아우디 A3 장거리 연비는 기대 이상으로 좋다. 그것도 비봉에서 서평택까지 지체와 정체가 반복된 상황에서 얻은 연비 수치였고 고속도로 제한속도인 시속 110km/h 맞춰 달렸지만 가끔 저속으로 달리는 트럭 등을 추월하기 위해 시속 140km/h 근처까지 속도를 올렸음에도 이 정도 연비 나온 것이 놀라울 뿐이다.

누구나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는 아우디 A3

경기도 과천에서 전라남도 목포까지 장거리 주행을 하면서 연비를 측정한 결과 아우디 A3는 공인연비를 충분히 뛰어넘는 높은 연비를 보여 주었다. 높은 연비도 A3 세단의 큰 장점이지만 그 보다는 움직임이 뻣뻣하고 탑승할 때 어딘가 불편했던 과거 아우디의 단점을 없애고 승차감 편하고 운전이 즐거운 자동차였다. 올해 시승한 모델 중에서 구매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을 정도였고 시승 후 반납하고 싶지 않았던 몇 안된 자동차 모델이었다.

무엇보다도 장거리 주행에서 피로감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사실 아우디 A3 정도 크기를 지닌 소형차는 국산, 수입차를 떠나서 대부분 장거리 주행할 때 피로감이 느껴지는데 아우디 A3는 피로감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고속 주행에서도 풍절음 유입이 기대 이상으로 적어 고속 주행에서도 정숙성이 좋았다.

아우디 A3 세단 판매 가격은 A3 25 TDI 3,650만원 그리고 이번에 시승한 A3 35 TDI 모델이 4,290만원이다.

김진우 기자 〈탑라이더 kimjw830@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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