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는 화려한 꽃, 여름에는 우거진 녹음,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설경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1년 내내 한 계절만 경험하는 극지방, 열대지방 국가들과 비교하면 축복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때때로 계절 변화로 인한 이상기후로 인해 우리는 주기적으로 큰 시련과 고통을 겪기도 한다.

벤츠에서 만든 특수트럭 유니목은 제 2차 세계대전 패전국 독일이 연합군에 의해 모든 군수물자 생산이 강제 중단된 뒤 다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만든 특수트럭이며 OM636 디젤 엔진과 가솔린 엔진을 선택할 수 있었다. 이후 유니목은 1966년 10만대를 생산했고 1977년 20만대 생산을 달성하면서 유니목은 생산국인 독일은 물론 유럽 전역의 국가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다목적 특수트럭이 되었다.

유니목은 사막과 험한 산지 등을 탐험하는 오프로드용 재해복구, 제설, 가지치기 등에 쓰이는 장비장착용 등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되며 국내에 수입되는 유니목은 거의 대부분 장비장착용으로 쓰인다.

이번 유니목 오프로드 시연 행사에서 우리나라에서 제설 용도로 가장 많이 쓰이는 U500 그리고 오지 탐험 등에 많이 쓰이는 U5000의 오프로드 시범 주행이 진행되었으며 독일 유니목 오프로드 전용 시험장을 그대로 재연한 모글, 급경사, 워터웨이구간 등 자연환경을 실제 험로로 구현한 구간과 장애물을 이용하여 유니목의 디퍼렌셜잠금장치기능을 확인할 수 있는 4x4 주행구간, 측면경사구간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되었다.

조수석에서 유니목 동승 체험 또한 할 수 있었는데 기자는 이 중에서 국내에서 거의 대부분 제설장비로 쓰이는 유니목 U500을 동승하면서 유니목의 험로주파능력을 체험해 볼 수 있었다. 유니목 동승 체험 영상은 위 영상을 재생하면 나온다.

두 단계의 로(LOW) 기어가 탑재된 메르세데스-벤츠 유니목

유니목에는 전진 24단 후진 22단의 매우 잘게 쪼개진 기어가 적용되는데 엄밀히 말하면 전진 기어는 8단이고 후진 기어는 6/8단 이다. 일반 도로 운행에 적합한 작은 감속비를 가진 기어 이외에 오프로드 혹은 초 저속 작업에 적합한 두 개의 로(LOW)기어가 탑재되어 세 개의 감속비를 운전자가 선택할 수 있으며 두 개의 로 기어 중에서 작은 기어비를 가진 로 기어는 작업 기어, 큰 기어비를 가진 로 기어는 크롤러 기어라고 한다.

위 사진을 보면 거북이, 당나귀, 토끼 그림이 그려진 스위치가 보일 것인데 토끼는 평상시 주행할 때, 당나귀가 그려진 작업 기어는 작업 기어로 제설 등의 작업을 할 때, 거북이가 그려진 크롤러 기어는 매우 큰 견인력이 필요하거나 매우 가파른 경사로를 내려갈 때 쓰인다.

위 사진을 보면 숫자가 그려진 형형색색의 버튼들이 있는데 유니목 같은 특수트럭은 트랙터처럼 장비를 장착해야 작업을 할 수 있으며 이 장비들에게 동력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PTO(POWER TAKE OFF)이다. 위 사진의 버튼들은 PTO 인출할 때 유압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벤츠 유니목 관련 장비업체만 수백 개 있는 독일

제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트랙터 생산이 금지되어 트랙터를 대체할 목적으로 세상에 첫 선을 보인 메르세데스-벤츠 유니목은 현재 유럽 전역에서 다목적 용도로 많이 쓰이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유니목에 장착하는 장비를 개발하는 업체만 수백 개 업체나 되는데 그 이유는 유럽은 유니목이 제설용도 뿐만 아니라 터널, 하수도 청소, 전선점검 등 실생활에 필요한 청소와 점검을 할 때 거의 대부분 유니목을 쓰기 때문이다.

유니목은 자동차 자체가 옵션이다. 깡통 차량도 3억 초반이지만 유니목에 설치되는 좌석 조차 옵션인데 스티어링휠을 오른쪽이나 왼쪽에 장착할 수 있고 좌석의 설치 개수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에 수입된 유니목 중에서 같은 옵션이 탑재된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99% 제설용이기 때문에 앞에 살포기, 제설기 삽 날, 블로워 등을 주로 장착하며 이걸 사용하려면 PTO하고 PTO의 동력을 전달하는 유압이 다 빠져 있다. 겨울 월동장비 이외에도 제초기, 가드레일 청소기 등에 사용되며 주로 눈이 많이 내리는 강원도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유니목을 많이 구매하는데 처음에는 예산을 절약할 수 있는 저렴한 국산 장비를 구매하다가 문제가 많이 생겨서 현재는 독일에서 직접 만든 유니목 장비를 구매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에도 유니목 등에 범용으로 쓸 수 있는 장비들이 있고 독일에서 제조된 유니목에 특화된 장비 대비 훨씬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유니목에 맞춰진 장비가 아니기 때문에 장비와 유니목 간의 트러블이 발생할 확률이 높고 장비 자체 내구성도 독일에서 만들어진 것보다 떨어진다고 한다.

단지 생소하게 생긴 다목적 트럭일 뿐인데 유니목이 독일 뿐 아니라 유럽 전역 그리고 전세계에서 인정 받으면서 유니목 관련 장비를 제조하는 산업 또한 큰 규모로 성장한 상태이며 이러한 제조업의 발달은 독일의 국가 경제를 튼튼히 뒷받침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독일이라는 나라가 참 부럽고 두 차례나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국가라는 것이 가끔 믿겨지지 않을 때도 있다. 최근 금융위기로 일부 유럽국가들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제조업이 크게 발달한 독일은 그런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EU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점을 잘 본받았으면 좋겠다.

김진우 기자 〈탑라이더 kimjw830@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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