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개인적으로 수동변속기 차를 선호하며 지금까지 기자 명의로 구매한 자동차들 모두 수동변속기를 탑재했다. 96년식 중고 프라이드 1.3 부터 시작해서 쉐보레 스파크 가솔린 그리고 최근 구매한 아반떼 쿠페 모두 수동변속기가 탑재되었다.

그런데 요즘 자동차 카다로그나 가격표를 보면 수동변속기를 선택할 수 있는 자동차 모델을 점점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수입차는 일부 고성능 모델을 제외하면 사실상 수동변속기를 선택할 수 없으며 그나마 경차, 소형차 중심으로 수동변속기를 선택할 수 있었던 국산차의 경우 동력성능이 뛰어난 소형차 모델은 수동변속기를 선택할 수 없게 되었다.

수동변속기가 소형차에서조차 선택하기 힘들어지는 이유는 국내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구매할 때 거의 대부분 자동변속기를 선호하기 때문이며 이런 수요에 맞춰 완성차 업체 또한 자동변속기 모델 위주로 생산하면서 완성차 업체 영업사원들 또한 출고가 빠른 자동변속기 모델 구매를 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산 완성차 업체 중에서 르노삼성은 모든 모델에서 수동변속기를 선택할 수 없다. 한국지엠의 경우에도 준중형 모델인 크루즈부터는 모두 자동변속기가 기본 탑재되고 그나마 현대기아차는 2.0L 중형 세단 모델인 YF쏘나타, K5 최하위 트림에서 수동변속기를 선택할 수 있었지만 최근 출시된 LF쏘나타에서는 수동변속기 자체를 선택할 수 없게 되었다.

2015년형 아베오 1.4L 터보 수동변속기 선택 가능

그런데 한국지엠이 최근 2015년형 아베오를 출시하면서 1.4L 가솔린 터보 모델에서 수동변속기를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그전에도 1.4L 가솔린 터보 모델이 있었지만 자동변속기가 기본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의외의 선택을 한 셈이다.

아베오의 경쟁 모델인 현대 엑센트, 기아 프라이드의 경우 저출력 1.4L 가솔린 모델은 수동변속기가 기본이지만 140마력 1.6L GDI 엔진을 선택하게 되면 자동변속기가 옵션이 아닌 기본 적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고성능 수동변속기 소형차를 선호하는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아반떼, K3 가장 하위 수동변속기 트림을 선택하거나 성능이 낮은 1.4L 가솔린 엔진 또는 성능은 좋지만 무거운 엔진으로 선회력이 낮은 1.6L 디젤 엔진을 선택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이런 와중에 아베오 1.4L 가솔린 터보에 수동변속기 모델은 저렴한 가격에 스포츠주행을 선호하는 젊은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이며 특히 서킷주행 문화가 점점 확산되고 있는 만큼 서킷주행을 즐길 수 있는 사람들에게 아베오 터보는 훌륭한 대안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수동변속기가 기본 적용되는 아베오 1.4L 가솔린 터보 연비도 좋다.

배기량 1.6L 이하 엔진을 탑재하는 국산 소형차의 경우 배기량이 낮은 만큼 기어비를 크게 키워 떨어지는 동력성능을 만회해야 하는데 6단 수동변속기가 적용되었어도 시속 100km/h 주행할 때 엔진회전수는 2500rpm 이상을 유지해야 했다.

그런데 아베오 1.4L 가솔린 터보 수동변속기는 지금까지 출시한 국산 소형차 모델과 달리 기어비만 따지면 배기량 2.0L를 초과하는 중형, 대형 세단과 비슷한 기어비를 보여주고 있다. 북미형 기어비와 내수형 기어비가 동일하다고 단정지을 수 없지만 6단 기어비가 낮은 북미형 아베오의 경우 고속도로에서 항속 주행할 때 경쟁 모델보다 낮은 엔진회전수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고속주행 연비가 좋다는 장점이 있다.

위에 보이는 엑센트 1.6 GDI 6단 수동변속기와 아베오 1.4L 가솔린 터보 6단 수동변속기 기어비를 비교해 보면 아베오 1.4L 가솔린 터보 수동변속기 기어비가 엑센트보다 기어비 간격이 더 넓고 낮다. 특히 4, 5, 6단 기어비의 경우 차이가 큰 편이며 재미 있는 사실은 엑센트 6단 기어비가 아베오 6단은 물론 아베오 5단 기어비보다 더 크다는 점이다.

실제로 에너지관리공단에 등록된 아베오 세단 1.4L 가솔린 터보 수동의 고속연비를 보면 같은 출력을 내는 엑센트 1.6 GDI는 물론이고 엑센트 1.4L 모델보다도 연비가 더 좋으며 시내 연비도 비슷한 수준이다. 보통 가솔린 터보 엔진의 경우 고속도로 주행 연비는 좋지만 시내 연비는 좋지 않은 단점이 있는데 아베오 1.4L 가솔린 터보 수동은 이러한 단점이 없어졌다. 오히려 아베오가 엑센트, 프라이드 대비 공차중량이 약 100kg 무거운 걸 감안하면 1.4L 가솔린 터보 엔진과 6단 수동변속기의 효율성은 기대 이상이라고 볼 수 있다.

스포츠주행에서 동급 경쟁 모델보다 월등히 뛰어난 쉐보레 아베오

아직 아베오 1.4L 가솔린 터보 모델을 시승해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2011년 처음 아베오를 시승할 때 승차감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좌우 롤링을 억제한 단단한 서스펜션, 스티어링휠 반응성, 뛰어난 코너링 성능이 돋보였다. 그리고 아쉽지만 자동변속기가 기본인 아베오 RS 오너들의 평가를 들어 보면 수입 소형 스포츠 해치백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주행안전성을 보유했다고 만족하고 있다.

아베오의 이러한 주행성능을 체험한 적 있기 때문에 아베오 1.4L 가솔린 터보 수동 모델은 큰 매력을 지니고 있다. 높은 연비 덕분에 평상시에 출, 퇴근을 포함한 다목적으로 쓸 수 있는 건 물론 서킷, 와인딩 로드에서 튜닝을 하지 않고 순정 상태로 스포츠주행을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스포츠주행 즐기는 젊은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려면 서킷을 철저히 활용해야

본래 1.6L 이하 소형차들의 경우 위 급 준중형 모델 대비 이렇다 할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판매량이 많은 편이 아니지만 아베오의 경우 그 중에서도 판매량이 상당히 저조한 편이며 특히 종전 1.6L 수동변속기 모델은 스포츠주행에 적합하지만 기어비가 지나치게 높아 고속 연비가 좋지 않은 단점도 있었다. 종전 1.6L 엔진이 경쟁 모델보다 출력과 토크가 낮아 상품성도 떨어진다.

1.4L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하면 위에 열거한 단점들이 사라진다. 다만 가격은 크게 상승하게 되는데 실제로 2015년형 아베오 하위트림 1.4 터보 L 트림과 변경 전 하위트림 1.6 L 트림을 비교해 보면 1.4 터보 L 트림에 TPMS, ESC 등 안전사양이 포함되어 있고 대신 운전석 열선시트가 빠졌다. 가격은 1.4 터보 L 트림 1,423만원, 1.6 L 1,295만원으로 1.4 터보 L 트림이 128만원 더 비싸다. 터빈과 인터쿨러가 추가되고 수동변속기 또한 5단에서 6단으로 변경되면서 원가 상승 요인이 반영된 듯 하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국산 소형차의 가격을 생각해본다면 아베오 가격이 다소 부담스럽다.

그래도 스포츠주행을 생각해 본다면 아베오는 메리트가 높다. 일단 동급 경쟁모델 중에서 1.6 GDI 수동은 구매할 수 없다. 따라서 1.6L GDI 수동을 생각한다면 위 급 모델인 아반떼, K3를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아반떼, K3는 넓은 실내공간이 확보되어 있고 어느 주행 환경에서든 편안하게 운전하는 모델이지 스포츠주행과는 약간 거리가 있다. 기자가 소유한 차가 아반떼쿠페인데 지금 소유하는 아반떼쿠페보다 2011년에 시승한 아베오가 주행안전성이나 스티어링휠 반응, 코너링이 오히려 더 낫다. 만약 트랙데이 등의 행사에 관심 있거나 정기적으로 즐긴다면 2,000만원 미만에서 재미 있게 즐길 수 있는 모델은 아베오 1.4L 가솔린 터보가 더 나은 선택이라 생각된다.

 

▲ 이미지출처 - 스위스칩

또한 아베오 1.4L 가솔린 터보 모델은 북미에 출시되면서 관련 튜닝 파츠들도 판매하고 있으며 바디킷부터 다운 서스펜션부터 엔진 출력을 높이는 칩튠까지 다양한 튜닝파츠들이 있다. 특히 칩튠의 경우 별도의 맵핑을 하지 않고도 엔진출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물론 칩튠은 A/S가 안되기 때문에 칩튠으로 인한 부작용은 오너가 책임져야 한다.

하지만 아베오는 경쟁 모델 대비 주행안전성이 뛰어나다는 메리트가 있고 1.4L 가솔린 터보 엔진이 전 라인업에 적용되었기 때문에 한국지엠이 아베오에 관련된 마케팅을 하고 싶다면 서킷에서 열리는 트랙데이 등의 행사를 열어 젊은 고객들의 이목을 사로잡아야 할 것이다. 수동변속기를 좋아하는 기자 입장에서 아베오 1.4L 가솔린 터보의 국내 출시는 늦었지만 경쟁 소형 모델의 1.6L GDI 수동변속기 모델이 사라진 시점에서 아베오 1.4L 가솔린 터보 수동모델은 빠른 성능을 원하는 소형차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훌륭한 대안이 될 것이다.

 

김진우 기자 〈탑라이더 kimjw830@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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