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자동변속기 보급율은 세계에서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승용차 뿐만 아니라 버스나 택시 트럭 등 영업용 자동차에도 자동변속기가 급속하게 보급되어 수동변속기는 우리나라에서 영원이 자취를 감출 것이다. 라는 예상까지 나올 정도이다.

자동변속기는 수동변속기와 달리 운전자가 일정한 속도에서 클러치 페달 밟고 오른손으로 바쁘게 변속을 할 필요 없이 D레인지에 레버를 놓고 엑셀레이터 페달을 밟으면 된다. 출발과 정지가 반복하는 복잡한 시내도로를 주행할 때 특히 편리하며 물리적으로 직접 동력을 전달하는 수동변속기와 달리 자동변속기는 토크컨버터라는 부품이 있으며 이 토크컨버터를 통해서 동력을 전달한다.

유압으로 동력을 전달하기 때문에 저속 주행할 때 수동변속기 대비 부드러운 운전을 할 수 있지만 물리적으로 직접 동력을 전달하는 수동변속기보다 동력 손실이 생길 수밖에 없으며 이는 연비 하락과 가속력 지연 등의 결과를 가져오게 되지만 현재는 꾸준한 기술 개발과 자동변속기 부품 개선, 다단화, 적극적인 록업클러치 등의 기술력이 접목되면서 오늘날 자동변속기의 효율성은 수동변속기와 동등하거나 그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자동차에 동력을 발생하는 엔진은 주행 중 외부공기와 냉각수 등으로 냉각이 되지만 자동차의 동력을 전달하는 자동변속기는 외부의 냉각을 기대할 수 없으며 자동변속기 내부에 있는 오일이 동력전달은 물론 냉각 그리고 토크컨버터 등의 부품을 보호하는 역할까지 도맡아 하게 된다.

따라서 자동변속기 오일은 엔진오일보다 점도가 훨씬 더 높은 편이며 엔진보다 훨씬 더 가혹하고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자동차 메이커마다 대부분 독자 개발한 엔진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자동변속기는 변속기 전문업체에서 자동변속기를 도입하는 자동차 메이커들이 많다.

현대, 기아차의 경우 지금은 자동변속기를 자체적으로 독자 개발하여 생산하고 있지만 1980년대까지만 해도 자동변속기는 모두 수입해서 써야 했었다.

하지만 1988년 일본 미쓰비시의 자동변속기 도면을 수입하면서 자동변속기를 자체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했고 미쓰비시 변속기를 토대로 경기도 용인 마북리에서 현대자동차 최초 독자 개발 엔진인 알파엔진과 짝을 맞출 4단 자동변속기, 5단 수동변속기를 연구, 개발하기 시작했다.

1991년 현대자동차의 최초 독자 개발 엔진 알파엔진을 선보이면서 함께 등장한 4단 자동변속기는 스쿠프에 처음 탑재되었으며 이후 엑센트, 아반떼 등에 적용되기 시작했으며 이후 1995년 아반떼 1.8, 티뷰론 등에 탑재되는 베타엔진의 동력을 전달하는 4단 자동변속기도 생산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기존의 국내에서 생산하는 미쓰비시의 자동변속기를 국내 실정에 맞게 개량하여 기어비 조절, 자동변속기 토크 허용을 증대하기도 했다. 그리고 1998년에 현대자동차는 독자적으로 5단 자동변속기를 설계했고 생산까지 독자적인 기술을 접목하면서 2000년 이후 자동변속기를 자체 생산하기에 이르렀다.

과거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현대기아차 4단 자동변속기는 변속기 내부 부품의 열화 등으로 내구성이 좋은 편이 아니었고 자동변속기를 처음 경험하는 운전자들이 자동변속기 오일 교환주기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등 자동변속기 관리 지식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시기여서 운행 도중 변속기 관련 고장을 경험했던 운전자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2004년 NF쏘나타를 출시하면서 현대자동차가 독자 개발한 세타엔진과 짝을 맞춘 4단 자동변속기는 품질과 내구성이 업그레이드 되면서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만족하게 되었고 뒤이어 출시한 그랜저TG에 기본 탑재되는 5단 자동변속기도 품질 면에서 고객들에케 만족을 주었다.

연비와 환경규제에 대응하는 전륜 6단 자동변속기 독자 개발

한편 2000년대 접어들면서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2004년 이후 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자동차의 연비를 크게 높여야 할 과제에 이르게 되었다. 4단 자동변속기가 대부분이던 과거에는 자동변속기와 수동변속기의 연비 차이가 큰 편이었다.

이에 2000년대 중반부터 GM대우 등 타사에서 5단 자동변속기를 2.0L 이하 엔진을 탑재하는 중, 소형차에도 탑재되기 시작했으며 현대기아차도 5단 또는 6단 이상의 단수를 가진 자동변속기가 필요했고 현대자동차는 2001년 ZF와 전륜 6단 자동변속기를 개발할 계획을 가졌다.

이 당시 ZF 6단 자동변속기는 프랑스 레펠레티아에 특허료를 지불하고 레펠레티아 설계를 따른 6단 자동변속기였는데 레펠레티아 구조의 자동변속기는 6단 이었지만 당시 5단 자동변속기보다 컴팩트 사이즈였고 중량도 가벼워 중, 소형차에 탑재해도 무리 없는 구조였다.

하지만 이 설계를 따르려면 레펠레티아 특허료를 내야 했었다. 또한 당시 ZF의 무리한 라이센스 비용 요구 등으로 현대기아차는 ZF와 협력 관계를 버리고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그래서 전륜 6단 자동변속기는 GM대우 등 다른 완성차 브랜드보다 조금 늦게 출시되었지만 현대 기아차는 오랜 연구 끝에 드디어 독자 개발한 전륜 6단 자동변속기를 2009년에 공개했다.

전륜 6단 자동변속기는 완성차 업체로는 토요타, GM, 포드가 공동개발한 이후 전세계 완성차 업체로는 세 번째로 이뤄낸 것이고 레펠레티아 특허를 피해 완전히 독자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새로운 전륜 6단 자동변속기는 본래 기존의 전륜 5단 자동변속기를 토대로 6단으로 늘리는 방식을 추진했지만 변속기가 커지고 중량이 무거워 중, 소형차에 탑재하기 부적절했고 원가 상승으로 인해 완전히 새롭게 설계했으며 그 결과 종전 5단 자동변속기 대비 크기가 작아지고 무게도 감소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허용 토크가 39.5kg.m에 달하는 전륜 6단 자동변속기 중량이 54kg에 불과하지만 쏘나타 택시 등에 탑재한 종전 전륜 5단 자동변속기 중량은 95kg이나 된다. 현대기아차에서 독자 개발한 6단 자동변속기가 상당히 컴팩트하고 효율성 있게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종전 5단 자동변속기보다 더 가벼워지고 1단 더 많아진 6단 자동변속기 덕택에 그랜저TG 3.3L 모델에 6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한 경우 종전 5단 자동변속기 대비 연비는 무려 12.2%나 개선했으며 가속력은 11% 향상되었다. 또한 신규로 300여개의 특허를 취득해 기술 자립도를 높였다.

새로운 전륜 6단 자동변속기는 2009년에 부분 변경한 '그랜저 뉴 럭셔리' 모델에 탑재했고 2010년에 출시한 YF쏘나타 그리고 아반떼MD, 엑센트 1.6L GDI 모델에도 6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되어 기아 모닝과 레이, 엑센트 디젤과 1.4L 가솔린 모델을 제외한 전 차종이 6단으로 모두 바뀌었다.

대형세단과 스포츠카에 탑재되는 후륜 8단 자동변속기 독자 개발

현대기아차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대형세단, 스포츠카에 탑재되는 후륜 8단 자동변속기 개발에 성공했고 2010년 10월 남양기술연구소 인근 롤링힐스에서 열린 '현대기아차 국제 파워트레인 컨퍼런스'에서 40kg.m 이상의 높은 토크를 견딜 수 있는 후륜 8단 자동변속기를 선보였다.

완성차 메이커로는 세계최초로 현대기아차의 순수 독자 기술로 개발한 후륜 8단 자동변속기는 가속성능 및 연비 향상, 부드러운 변속감 실현 및 저소음, 진동을 개선하여 성능 향상을 이뤄냈으며 127건의 특허를 획득했다.

현대기아차의 후륜 8단 자동변속기는 점도를 낮추면서 내열성을 강화한 ATF(AUTO TRANSMISSION FLUID), 토크컨버터의 미끄러짐을 줄이는 적극적인 록업클러치 개입을 크게 허용 해 연비, 가속성능 및 직결감을 크게 향상시켰다.

또 운전자의 편의성을 더욱 향상시킨 전자식 레버인 ‘시프트 바이 와이어(Shift-By-Wire)’ 시스템, 센서 및 배선 일체화를 통해 전장품의 신뢰성을 높인 ‘이-모듈(E-Module)’, 고강도 알루미늄 캐리어와 플라스틱 오일팬 적용을 통한 경량화, 변속기 내의 솔레노이드 밸브에서 직접 밸브바디 압력을 제어하는 기술 등 첨단 기술을 대거 적용해 운전 편의성, 응답성, 변속감을 개선시켰다.

이와 함께 내구성을 개선하기 위해 유성기어 등의 소재를 강화하고 내열성 및 내마모성이 우수한 저마찰 재료를 적용했으며, 자동변속기 일체형 케이스 적용으로 진동 및 소음을 개선해 조용하고 부드러운 변속이 가능하도록 했다.

후륜 8단 자동변속기 개발 기간은 약 4년이고 총 635억원의 개발비용을 투입했으며 허용 토크 용량은 55kg.m를 확보해 토크가 높은 V6 3.0L 디젤 엔진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새로운 8단 자동변속기는 2011년 1세대 제네시스 그리고 에쿠스 페이스리프트 모델에 탑재되었고 2011년 11월에 출시한 신형 제네시스 쿠페, 기아 모하비에도 탑재되면서 종전 아이신, ZF에서 수입한 6단 자동변속기를 대체할 수 있게 되었다.

듀얼클러치(DCT) 트랜스미션 독자 개발 성공

폭스바겐 등 일부 유럽 자동차 메이커에서 DSG등의 듀얼클러치 미션을 선보이며 동력효율성을 끌어올린 DCT는 1, 3, 5단의 홀수 기어를 담당하는 클러치와 2, 4, 6단의 짝수 기어를 담당하는 클러치가 내장되어 있다.

따라서 운전자가 기어를 넣으면 다음 단의 기어를 담당하는 클러치가 미리 기어 단수를 넣기 때문에 변속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으며 토크컨버터를 통해 유압으로 동력을 전달하지 않고 수동변속기처럼 물리적으로 직접 동력을 전달하기 때문에 토크컨버터가 내장된 일반적인 자동변속기보다 연비가 좋은 장점이 있다.

6단 DCT는 벨로스터 1.6 GDI 모델에 처음 적용되었는데 벨로스터 DCT 모델의 공인연비는 리터당 13.6km/l로 자동변속기 모델 12.4km/l는 물론 수동변속기 모델 13.3km/l보다 오히려 높았다.(복합 공인연비 기준)

연비 뿐만 아니라 동력 성능도 향상되었으며 빠른 변속이 장점인 DCT 특성이 반영되어 0-100km/h까지 도달하는 걸리는 시간이 10.3초, 80-120km/h까지 걸리는 시간이 7.2초로 자동변속기를 탑재한 벨로스터 대비 약 4%, 6.5% 이상 향상되었다

특히 건식클러치로 설계하여 습식클러치 보다 변속기 오일양이 적으며 향후 DCT오일 교체할 때 비용을 절감하고 친환경성까지 확보했으며 현대기아차는 6단 DCT를 개발하면서 약 80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동력손실이 없고 부드러운 승차감과 정숙성을 구현한 CVT 독자 개발

CVT(Continuous Variable Transmission)는 말 그대로 정해진 단수 없이 주행상황에 따라 연속적으로 기어비가 변화되는 것을 CVT라고 하며 두 개의 풀리 사이에 고무 혹은 금속재질의 벨트를 연결하여 풀리의 크기를 변경하면서 동력을 전달하거나 두 개의 레이스 사이 좌측과 우측에 롤러를 배치하여 주행상황에 따라 롤러의 각도를 변화시켜 동력을 전달하는 등 여러 방식이 있다. 현대기아차의 CVT는 풀리 사이에 금속벨트를 연결한 방식이다.

CVT의 장점은 물리적으로 동력을 전달하기 때문에 동력 손실이 발생하지 않으며 특히 계단을 올라가고 내려가는 것처럼 기어비가 고정된 일반적인 자동변속기나 DCT와 달리 운전자가 페달을 밟는 수준에 따라 풀리가 연속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승차감에서 우위가 있다. 하지만 변속할 때 특유의 주행감성이 없기 때문에 스포츠주행을 좋아하는 운전자들은 CVT를 선호하지 않기도 한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처음에 도입된 CVT는 미쓰비시에서 수입되었으며 탑재된 모델은 현대 EF쏘나타, 기아 옵티마였다. 부드러운 주행감성을 실현하고 연비도 4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한 모델보다 높았지만 내구성 문제 때문에 당시 영업사원들조차 CVT보다 4단 자동변속기 선택을 권유했을 정도였다.

이후 한 동안 현대기아차 모델에서 CVT를 탑재한 자동차 모델은 없었으며 2009년 현대자동차에서 세계 최초의 LPG연료를 쓰는 하이브리드카 아반떼 하이브리드 LPi를 출시하면서 1.6L LPi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위한 CVT 변속기를 독자 개발했다.

이 CVT 변속기는 허용토크가 18.5kg.m 였으며 풀리 금속벨트 기어비는 2.369에서 0.427까지 변화할 수 있었다. 이 변속기는 특이한 점이 한 가지 있었는데 출발할 때 큰 힘을 내기 위해 CVT의 경우 대다수 토크컨버터가 내장되어 있었지만 이 변속기는 토크컨버터가 내장되어 있지 않았다.

토크컨버터가 내장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시내 주행에서도 높은 연비를 달성할 수 있었지만 가파른 언덕길에서 제대로 출발이 안되는 단점도 있었다.

이후 현대기아차는 본격적으로 CVT 개발하기 시작했으며 기아 모닝과 레이 그리고 엑센트 1.4 등 경, 소형차를 위한 소형 CVT를 선보였으며 특히 풀리 기어비 폭을 넓히기 위해 2단 부변속비를 도입하여 기어비 폭을 크게 넓혔다.

1.4L 엑센트는 종전 4단 자동변속기 공인연비가 13.3km/l 였지만 더 넓어진 기어비, 물리적으로 동력을 전달하는 CVT를 탑재한 엑센트 1.4L의 공인연비는 리터당 14.1km/l로 연비가 상승했다. (복합 공인연비 기준)

전륜 8단, 후륜 10단 자동변속기를 개발하고 있는 현대기아차

이렇 듯 현대기아차는 엔진 뿐만 아니라 수동, 자동변속기 그리고 DCT, CVT까지 모두 독자 개발하여 양산차 모델에 탑재하고 있으며 동력효율성을 더 높이기 위해 꾸준히 변속기를 연구개발하고 있다.

사실 대부분의 완성차 메이커는 자사가 독자 개발한 엔진이 있지만 변속기까지 완성차 메이커가 독자 개발하는 브랜드는 드물다. 메르세데스-벤츠, GM, 혼다가 변속기를 독자 개발하고 있고 나머지 완성차 메이커들은 변속기 전문업체에서 변속기를 납품받거나 다른 완성차 메이커와 협력해서 개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부분은 현대기아차가 칭찬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 6단 자동변속기가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6단 보다 단수가 더 많아봐야 효율성이 크게 올라가진 못할 것이다. 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완성차 메이커들은 7단과 8단 심지어 9단 자동변속기까지 출시하면서 자동변속기 기어 단수가 추가되고 있다.

이미 크라이슬러는 ZF에서 8단 후륜, 9단 전륜 자동변속기를 납품받고 있으며 메르세데스-벤츠도 곧 9단 자동변속기 출시를 앞두고 있다.

현대기아차도 이러한 세계 흐름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현재 전륜 8단 자동변속기, 후륜 10단 자동변속기를 한참 개발하고 있으며 당분간 자동변속기의 다단화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도 자동변속기의 효율성이 수동변속기와 거의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효율성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인데 개인적으로 기자는 수동변속기를 좋아하고 가능하면 국내 완성차 메이커들이 수동변속기를 계속 생산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언젠가는 수동변속기가 사라질 날이 올 거라 보고 있으며 해가 갈수록 수동변속기를 선택하지 못하는 자동차 모델이 많아지고 있다. 국내에서 자동차를 구매하는 고객 중에서 95% 이상이 자동변속기를 선택하고 있기 때문에 수동변속기 수요가 거의 없고 벨로스터 등 일부 자동차 모델은 수동변속기보다 자동변속기, DCT의 연비가 더 높아졌다. 그만큼 자동변속기의 효율성이 크게 높아졌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으며 앞으로 자동변속기 동력효율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김진우 기자 〈탑라이더 kimjw830@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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