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007시리즈를 보면 주인공 제임스 본드가 날렵하면서도 비싼 스포츠카를 타고 적을 추격하거나 따돌리는 장면을 많다. 영화 속에서 잘생기고 일당백으로 적을 물리치는 능력을 포함해서 만능 엔터테인먼트 제임스 본드는 정의의 사도로 그려지지만 영화를 관람했던 사람이라면 한편으로는 이성을 가장 효과적으로 유혹해 자기에게 넘어오는 가장 이상적인 바람둥이로 그려진다.

제임스 본드의 자동차를 보면 대부분 스포츠카지만 어디든 가지 못하는 곳은 없으며 타이어에서 레이저가 나오거나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고 눈길, 빙판길에서는 스파이크 타이어로 바뀌며 심지어 잠수함으로 변신이 가능하다. 이 정도면 겉모습만 스포츠카 일뿐 사실상 탱크 이상의 전력을 갖춘 셈이다.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007시리즈 제임스 본드의 자동차처럼 매끈하게 포장된 도로에서 편안한 주행을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거친 오프로드, 바위, 진흙을 포함해서 비나 눈이 내리는 악천후 상황에서도 주행을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고급스러운 슈트를 착용한 신사같은 이미지를 풍긴다. 슬림한 체격을 갖춘 멋쟁이 신사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실제로 전 세대와 비교해서 더욱 날렵한 익스테리어 디자인과 함께 큰 폭으로 무게를 감량하는 다이어트를 했다.

전 세대 모델보다 무려 420kg을 감량했다.

온로드에서 가장 강력한 성능과 주행안전성을 자랑하는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2004년 처음 공개되었으며 세미 모노코크 바디 형식인 디스커버리3와 같은 플랫폼을 공유했다. 국내에서는 V6 3.0L 디젤 엔진과 V8 3.6L 디젤 엔진을 탑재한 모델이 수입되었다.

1세대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강철 재질로 제작되어 튼튼하지만 공차 중량이 무겁다는 단점이 있었다. 몇 년 전 시승해 봤던 245마력 V6 3.0L 디젤 엔진을 탑재한 레인지로버 스포츠의 경우 공차 중량이 2,1710kg으로 상당히 무거워서 그런지 가속력 자체는 크게 와 닿는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2013년 하반기 국내에서 선보인 올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전 세대 대비 공차 중량을 무려 420kg이나 감량한 2,290kg에 불과하다. 공차중량이 가벼우면 가속력 증대는 물론 연비도 향상되는데 건장한 남성 5명 수준의 무게를 덜어냈기 때문에 시승 전부터 동력성능과 연비를 크게 기대했었다.

올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의 공차중량을 무려 420kg이나 덜어낸 비결은 바로 모든 차체를 강철이 아닌 알루미늄합금을 100% 적용했으며 또한 전 세대 모델의 경우 오프로드 주행도 고려해 모노코크와 프레임 바디가 혼합된 형태였지만 올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승용차와 비슷한 모노코크로 설계되어 무게가 더욱 경량화할 수 있었다.

스포츠카 수준의 가속력을 보여준 올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

사실 신모델 출시할 때마다 수입차를 중심으로 공차 중량이 가벼워지고 변속기 단수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최근 수입차들 특히 엔진 개선 폭이 큰 디젤 엔진을 탑재한 수입차의 경우 가속력은 물론 연비 또한 눈에 띄게 좋아진 것을 느낀다.

레인지로버 또한 마찬가지였다. 전 세대 레인지로버 스포츠의 경우 부족하지 않지만 딱히 빠르다는 느낌이 없었다. 하지만 올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한번 급 가속을 시작하면 고마력 스포츠카처럼 맹렬히 가속력을 보여준다. 랜드로버 측에서 V6 3.0L 디젤 엔진을 탑재한 올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의 0-100km/h까지 걸리는 시간은 7.2초 인데 실제 가속력도 그 정도 나온다.

그렇다면 단순히 올 뉴 레인지로버의 무게 감량 덕택일까? 무게 감량과 함께 V6 3.0L 디젤 엔진도 크게 개선되었다. 전 세대 레인지로버 스포츠에 탑재되는 디젤 엔진의 경우 245마력에 불과했지만 올 뉴 레인지로버는 최대토크는 61.2kg.m로 종전 디젤 엔진과 동일하지만 최고출력을 292마력까지 끌어올렸다.

자동변속기 또한 전 세대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6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지만 올 뉴 레인지로버는 8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되었으며 이전의 6단 자동변속기보다 단수가 2단 더 많아 기어비 간격을 촘촘하게 설계할 수 있었던 덕분에 시속 100km/h 이후 가속력도 둔화되는 느낌이 없다.

올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 실제연비는 어떨까?

올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거친 오프로드를 주행하는 것은 물론 3톤까지 견인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했기 때문에 레저 생활에 가장 잘 맞는 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SUV를 출 퇴근 용도로 쓰는 운전자도 많고 특히 레인지로버 같은 럭셔리 SUV는 전문직이나 자영업 종사자 대기업 사장 등의 직업을 가진 오너들이 직접 출, 퇴근 용도로 쓰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복잡한 시내에서도 오너를 만족시킬 수 있는 높은 연비를 확보해야 한다.

올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의 시내연비는 어느 정도일까? 경기도 하남시에서 서울 가산동까지 시내 연비를 측정했으며 구간이 짧은 관계로 트립 연비로 측정했다. 연비를 측정하는 과정은 아래 영상을 재생하면 나온다.

경기도 하남시에서 서울 가산동까지 측정된 트립연비는 100km주행할 때 8.3L의 연료를 소모한다고 나온다. 우리나라 연비 단위로 환산하면 리터당 12km/l 인데 아무리 경량화 되었다고 하지만 공차중량이 2,290kg이나 되고 배기량이 3.0L 인 점을 감안하면 연비가 상당히 좋은 편이라고 볼 수 있다.

고속주행 연비 또한 만족스럽다. 시속 80-100km/h 사이로 정속주행을 하면 리터당 15-18km/l 정도를 유지한다. 메르세데스-벤츠 ML350, BMW X5 30d 모델과 비교해서 비슷하거나 조금 더 나은 수준이다. 트립에 표기된 연비가 오차 없이 모두 맞는다고 가정하면 중, 소형 국산 SUV 모델과 비교해서 큰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다.

놀라운 것은 크루즈 컨트롤을 활성화한 상태에서 시속 180km/h로 항속 주행하는 경우 트립 연비는 100km 주행할 때 10L 정도 소요되는 걸로 표기된다.(리터당 10km/h) 크고 무거우며 공기저항이 높은 SUV 특성상 이 정도 연비는 상당히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보다 더 승용차에 가까운 주행감각, 더 좋아진 고속주행 안전성

올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를 포함해서 랜드로버에서 생산되는 SUV 모델들 모두 탁 트인 전면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A필러 경사가 가파르고 시트포지션이 전반적으로 높다. 하지만 시트포지션 높낮이 범위가 큰 편이어서 스포츠카나 승용차 시트포지션을 선호하는 운전자들도 큰 어색함 없이 운전할 수 있다.

시트포지션 뿐만 아니라 스티어링휠 반응 또한 전 세대 레인지로버 스포츠보다 빨라졌으며 좌우 롤링과 바운싱 허용 수준도 전 세대 모델보다 억제되었다. 특히 원선회 그리고 슬라럼 주행에서 올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의 진가가 크게 드러났는데 아무래도 올 뉴 레인지로버가 420kg을 감량한 공차중량 덕택인 듯 하다.

고속주행 안전성 또한 시속 180km/h까지 속도를 올려도 불안한 느낌이 전혀 없다. 힘이 여유가 있어 엑셀레이터 페달을 더 밟으면 200km/h 이상은 우습게 돌파할 거라 예상되지만 교통 여건이 허락해 주지 않았다.

랜드로버에서 기재한 올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의 최고속도는 HSE트림이 210km/h, HSE 다이내믹, 오토바이오그래피 다이내믹 트림이 220km/h라고 표기되어 있는데 장착된 타이어의 성능에 맞춰 제한된 최고속도이며 최고속도 제한이 해제되면 평지에서 자체 엔진 동력으로 시속 230km/h까지는 무난하게 도달할 거라 예상된다.

가속력 뿐만 아니라 와인딩 로드에서도 올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의 안전성이 상당히 좋았다. 좌우 롤링은 어느 정도 허용하지만 차체가 옆으로 눕는 수준의 불안감은 없으며 타이어 스키드음을 내며 코너를 돌아도 언더, 오버스티어를 최대한 허용하지 않고 롤러코스터처럼 돌아나갈 수 있다.

모노코크 설계라고 해서 오프로드 못 달린다는 고정관념은 버려야 한다.

올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를 포함해서 랜드로버의 기함 모델인 레인지로버, 디스커버리4 등 지금 판매되는 랜드로버의 모든 SUV들이 모두 모노코크 방식으로 설계했다는 점이다.

흔히 거친 오프로드를 주행해야 된다면 과거 SUV에 주로 쓰였던 프레임 위에 차체를 올리는 프레임바디로 설계해야 비틀림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상식이 있었다. 하지만 레인지로버를 모노코크로 설계했음에도 오프로드를 주행할 때 프레임바디 이상의 강성을 느낄 수 있었다.

100% 알루미늄합금 재질로 차체를 만들었는데 이전까지는 루프나 본넷 등 일부만 알루미늄합금 재질을 적용했지만 올 뉴 레인지로버는 모든 차체에 알루미늄합금을 적용했다. 알루미늄합금은 강철과 강성이 동일할 때 훨씬 더 무게를 줄일 수 있는데 무게를 크게 줄였음에도 올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비틀림강성을 크게 높여 오프로드 주행에서도 차체가 휘어지는 것을 방지한다.

시승할 때 일부러 한적한 오프로드 코스를 찾아 30분 정도 오프로드 주행을 했었는데 오프로드 주행이 끝나도 잡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운전자가 지상고를 278mm까지 올릴 수 있어 오프로드 주행할 때 하부가 땅에 닿지 않는 부담감도 없다.

구매 고객들의 서비스 만족도를 더욱 높여야 한다.

이 시승기를 읽다 보면 다른 자동차 시승기와 달리 딱히 단점을 적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딱히 시승하면서 느낀 단점이 없다. 올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어떻게 보면 귀빈을 경호하는 경호원 혹은 능력이 뛰어난 비서 같은 모델이다. 복잡한 도심의 출, 퇴근은 물론 여행을 갈 때 심지어 다른 자동차들이 가기 힘든 거친 오프로드 심지어 수심이 85cm나 되는 고인물이나 하천 개울 등을 도강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추었다.

굳이 단점을 꼽아보자면 가격인데 기자가 시승한 올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 HSE 다이내믹 트림 가격이 1억2,650만원으로 책정되었다. 대부분 사람들의 관점으로 봤을 때 비싼 가격이긴 하다. 하지만 본래 랜드로버 브랜드 자체가 국내 혹은 해외에서 명품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다. 예를 들면 분명히 기능이나 재질은 크게 차이 없는데 단지 브랜드 로고가 들어갔다는 이유로 비싸게 판매되는 경우를 많이 봤을 것이다. 명품 핸드백이 바로 대표적인 예다.

다만 대부분 수입차에 해당되는 문제지만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또한 과거에는 서비스 만족도 평가가 좋지는 않았다. 다행인 것은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가 최근에 국내 고객들에 대한 서비스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선언했고 최근 마포구 성산에 서비스센터를 오픈 하면서 강철 뿐만 아니라 알루미늄합금 패널도 판금할 수 있는 시설까지 갖췄다고 한다.

대부분 랜드로버에서 판매하는 SUV들이 전체 혹은 부분적으로 알루미늄합금이 적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시설은 서울 뿐만 아니라 각 지방의 서비스센터에도 구비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은 단순한 편의서비스 뿐만 아니라 서비스센터에서 수리하는 자동차의 품질이 최대한 새 차와 비슷하도록 숙련도 높은 정비사를 최대한 많이 확보해서 고객이 최대한 만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김진우 기자 〈탑라이더 kimjw830@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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