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밀집 지역인 강남대로 고층빌딩에서 도로를 내려다보니, 왕복 10차선의 대로를 달리는 차들이 모형차처럼 작게 보인다. 주황색 택시가 아니었다면 흑백사진처럼 보일만큼 검정색 아스팔트 위에는 흰색과 은색 그리고 검정색 차들이 대부분이다. 개인만의 취향이나 개성 보다는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무채색의 차량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인지 택시와 버스 외에 색깔있는 차를 만나긴 쉽지 않다. 

코발트 블루의 아우디 A3 세단 시승차를 받아보니 답답한 도심을 벗어나 차 색깔처럼 시원한 파란 바다를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심에선 확실히 눈에 띄는 색깔이다.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기분이 꽤 나쁘지 않다. 

아우디 A3 세단은 지난 1월에 국내 처음 소개되었다. 그동안 국내 판매실적이 좋지 않았던 기존의 해치백 모델이 단종이 되고  A3 세단이 출시되었다. A3의 해치백 모델이 국내에서 단종된 것은 조금 아쉽다. 실용적인 해치백을 좋아하는 필자의 개인적인 취향 때문인데, 해치백 모델을 고를거라면 해치백의 대표 브랜드가 되어버린 폭스바겐의 골프를 고르면 된다. 그래서인지 해치백 디자인의 메르세데스-벤츠의 A-클래스나 BMW의 1시리즈와의 경쟁에서도 해치백 보다는 세단을 좋아하는 국내 실정에서는 A3 세단이 유리해 보인다. 

A3는 아우디의 라인업 중에 가장 소형 모델이다. 소형이라고 해도 패밀리 룩이 적용되어 소형답지 않게 상위 모델을 쏙 빼닮아 하위기종을 타고있다는 위축감이 전혀 들지 않는다.

아우디는 올해 첫 공식행사에 A3 세단을 내놓을 만큼 A3 세단에 거는 기대가 크다. 그만큼 자신있다는 말인데, 소형차로 프리미엄 브랜드의 한 해 시작을 알릴 만큼 A3는 타 볼수록 매력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 아반떼보다 94mm 짧아

A3 세단은 기존 A3 해치백보다 146mm 길어지고 11mm 넓어졌다. 전장x전폭x전고는 4456x1796x1416mm이다. 이는 아반떼 전장 4,550mm보다 94mm 짧다. 실제로 봐도 길다는 느낌보다는 작고 단단해 보이는 외형이다. A5나 A7의 길고 잘 빠진 아우디 디자인을 상상했다면 다소 실망을 할 수 있다. 이건 A3니까. 

신차발표회때 보았던 A3 첫인상은 사실 멋지다는 느낌은 없었다. 시원하게 잘 빠진 느낌이 아닌, 짧아 보이는 전체 길이에 옆에서 본 보닛 라인은 짧고 뭉툭하다. 하지만, 단단해 보인다. 뭔가 힘이 응축되어 있는 느낌이랄까. 옆 모습은 감흥이 없지만, 앞모습과 뒷모습은 아우디의 디자인 DNA를 이어받아 간결하고 정돈된 라인은 상위 차종에 뒤지지 않는다. 


◆ 저렴한 느낌의 실내

A3의 실내를 보니, 외형에서의 느낌을 다소 이어가지 못한 듯 하다. 직선 라인이 강조된 외형과 달리, 실내는 동그란 송풍구가 제일 먼저 눈에 띈다. 타 메이커에서 본 듯한 둥근 송풍구는 외형에서 느꼈던 간결함과 단단함을 상쇄해 버렸다.

대시보드 라인이나 센터페시아 디자인은 상위 차종과는 완전히 다르다. 아우디의 패밀리 룩을 전혀 따르지 않은 실내다. 많은 장식이나 버튼이 난무한 디자인보다는 간결해서 좋다. 좋게 말하면 그렇고 나쁘게 말하면 저렴해 보인다. 

시동을 걸면 대시보드에 감춰졌던 MMI(Multi Media Interface) 5.8인치 모니터가 스르륵 올라와 저렴해 보이던 실내에 첨단 느낌을 느낄 수 있다. 

뒷좌석은 작은 차체에 맞게 넓지도 좁지도 않다. 휠 베이스는 2,637mm로 아반떼의 2,700mm보다 짧다. 루프라인이 세단에 맞게 유려하게 빠지면서 뒷좌석의 머리 위 공간이 좁은 편이다. 무릎 앞 공간은 오히려 많이 좁지는 않다. 자녀가 어리다면 큰 불편은 없겠다.
 

◆ 무거운 스티어링 휠과 묵직한 서스펜션

A3 세단의 제원을 살펴보면, 직렬 4기통 디젤 직분사 터보차저(TDI) 엔진으로 전륜구동이며, 최고출력 150hp/3500~4000rpm, 최대토크 32.7kg.m/1750~3000rpm, 6단 S-트로닉 듀얼 클러치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 시승차는 다이내믹 모델로 전륜과 후륜에 동일하게 225/45/R17의 타이어를 장착했다. 

시동을 걸고 출발하면서 첫 느낌은 스티어링 휠이 엄청 무겁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차에서 느낄 수 없는 빡빡한 스티어링 휠이다. 처음엔 무척 낯설고 힘이 들지만, 무거운 스티어링 휠은 주행을 계속 하면서 속도를 올릴수록 오히려 안정감이 있다. 여기에 주행모드를 '다이내믹'으로 바꾸면 스티어링 휠은 더욱 무거워진다. 무거워서 차를 컨트롤 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안정감을 주어 차에 대한 믿음이 생긴다. 코너를 돌 때 무거운 스티어링 휠은 더욱 도움이 된다. 

거기에 서스펜션은 튀지 않으면서 묵직하게 안정감을 준다. 아우디의 가장 하위 차종이란 점에서 고급 차종에서 느낄 수 있는 서스펜션이라 놀랄 수 밖에 없다.
 

◆ 폭스바겐 그룹의 MQB 플랫폼 공유

신형 A3 세단은 폭스바겐 그룹의 플랫폼을 공유했다. 폭스바겐의 MQB (Modularen Querbaukasten, Modular Transverse Matrix)는 모듈을 규격화 하고 비슷한 차량들과 부품을 공유해 생산 공정의 간소화와 비용절감 뿐 아니라 경량화와 강성을 높이는 효과도 거두었다. 

아우디 A3 세단은 폭스바겐의 골프와 플랫폼이 같다. 플랫폼만 같을 뿐 확연히 다른 모습과 다른 운전감을 가지고 있다. A3 세단에서 골프 2.0 TDI 보다 더욱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 타력주행을 통한 연비 개선

디젤 엔진의 소음은 실내에서도 크게 들릴만큼 거칠었다. 달릴때도 외부 소음이 많이 들린다. 하지만, 디젤 엔진답게 연비가 좋다. 공인연비는 16.7km/L(도심 15.0, 고속도로 19.4)로 상당히 좋은 연비를 나타낸다. 

고속도로에서 주행모드를 '효율'로 변경하고 달리면서 악셀레이터 페달에서 발을 떼 등속주행을 하니 계기판 중앙에 '타력주행' 이라는 문구가 뜬다. 이는 폭스바겐 골프에서도 볼 수 있는 기능으로 수동미션의 중립에 해당해 차가 엔진의 힘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달리던 탄력으로 달리기 때문에 연료를 거의 쓰지 않아 연비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 아쉬운 점은… 가격

디자인도 운전감도 심지어 보디컬러 까지도 맘에 든 A3 세단은 아직 4륜의 콰트로 모델이 없다. 다이나믹한 운전을 즐길 수 있는 패들 시프트가 없는 것도 조금은 아쉽다. 하지만, 더욱 아쉬운 것은 가격이다. 2.0 TDI 모델이 3,750만원, 2.0 TDI 다이나믹 모델이 4,090만원이다. 시승 당시엔 내비게이션이 탑재되기 전 모델을 시승했다. 5월 이후 내비게이션 패키지가 장착된 모델이 나오면서 가격은 이보다 약간 높아졌다. 

소형차이면서 A3 이상의 상위 차종의 느낌을 가질 수 있다고는 하지만 다소 높은 가격으로 와 닿는다. BMW 320d ED 모델이 4,390만원, A4 2.0 TDI 모델이 4,490만원으로 A3 2.0 TDI 다이나믹 모델에서 300~400만원만 더 들이면 상위 기종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격은 아쉬우나 많은 장점을 가진 만큼 아우디코리아가 올 해 주력 모델로 꼽은 A3 세단, 그 행보를 지켜보도록 하자. 

 

김진아 기자 〈탑라이더 jina_kim@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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