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메이커의 대표라고 볼 수 있으며 가격이 가장 높은 플래그십 대형세단은 운전자보다 뒷좌석에 탑승한 탑승자가 최대한 편안해야 하며 탑승자의 품격을 높일 수 있도록 고급 소재를 아낌없이 적용해야 한다.

2012년 상반기에 처음 출시한 기아 K9은 위의 조건을 모두 만족시켰던 대형 세단이다. 그리고 후륜 구동을 채택하면서 프런트 본넷에 엔진과 구동축이 몰렸던 오피러스보다 무게 배분 및 안전성이 업그레이드 되었다.

무엇보다도 처음 출시될 당시 현대 에쿠스에도 없었던 후측방 경보 시스템 등의 안전 및 편의사양을 대거 탑재하여 상품성을 강화했다. 처음 출시될 당시 기아자동차는 2012년 한 해에만 약 18,000대를 판매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2012년 K9의 결과는 참담했다. 출시 후 처음 석 달 판매량은 한 달 1,000대를 가뿐하게 넘었지만 이후 판매량이 크게 낮아지면서 2012년 7,599대 2013년 5,209대로 판매가 부진했다. 2012, 2013년 판매량을 합쳐도 2012년 목표 수치 18,000대 보다 더 낮은 셈이다.

판매 대수 목표를 달성 못한 상황이 반복되자 기아자동차는 2013년에 이어 올해 1월 2014년형 K9을 선보이면서 가격을 한번 더 내리고 4,000만 원대 저가형 모델을 추가하고 가격도 더 내렸다. 대신 3.8 최상위 트림 프레지던트가 삭제 되었다. 아마 국산 자동차 모델 중에서 해가 갈수록 가격이 낮아지는 유일한 모델이라 생각된다.

8 (K9 3.3L) : 2 (K9 3.8L) 비율로 판매되고 있는 기아 K9

올해 1월과 2월 K9 엔진 배기량 기준으로 판매 비율을 보면 3.3L 엔진은 79.2%, 3.8L 엔진은 20.8% 비율로 판매 되었다고 한다. 약 8:2 비율로 3.3L 엔진을 탑재한 모델이 3.8L 보다 더 많이 판매되고 있는 셈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대형 세단의 경우 V6 3.0L 이상이면 가속 성능 자체는 별 문제 없다고 본다. 그리고 3.3L 엔진을 탑재한 모델은 신규 추가된 프레스티지 트림을 선택하면 4,990만원에 K9을 마련할 수 있지만 3.8L 엔진을 탑재한 모델은 6,260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그리고 요즘 출시되는 자동차는 가장 낮은 트림에서도 필요 이상의 편의사양이 탑재되고 있어 굳이 비싼 상위 트림보다는 실속 있는 중, 하위 트림을 구매하는 고객들이 더 많다.

그런데 기아 K9은 기아자동차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대형 세단 모델이지만 현대 에쿠스와 달리 V8 엔진 라인업이 없다. 아래 급 대형 세단 그랜저, K7 그리고 쏘나타, K5의 등 대부분의 현대 기아차는 같은 엔진이 탑재되지만 에쿠스와 K9 엔진 라인업을 보면 3.8L 엔진만 공유할 뿐 에쿠스의 V8 5.0L 엔진은 K9에서 선택할 수없고 반대로 비교적 합리적인 K9 3.3L 엔진은 에쿠스에서 탑재되지 않는다. 한 마디로 현대 기아차는 K9과 에쿠스를 같은 포지션에 놓지 않고 K9을 제네시스와 에쿠스 사이 포지션으로 생각했다고 볼 수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K9이 국내에서 인정받고 싶다면 K9에도 V8 5.0L 엔진을 탑재한 호화 모델이 출시되었어야 한다고 본다. 어차피 판매량 자체는 매우 적겠지만 고성능 이미지를 풍기는 V8 5.0L 엔진이 탑재된다면 K9을 바라보는 국내 소비자들의 시선이 조금 더 높아졌으리라 본다.

2014년형 K9은 가격 및 편의사양만 조정하지 않고 익스테리어 프런트 그릴 내부 패턴 디자인이 변경 되었다. 그리고 K9 3,8L 최상위 트림 RVIP에만 적용된 TFT LCD 클러스터 계기판의 경우 스포츠 모드 화면이 약간 변경되었다. 그 외에는 이렇다 할 큰 변화가 없는 듯 하다.

조용한 정숙성과 편안함을 철저히 추구한 기아 K9

2012년 처음 K9을 시승했을 때 부드러웠지만 헐겁게 느낌이 그대로 전달하는 오피러스와 사뭇 다른 꽉 짜여진 느낌과 주행안정성 때문에 상당히 놀라웠던 기억이 있다. 사실 그 당시 기아차의 경우 아래 급 준대형 세단 K7만 하더라도 서스펜션이 단단하지만 노면 충격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해 승차감이 좋지 못했고 주행안전성이 기대 이하여서 K9 주행 성능도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K9을 직접 시승해 정숙성, 편안함, 주행 성능과 안전성 모두 기대 이상으로 좋았으며 2014년형 K9도 비슷하다. 조용하고 부드럽고 주행 성능도 좋다. 다만 스포츠주행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편안하게 운전하는 운전자라면 K9의 주행 느낌은 매우 만족할 것이다.

운전 재미요소 자체가 없는 K9은 에코, 노멀, 스포츠 등 세 가지 주행 모드가 탑재되어 있지만 스포츠 모드에서도 제네시스처럼 엑셀레이터 페달을 꾹 밟으면 박력 있는 엔진음이 유입되는 것도 아니다. 스티어링휠 반응은 너무 민감하지도 너무 둔하지도 않고 딱 적당한 편이지만 스포츠주행과는 거리가 있다.

요즘 현대 기아차 출시하는 대형 세단 모델은 스포츠모드에서 서스펜션 감쇄력이 조금 더 단단해지는데 K9의 경우도 비슷하다. 하지만 스포츠 모드에서도 승차감 자체는 결코 나쁘지 않으며 전륜 245mm, 후륜 275mm의 광폭타이어를 장착했지만 노면 접지력 보다는 저소음과 부드러운 승차감을 구현한 타이어가 장착되어서 코너를 돌 때 한계 속도는 낮은 편이다.

후륜 구동 모델이지만 와인딩 로드에서 조금이라도 오버스피드로 진입 시 타이어가 비명을 지르며 언더스티어를 유발한다. 나쁘게 말하면 운전 재미는 전혀 없고 좋게 말하면 운전자가 컨트롤하기 힘든 오버스티어를 크게 억제했다고 볼 수 있다. K9으로 스포츠주행을 추구하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스포츠주행을 원한다면 차라리 현대 제네시스를 구매 하던지 정 K9이 좋다면 UHP 타이어로 교체해야 할 것이다.

최고 출력 334마력, 최대 토크 40.3kg.m V6 3.8L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공차 중량 약 2톤을 자랑하는 기아 K9에 탑재된 3.8L 엔진은 부드럽고 매끄러우면서도 엑셀레이터 페달을 꾹 밟으면 334마력에 걸맞은 강력한 동력 성능을 낸다. 하지만 부드러운 주행을 추구하는 대형 세단 답게 스포츠 모드에서도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주지 않는다.

V6 3.8L 엔진의 강한 동력을 후륜에 전달하는 8단 자동변속기 또한 부드럽게 동력을 전달한다. 정지 상태에서 엑셀레이터 페달을 꾹 밟으면 마치 계단을 올라가듯 신속하게 상위 단수로 변속되면서 지체 없이 가속이 되며 약간 오르막 구간에서 0 - 200km/h까지 도달하는데 25초만 소요될 뿐이다.

동력 성능도 좋지만 무엇보다도 엔진 회전질감이 상당히 부드럽다. 의외인 것은 같은 람다 엔진임에도 K9 3.8L 엔진 회전 질감이 지금 판매되는 제네시스보다 더 부드럽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분명히 같은 람다 엔진이고 단지 출력과 토크를 제네시스가 더 낮췄을 뿐인데 의아하다.

그렇다면 지금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연비는 어떨까? K9의 국내 공인 연비는 도심 연비 7.8km/l, 고속도로 연비 12km/l, 복합 연비 9.3km/l 이다. 트립 연비로 체크한 것이라 실제 연비와 차이가 있겠지만 K9 고속과 정속 주행 연비는 공인 연비 이상의 연비를 기록했다.

다만 시내 주행 연비는 기대했던 것 보다는 조금 못 미쳤다. 도심 공인 연비가 7.8km/l라고 표기되어 있는데 실제로 시내 주행한 연비는 이보다는 낮았다. 자세한 도심 연비 측정 과정은 아래 영상을 재생하면 나온다.

경기도 하남시에서 서울 가산동까지 트립으로 측정한 연비는 6.5km/l 트립 연비가 정확하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실제 연비는 이보다 더 낮아지거나 더 높을 수도 있다. 다만 트립 연비 결과를 보면 조금은 미흡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더운 여름이지만 K9 시승했던 시기는 3월 중순이어서 에어컨 전혀 사용하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말이다.

기아 K9 브랜드 선입견 때문에

이렇 듯 기아 K9은 기아자동차 대표하는 모델이지만 형님 뻘 되는 에쿠스, 그리고 다이나믹 주행성향이 높은 제네시스 사이에 있다. 나쁘게 보면 제네시스와 에쿠스 사이에 낀 모델이라 볼 수 있고 좋게 보면 에쿠스 수준의 편안한 대형 세단을 조금 더 싸게 구매할 수 있다.

본래 기아자동차는 현대자동차 대비 보다 더 젊은 브랜드라고 볼 수 있으며 실제 판매량에서도 기아자동차가 조금 더 젊은 고객층 비율이 높다고 한다. 준대형 세단 모델인 K7도 형제 모델이고 보수적인 느낌을 주는 그랜저와 비교해서 조금 더 젊은 이미지를 풍긴다.

하지만 이런 젊은 기아자동차 라는 브랜드에서 나온 K9은 젊은 이미지하고는 거리가 먼 대형 세단이다. 집이 부유하지 않은 이상 대학생 혹은 첫 직장인이 저런 대형 세단을 구매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주행 느낌도 스포츠주행과는 거리가 있고 무엇보다도 대형 세단이라 젊은 고객이 구매하는 모델은 아니다. 젊은 브랜드 기아자동차에서 출시한 보수적이고 중후한 이미지가 강한 K9의 경우 아무리 품질이 좋거나 상품성이 뛰어나도 브랜드 선입견을 쉽게 버리지 못하기 때문에 고전할 수밖에 없다. 과거 폭스바겐 페이튼도 그랬었고 특히 미국 시장에서 페이튼은 판매가 너무 부진해 결국 폭스바겐이 페이튼 판매를 포기해야 했었다.

그래도 브랜드를 제외하면 기아 K9은 가격대 성능비가 정말 뛰어나며 특히 이런 대형 세단을 구매하는 고객층이 대부분 50대 이상 중, 장년층이고 스포츠주행과 거리가 멀기 때문에 도심 위주로 주행하고 편안하게 탈 목적이면 K9 만한 모델은 없다고 본다. 일단 가격적인 측면에서 에쿠스, 체어맨 보다 낮고 제네시스보다 더 편안하고 안락하기 때문이다. 기자의 나이가 50대 이고 소득 수준이 지금보다 훨씬 높았다면 주저없이 K9을 선택했을 것이다.

 

김진우 기자 〈탑라이더 kimjw830@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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