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없지만 10년 전만 해도 쏘나타, SM5 등의 중형차를 구매할 때 배기량이 낮은 1.8L 엔진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었다. 1.8L 엔진을 탑재한 중형차의 장점은 2.0L 중형차 보다 연간 세금이 약간 더 낮고 신차 가격이 조금 더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엔진 배기량이 낮은 만큼 파워가 낮아 힘과 가속력은 2.0L 엔진을 탑재한 중형차보다 떨어지고 실제 연비가 2.0L 엔진을 탑재한 중형차와 비교 시 별 차이 없거나 오히려 더 낮은 단점이 있다. 그래서 1.8L 중형차는 기아 로체 이후 더 이상 출시되지 않는다.

최근 세계 각국에서 연비 및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 엔진 배기량은 낮추면서 터보차저를 적용한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을 확대 적용하고 있으며 포드는 자사의 중형 세단 퓨전에 1.6L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해서 국내에서 수입 판매하고 있으며 르노삼성 또한 자사의 중형 세단 SM5에 최고출력 190마력을 내뿜는 1.6L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한 SM5 TCE를 선보였다. 종전 1.8L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중형차와 비교해서 연비 출력 모든 면에서 훨씬 더 우위에 있다.

그리고 최근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소형 해치백 모델인 V40에 탑재한 1.6L 디젤 엔진을 패밀리 세단과 왜건 모델인 S60과 V60 그리고 볼보의 기함 모델이라고 볼 수 있는 S80에도 1.6L 디젤 엔진을 고객이 선택할 수 있도록 라인업을 넓혔다.

1.6L 디젤 엔진, 6단 DCT가 탑재된 볼보 S80 D2

볼보 S80은 작년 하반기에 2014년형 S80 D5를 시승했었기 때문에 이번 S80 D2 시승기는 연비와 동력성능 위주로 시승기를 쓰겠다.

볼보 S80은 우리나라 중형차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큰 사이즈는 지닌 패밀리 세단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 NF쏘나타 디젤 모델을 판매했지만 YF쏘나타는 디젤 모델이 없었으며 최근에 나온 신형 쏘나타 그리고 그랜저에서 디젤 모델이 추가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모두 엔진 배기량이 2.0L 혹은 그 이상이 탑재되었거나 탑재될 예정이다. 1.6L 디젤 엔진은 아반떼, K3 등 일부 준중형 모델이나 소형차에만 탑재되고 있다.

거기에 S80 D2의 공차중량은 1640kg이나 된다. 현대자동차 그랜저 공차중량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무거운 편이다. 이런 무거운 공차중량 때문에 S80 D2 시승차를 보고 언덕길 등판이나 추월 가속이 괜찮을까? 하는 걱정도 했지만 운전을 하면서 테스트를 해본 순간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순간 추월가속 혹은 언덕길 등판 능력이 조금 떨어지기는 하지만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힘이 딸린다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215마력 2.4L 디젤 엔진을 탑재한 S80 D5의 경우 힘이 너무 넘친다는 느낌이라면 S80 D2는 차체에 딱 맞는 느낌이다. 최대 토크가 27.5kg.m로 부족하지 않은 데다 S80 D5, D4 등에 탑재되는 일반적인 6단 자동변속기가 아닌 동력 손실이 거의 없는 6단 DCT가 탑재되었다.

DCT의 장점은 변속기 내부의 오일 압력으로 동력을 전달하지 않고 수동변속기처럼 물리적으로 직접 동력을 전달한다. 무엇보다도 변속기 내부의 두 개의 축과 두 개의 축의 동력을 끊고 전달하는 클러치 두 개가 있으며 한 개의 축이 짝수 기어와 연결되고 또 다른 축이 홀수 기어, 후진 기어와 연결되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주행할 때 2단으로 주행한다고 가정하면 2단 기어를 회전하는 축이 클러치를 통해 전달하는데 다음 단인 3단으로 변경해야 하게 되면 변경 전 미리 홀수 기어의 회전을 담당하는 도그 기어를 물려 변속을 미리 준비한다. 그리고 변속이 되면 2단 기어 회전축 클러치가 떨어지고 3단 기어 회전축 클러치가 연결되면서 변속된다. 볼보의 DCT는 물론 폭스바겐DSG, 포르쉐 PDK 등 대부분의 수동기반 듀얼클러치 변속기들이 이러한 원리를 가지고 있다.

보통 이러한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흔히 폭스바겐 DSG를 생각하게 된다. 폭스바겐 DSG는 변속 속도가 매우 빠른 장점이 있는 대신 변속 충격이 적지 않다는 단점도 있는데 볼보 S80 D2에 탑재된 DCT는 변속 속도가 조금 느린 대신 부드러운 변속감을 실현시켰다.

의아한 점이 있다면 S80 D2에 탑재된 DCT 기어비가 크지 않고 기어비 간격도 넓은 편이다. 128마력 1.6L 디젤 엔진을 탑재한 현대 아반떼 디젤의 경우 0-100km/h까지 가속력을 측정할 경우 90km/h 내외에서 4단으로 변속되지만 S80 D2는 0-100km/h까지 3단까지만 변속된다. 풀 스로틀 상태에서는 110km/h에 도달해야 4단으로 변속된다.

고속도로 정속주행 할 때도 S80 D2는 기어비가 아반떼 디젤보다 낮다. 아반떼 디젤의 경우 시속 100km/h에서 2000rpm을 유지하지만 볼보 S80 D2는 1700rpm에 머무른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아반떼 디젤보다 출력이 더 낮고 공차중량이 훨씬 더 무거운 S80 D2가 아반떼 디젤보다 기어비가 더 크고 기어비 간격도 더 짧아야 하는 게 정상인데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기어비가 작고 기어비 간격이 넓은 편임에도 모든 주행 영역에서 힘이 부족하지는 않았다. 평지에서 자력으로 시속 180km/h 이상 가속이 될 정도로 볼보의 1.6L 디젤 엔진과 6단 DCT의 조합은 환상적이다.

경차보다 더 뛰어난 연비를 기록한 볼보 S80 D2

S80 D2를 시승하면서 가장 놀랬던 것은 연료를 가득 주유했을 때이다. 대형 세단에 준하는 크기를 자랑하는 S80 연료탱크 용량은 무려 70L나 된다. 보통 1.6L 디젤 엔진을 장착하는 중 소형 모델의 연료탱크 용량이 50L 이하인 점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용량이 크다 싶을 정도였다.

그래서일까? 시승 도중 장거리 연비 측정을 위해 연료를 가득 주유했는데 가득 주유 후 트립에 표기된 주행가능거리가 무려 1900km라고 표기되었다. 연비 운전을 지속적으로 한 상태에서 가득 주유했다면 트립에 표기된 주행가능거리는 2000km를 넘었을 것이다.

장거리 주행 연비는 기대 이상이다. S80 D2 공인 연비는 시내 15.1km/l, 고속 19.7km/l, 복합 16.9km/l라고 표기되어 있지만 시속 80-100km/h 정속 주행하면 트립 연비 기준으로 리터당 25km/l 훌쩍 넘고 시속 100-120km/h주행을 해도 리터당 23-25km/l를 유지한다. 그리고 고속도로에서 정속 주행 비율이 높을수록 주행가능거리가 계속 올라가는 기현상을 많이 경험하게 될 것이다.

시내 연비는 어떨까? 아무리 연비가 뛰어나도 무거운 공차중량 때문에 시내 연비는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기대 이상의 연비를 기록했다. 볼보 S80 D2의 시내 연비는 위 영상을 재생하면 나온다.

영상을 재생해 보면 알겠지만 경기도 하남시 - 서울 가산동을 주행한 시내도로 측정 연비는 리터당 16.3km/l나 된다. 비록 주유소에서 실제로 측정한 연비가 아닌 트립 연비로 측정한 거지만 볼보의 트립 연비가 실제 연비와의 오차가 매우 적다는 점 그리고 연비 측정한 구간이 출근 시간이고 혼잡한 구간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S80 D2의 시내 연비는 상당히 좋은 편이라고 볼 수 있다.

뛰어난 연비 정숙성까지 갖춘 1.6L 디젤 엔진, 편의사양은 약간 미흡

1,640kg이라는 무거운 공차중량을 거뜬하게 이끄는 1.6L 디젤 엔진은 힘과 연비는 물론 소음과 진동 등 정숙성도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특히 놀라운 것은 아이들링 소음인데 디젤 엔진 특성상 갤갤갤 거리는 소음은 여전하지만 지금까지 경험했던 1.6L 디젤 엔진과 비교해 보면 가솔린 엔진 특유의 조용한 엔진음에 가장 가까울 정도로 조용했다. 소음 뿐만 아니라 진동 또한 최대한 억제했기 때문에 이 모델을 구매한다면 적어도 소음과 진동 면에서 불만을 제기하는 운전자는 거의 없으리라 예상해 본다.

볼보는 개인적으로 XC90을 제외한 나머지 승용, 크로스컨트리 라인업 모델들의 공인 연비를 훌쩍 뛰어넘는 실제 연비를 보여주었다. S80 D2는 공인연비 자체가 워낙 높아서 공인연비와 실제연비가 거의 비슷하리라 예상했지만 그러한 예상도 보기 좋게 깨졌다.

S80 D2는 볼보 4S80 D2가 S80 모델 라인업 중에서 가장 낮은 4,980만원 가격이 수입차라는 점을 감안할 때 개인적으로 크게 비싸다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편의 사양 특히 오디오가 조금 아쉽다. 이전에 S80 D5를 시승했을 때 오디오 음질이 상당히 뛰어났지만 S80 D2는 앙꼬가 빠진 찐빵을 먹는 듯한 느낌이랄까...... 뭔가 아쉬웠다. S80 D2 모델 라인업 특성상 편의사양도 몇 개 빠졌는데 개인적으로는 S80 D2 오디오 시스템은 D5의 오디오 시스템을 그대로 쓰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허나 오디오를 제외하면 S80 D2는 구매 가치가 높은 수입차라고 평가하고 싶다. 일단 배기량이 낮아 1.6L 소형차와 비슷한 세금을 낸다. 가속력은 빠르지는 않지만 결코 느리지도 않으며 힘도 기대 이상이다. 거기에 중형, 대형 세단과 비슷한 넓은 실내공간과 매우 편안한 시트는 S80 D2만의 매력이라 생각된다.

 

김진우 기자 〈탑라이더 kimjw830@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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