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M3를 만나던 날, 연비가 뛰어나다는 얘기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연비 말고 다른 어떤 매력이 있는지 궁금한 차였다. 마치, 소문으로만 듣던 우등생을 소개받는 느낌이었다. 

차든 사람이든 어떤 한가지가 뛰어나다는 얘기를 미리 들었다면, 만나면 그걸 확인해 보려는 것과 그것 말고 다른 무언가가 있는지 찾아보려는 것이 사람 심리일 것이다. 그럼 QM3를 찬찬히 그리고 샅샅이 둘러보자. 


 첫인상은… '크로스오버'의 작고 귀엽고 깜찍한 외형

최근의 자동차는 용도에 따라 다양한 종류로 세분화 되지만, 자동차를 잘 모르는 여성이라면 승용차는 외형으로 봤을 때 가장 간편한 분류로 '승용차, 스포츠카, SUV' 세 종류로 구분하곤 한다. 그런 분류법이라면 QM3는 어디에 속할까? 

SUV로 알고 봤다면, 작고 아담해서 깜짝 놀랄 것이다. 그렇다고 일반 해치백 승용차라고 하기엔 좀 크다. QM3는 '크로스오버' 차량이다. MPV(Multi-Purpose Vehicle)로 보아도 무방하다. 모양은 SUV처럼 생겼지만 그보다는 작고, 해치백 차량보다는 약간 크며 실내는 좁아보이지만 생각보다 좁지 않고, 트렁크 공간은 약간 넓다. 

크기나 용도 면에서 어느 한 부류로 규정하기에 애매하지만, 누구를 상대로 한 차인지 콘셉트 만큼은 명확해 보인다. 지상고가 높아 타고 내리기에 불편해서 SUV를 싫어하는 여성에게 딱 좋은 높이다. 본인도 그런 이유에서 SUV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는 만족스러운 높이다. 기아의 쏘울과 비슷한 느낌이다. 

검은색 보디 컬러에 포인트 컬러로 주황색이 적용된 루프와 사이드미러, 그리고 검은색 인테리어에 부분 적용된 주황색의 보색대비는 강렬한 첫인상을 주었다. 귀여운 외형에 깜찍한 센스까지 더했다. 검은색 보디 컬러 뿐 아니라 오렌지색 보디도 무척 매력적이고 이쁘다. 무채색 계열의 흔하디 흔한 차들과 구별되는 상큼함이 있다. 

크기에 놀라고 강렬한 색상에 또 놀란 첫인상은 시승 내내 설렘을 잃지 않았다. 


 차별화된 발상… 아이디어 돋보이는 실내 이곳저곳

검은색 인테리어에 포인트 컬러인 주황색이 눈에 띈다. 촌스럽지 않고 산뜻하니 경쾌하다. 외형은 작아 보여도 실내는 천장이 높아 넓어 보인다. 

제일 눈에 띄는 것은 시트다. 직물 커버 시트는 촉감도 좋을 뿐더러 커버에 지퍼를 달아 쉽게 벗겨내 세탁을 할 수 있다. 직접 벗기고 세탁을 해야한다는 불편이 있을 수 있지만, 음식물을 흘려 더러워진 시트를 그냥 앉고 다니는 찜찜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한, 뒷좌석에 앉으면 앞좌석 뒷면에 수납 포켓이 특이하게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보통은 주머니 식으로 되어있는 수납포켓이 QM3엔 고무줄 5개가 빗금쳐진듯 되어 있어 독특한 느낌을 준다. 기능 면에선 떨어질 지 모르나 실상 잘 활용하지 않는 수납포켓을 디자인적인 요소로 이쁘게 표현했다. 개인적으로는 이것이 제일 이쁘다. 

뒷좌석은 슬라이딩이 되어 트렁크를 조금 줄이고 뒷좌석 실내를 조금은 넉넉히 쓸 수 있다. 여성이라면, 뒷좌석에 핸드백을 놓았을 경우 손이 안 닿아 난감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럴때 뒷좌석을 앞으로 당겨놓으면 유용할 것이다. 뒷좌석에 동승자가 없다면 뒷좌석 시트를 조금 앞쪽으로 당겨 가방이나 짐을 놓았을 때 손이 닿기 쉽도록 할 수도 있고, 베이비 시트를 장착했을 때에도 좀 더 가깝게 손이 닿을 수도 있다. 게다가 뒷좌석 시트는 6:4 폴딩도 되므로 트렁크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도 있다. 

▲ 서랍 형대의 글로브 박스는 커다란 수납공간을 제공한다.

다음은 조수석 앞에 글로브 박스다. 글로브 박스를 서랍 형태로 만들 생각을 했다니 놀랍다. 더군다나 어찌나 넓은지 많은 내용물을 담을 수 있다. 여성들에겐 핸드크림, 썬블럭 크림 등 화장품이나 물티슈와 휴지 등 차량 안에서 필요한 물품들이 꽤 많은데, 콘솔박스는 생각보다 수납공간이 좁은데 반해, 공간이 넓은 글로브 박스는 여성에게 특히나 사랑받을 만 하다. 단, 밑면이 편평해서 캔이나 깡통 등을 넣으면 운전하는 동안 계속 굴러다니는 소리를 들을테니 적당한 내용물을 넣는 것이 좋겠다. 


 경쾌한 운전감, 하지만 소음은 귀에 거슬려 

QM3의 제원을 살펴보면, 1.4리터 직분사 디젤엔진, 독일 게트락사의 DCT 자동6단 미션, 최대출력 90hp(마력), 최대토크 22.4kg.m, 공식연비 18.5km/L, 공차중량 1,300kg이다. 

여성 운전자에겐 숫자로는 느낌이 잘 오지 않는다. 비슷한 엔진 사양의 차와 비교하면, 프라이드 1.4 디젤 해치백 모델의 경우 최대출력 90hp, 최대토크 22.4kg.m, 수동6단 미션, 연비 19.0km/L, 공차중량 1,185kg이다. 크기가 비슷한 차와 비교하면, 쏘울 1.6리터 디젤 모델의 경우128마력에 최대토크 26.5kg.m, 연비 14.0km/L, 공차중량 1,285kg이다. 

프라이드 1.4 디젤 해치백과 성능과 연비가 비슷하다. 하지만, 크기는 QM3가 더 크고 무겁기 때문에 QM3가 프라이드보다 우세하다고 볼 수 있다.  

운전을 해보니, 디젤 엔진 특유의 치고 나가는 힘이 좋아서 차가 가볍다는 느낌이 든다. 코너를 돌 때는 약간 물렁하고 좌우 롤링도 살짝 있지만 그리 크지 않고 부드러운 편이다. 대체적으로 승차감과 브레이크는 꽤 부드럽고 좋다.  

막히는 시내 저속구간에서 너무 낮은 RPM 사용으로 디젤 엔진 소음과 진동이 심해 힘이 딸리는 느낌이 들지만, 가속구간에서는 힘있게 가속력을 끌어내어 중고속 구간에서 만족할만 하다. 최대출력이 높지 않아 고속에서는 더딘 가속력을 보인다. 

풋 브레이크를 밟아 속도를 줄일 때, 차는 스스로 엔진 브레이크를 사용해 수동미션을 운전할 때의 엔진음을 조금이나마 느껴 볼 수 있다. 엔진 브레이크를 써 보지 않은 운전자라면 이 때 나는 소리가 조금은 귀에 거슬릴지도 모르겠다. 

차가 가볍다는 느낌이 드는 건 달릴 때 외부 소음과 엔진 소음이 크게 들려 그런 느낌이 가중되는 것 같다. 대부분의 디젤 엔진 차량은 달릴 때는 엔진소음이 잘 들리지 않아 모르다가 잠시 정차했을 때 엔진 소음이 크게 들려 시끄러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출시되는 수입 디젤차의 경우, 운행 중 멈춰 섰을 때 시동이 잠시 꺼지는 ISG(Idle Stop & Go) 기능을 갖춰 운전자는 실제로 디젤 엔진의 소음을 못느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QM3는 ISG 기능이 없어 정차 시 디젤 엔진 소음과 진동까지 시트와 스티어링 휠을 통해 그대로 운전자에게 전달된다.  

ISG 기능은 정차 시 조용할 뿐 아니라 연비 향상에도 큰 기여를 하기 때문에 QM3에 없다는 것은 많은 아쉬움이 있다. 


 고속도로 주행에서 보여준 36km/L의 연비 

QM3의 최대 장점은 서두에서 말했듯, 좋은 연비다. 공인연비는 18.5km/L, 도심 17.0km/L, 고속도로 20.6km/L이다. 동급의 차종에서는 단연 우수하다. 정확한 연비 측정은 아니지만, 트립 연비를 리셋 후 대략 20km 거리의 고속도로를 주행했더니 36km/L가 나왔다. 과연 이 수치를 믿어도 되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그 후, 사진 촬영을 하는 동안 시동을 켜 놓기도 하고 시내 주행 및 가혹한 운전을 한 뒤 시승을 마칠 즈음에 확인한 트립 연비도 23km/L였다. 

만약, ISG 까지 장착되었다면 연비는 더욱 올라갔을 것이다. 


 많은 장점에 단점들이 묻히다 

QM3는 위에 열거한 내용만 보아도 장점이 많은 차인것은 확실하다. 장점만 있는 사람 없듯이 아무리 훌륭한 차라도 장점만 있는 차는 없다. 의외로 QM3에는 편의사항이 좀 부족하다. 

특히, 앞좌석 시트 조절은 전동식이 아니고 완전 수동식이다. 시트의 앞뒤 거리나 높이도 수동식이다. 심지어 각도는 일명 돌돌이 라고 부르는 다이얼 방식으로 콘솔박스 옆에 위치해 손이 잘 닿지않아 정말 불편하다. 여성은  남성보다 키가 작아 이런 시트는 편안하고 적정한 운전 포지션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이럴 경우, 편하지 않은 자세로 장시간 운전하게 되어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피로감이 커 질수 있어 여성 운전자에겐 불리한 조건이다. 또한, 운전석엔 요추받침도 없어 장거리 운전엔 정말 취약하다. 

달릴 때나 정차 시에 심한 소음과 진동도 무시할 수 없다. 운전시 피로감이 높아질 수 있다. 

실내에선, 오디오나 에어콘 공조장치가 있는 센터페시아는 운전석 방면으로 각도가 틀어져 있지 않고 정면을 바라보고 있어서 운전석에서 조절하기엔 다소 불편하다. 

▲ 조명이 별도로 없는 햇빛가리개 안쪽의 거울

별거 아닌것 같은, 앞유리 햇빛 가리개 안쪽에 부착된 거울엔 조명이 없다. 여성 운전자로서 이 부분은 정말 아쉽다. 거울을 자주 보는 여성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 당신에게 꼭 필요한 차 

QM3의 장단점을 살펴보았다. 소음이나 수동식 시트 등 소소한 단점들이 높은 연비에 가려질 만큼 장점이 큰 차다. 

차의 지상고가 높지 않고 수납공간이 많아서 짐이 많거나 장거리 운전이 많은 전문직 여성에게, 그리고 조수석에 ISO FIX도 있어 둘 이하의 자녀를 데리고 다녀야 하는 여성이라면 소소한 단점 보다는 소소한 장점이 더욱 부각될 것이다. 


 국내 생산의 필요성 

최근에 서울 시내 뿐 아니라 다른 도시에서도 QM3를 자주 만날 수 있었다. 그래도 아직 주문량을 다 소화하지 못하고 예약주문을 해도 최소 4개월은 기다려야 한다. 특히 인기 색상인 아이보리 컬러는 6개월은 기다려야 한다. 

QM3는 스페인 공장에서 만들어져 수입된다. 즉, 수입차로 구분된다. 이것은 자동차 보험금이 높다는 의미와 함께, 수리나 부품 수급에 시간이 꽤 걸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스페인에서 생산된 모델을 국내 뿐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 지역에 나눠 공급되는 점에서 르노삼성과 국내 소비자의 갈증을 쉽게 해결해 주지 못하고 있다. 

모델 체인지가 더디고 새 모델 출시가 그동안 없었던 점에서 QM3 출시는 르노삼성이 판매부진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출시 초기에 수요를 충분히 맞춰주지 않으면 차량 인도를 기다리던 고객들이 발길을 돌릴 수도 있다. 장,단기적인 면에서 국내 공장에서 생산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4개월동안 차량 인도를 기다려 만난 차라면, 애착도 그만큼 크고 오래 탈 수 있는 좋은 차 이길 바란다. 

QM3의 가격은 2,250~2,450만원이다. 

 

김진아 기자 〈탑라이더 jina_kim@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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