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한 때 미니 쿠퍼를 꼭 구매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적이 있었다. 8년 전 기자가 군 제대 후 동호회에서 활동할 때 동호회 모임에서 한 회원이 1세대 미니 쿠퍼S를 가지고 나와서 북악산에서 동승 및 시승을 할 수 있었고 잊을 수 없는 충격을 선사했다.

미니 쿠퍼 특유의 독특한 익스테리어도 개성 있지만 프라이드 수준의 작은 소형차 주제에 타이트한 코너가 많은 북악스카이웨이를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빠른 속도로 통과할 수 있다는 점과 당시 대형 세단과 스포츠카 뺨치는 강력한 가속력은 상당히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때 처음 시승한 미니 쿠퍼S가 1세대 모델인데 1세대는 터보가 아닌 수퍼차저가 탑재된 모델이다.

소형차 그것도 튜닝 되지 않은 순정 상태로도 이런 성능을 맛볼 수 있다는 걸 몸소 체험한 후 한 동안 미니 쿠퍼S를 구매하기 위해 아르바이트 등을 밤 세우며 한 적도 있었지만 실천하지 못했다.

세월은 흘러 20대 중반이던 기자는 30대 초반이 되었고 영원히 변치 않을 것만 같았던 미니 쿠퍼는 3세대로 진화하게 되었다. 4월 10일 파주출판단지에서 미니 쿠퍼 출시 및 시승 행사가 있었으며 시승차는 고성능 모델인 미니 쿠퍼S가 아닌 미니 쿠퍼 하이 트림이다.

미니 쿠퍼에 처음 탑재된 1.5L 3기통 가솔린 엔진

3세대 미니 쿠퍼는 신형 모델 답게 구형 보다 차체 크기가 더 커졌다. 미니 쿠퍼는 136마력 1.5L 3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이 기본이며 고성능 모델인 미니 쿠퍼S는 192마력 2.0L 4기통 가솔린 엔진이 탑재되었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미니 쿠퍼S의 배기량은 1.6L 였지만 3세대 미니 쿠퍼S는 배기량이 2.0L로 오히려 늘어났다.

하지만 배기량은 늘어나면서도 공인 연비는 오히려 1.6L 가솔린 터보 엔진을 탑재한 구형 미니 쿠퍼S 보다 연비가 더 높아졌다. 그리고 아직 국내에서 공개되지 않았지만 복합 연비가 무려 19.4km/l나 되는 미니 쿠퍼 디젤은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이라고 한다. 참고로 미니 쿠퍼 디젤도 3기통 1.5L 엔진이 탑재되어 종전 미니 쿠퍼D 대비 실린더와 배기량이 낮아졌다.

이번에 새로 탑재한 신형 1.5L 가솔린 터보 엔진에도 높은 출력과 연비를 얻는 터보차저가 탑재되어 있다.  보통 1.5L 가솔린 엔진은 거의 대부분 4기통 엔진인데 3기통 엔진은 4기통 엔진 대비 실린더 면적이 넓어지기 때문에 낮은 회전수에서 최대 토크를 낼 수 있다. 실제로 1.5L 가솔린 터보 엔진은 1250rpm에서 22.4kg.m라는 높은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고 한다.

4기통 엔진 대비 소음과 진동이 불리한 3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의 정숙성은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막상 시동을 걸어 보니 의외로 정숙성은 기대했던 것 보다는 괜찮았다. 정차할 때는 진동이 미세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크게 거슬리는 수준은 아니었고 엔진음 또한 듣기 좋은 편이었다.

1250rpm 이라는 낮은 엔진 회전수에서 22.4kg.m 이라는 최대 토크가 나오는 1.5L 3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은 1100kg을 약간 초과하는 미니 쿠퍼를 가볍게 움직인다. 낮은 엔진 회전수에서 최대 토크가 나오기 때문에 적어도 힘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3기통 엔진 구조 때문인지 5000rpm 이상 높은 엔진 회전수에서는 다소 무뎌지는 느낌이 들었다.

주행 모드는 스포츠 모드, 노멀 모드, 그리고 연비 향상을 도모하는 그린 모드 세 가지 주행 모드가 있는데 스포츠 모드의 경우 서스펜션 감쇄력이 더 단단해지는 등의 변화는 없다. 그린 모드는 변속 시점이 조금 더 빠르며 운전자가 엑셀레이터 페달에 발을 떼면 변속기는 자동으로 중립 상태가 되어 탄력 주행이 용이하다.

미니 쿠퍼의 서스펜션은 예전부터 단단한 편인데 3세대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단단해서 요철이나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승차감이 튄다. 서스펜션 감쇄력만 따지면 이전에 시승한 BMW 428i M 스포츠 패키지와 비슷하거나 더 단단하다고 느껴질 정도이다. 그렇지만 이런 서스펜션 덕분에 스티어링휠을 좌우도 휙휙 돌려도 미니는 칼 같은 반응을 보이며 운전자가 의도한 대로 방향을 잡는다. 미니 쿠퍼가 이 정도인데 고성능 모델 미니 쿠퍼S는 어떨까?

3세대 미니 쿠퍼의 특징은 다른 소형차에서 접하기 힘든 멀티링크 서스펜션이 탑재되어 있다는 점이다. 요즘 타사 소형 모델은 실내 공간을 확보하고 구조가 간편한 일체차축식 서스펜션 토션 빔 방식 서스펜션을 적용하고 있는데 반해 미니는 멀티링크 서스펜션이 적용되어 있다. 단체 시승이라 가혹한 주행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만일 한번 더 시승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서킷이나 와인딩 로드에서 한번 제대로 달려보고 싶다.

스티어링휠 또한 무겁게 느껴진다. BMW 모델 대부분 서스펜션이 부드러워지고 스티어링휠도 가볍게 돌릴 수 있는데 반해 미니 쿠퍼는 고카트를 운전하는 느낌과 흡사한 미니 쿠퍼는 언제 어디서나 운전 재미를 즐길 수 있다.

더 편리해지고 운전자와의 교감을 위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돋보여

차체가 커진 만큼 실내 공간은 조금씩 더 넓어졌다고 BMW 코리아는 주장하고 있지만 체감적으로 크게 넓어졌다는 느낌은 없다. 뒷좌석은 여전히 성인이 탑승하기에는 너무나 좁다. 4명 이상 탑승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미니 쿠퍼는 혼자 혹은 두 명이 타기에 딱 적당한 모델이다.

3세대 미니 쿠퍼 인테리어의 가장 큰 변화는 센터페시아 상단에 자리잡은 원형 계기판이 운전석 대시보드 쪽으로 옮겼다는 점이다. 이런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혼자서 즐기기에 적당한 미니 쿠퍼의 성격 특성상 운전자가 쉽게 볼 수 있도록 계기판 위치를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바이크 계기판을 보는 듯한 서클 계기판의 시인성은 의외로 좋다.

구형 미니 쿠퍼에 장착되어 있던 커다란 원형 계기판은 네비게이션이나 연비 등의 주행 정보를 볼 수 있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자리잡았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둘러싸는 원형 LED 램프는 운전자가 주행 모드를 변경하거나 실내 온도를 조절할 때 각기 다른 색의 LED가 점멸된다. 예를 들어 스포츠 모드 혹은 실내 온도를 올리는 경우는 붉은색, 노멀 모드는 흰색, 그린 모드는 녹색, 실내 온도를 낮추는 경우에는 푸른색의 LED 램프가 점멸 되면서 운전자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이 외에도 시승차는 스마트폰과 연동을 하며 페이스북, 트위터에서 맺은 친구와 소통할 수 있는 미니 커넥티드가 있다. 아이폰은 지금 당장 가능하고 안드로이드는 올해 하반기에 이러한 기능이 추가된다고 한다. 기자가 가지고 있는 폰이 안드로이드 폰이라 이 기능을 테스트하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3세대 미니 쿠퍼를 시승하면서 운전석 시트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구형 미니 쿠퍼는 엉덩이 시트가 조금 짧아 조금 불편하게 느껴졌는데 3세대 미니 쿠퍼는 그런 불편함이 사라졌다. 거기에 엉덩이 시트 길이를 조절할 수 있는 것도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다만 뒷좌석은 여전히 성인이 탑승하기엔 고역이다. 차체가 구형 모델보다 커지고 실내 공간도 넓어졌는데 뒷좌석은 구형 모델보다 딱히 넓어졌다는 느낌이 없다. 아무래도 리어 서스펜션이 멀티링크 서스펜션 방식이어서 실내 공간을 확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만약 미니 쿠퍼에 세 명 이상 탑승해야 될 일이 있다면 반드시 운전은 내가 하겠다고 지원해야 할 것이다.

3세대 미니 쿠퍼 가격은?

3세대 미니 쿠퍼 가격은 기본형 2,990만원, 편의 사양과 16인치 휠 타이어가 적용된 하이 트림은 3,720만원, 그리고 고성능 모델 미니 쿠퍼S는 4,240만원 이다.

미니 쿠퍼S 기준으로 가격이 약 200만원 이상 구형 모델보다 더 비싸졌는데 배기량이 더 높고 출력과 토크도 더 높아졌으며 연비가 기존 미니 쿠퍼S 보다 복합 기준으로 1.3km/l 증가되긴 했지만 일본의 경우 가격 상승폭이 우리나라보다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아쉽다.

미니 쿠퍼 기본형 트림은 2,990만원으로 구형 모델인 3,040만원보다 조금 더 저렴하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기자가 미니 쿠퍼를 구매한다면 고민 안하고 미니 기본형을 구매할 것이다. 미니 커넥티드 등의 편의사양이 빠지고 미니 쿠퍼S 에 비하면 동력 성능이 낮지만 충분히 재미가 있고 짜릿하며 3,000만원 안되는 낮은 가격에 미니를 보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진우 기자 〈탑라이더 kimjw830@top-rider.com〉

관련기사

저작권자 © 탑라이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