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세단의 기본 조건은 무엇일까? 첫 번째 실내 공간이 넓고 두 번째 시트에 착석할 때 편안함을 보장해야 하며 세 번째 조용하고 진동을 억제해야 하고 네 번째 강력한 동력 성능이라고 기자는 생각한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기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세 번째 까지는 기자가 생각하는 것과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대형 세단의 기준이 부합된다고 본다.

토요타를 대표하는 모델이 뭐냐? 라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아마 십중팔구 캠리를 지목할 것이다. 캠리는 1990년대 말부터 미국에서 판매되는 미드사이즈 세단부문 상위권이 드는 토요타의 베스트셀러 모델이며 2009년 하반기 토요타가 국내 자동차 시장에 진출할 때 2009년 11월 수입차 단일차종 판매량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잘나간 일본 자동차 브랜드 하지만 이후 독일 자동차 브랜드들이 국내 자동차 시장에 고효율 디젤 엔진을 탑재하게 되면서 토요타를 포함한 일본 자동차 브랜드들은 부진의 늪에 빠졌다.

일본차 브랜드들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한참 부진했었던 작년 하반기에 데뷔한 토요타의 대형 세단 아발론 또한 큰 부진을 피할 수 없었다. 토요타의 대형 세단 아발론은 1994년 처음 출시 후 지금까지 판매되고 있으며 북미에서 쉐보레 임팔라, 포드 토러스 등과 경쟁하고 있다. 현재 판매되는 아발론은 4세대 모델이며 2012년 봄 뉴욕 오토쇼에서 데뷔 후 양산되고 있는 모델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만족할 수 있는 두리뭉실한 대형세단

사실 아발론은 경쟁 모델이라고 볼 수 있는 현대 그랜저, 기아 K7, 한국지엠 알페온과 비교하면 평균 이상으로 좋다. 그렇다고 경쟁 모델에 비해 확실한 장점도 없다. 그런데 가격은 국산 경쟁 모델과 비교해서 비싸다. 그랜저HG 최상위 트림 셀러브리티에 모든 옵션을 포함하면 4,400만원이다. 그런데 아발론은 4,890만원이다.

참고로 토요타의 중형 세단 캠리의 가격이 3,350만원인데 경쟁 모델인 현대 쏘나타 최상위 트림에 모든 편의사양을 탑재하면 3,500만원에 육박한다. 캠리의 경우 어느 정도 가격경쟁력이 있지만 아발론은 아니다.

그렇다면 토요타 아발론은 국산 준대형 모델보다 훨씬 더 비싸고 평범한 대형 세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기 때문에 구매할 가치가 없다고 볼 수 있을까? 그건 아니다. 의외로 기대 이상으로 만족도가 높았다.

직분사 엔진 탑재한 국산 준대형 세단보다 더 부드럽고 정숙하다.

아발론 시승차를 넘겨받고 시동을 거는 순간 시동이 걸렸는지 모를 정도로 상당히 조용했고 진동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차가운 냉간 시 시동을 걸 때는 rpm이 상승하면서 엔진 소음이 순간적으로 커진다. 하지만 일정 시간 지나면 몰라보게 조용해진다.

참고로 경쟁 모델인 그랜저HG, K7, 알페온의 경우 인젝터에 직접 분사하는 직분사 가솔린 엔진이다. 직분사 엔진의 장점은 더 많은 공기를 흡입할 수 있어 압축비를 높일 수 있고 연소효율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지만 압축비가 높기 때문에 소음과 진동이 증가한다. 토요타 아발론 엔진은 직분사 엔진이 아니기 때문에 정숙성에서 유리하다.

정지 상태에서 엑셀레이터 페달을 꾹 밟아 가속력을 측정해 보았다. 약간 오르막 터널 구간에서 시속 200km/h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23초에 불과하다 300마력이 넘는 엔진을 탑재한 대형세단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빠르다. 만일 250 - 350마력 엔진을 탑재한 후륜 스포츠카가 아발론에게 드래그 신청을 하면 굴욕을 맛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발론 시내 연비는 어떨까? 경기도 하남시에서 서울 가산동까지 약 35km 시내 구간을 주행하면서 연비를 측정해 보았다. 트립으로 연비를 측정했기 때문에 정확하다는 보장은 없지만 요즘 출시되는 자동차들 트립 연비가 실제 연비보다 큰 오차를 보이지는 않는다. 토요타 아발론 연비 측정 영상 및 연비 결과는 아래 영상을 재생하면 나온다.

 

위 영상을 재생해 보면 연비 결과가 나오는데 월요일 오전 서울시내 출근길 연비는 트립 기준으로 8.6km/l가 기록되었다.

시내 주행 뿐만 아니라 고속도로 주행에서도 아발론은 매우 편안하고 조용하다. 노면 소음이나 풍절음 유입이 상당히 적은 편이다. 토요타의 고급 브랜드 렉서스 ES 시리즈가 있는데 ES하고 아발론하고 주행할 때 정숙성은 적어도 큰 차이가 없다.

시내에서 엔진 회전수를 낮춰 주행할 때 매우 만족스럽다. V6 3.5L 277마력 가솔린 엔진은 마찰 자체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매우 부드럽다. 특별한 경우 아니면 주행할 때 3000rpm 이상 올라갈 일이 없다.

대신 앞차를 추월할 때, 가파른 언덕길을 치고 올라가는 상황에서 엑셀레이터 페달을 꾹 밟으면 지체 없이 폭발적인 가속력을 선사한다. 뿐만 아니라 언제 어느 상황에서 엑셀레이터 페달을 꾹 밟았다 떼는 걸 반복해도 엔진과 변속기는 마치 한 몸처럼 훌륭한 반응을 보여주었다.

주행안전성은 좋지만 코너링 성능은 기대하지 말아야

그런데 아발론을 시승하면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바로 타이어이다. 넓은 실내공간과 편안하게 주행하는 것에 중점을 두는 대형세단 이지만 최근에는 주행성능에 중점을 두면서 신차 출시할 때마다 타이어 사이즈를 점점 더 키우고 있다.

아발론을 시승하면서 느낀 장점과 동시에 단점이 바로 타이어이다. 차체 길이가 5m에 육박하는 대형세단 이지만 타이어 사이즈는 중형 세단에 적합한 225/45/18 규격의 타이어를 장착하고 있다. 참고로 최근 발표한 신형 쏘나타의 경우 상위 트림은 235/45/18 규격의 타이어를 장착한다.

타이어 사이즈가 작아지고 지면에 닿는 접지 면적이 적어져 마찰력이 감소되며 타이어 무게가 가벼워져 시내 주행에서 연비를 더 향상시키게 된다. 대신 하중지수가 적어져서 와인딩 서킷 등 스포츠 주행상황에서 타이어 한계가 더 빨리 오게 된다.

실제로 아발론 시승할 때 스티어링휠을 좌우로 돌렸는데 예상대로 타이어가 순간적으로 무거운 차체를 버티지 못해 그립을 상실하기도 했다. 또한 급 가속할 때 강력한 출력 때문에 전륜타이어가 계속 헛도는 현상도 있었다. 만일 스포츠주행도 고려한다면 아발론 보다는 타사 경쟁 모델 구매를 권한다. 다만 우려했던 것과 달리 제동 성능은 좋은 편이다.

주행 모드는 변속 시점을 앞당겨 연비 향상을 도모하는 에코 모드, 일상 주행에 적합한 노멀 모드, 그리고 스포츠주행에 알맞은 스포츠 모드가 있는데 스포츠 모드의 경우 스티어링휠 좌우로 돌릴 때 조금 더 무거워질 뿐 서스펜션 감쇄력 변화는 없다.

여기까지 시승기를 본 독자들 중 일부는 그럼 굳이 배기량이 큰 엔진 대신 캠리에 탑재되는 직렬 4기통 2.5L 엔진 탑재해도 되지 않겠냐? 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발론을 구매하는 사람들 중에서 연비는 중요하게 여기는 구매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가솔린 엔진의 경우 낮은 배기량을 탑재한다고 해서 연비가 크게 상승하지 않는다.

터치 감각이 뛰어난 아발론 센터페시아

주행할 때 매우 부드럽고 조용한 토요타 아발론의 또 다른 매력은 손끝으로 가볍게 터치하여 에어컨 등의 공조장치, 네비게이션, 오디오 등을 조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 터치 감각에 익숙해지다가 다른 자동차 타고 버튼 누르면 이상한 이질감이 들 정도였다.

특히 센터페시아는 끝부분을 운전석 방향으로 곡선으로 기울여 센터페시아 버튼 중에서 운전석과 가장 거리가 먼 셋업, 핸즈프리 터치 버튼 조작할 때 몸을 거의 기울이지 않고도 조작이 가능했으며 네비게이션 스크린은 물론 에어컨 및 실내 온도를 조절하기 위한 정보는 디스플레이에서 그래픽으로 보여준다. 다만 터치 버튼 특성상 지문이 묻는 단점도 있다.

계기판은 은은한 블루 조명과 어울려 보석같은 느낌을 준다. 다만 다른 메이커와 달리 연비, 속도, 외기 온도 등의 정보는 계기판에서 볼 수 없으며 네비게이션 스크린에서 볼 수 있다.

아발론을 시승 하면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 바로 스티어링휠이다. 스티어링휠 그립감이 좋고 좌우로 급하게 돌려도 미끄럽지 않다. 스티어링휠을 잡은 상태에서 엄지손가락 만으로 리모콘 버튼을 조작하는 조작성도 좋다. 하지만 클락션을 누를 때 느껴지는 촉감이 너무 거칠게 느껴진다. 이 부분을 조금 더 부드러운 재질을 썼다면 기자가 시승해 본 자동차 스티어링휠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을 것이다.

운전석과 동승석 시트는 편안함을 중시하는 대형 세단에 걸맞게 편하다. 다만 뒷좌석은 아쉬운 부분이 있는데 뒷좌석 시트 각도가 너무 가파른 편이다. 따라서 장거리 주행할 때 뒷좌석에서 편하게 착석하려면 엉덩이를 앞으로 빼고 앉아야 한다. 트렁크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일까? 하지만 아발론 트렁크가 워낙 넓기 떄문에 트렁크 공간 조금 손해보더라도 뒷좌석 시트 각도를 완만하게 설계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격을 조금만 더 낮추면 어떨까?

작년에 큰 시련을 겪었던 일본 자동차 브랜드들이 최근 가격을 인하하거나 연비가 뛰어난 디젤 엔진을 탑재해여 국내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토요타의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는 소형 하이브리드 모델 CT200h의 가격을 크게 낮추었으며 인피니티는 연비가 뛰어난 디젤 엔진을 벤츠에서 가져와 후륜구동 세단 모델인 Q50에 탑재하여 성공을 거두었다.

사실 아발론은 국내 월 판매량 목표치는 30대라고 나카바야시 히사오 한국토요타 사장이 언급했었다. 상당히 낮은 목표수치인데 처음 출시한 작년 10월 이후 아발론은 이러한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가격 조정이 쉽지 않겠지만 가격을 조금만 더 낮춰 국산 준대형 세단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으면 한다. 솔직히 말해서 가격 생각 안한다면 현대 그랜저 보다는 토요타 아발론에 손을 더 들어주고 싶다.

[ 사진: 김진아 기자 ] 

김진우 기자 〈탑라이더 kimjw830@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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