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 E 250 CDI 4매틱 아방가르드 시승기

몸에 슬림하게 달라붙는 감색 체크 수트에 앞 코가 길고 뾰족한 갈색 구두의 또각또각 소리를 울리며 걸어와 은색 자동차에 미끄러지듯 오르는 그의 모습이 그림처럼 그려진다. 살짝 힘을 줘 핸들을 잡은 손엔 손등에 핏대가 살짝 보이고 손목엔 크로노그래프 시계의 초침들이 반짝이며 째깍거리고 있다.  

무릎 나온 늘어난 청바지에 털면 먼지가 한가득 쏟아질것 같은 스니커즈 운동화를 신고 이 차를 운전하면 안 될 것만 같다. 이 차는 그런 느낌이다. 잘 차려입은 깔끔한 댄디보이의 차. 

 

◆ 패밀리 룩으로 비슷비슷해진 외형  

작년에 나온 2014년 E-클래스는 4세대의 페이스 리프트 모델이다. 동일한 패밀리 룩 적용으로 기존 세대에 비해 많이 바뀐 외형은 큰 변화다. 전체적인 바디 라인은 유선형으로 부드러워졌고, E-클래스의 특징이었던 분리형 트윈 헤드램프는 일체형 싱글 헤드램프로 바뀌어서 E-클래스나 C-클래스, 다른 모델 마저도 길에서 슬쩍 지나가는 벤츠의 앞모습을 보면 모델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힘들어졌다. 그나마 LED 라인으로 헤드램프를 분리되어 보이도록 한 것으로 E-클래스임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다. 뒷모습에선 가로로 긴 직사각형의 리어램프로 E-클래스임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새로와진 신형 E-클래스는 아저씨 차에서 젊은이의 차로 회춘한 만큼 젊은 사람이 타도 아버지 차를 타냐는 질문은 받지 않을 것 같다. 

 

◆ 아날로그 시계 하나 만으로도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는 실내

실내는 더욱 젋어진 느낌이다. 전체적으로 짙은 회색과 무광 은색의 마감이 깔끔하고 고급스럽다. 개인적으로 무광 은색 제품들을 광적으로 좋아하는데, 여지껏 본 차량 실내 마감재 중에 제일 맘에 들었다. 특히, 실내 전체를 설명하지 않아도 센타페시아 한 가운데 자리한 아날로그 시계 하나만으로도 고급스러움과 정갈한 마감은 더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다. 몸에 잘 맞는 깔끔한 수트를 입은 느낌, 바로 그 느낌이 실내에서도 한껏 느껴진다. 

실내도 넓고 운전석 시트도 굉장히 넓다. 가끔 큰 시트를 보면 불편한 경우가 많았다. 여성이라 키도 크지 않고 다리도 길지 않아 시트 포지션을 맞추는데 어려움이 많은데, E-클래스의 시트는 하단부에 수납함이 있을 정도로 큰 시트인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포지션 이동이 세분화 되어 내 몸에 맞는 시트 포지션을 맞출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장시간 운전을 해도 피로감이 적고 편안했다. 

 

◆ 중형 세단에 컬럼 시프트란? 

시동을 걸고 출발을 하려고 보니, 변속기가 눈에 보이지 않았다. 특이한 점은 기어 변속기가 센터페시아 아래에 없고 스티어링 휠 컬럼 오른쪽에 있다. 와이퍼 조절 레버 자리에 변속 레버가 위치하고 와이퍼 조절 레버가 왼쪽으로 갔다. 중형 세단에서는 보기 드문 경우다. 

이처럼 컬럼 시프트를 적용하는 차량은 흔하지 않다. 대부분의 메이커에서는 운전자들의 선호도가 낮다는 의견을 반영해 컬럼 시프트를 점차 사용하지 않는데 반해, 벤츠는 A-클래스, B-클래스, E-클래스, S-클래스, M-클래스, G-클래스, GLK-클래스에 컬럼 시프트를 적용하고 있다. 그와 함께 패들 시프트도 적용하여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멀리 옮기지 않아도 간편히 기어를 변속하는 편의성도 잊지 않았다. 

처음에는 낯선 위치에 자리한 컬럼 시프트가 어색했지만, 주차할 때도 불편하지 않고 금방 익숙해졌다. 오히려 너무 손쉬운 위치에 있어서 운전 중에 변속기를 D에서 N으로 건드릴까봐 조심 운전을 하기도 했다. 비오는 날엔 아무래도 조심해야하지 않을까? 와이퍼 작동하려다가 변속기를 건드리는 수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 디젤 엔진의 정숙성이란 이런 것 

시동을 걸고 출발을 하는데, 잠시 이상한 점을 느꼈다. 분명 디젤 차량으로 알고 있었는데, 너무 조용하고 출발이 부드러워 가솔린 차량인가 싶어 잠시 어리둥절 했다. 멈춰있을 때는 ISG(Idle Stop & Go) 기능으로 시동이 잠시 꺼지기 때문에 조용하다. 하지만, 다시 출발해도 조용하긴 마찬가지였다. 

시승차는 분명 디젤 엔진을 탑재했다. 디젤 2.2리터 직렬 4기통 엔진으로, 최대출력 204마력, 51.0kg.m의 최대토크를 내는 디젤 차 맞다. 디젤 엔진의 거친 소리도, 거친 토크도 벤츠만의 부드러움으로 바꿔버린 느낌이다. 

 

◆ 엔진 소리가 부드럽다고 핸들링까지 무르지 않다 

국도를 달리다보면 가끔 만나게 되는 도로 위의 찻길동물사고(로드킬) 흔적을 볼 수가 있는데, 시승 중에 두 번의 찻길동물사고 흔적을 만났다. 해가 진 시간이라 어두워 갑자기 발견한 사고 흔적을 피하느라 급하게 핸들을 좌우로 꺾었다. 고속 주행 중이었음에도 차체는 동요없이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빠르게 그 자리를 피해 갔다. 보통은 찻길동물사고를 만났다는 것에 놀라는 것 보다는 차가 크게 흔들려서 놀라는 경우가 더 많다. 노면이 미끄럽거나 옆 차선에 같이 달리던 차가 있었다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순간이었으나 차체가 쏠리지 않아 그대로 피해 갈 수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달리고 있는 차를 보며 그 안정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도 4매틱(4륜구동)이었기에 빠르게 피해갈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게다가 차는 악셀레이터를 밟는대로 쭉쭉 나갔고, 고속에도 안정감과 부드러움과 정숙성은 여전했다. 잘 달리는 것만큼 브레이크도 부드러우면서 강하게 잡아줘 운전하는 동안 불안감이라고는 느껴 볼 수 없었다. 

고속도로 주행과 시내 주행을 마치고 주차 후 시동을 끄기 전, 트립 연비를 확인하고 계산기를 두드렸다. 7.2L/100km 의 연비는 환산하면 13.8km/L이다. 스포츠 모드 주행과 조금은 과격한 주행, 그리고 4륜구동임을 감안하면 굉장히 높은 연비였다. 공인연비는 14.2km/L(2등급) 이다. 

 

◆ 더이상 아저씨 차가 아닌 댄디보이의 차, E 250 CDI  

디자인으로 차를 고르면 아우디, 핸들링과 운전재미로 차를 고르면 BMW, 편안함으로 벤츠를 고른다면 나이든 증거라고 어느 지인이 그랬다. 이젠 디자인도 젊어지고 강한 폭발력도 부드러움으로 풀어낸 벤츠를 선택한다고 나이가 든 증거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 거친 마초맨 보다는 부드럽고 깔끔한 댄디보이가 인기있는 시대다. 댄디보이를 연상케 한 메르세데스-벤츠 E 250 4매틱은 디젤 차의 거부감을 한순간에 떨쳐 준 멋진 차이다. 

 

 

김진아 기자 〈탑라이더 jina_kim@top-rider.com〉

관련기사

저작권자 © 탑라이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