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프를 활짝 열고 주행하는 오픈카를 타면 어떤 느낌이 들까? 기자는 어릴 때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루프를 여는 오픈카가 일반 스포츠카보다 성능이 월등히 좋다고 믿었다. 그 이유는 바로 주행 중 루프를 여는 이유가 엄청난 성능으로 빨리 달려서 바람의 영향으로 자동차 루프가 오픈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물론 커 가면서 이러한 믿음은 거짓으로 판명 되었다.

우리나라는 오픈카 불모지라고 볼 수 있다. 기후적으로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해서 여름에는 너무 덥고 겨울에는 너무 춥다, 무엇 보다도 국내 자동차 브랜드가 오픈카를 거의 판매하지 않는다. 기아 엘란, 지엠대우 G2X, 이 정도만 기억하며 그나마 이들 차종도 국내 자동차 메이커가 독자 개발한 모델이 아닌 외국 메이커가 생산한 모델을 라이센스 생산 하거나 아예 수입 후 앰블럼만 바꿔 판매한 형태이다. SUV의 경우 신진 지프나 쌍용 코란도 등이 소프트탑 형태로 오픈을 할 수 있었지만 승용차는 아니다.

반면에 수입차는 일찍부터 루프를 오픈 하고 주행할 수 있는 오픈카를 구매할 수 있는 모델이 적지 않다. 소비자들은 선호하는 수입차 브랜드, 성능, 디자인 등을 참고하여 오픈카를 구매할 수 있다.

최근 아우디 A5 카브리올레를 시승하게 되었다. 그런데 시승했던 시기가 1월 중순 우리나라에서 평균기온이 가장 낮은 한겨울이다. 창문을 모두 닫고 달려도 히터를 작동하지 않으면 실내에서 추위를 느끼는데 루프를 오픈 하고 달리면 차가운 외부공기가 바로 유입된다. 기온이 항상 영상을 유지하는 제주도가 이럴 때 그립다.

루프를 열고 운전할 수 있는 오픈카는 봄과 가을철이 알맞다. 여름에는 너무 덥고 자외선이 강해서 루프를 열고 주행하기가 부적절하고 겨울철에는 반대로 너무 추워서 문제가 된다.

가장 추운 1월에 A5 카브리올레를 시승했는데 시승할 때 꼭 루프를 열고 주행해야 할 필요는 없다. 루프를 한번도 열지 않고 시승 후 반납해도 된다. 하지만 명색이 A5 카브리올레는 루프를 여는 오픈카! 그래서 버튼을 눌러 루프를 열었다. 그리고 평소에 타던 차에는 느끼지 못한 북극과 같은 찬바람이 살갗을 파고든다.

칼날 같은 차가움과 쾌적함을 동시에

A5 카브리올레는 소프트탑 이지만 운전자가 불편하게 수동으로 여는 방식이 아닌 정지 상태는 물론 시속 50km/h까지 주행할 때도 버튼으로 루프를 조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루프를 여는 순간 차가운 겨울바람이 유입되면서 동시에 실내 온도가 자동으로 가장 높은 온도로 설정되고 에어벤트에서 나오는 송풍량도 가장 강해진다.

대시보드 에어벤트에서 강한 히터바람이 나옴과 동시에 운전석과 조수석 헤드레스트 아래쪽에 에어벤트가 마련되어 있다. 이것을 에어 스카프라고 하는데 따뜻한 실내에 있다가 갑자기 추위에 노출되면 차가운 바람에 노출된 목 부위 혈관이 수축되어 일시적으로 혈액공급이 원활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겨울철 외출할 때 목도리나 스카프 등을 매는 이유가 있으며 A5 카브리올레 탑승할 때는 에어 스카프가 목을 보온하는 역할을 대신한다.

1월 한겨울의 추위는 매섭다. 대게 이런 날씨에 루프를 열고 주행하면 미쳤다 라는 반응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아우디 A5 카브리올레를 탑승하면 차가운 겨울바람 그리고 따뜻한 바람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묘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오픈카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한적한 교외에서 상쾌한 바깥 공기를 운전자를 포함한 탑승자가 직접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새 차를 구매할 때 생기는 새차증후군도 루프를 오픈할 수 있는 오픈카는 그 증후군에서 해방할 수 있다.

루프를 열고 닫을 때 걸리는 시간은 약 15초인데 이 정도면 절대로 느리진 않다. 그리고 소프트탑의 장점은 바로 버튼을 눌러 열고 닫을 때 소음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하드탑이 아닌 소프트탑 모델이라 천 재질 이어서 오너가 주기적으로 소프트탑을 꼼꼼히 관리를 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예를 들어 세차할 때 소프트탑 부위는 카샴푸를 쓰지 말고 소프트탑 전용 세정제 등을 별도로 써야 소프트탑 수명을 늘릴 수 있다.

A5 카브리올레 루프를 열고 닫을 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버튼 원터치 기능이 없어 루프를 완전히 열고 닫을 때까지 버튼을 계속 눌러야 한다. 실제로 루프를 여는 버튼을 누르는 도중 녹색 신호로 바뀌면서 주행하다가 루프를 완전히 열지 못해 뒤쪽에서 소리가 나면서 도로 바깥쪽에 잠시 세우고 루프를 완전히 연 경험도 있다.

계단을 빠르게 뛰는 느낌을 주는 촘촘한 8단 자동변속기

과거 대형세단을 중심으로 선보인 8단 자동변속기는 이제 중 소형 차종까지 확대 적용되고 있다. 기어 단수가 많아지면서 각 단 기어비 간격은 더 좁아 지면서도 고속도로 항속할 때 엔진 회전수를 최대한 낮출 수 있어 항속주행 연비를 높일 수 있게 되었다. 8단 자동변속기 덕택에 시속 100km/h에서 8단으로 주행할 때 엔진 회전수는 1700rpm으로 매우 낮은 회전수를 유지한다.

A5 카브리올레 8단 자동변속기는 1단 50km/h, 2단 85km/h, 3단 130km/h, 4단 165km/h, 5단 205km/h까지 주행할 수 있다. 엔진은 2.0L 가솔린 터보 엔진이며 실린더에 직접 연료를 분사하는 직분사 시스템이 적용되어 연소효율성을 높였다. 그 결과 최고출력 211마력, 최대토크 35.7kg.m의 파워를 낸다.

6500rpm까지 높은 회전영역을 쓸 수 있는 가솔린 엔진이지만 1500rpm부터 4200rpm까지 35.7kg.m나 되는 높은 최대토크가 터진다. 이는 V6 3.5L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과 비슷한 수준이다. 최고출력이 나오는 시점도 낮아서 4300rpm부터 211마력 이라는 최고출력을 내뿜는다.

의아한 점이 있다면 1500rpm부터 최대토크가 나오는 데도 불구하고 주행 중 엑셀레이터 페달을 조금이라도 깊게 밟으면 기어가 낮은 단수로 변속되며 가속이 된다. 개인적으로 기어 단수가 최대한 고정되면서 꾸준히 가속되는 셋팅을 더 선호하는 아마도 A5가 스포츠카 모델인 점을 감안해 스포츠 주행성향을 고려한 듯 하다.

211마력 가솔린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결합된 A5 카브리올레는 가속력 그리고 최고속도를 측정한 결과 계기판 기준으로 213km/h에서 속도가 제한되며 약간 오르막 구간에서 0 - 200km/h 가속력 측정한 결과 약 33초 걸린다. V6 3.0L - 3.5L 엔진이 탑재된 대형세단과 비슷한 수준인데 A5 카브리올레 공차중량이 1845kg 인 점을 감안하면 가속력은 뛰어난 수준이다.

루프가 오픈되는 카브리올레 특성상 루프를 오픈할 때 별도의 소프트탑 수납 공간 및 전복사고 발생 시 승객을 보호하는 롤 오버바 등이 추가로 설치되고 전복될 때 탑승 공간이 최대한 찌그러지는걸 방지하는 필러의 강성을 높여 설계한다. 이로 인해 무게증가로 이어지게 되며 A5 카브리올레의 공차중량은 1845kg이며 A5 쿠페 공차중량이 1690kg 대비 155kg이 무겁다. 

극한의 스포츠주행 보다는 루프를 열고 여유로운 주행을 권장

아우디의 스포츠카 모델 A5 기반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서킷이나 와인딩 주행에 적합하도록 스티어링휠을 돌릴 때 무거운 편이며 서스펜션 감쇄력이 단단하다. 그래서 승차감이 딱딱하며 과속 방지턱, 요철 등의 노면 정보를 거의 그대로 느낄 수 있다.

A5 카브리올레는 속도를 내며 와인딩 로드를 즐겨도 어느 정도 재밌게 탈 수 있다. 중미산 고속 코너에서 스티어링휠을 잡아 돌려도 좌우 롤링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아쉬운 점은 겨울철이라서 코너 곳곳에 빙판이 형성되어 있었고 타이어 또한 A5 카브리올레 순정 타이어가 아닌 겨울용 윈터타이어가 장착되어 있어서 정확한 운동성능을 가늠할 수 없었다. 그리고 A5 쿠페보다 155kg 더 무거운 공차중량 때문에 슬라럼 한계가 낮다. 더 높은 성능을 원한다면 A5 쿠페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A5 카브리올레는 혼자서 혹은 연인들이 빠른 속도를 즐기면서도 때로는 루프를 열고 여유로운 주행을 만끽하며 자연 바람을 느끼며 운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뒷좌석 레그룸은 보기보다 매우 좁고 불편하며 연비가 낮기 때문에 데일리 용도 혹은 패밀리카 용도로는 적합하지 않다.

또한 고급휘발유 그것도 권장이 아닌 반드시 주유해야 된다고 하는데 요즘 웬만한 도시에서는 고급휘발유를 따로 판매하니 크게 문제되지는 않지만 인구가 적고 한적한 지역은 고급휘발유 주유소를 찾기 쉽지 않다.

하지만 휴가를 갈 때 혹은 주말 드라이브 나간다면 A5 카브리올레 만한 차는 없을 것이다. 애인이 있는 운전자라면 A5 카브리올레는 더할 나위 없는 최선의 선택이지만 애인이 없는 운전자라도 나쁜 선택은 아니다.

 

김진우 기자 〈탑라이더 kimjw830@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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